신간 소개

기후 협치

지구 거주자들의 공생과 연대


신승철·이승준 지음 | 280쪽 | 15,000원 | 46판(128×187)

출간일 2025년 8월 25일 | ISBN 979-11-89333-99-7 03300

분야: 사회/정치 > 생태/환경

내 삶 - 내 조직 - 내 도시 - 내 사회에 기후 협치를 설계하자

탈성장 × 협치의 새로운 선언, 새로운 실천 매뉴얼

생태 철학자, 고 신승철 소장의 유작

알렙 생태민주주의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

생태 철학과 공동체 운동, 사회적 경제 등을 연구해 오다, 2023년 세상을 떠났던 신승철 소장의 유작이 이승준 독립연구자와의 공저로 출간되었다. 생전에 생태적지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기후위기 시대의 대안 마련을 위해 고심해 온 그의 뜻을 유산으로, 동료 연구자·활동가·예술가 들이 탈성장 전환 사회를 향한 실험과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탈성장 담론과 기후 협치라는 대안 사상을 새로운 실천 매뉴얼과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협치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관치’가 아니라, 시민과 다중이 주도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결정하는 ‘아래로부터의 협치’이다. 즉 아래로부터의 협치생태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들은 기존의 상명하달식 통치(수목형 모델)와 대비되는 수평적 협치(리좀형 모델)를 제안한다.

또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협치를 주장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비인간 존재들(동물, 식물, 심지어 인공물까지)을 기후 협치의 주요 행위자로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생적 협치’는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이성과 합리를 넘어선 새로운 언어와 정동(情動)으로 모든 존재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한다.

아래로부터의 구성적 협치가 강한 민주주의이다!

자본의 맷돌을 멈추고 커먼즈를 돌리자!

고 신승철 소장과 이승준은 이 책에서 ‘기후 협치’라는 주요 테마와 핵심 사상을 분석하기 위해 몇 가지 주요한 질문을 던진다. “탈성장은 왜 기후위기 시대의 핵심 전략인가?” “기후 협치는 기존 거버넌스와 어떻게 다른가?” “생태민주주의는 무엇을 어떻게 확장하는가?”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국민국가와 대의제는 왜 무능한가?” “탈성장 전환을 제도화하기 위한 실천 경로는 무엇인가?”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이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인 ‘기후 협치’와 관련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들은 2019-2020년부터 이 지적 여정을 시도했다.

기후 협치: 위기와 대안의 교차점

이 책은 기후위기가 단순한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실질적이고 긴급한 사태임을 강조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 2020년대의 시간은 지구 생태계와 전 인류 그리고 미래의 생명 모두의 생사가 걸린 결정적인 시기이다.”(25쪽) 이러한 절박한 인식 아래, 저자들은 기존의 통치(governance) 방식으로는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기후 협치’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위로부터의 지배(수목형 모델)는 한계가 있다고 보며, 국가나 관료, 전문가 중심의 일방적 의사결정 방식은 “탁상공론, 뻔한 결정, 성장 중심의 방향성, 인간중심주의, 전시 행정 등의 문제를 극복하는 실질적 생태 회복의 효과를 낳을” 수 없다고 비판한다.(9쪽)

대의 민주주의 또한 무능하다고 본다. 저자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에서 보듯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존재 이유라고 말하지만 정작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전혀 지키고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의 현실을 지적한다.(77쪽)

제국적 협치에도 한계가 있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같은 국제적 거버넌스는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제1세계의 목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이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무기력하다”고 비판한다.(225-226쪽)

그렇다면, 아래로부터의 구성적 협치는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기후 협치는 “위로부터의 일방적 지배(수목형 모델)로 나타나는 통치와는 구별되며, 좀 더 수평적 형태(리좀형 모델)로 작동한다”고 설명한다.(7쪽) 이는 시민과 다중에게 의제 설정과 결정권, 주도권을 부여하고, 정부나 지자체는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지원하는 방식이다. “리더십과 전략은 다중에게! 전술은 정부와 전문가들과 공동체들의 협의체가!”(9쪽)라는 전제하에서만 시민과 다중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돌발 변수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탈성장 사회와 생태민주주의

기후 협치의 핵심 전제 중 하나는 ‘탈성장 사회’로의 전환이다. 저자들은 현재의 기후위기가 경제성장주의에 기인한다고 보았고, 성장주의와 인간중심주의에 맞서 탈성장론과 탈인간중심주의에 중점을 두는 논의들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탈성장은 경제 성장 추구의 종식을 내세우며, “경제 성장이 여전히 인간 복지를 증진하고, 물리적으로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상상하는 것이 바로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33쪽)

‘적을수록 풍요롭다’라는 말처럼, 탈성장론은 단순한 금욕이나 내핍을 넘어 “지구에 사는 모두를 풍요롭게 하면서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다른 형태의 삶과 경제를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34쪽) 이는 더 적은 신진대사 활동을 지향하지만, 다른 구조와 새로운 기능을 가진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회를 지향한 결과이다.

따라서 탈성장은 “교환가치와 이윤 증식 중심의 가치화에서 탈가치화, 재가치화, 자기-가치화로의 전환”을 모색하며, 여기에 “돌봄의 재생산 경제와 ‘공통적인 것’(혹은 커먼즈/공통장)”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한다.(41쪽) 커먼즈 경제는 누구도 소유할 수 없으며, 누구도 그것을 일방적으로 재현/대의할 수 없는 것으로, 모두의 필요에 따라 공정하게 분배하고, 모두가 자신의 능력에 따라 생산하며, 공통적인 것을 다스리는 협치를 뜻한다.(60쪽)

그래서 탈성장론은 절대민주주의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탈성장은 “인간중심주의나 개체중심주의에 한정되는 것을 넘어서 지구 전체에 공존하는 생명체들인 동식물과, 그와는 다른 형태의 존재자들인 광물, 사물, 인공물, 대기, 해양 등의 물질 및 그것들 간의 관계성, 운동성, 시간성 등을 민주주의의 구성 요소로 이해하는 포괄적인 ‘절대적 민주주의’의 근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45쪽)

탈성장은 오로지 아래로부터만, 세계를 구성하는 존재자들의 삶에의 욕망으로부터만 강력하고 실질적인 형태로 실현될 수 있다. 위로부터의 대안은 “늘 고통스러운 내핍을 강제할 뿐이며, 전 지구를 반으로 가르는 위계적 단층선을 따라 ‘조용한 폭력’의 형태로 실행된다.”(47쪽)

구성적 협치(기후 협치)의 철학적 기반과 사례

라투르, 가타리, 네그리&하트, 해러웨이의 사상과 기후 협치

저자들은 이제 브뤼노 라투르, 펠릭스 가타리,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 도나 해러웨이의 사상을 통해 구성적 협치(기후 협치)의 철학적 깊이를 탐구한다.

브뤼노 라투르의 사물 정치와 공생적 협치

브뤼노 라투르는 팬데믹 경험을 통해 인류가 도시와 집과 맺는 관계를 흰개미가 흰개미집과 맺는 관계에 비유한 바 있다. “우리는 흰개미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거주지 자체와 공생했다.”(121쪽) 지구 위의 모든 것은 서로 공생하며, 지구의 위기, 지구 안에서의 위기는 지구 안의 모든 존재의 연합 및 상호 결합의 위기로 인식되어야 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홀로바이온트(holobiont, 공생 생명체)”로서 윤곽이 모호한 행위자들의 앙상블이며, 외부와 차단된 독립체일 수 없다. 따라서 저자들은 인간 협치를 넘어서는, 다양한 생명 존재들과의 공생적 협치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라투르의 사상을 적극 해석한다. 라투르는 “하늘 위에서 아래를 굽어보던 그 시선을 끌어내리고 다시 땅으로 귀환해 그 땅의 존재들과 마주 보거나 나란히 살을 맞대면서 우리가 위치한 그러한 공생적 구성체로서의 현실을 응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상가이다.(136쪽)

펠릭스 가타리의 제도 요법과 구성적 협치

프랑스 생태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는 제도가 고정불변의 구조가 아니라 “관계망에 가까운 것”이며, “관계망이 바뀌면 제도도 바뀐다”고 주장한다.(146-147쪽) 제도는 완성태가 아니라, 늘 과정태로서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통해 “재특이화 과정만을 필요로 하는 제도의 비밀을 드러낸다.”(146쪽) 이때, 미시 정치가 중요하다. 구성적 협치는 “기계, 배치, 구조, 제도 등의 다차원적 맥락을 신중하게 살피는 미시 정치의 장”이 되어야 하며, “상상력, 욕망, 정동에 기반한 담화”를 통해 풍부한 가능성을 창출해야 한다.(163쪽)

안토니오 네그리·마이클 하트: 다중의 어셈블리로서의 협치:

네그리와 하트는 오늘날의 ‘협치’를 “법과 소유의 지배에 기초한 공화제로서의 전 지구적 협치”이자 “제국적 주권의 발전된 양식”으로 이해하며 비판한다.(180-181쪽) ‘어셈블리(assembly)’는 의회, 공회, 민회, 모이기, 집회 등을 포괄하는 다층적 개념으로, 다양한 존재들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특이한 판을 짤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이미지를 제시한다.

네그리와 하트는 ‘소유 공화국’의 두 형태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둘 다를 거부하는 탈성장 코뮌을 기획하며, 이는 공허한 유토피아를 지향하지 않는다고 했다.(197쪽) 이는 “가난하면서도 풍부하고 충만하고 협동하는 영성 공동체”를 의미하며, “정동과 활력을 통해 생태민주주의를 가속화함으로써 다중의 권리와 자율을 더욱 확장시키는 방향성을 띨 것”이다.(195, 197쪽)

도나 해러웨이의 공-산적 협치와 이야기 만들기

해러웨이는 생명들이 서로 협동하는 공생적 관점인 ‘공-산(sympoiesis)’을 통해 “함께-세계 만들기를 위한 적절한 용어”를 제시한다.(204쪽) 이는 상대방이 나의 몸을 만들고, 나는 상대의 몸을 만들며, 상대가 만들어준 나의 몸으로 다시 상대를 만들기에 참여하는 상호 의존적 관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하와이 짧은꼬리오징어와 비브리오 피스케리 박테리아, 그리고 아카시아나무와 수도머멕스속 개미의 사례를 통해 “종과 종을 넘어, 외래종과 토착종 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협력하는 어떤 사태”를 보여준다.

해러웨이는 “트러블을 겪는 위태로운 존재들과 함께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낼 ‘이야기 만들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SF(들)는 새로운 땅의 이야기를 만들어냄으로써 우리가 어울릴 친구와 동반자들을 다른 이미지로 그려낼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215쪽, 219쪽)

연합과 탈성장을 통한 내적 혁명

협치(거버넌스) 사례와 실천 경로

책에서는 다양한 거버넌스 사례를 분석하고, 기후 협치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경로를 모색한다. 예를 들면, 유엔의 SDGs의 경우 이상적인 협치의 모델로 제시되지만, 제1세계 중심이라는 한계와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서는 무기력함을 지적한다.

한국 사례로도 박원순 시장 시기 만들어진 녹색서울시민위원회를 든다. 하지만, 서울시의 거버넌스 왜곡 사례를 통해 “시민사회 기반을 포섭하고 그 기반으로 시 행정을 하려고 했던 위로부터의 거버넌스의 전략”이라 비판한다.(233쪽)

파리의 15분 도시는 생태주의적 도시 정책의 성공 사례로, 일자리, 도시 계획, 에너지 인프라 등을 집약하여 탄소 감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음을 보여준다.(236-238쪽) 그리고 재난 시 공공 영역의 기능이 정지한 상황에서 지역 생협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구호 활동을 펼친 사례(고베생협의 대지진 대응)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협치가 자본이나 국가가 공백 상태에 처했을 때 빠르고 유효한 대책을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강조한다.(241쪽) 민방위대와 주민들의 즉각적인 협치를 통해 사망자 0명을 기록한 쿠바의 허리케인 윌마에 대한 대처 사례를 통해, “마을 단위의 공동체적 관계가 살아 있고, 마을 주민 전체가 민방위대 및 군대와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보여준다.(243-244쪽)

저자들은 기후 협치가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역량 강화와 함께 이루어진다고 강조하며, 이는 “다양한 형태의 소수자들과 연대하면서도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그 누구와도 수평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존재들”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259쪽)

궁극적으로 이 책은 “우리를 변신시켜 새로운 차이의 존재로 탄생시킬 우리 자신의 내적 혁명을 지금 바로 시작하자!”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며, “아래로부터의 협치, 풀뿌리 민주주의이자 모든 존재가 서로에게 의존하면서도 또한 서로를 살리는 공생적 어우러짐만이 지금 기후위기의 유일한 실효적 대안”이라고 역설한다.

그린풋 생태민주주의시리즈는?

기후위기와 생명위기 시대에 우리 사회에 대한 인문적 성찰과 대안을 작지만 탄탄한 지식의 풍경으로 담아냅니다. 생태적지혜연구소와 함께 미래진행형의 ‘지혜의 판(plan)’을 만드는 생태민주주의시리즈를 첫선으로, 답으로 주어진 현실을 거부하는 수많은 문제제기에 주목한다.

저자 소개

신승철(1971-2023)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를 연구하는 생태철학자이자 활동가였다. 공동체 운동과 사회적 경제, 기후 운동 등에 이론적인 기반을 제공하면서, 탈성장 전환 사회로 가는 길의 안내자가 되고자 했다. 2019년 뜻맞는 연구자, 활동가들과 함께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을 만들어서 기후 변화와 생명 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하다가, 2023년 여름 향년 5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생명, 생태, 기후위기, 동물권, 전환, 탈성장, 구성주의, 사회적 경제, 돌봄, 정동 등을 키워드로 약 40여 권의 저작을 남겼다. 대표적인 책으로는 『정동의 재발견』, 『묘한 철학』, 『가난의 서재』, 『지구살림, 철학에게 길을 묻다』, 『생태계의 도표』, 『모두의 혁명법』, 『탄소자본주의』, 『구성주의와 자율성』, 『마트가 우리에게 빼앗은 것들』 등이 있고, 함께 쓴 책으로 『탈성장을 상상하라』, 『돌봄의 시간들』 등이 있다.

이승준

독립연구자로서 미셸 푸코, 질 들뢰즈, 안토니오 네그리, 주디스 버틀러 등을 중심으로 현대 정치 철학을 연구하고, 페미니즘, 맑스주의, 생태주의를 서로 연결시키는 대안적인 관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생태적지혜연구소, 연구공간L 회원이며 ‘자율평론’, ‘맑스코뮤날레’ 등에 참여했다.

공저로 『비물질노동과 다중』, 『페미니즘의 고전을 찾아서』, 『포스트 코로나시대, 플랫폼자본주의와 배달노동자』가 있으며, 『자유주의자와 식인종』(스티븐 룩스), 『어셈블리』(안토니오 네그리・마이클 하트), 『대항성선언』(프레시아도) 등을 공역했다.

차례

들어가는 글

1장 탈성장 사회와 구성적 협치

기후재난 시대의 도래

대안으로서의 탈성장 전환 사회

탈성장과 민주주의들

탈성장과 커먼즈 경제

탈성장을 실현하는 구성적 협치

2장 협치의 기본 구도

전 지구적 위기들과 대의정치의 민낯

거버넌스(협치)란?

협치의 기본 이해: 통치, 관치, 법치, 협치

협치의 작동 방식

공동체, 공공, 시장만으로 운영되는 거버넌스의 한계

3장 구성적 협치의 사상가들

브뤼노 라투르의 사물 정치와 공생적 협치

펠릭스 가타리의 제도 요법과 구성적 협치

네그리·하트: 다중의 어셈블리로서의 협치

도나 해러웨이의 공-산적 협치와 이야기 만들기

4장 거버넌스의 사례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에서의 거버넌스

한국의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기본 지표

녹색서울시민위원회에서의 거버넌스와 좌절의 시절

케이트 레이워스의 도넛경제학의 구도

녹색도시: 파리의 15분 도시

고베생협과 지역 생협의 위기 시 대응 방법

초대형 허리케인 윌마에 대한 쿠바의 대처

5장 기후재난에서의 자원 관리의 협치

재난 시 가용 자원의 여부

재난 시 푸드플랜과 도시농업

라이프라인이 끊겼을 때의 회복탄력성

재난 시 돌봄

재난 시 민회로서의 주민자치회의 역할

일상적 관리와 위기 시 전환의 필요성

에필로그: 구성적 협치를 통한 연합과 탈성장

참고문헌

본문 중에서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에서 협치의 의제 설정과 결정권, 주도권을 시민과 다중에게 부여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그것을 제도적으로 보완・지원할 수 있다면, 협치를 정부와 관료들이 주도(우리는 그것을 ‘관치’로 이해한다)할 때 발생하는 탁상공론, 뻔한 결정, 성장 중심의 방향성, 인간중심주의, 전시 행정 등의 문제를 극복하는 실질적 생태 회복의 효과를 낳을 것이다.

⏤ 들어가는 글, 8-9쪽

기후위기는 그저 우리에게 앞으로 임박한 미래로서만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실질적이고 긴급한 사태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 2020년대의 시간은 지구 생태계와 전 인류 그리고 미래의 생명 모두의 생사가 걸린 결정적인 시기이다. 지구 생태계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 요소 중 일부에서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거나 임계점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가 확인된다.

⏤ 1장 탈성장 사회와 구성적 협치, 25쪽

탈성장론은 지구 생태계 곳곳에서 위기를 증폭시키는 산업 생산 시스템, 토지·삼림·해양에 대한 개발주의적 접근, 이윤 중심의 팽창적 자본주의를 중단하고 지구에 사는 모두를 풍요롭게 하면서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다른 형태의 삶과 경제를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즉 탈성장론은 “행복을 삶과 사회의 목적으로 삼음을 옹호”하며, “모두를 위한 좋은 삶을 건축하려는 움직임을 촉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1장 탈성장 사회와 구성적 협치, 34쪽

왜 탈성장은 민주주의, 그것도 기존의 민주주의와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절대민주주의의 근거를 형성하는 것일까? 우리가 생각하기에 탈성장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터져 나오는 무수한 형태의 민주주의적 요구 및 형태들과 연결되어 있는데, 그것은 분석적으로는 다음 세 가지 형태 즉 ‘아래로부터의 절대민주주의 운동, 자율적이고 전 지구적인 민주주의의 요구, 사물민주주의와 생명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의 출현’으로 근거지을 수 있다.

―1장 탈성장 사회와 구성적 협치, 45쪽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존재 이유라고 말하지만 정작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전혀 지키고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바로 그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는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들, 사람들이 가진 욕망과 이해관계를 대의하겠다고 나서지만 정작 기득권들(자본가들과 정치적·문화적 엘리트들)의 이권을 지키는 데 모든 힘을 집중하는 대의정당들 및 그 기관들……. 우리는 바로 이러한 역설들 속에서 기후재난이라는 눈앞에 다가온 위기 상황을 이해하고 그것을 돌파할 힘을 직접적이고 참여적인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다중들 및 분자적 존재들의 아래로부터의 협동력에서 찾고자 한다.

―2장 협치의 기본 구도, 77쪽

우리는 결국 하늘 위에서 아래를 굽어보던 그 시선을 끌어내리고 다시 땅으로 귀환해 그 땅의 존재들과 마주 보거나 나란히 살을 맞대면서 우리가 위치한 그러한 공생적 구성체로서의 현실을 응시해야 한다. 우리는 초월적 시선 하에서 사물과 생명을 분류하고 구분 지으며 그것을 총괄 지배하는 초월자가 아니라 벌레, 풀, 플라스틱 물병, 마스크, 전자기기를 몸에 붙이고 다니면서 땅에 몸(발)을 붙이고 그 땅과 함께 매 순간 우리를 새롭게 조성하는 공생자이다.

―3장 구성적 협치의 사상가들, 136쪽

제도(institution)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 법 제도, 행정 제도, 사법 제도, 형벌 제도 등 등골이 오싹할 만한 단어들이 줄줄 나온다. 이처럼 제도라는 개념은 딱딱하게 정체화되고 있고 규범화된 것으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펠릭스 가타리는 ‘제도=관계망’이라고 말한다.

―3장 구성적 협치의 사상가들, 146쪽

해러웨이는 우리가 현재의 위기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트러블을 겪는 위태로운 존재들과 함께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낼 ‘이야기 만들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녀가 자신의 철학적 저서들에서 서슴없이 여러 SF를 만들어낼 때, 그것은 같은 말 속에서 여러 의미를 변주시키는 예술 실천이다.

―3장 구성적 협치의 사상가들, 215쪽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는 기후위기와 제3세계 기아와 빈곤, 여성 인권, 성평등 등을 망라하는 명실공히 가장 큰 국제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한 번영’이라는 기치 아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선에서 최소한의 탄소 배출을 용인하는 방식으로 개발 원조를 통한 제3세계 모델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제1세계의 목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4장 거버넌스의 사례들, 225쪽

당연하게도 민주적 역량은 민주적인 인식과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낼 때 길러지는 것이며, 그러한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의 소수자들과 연대하면서도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그 누구와도 수평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이러한 존재들을 만들어내는 일이 오늘날 시급하다.

―5장 기후재난에서의 자원 관리의 협치,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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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글은 <서울리뷰오브북스> 12호에 실린 『세계 끝의 버섯』(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 노고운 옮김, 현실문화)라는 책에 관한 조문영의 리뷰입니다.

“이 불확정적인 마주침에서 감히 ‘희망’이라 부를 수 있는 게 있을지 그는 망설이며 질문한다. 칭은,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조문영은 「송이버섯 냄새를 맡자. 그다음은?」이라는 글을 통해, 송이버섯을 중심으로 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의 얽힘 속에서 자본주의를 곱씹는 애나 칭의 시선을 좇으며, 인간과 비인간에 의한 세계 만들기의 궤적들을 따라가며 역사를 재발견하자고 제안합니다. 그와 동시에, 애나 칭의 방법론적 제안이 지니는 모호함과 불안정한 세계를 연구하는 정규직 교수라는 위치성에 대해서도 질문을 제기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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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우주리뷰상] 1천만 원 고료 국내 최고의 ‘서평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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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우주에서 책을 사랑하고 리뷰를 즐겨 쓰시는 모든 분들의 참여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2회 우주리뷰상 리뷰 대상 도서 몇 권을 소개합니다. 알라딘에서 선정한 21세기 첫 1/4세기 최고의 책에 해당하는 만큼, 이 대상 도서는 모두 800여 권이 넘습니다. 그중에 《서울리뷰오브북스》에서 리뷰로 다뤘거나,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위원이 추천한 책은 약 50여 권이에요. 전체를 다 다룰 수는 없지만, 그 몇십 권의 면면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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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글은 <서울리뷰오브북스>에 실린 『커밍 업 쇼트』(제니퍼 M. 실바 지음, 문현아, 박준규 옮김, 리시올)라는 책에 관한 조문영의 리뷰입니다.

“안전할 권리를 외치는 우리 바깥에 머무는 한, 그들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언제나 출몰할 수 있다.”

조문영은 「불안한 빈자는 어쩌다 안전의 위협이 되었는가?」라는 글을 통해, 21세기의 빈곤 통치 양상을 다룹니다.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빈곤 통치에 대한 경고장으로 『자동화된 불평등』을, ‘디지털 구빈원’에 갇힌 사람들의 침묵을 이해하기 위한 통로로 『커밍 업 쇼트』를 읽습니다. ‘안전이 권리’라는 구호가 안전의 위협으로 내몰린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지 묻습니다.

이 글은 두 권의 책을 동시에 리뷰했는데요, 현재 이 글은 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 <서울리뷰오브북스> 채널에서 유료로 구독하여 읽으실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원고를 읽을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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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의 시대, 문학의 목소리』는 라틴아메리카가 겪어온 식민 지배, 군사 독재, 폭력, 착취의 참혹한 역사를 문학이 어떻게 기록하고 증언해 왔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유왕무 교수는 미겔 앙헬 아스뚜리아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아리엘 도르프만, 로돌포 왈쉬,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 등 여섯 명의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폭력의 본질, 독재의 구조, 은폐된 진실, 그리고 저항의 목소리를 조명한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최근 목격한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의 그림자와 맞닿아, 과거를 기록하고 이야기로 남기는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통령 각하』는 라틴아메리카 독재 체제를 리얼리즘적이며 동시에 환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품의 중심은 독재자가 아니라 독재 체제이다. 비록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대통령 각하의 그림자를 진하게 느끼더라도 실제로는 등장 횟수가 매우 적다. 대통령 각하는 단지 6번(V-VI, XIV, XIX, XXXV, XXXVII장에서) 등장할 뿐인데, 마치 사탄이 지옥의 모든 활동을 지배하고 실제 독재자가 국가의 모든 활동을 지배하는 것처럼, 모든 장에서 동기화 작용을 하고 있다. 아스뚜리아스가 창조한 체제 안에서 독재자의 직접적 참여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독재자가 지닌 초자연적 신비스러움으로 인해, 작품 속에 창조된 체제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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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략 소개

라틴아메리카가 겪어온 식민 지배, 군사 독재, 폭력, 착취의 참혹한 역사를 문학이 어떻게 기록하고 증언해 왔을까?

『억압의 시대, 문학의 목소리』의 저자 유왕무 교수는 미겔 앙헬 아스뚜리아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아리엘 도르프만, 로돌포 왈쉬,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 등 여섯 명의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폭력의 본질, 독재의 구조, 은폐된 진실, 그리고 저항의 목소리를 조명한다.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최근 목격한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의 그림자와 맞닿아, 과거를 기록하고 이야기로 남기는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출판사 서평

억압의 시대, 문학의 목소리

라틴아메리카 문학, 폭력을 증언하다


유왕무 지음|212쪽|16,000원|2025년 6월 30일

140×205mm|ISBN 979-11-89333-97-3 (93870)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국내도서 > 역사 > 아메리카사 > 중남미사

책 소개

폭력의 대륙, 문학의 투쟁: 독재와 불평등에 맞선 작가들의 뜨거운 글쓰기

라틴아메리카를 생각하면 눈부신 안데스의 설산, 끝없이 펼쳐진 우유니 소금사막, 리오넬 메시로 대표되는 열정적인 축구 문화가 떠오른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풍경과 열정의 이면에는 식민 지배와 군사 독재, 폭력과 착취로 얼룩진 참혹한 과거가 있다. 유왕무 교수는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문화를 오랜 시간 연구해온 연구자이자 번역가로, 현지에서 직접 학위를 받고 수많은 저작과 번역을 통해 이 대륙의 억압과 저항의 목소리를 국내에 전해왔다.

유왕무 교수의 『억압의 시대, 문학의 목소리』는 라틴아메리카가 겪어온 폭력과 억압의 역사를 문학이 어떻게 기록하고 증언해 왔는지 살핀다. 과테말라의 미겔 앙헬 아스뚜리아스는 독재자 소설로 절대 권력의 실체를 형상화했고,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백년의 고독』으로 은폐된 학살과 폭력을 마술적 사실주의로 풀어냈다. 우루과이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군부 독재와 망명을 겪으며 억압의 현실을 증언했고, 칠레의 아리엘 도르프만은 연극과 에세이를 통해 검열과 폭력에 맞서 침묵 당한 내면의 목소리를 무대에 올렸다. 아르헨티나의 로돌포 왈쉬는 르포와 허구를 결합해 진실을 폭로했으며, 페루의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는 인디헤니스모 사상을 통해 토착민 현실과 해방의 길을 제시했다. 이 여섯 작가는 시대와 장르를 달리했지만, 각자만의 방식으로 폭력과 독재를 기록하고 검열과 억압에서 진실을 건져 올려 후세에 전했다.

최근 한국 사회는 비상계엄으로 인해 다시금 독재의 그림자를 목격했다.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국가 권력에 의한 폭력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전 국민이 목격했다. 이렇듯 갈등과 분쟁, 혐오와 왜곡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지금도 사회 곳곳에 스며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건과 균열을 어떻게 기록하고, 어떤 이야기로 후세에 남길 것인가이다. 『억압의 시대, 문학의 목소리』는 라틴아메리카의 참혹한 역사 속에서 문학이 어떻게 억압받은 목소리를 증언하고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학이 해부한 절대 권력: 권력의 신화를 벗긴 문학의 칼끝

제1장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중요한 갈래인 ‘독재자 소설’을 중심으로 권력과 폭력의 문제를 다룬다. 19세기 이후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반복된 군부 쿠데타와 독재 체제를 통해 권력이 소수에 집중되고, 폭력은 정치와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현실에서 접근할 수 없었던 권력의 실체는 문학이 대신 기록했다. 미겔 앙헬 아스뚜리아스(Miguel Ángel Asturias, 1899-1974)의 『대통령 각하』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족장의 가을』은 그 대표적 성취다.

아스뚜리아스는 『대통령 각하』에서 절대 권력이 개인의 일상과 내면까지 어떻게 지배하는지를 환상적이고 시적인 언어로 그려냈다. 독재자는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체제 전체를 조종하며, 공포는 일상화된다. 반면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족장의 가을』은 독재자의 신화적이고 모순적인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절대 권력으로 민중을 억압하는 동시에 외세에 종속되며 스스로 고독의 덫에 갇힌 존재로 그려진다. 두 작품 모두 독재자 개인을 넘어서 폭력의 구조가 어떻게 사회를 잠식하는지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다.

독재자 소설은 라틴아메리카의 피비린내 나는 정치사와 함께 성장해 왔다. 단순한 폭력 고발을 넘어, 문학이 권력의 본질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독재자 소설이 여전히 읽혀야 하는 이유는, 폭력의 언어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1장은 라틴아메리카 문학이 권력과 폭력의 구조를 어떻게 기록하고, 그 기억을 오늘에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그 시작점을 다시 묻는다.

망각에 맞선 기록: 폭력의 시대를 증언하다

제2장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Eduardo Galeano, 1940-2015)의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을 중심으로 군부 독재가 지배하던 라틴아메리카의 집단적 기억과 증언의 의미를 탐구한다. 갈레아노는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시도하면서, 독재 권력에 대한 저항과 사회적 부조리를 고발하는 작업을 지속했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개인의 회고가 아니라, 침묵 당한 민중의 목소리를 이어 붙인 집단적 증언이다.

134개의 단편 에세이로 구성된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은 갈레아노가 작가로서의 글쓰기와 기자로서의 글쓰기를 융합한 첫 번째 시도였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관심사를 회고 형식으로 펼치며 정치・사회적 문제와 연결 짓는 방식으로 기존 증언 문학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이 작품을 통해 갈레아노가 드러내려 하는 문제는 단순히 정치・사회적 사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비논리적이고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는 인간의 문제에도 관심을 두며, 작품 속에서 이데올로기와 계층 간 갈등을 통해 불의, 착취, 억압을 강렬하게 부각한다.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은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사회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비판적 자세를 일관되게 제시하는 작품이다. 그는 ‘낮’과 ‘밤’이 공존하는 세상처럼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진 사회를 꿈꾼다. 한 시대의 권위적 구조와 부조리의 원인을 성찰하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진정한 역사의식을 보여준다.

변화하는 마꼰도 그리고 콜롬비아: 바나나 농장 학살의 기억

제3장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Gabriel García Márquez, 1927-2014)의 『백년의 고독』 속 바나나 농장 파업과 학살 사건을 중심으로, 라틴아메리카 역사에 새겨진 폭력의 기억을 문학이 어떻게 다시 기록하는지를 살펴본다. 『백년의 고독』은 마꼰도라는 가상의 마을을 무대로 콜롬비아의 역사적 현실을 환상과 사실이 교차하는 서사로 풀어낸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대표작이다.

마꼰도에 들어선 다국적 바나나 회사는 마을의 산업화를 이끌었지만, 이내 노동자 착취와 불평등을 낳았다. 가혹한 노동 조건에 맞서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을 때, 권력과 결탁한 군대는 파업을 진압하며 수많은 노동자를 학살했다. 그러나 이 참사는 국가 권력과 기업에 의해 은폐되었고, 희생자들은 공식 역사에서 사라졌다.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지워진 사건을 허구와 환상을 섞어 다시 이야기하며, 폭력이 어떻게 기억되고 전승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백년의 고독』 속 바나나 농장 학살은 라틴아메리카가 겪어온 외세 자본과 권력의 결탁, 그리고 폭력의 반복을 상징한다.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정부에 의해 역사에서 지워진 이들의 죽음을 이야기로 남김으로써, 망각과 은폐에 맞서 문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증명했다.

침묵을 깨는 문학: 독재 정권에 맞서는 내면의 목소리

제4장은 칠레의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 1942- )이 군부 독재 정권의 검열과 폭력에 맞서 어떻게 문학과 연극으로 억압된 목소리를 살려냈는지를 살핀다. 그의 문학은 단순히 독재를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재가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분석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

『눈을 키워라』, 『과부들』, 『유모의 빙산』은 삐노체뜨 쿠데타 이후 칠레의 정치적 현실과 사회적 변화를 문학적으로 압축해 내면서도, 도르프만의 풍부한 예술적 감각과 독창적 서사 능력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눈을 키워라』는 독재 정권 아래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탐구한 강렬한 작품으로, 억압적 사회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개인과 공동체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과부들』은 죽음을 통해 기억을 붙잡고, 애도를 통해 사회적 저항을 표현하며, 단순한 피해자상이 아닌 능동적으로 진실을 밝히려는 민중의 모습을 그려낸다. 『유모의 빙산』은 1992년 스페인 세비야 박람회를 앞두고 벌어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도르프만의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모험, 에로티시즘, 서스펜스와 유머가 적절히 어우러지며, 삐노체뜨 이후 칠레 사회의 단면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도르프만의 문학은 독재와 억압을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의 진실을 직시하며 상처 입은 이들이 회복되고 화해할 길을 모색한다. 그의 희망은 맹목적 낙관이 아니라 기억과 책임 위에 세워진 약속이다. 도르프만은 문학을 통해 망각에 맞서 싸우며,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를 놓았다.

기록과 허구의 경계: 억압 속 은폐된 진실을 복원하다

제5장은 아르헨티나의 언론인이자 작가 로돌포 왈쉬(Rodolfo Walsh, 1927-1977)가 어떻게 사실과 허구를 결합해 은폐된 진실을 복원했는지를 살핀다. 그는 인터뷰와 기록을 삽입하여 진실의 무게를 더함으로써, 문학이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했다.

로돌포 왈쉬는 역사적 사건을 추적하는 데 집중하는 작가다. 『그 여자』에서는 에비따의 시신을 둘러싼 비밀과 권력의 암투를 탐색하고, 『집단학살』에서는 호세 레온 수아레스 쓰레기 매립장에서 벌어진 은폐된 처형 사건을 파헤친다. 또한 『누가 로센도를 죽였는가?』에서는 노조 지도자의 피살 사건을 좇으며 노동운동 내부의 부패와 타락을 비판한다. 왈쉬는 중심부에서 벌어진 역사적 대사건보다는, 주변부에서 간과된 사건들을 다룸으로써 사회적 문제의 본질이 주변에서 시작될지라도, 그 뿌리는 체제의 중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왈쉬는 사건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진실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언론의 침묵이 얼마나 강력한지, 정의가 실현된다는 기대가 얼마나 헛된 희망일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현실을 단순히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을 통해 독자들이 직접 경험하도록 만든다. 그리하여 동시대인들이나 후대 하위 계층이 불행한 과거사의 진실을 올바로 알게 하는 증언자의 역할을 다했다.

뿌리로부터 혁명: 가모날리스모를 넘어선 해방의 꿈

제6장은 페루의 사상가이자 비평가인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José Carlos Mariátegui, 1894-1930)와 그가 주장한 인디헤니스모 사상과 운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핀다. 마리아떼기는 식민지적 억압과 토착민 차별, 외세 자본의 착취 구조 속에서 페루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유럽식 해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잡지 『아마우따』를 창간해 사상과 예술, 민족 문제를 논의하는 장을 열고, 토착민 현실과 토지 문제, 민족 해방을 사상적으로 결합하며 당대 지식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마리아떼기는 『페루 현실 진단을 위한 일곱 편의 에세이』에서 페루 사회의 불평등과 토지 소유 문제를 분석하며, 특히 토착 농민을 착취하는 토착 지주 권력인 가모날리스모(Gamonalismo) 를 구조적 억압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그는 가모날리스모를 해체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사회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토착민의 삶과 언어,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 새로운 라틴아메리카를 여는 출발점이라 강조했다.

마리아떼기의 사상은 이후 인디헤니스모 문학과 사회운동에 깊은 뿌리를 내렸다. 그는 비평과 평론, 문화 운동을 통해 토착민의 목소리를 도시의 독자들에게 전하며, 억압받은 이들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저자 소개

유왕무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콜롬비아의 ‘까로 이 꾸에르보 연구소(Instituto Caro y Cuervo)’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하베리아나 대학교(Pontificia Universidad Javeriana)’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배재대학교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남미 문학과 문화를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백년의 고독,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승화된 라틴아메리카의 역사』, 『단계별로 배우는 스페인어 독해』, 『라틴아메리카 문화의 즐거움』(공저), 『라틴아메리카의 생태 위기와 부엔비비르』(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준 고양이』, 『축구, 그 빛과 그림자』, 『포옹의 책』, 『꼬마 구스따보의 바보 일기』, 『메소아메리카 전통의 꼬스모비시온』 시리즈(공역) 등이 있다. 또한 「뒤틀린 세상에 대한 기억과 비판적 전망」 등, 라틴아메리카의 폭력과 생태 문제를 다룬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들어가며: 폭력의 시대를 살아온 문학

제1장 라틴아메리카 독재자 소설과 폭력의 문학적 재현

『대통령 각하』와 『족장의 가을』을 중심으로

제2장 군부 독재 시대에 대한 집단적 기억과 증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을 중심으로

제3장 폭력의 역사와 문학적 기억

『백년의 고독』 속 바나나 농장 파업을 중심으로

제4장 침묵을 넘어선 기록, 독재 정권에 맞선 내면의 목소리

아리엘 도르프만의 작품을 중심으로

제5장 사실과 허구의 조화를 통한 시대의 증언

로돌포 왈쉬의 작품을 중심으로

제6장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와 인디헤니스모

페루 혁명의 사상적 토대

참고문헌

책 속에서

이 책은 각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탐구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억압적 사회 구조와 싸웠는지, 그들이 문학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메시지가 어떻게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여섯 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문학적 접근과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된 목표는 바로 억압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사회적 불평등과 폭력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는 일이었다. 또한 그들의 문학은 저항의 힘을 믿고, 문학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의식적인 실천이었다.

⏤들어가며: 폭력의 시대를 살아온 문학, 5-6쪽

『대통령 각하』는 라틴아메리카 독재 체제를 리얼리즘적이며 동시에 환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품의 중심은 독재자가 아니라 독재 체제이다. 비록 작품 전체에 드리워진 대통령 각하의 그림자를 진하게 느끼더라도 실제로는 등장 횟수가 매우 적다. 대통령 각하는 단지 6번(V-VI, XIV, XIX, XXXV, XXXVII장에서) 등장할 뿐인데, 마치 사탄이 지옥의 모든 활동을 지배하고 실제 독재자가 국가의 모든 활동을 지배하는 것처럼, 모든 장에서 동기화 작용을 하고 있다. 아스뚜리아스가 창조한 체제 안에서 독재자의 직접적 참여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독재자가 지닌 초자연적 신비스러움으로 인해, 작품 속에 창조된 체제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제1장 라틴아메리카 독재자 소설과 폭력의 문학적 재현, 19쪽

『대통령 각하』가 독재자 개인보다는 독재 체제의 구조적 모순을 부각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족장의 가을』은 절대 권력의 추구가 어떻게 인간의 내면을 파괴하고 결국 고독으로 귀결되는지를 탐구한다. 그는 독재자의 심리를 파헤치면서 절대 권력에 대한 집착이 인간 소외와 비인간화의 과정과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시에 사회적 차원에서는 권력과 폭력의 연관성을 조명하며, 공포와 탄압, 혼란을 통해 유지된 권력 구조를 드러낸다.

⏤제1장 라틴아메리카 독재자 소설과 폭력의 문학적 재현, 34쪽

공포의 문화는 국민에게 이기주의와 거짓말을 가르친다. 이 점이 독재가 저지른 또 하나의 범죄다. 정부는 국민이 결속하지 못하도록 조종하고 통제한다.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는 남을 경계해야 한다. 내 생각을 말한다면 상대방이 나를 파멸시킬지도 모르기 때문에 내 생각을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 된다. 이웃은 경쟁자이자 적이다. 학생들은 친구를 고발하고 아이들은 선생님을 고발하도록 요구받는다.

⏤제2장 군부 독재 시대에 대한 집단적 기억과 증언, 52쪽

『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은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사회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비판적 자세를 일관되게 제시하는 작품이다. 이는 하나의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의 집단의식을 대변하며, 부조리한 체제를 정의와 합리성이 살아 있는 체제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강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그는 ‘낮’과 ‘밤’이 공존하는 세상처럼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진 사회를 꿈꾼다. 한 시대의 권위적 구조와 부조리의 원인을 성찰하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갈레아노는 진정한 역사의식을 보여준다.

⏤제2장 군부 독재 시대에 대한 집단적 기억과 증언, 62쪽

그는 문학 속에서 실제 현실을 재창조하는 마치 연금술사와 같은 역할을 했다. 신화, 전설, 미신, 마술의 도움 없이 설명할 수 없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문학적 현실로 표현함으로써, 전 세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했다. 이러한 문학적 성취를 통해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한때 소설이 쇠퇴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존재했던 시기에, 소설의 생명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입증한 작가가 되었다. 『백년의 고독』은 마술적 사실주의 기법을 활용하여 라틴아메리카의 변화무쌍한 현실을 시적으로 형상화했고, 이를 통해 세계문학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제 누구도 이 작품이 문학의 흐름을 바꿨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제3장 폭력의 역사와 문학적 기억, 66-67쪽

20세기 초 콜롬비아의 경제 구조는 봉건주의와 자본주의가 뒤섞인 과도기적 상태였다. 봉건적 농업 경제가 점차 자본주의적 산업 경제로 이전되는 가운데, 외국 자본의 유입이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했다. 미국 연합청과회사는 이러한 변화의 핵심적 요소였으며, 콜롬비아 북부 산따 마르따 지역에서 철도, 용수, 토지를 독점하며 지역 경제를 장악했다. 가르시아 마르께스는 『백년의 고독』에서 이러한 경제적 현실을 마꼰도의 바나나 회사와 노동자들의 갈등을 통해 문학적으로 재현했다.

⏤제3장 폭력의 역사와 문학적 기억, 86-87쪽

아리엘 도르프만의 작품 세계는 칠레의 아옌데 혁명과 삐노체뜨에 대한 반혁명이 기저를 이루고 있다. 아옌데 정부에서 문화보좌관을 지낸 그는 모네다 대통령 궁에서 아옌데 대통령과 최후를 같이 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누군가 살아남아서 사건의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동료의 배려 때문에 목숨을 구한 것이었다. 그는 이 말을 마치 종교적 신념처럼 명심하며 평생 칠레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쿠데타의 악몽에 시달리는 기억을 다루고 있으며, 주로 독재 정치가 개인과 사회에 입힌 상처가 얼마나 깊고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제4장 침묵을 넘어선 기록, 독재 정권에 맞선 내면의 목소리, 101쪽

그의 모든 작품은 역사적 책임의 문제를 탐구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희망을 이야기한다. 도르프만의 문학은 독재와 억압을 폭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처를 입은 자들의 회복을 모색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그러므로 그의 희망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다. 그것은 죽은 자들과의 약속이며,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서사적 다리이다. 도르프만의 문학은 망각에 맞서 싸우며, 기억을 붙잡고 그 속에서 빛을 길어 올리는 끊임없는 투쟁이다. 결국 그의 문학 속 희망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역사가 반드시 도달해야 할 궁극적 목표이다.

⏤제4장 침묵을 넘어선 기록, 독재 정권에 맞선 내면의 목소리, 136쪽

왈쉬의 문학은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억압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포착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의 글은 독자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직면하게 하며, 그 속에서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길을 제시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작품은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시대와 인간을 향한 강렬한 증언이자 저항의 몸짓이었다.

⏤제5장 사실과 허구의 조화를 통한 시대의 증언, 143쪽

왈쉬는 형식적인 면에서 자료 수집의 과학적 방법과 미학적 텍스트 구성이라는 중립성을 유지한다. 그럼으로써 공식 언술과 차별화하면서 기록적 사실을 미학적으로 승화하는 서사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왈쉬의 작품은 사실과 허구의 복합 양식이며, 구체적 요소를 통해 보편적 당위성을 강조하는 구체적 보편성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5장 사실과 허구의 조화를 통한 시대의 증언, 175쪽

마리아떼기는 페루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고, 인디오 문제를 중심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페루 현실 진단을 위한 일곱 편의 에세이(Siete ensayos de interpretación de la realidad peruana)』(1928)을 집필했다. (……) 『페루 현실 진단을 위한 일곱 편의 에세이』에서 그는 사회주의적 시각에서 토지 문제를 분석하며, 토지 개혁을 포함한 경제 구조 변혁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마리아떼기는 단순한 법적 개혁이나 행정적 조치로는 인디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페루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저서는 단순한 분석서가 아니라, 페루의 새로운 사회・경제 체계를 구상하는 혁신적 제안서였다.

⏤제6장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와 인디헤니스모, 181-182쪽

마리아떼기의 사회주의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원주민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론이었다. 그는 잉카 시대부터 이어져 온 집단 공동체 구조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협동과 단결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가 페루 사회주의 실현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 (……) 마리아떼기는 원주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 구조 개혁과 토지 개혁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사회주의 혁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원주민들이 국가의 한 부분으로 복귀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통합되어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인디헤니스모 운동이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제6장 호세 까를로스 마리아떼기와 인디헤니스모, 203-204쪽



이 책은 각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탐구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억압적 사회 구조와 싸웠는지, 그들이 문학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메시지가 어떻게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 여섯 명의 작가는 각기 다른 문학적 접근과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된 목표는 바로 억압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사회적 불평등과 폭력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는 일이었다. 또한 그들의 문학은 저항의 힘을 믿고, 문학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의식적인 실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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