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철과 이승준이 공동 저술한 『기후 협치』라는 책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현재의 기후위기가 심각한 문제임을 지적하며, 기존의 위계적인 통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죠. 대신, 저자들은 시민과 다중이 주도하는 '아래로부터의 기후 협치'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이는 탈성장 사회로의 전환과 생태민주주의를 지향합니다. 특히 브뤼노 라투르, 펠릭스 가타리,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 도나 해러웨이와 같은 사상가들의 이론을 통해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존재까지 아우르는 '공생적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파리의 15분 도시나 고베생협 사례 등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협치가 실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협치 사례를 둘러싼 논쟁 속에서 기획되었죠(2019-2020년). 저자들은 협치가 노동/사회 운동 세력을 자본에 포섭하는 전략이라는 비판에 공감하면서도, 협치의 잠재력을 단순히 거부하기보다는 아래로부터의 협치, 소수자들의 협치, 다중의 협치로 재구성할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주의 운동 세력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민관 협치에 참여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들에게 "미래 투쟁의 기획, 생태민주주의를 향한 열정을 끊임없이 불어넣고, 급진적인 삶의 방식 등을 제안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았습니다. 근본주의적 비타협 노선과 현실주의적 정부 협력 노선 사이에서 협치를 새롭게 사유할 대안적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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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교수의 저서 『손기정 평전』은, 손기정 선수의 생애와 그를 둘러싼 시대적 배경을 포괄적으로 다룹니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조선인 마라토너로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경험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죠. 특히 당시 일본과 조선의 상이한 반응, 일장기 말소 사건, 그리고 해방 후 한국에서 그가 다시 영웅으로 재조명되는 과정을 조명합니다.

또한, 개인적인 고난과 민족적 정체성 사이에서 고뇌했던 손기정의 삶, 그리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성화 봉송 최종 주자로서의 상징적 의미까지 폭넓게 설명합니다.

이번 [손기정 선수의 영광 뒤 숨겨진 일장기 말소 사건과 언론 탄압] 북토크에서는, 특히 90년 전 오늘 8월 25일에 있었던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 사건에 특히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https://youtu.be/oD27_RD6pcs

평전의 핵심 질문: "누가, 무엇이 '영웅'을 만드는가?"

이 책은 손기정의 생애를 통해 "제국 일본에서 스포츠 영웅의 의미를 묻고, 이를 통해서 일본과 조선반도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근현대사를 그리려 한다."는 지은이의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손기정은 가난한 식민지 조선 청년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영웅이 되었지만, 그의 영광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시대의 흐름과 국가 및 민족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었죠.

이 책은 독자에게 "무엇이, 누구를 ‘영웅’으로 만들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손기정의 삶을 통해 "영웅은 고뇌와 더불어 존재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의 삶은 스포츠가 단순한 경쟁을 넘어 민족, 국가, 정치, 사회적 상황과 어떻게 얽혀 복합적인 의미를 획득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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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우주리뷰상] 1천만 원 고료 국내 최고의 ‘서평 대잔치’

서울리뷰오브북스, 알라딘이 주최하고 아모레퍼시픽재단에서 후원하는 제2회 우주리뷰상 공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 제2회 우주리뷰상 응모 요강 바로 가기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89265&start=searchEv




전 우주에서 책을 사랑하고 리뷰를 즐겨 쓰시는 모든 분들의 참여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2회 우주리뷰상 리뷰 대상 도서 몇 권을 소개합니다. 알라딘에서 선정한 21세기 첫 1/4세기 최고의 책에 해당하는 만큼, 이 대상 도서는 모두 800여 권이 넘습니다. 그중에 《서울리뷰오브북스》에서 리뷰로 다뤘거나,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위원이 추천한 책은 약 50여 권이에요. 전체를 다 다룰 수는 없지만, 그 몇십 권의 면면을 소개합니다.

☞ 우주리뷰상에 응모하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서울리뷰오브북스》 잡지를 구독하거나 제1회 우주리뷰상 수상작품집 『책 하나의 사건』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다섯 번째 글은 <서울리뷰오브북스> 15호에 실린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김성수, 박상은, 이정일, 전치형, 조용환 지음, 진실의힘)의 홍성욱의 리뷰입니다.

“2014년 4월 16일은 절망스러운 날이다. 꽃 같은 생명들이 허무하게 진 것도 절망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는 절망도 그만큼 컸다. 그렇지만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그 절망의 끝에 아주 작은 희망도 있었다.”

홍성욱은 「조각조각 꿰매진 ‘그날’의 슬픈 진실」을 통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출간된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을 들여다보며, 2014년 4월 16일 이전 구조적인 취약성이 누적되는 세월호 참사의 전사(前史)에 주목한다. 또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원인과 더불어 가장 큰 의문 중 하나였던 구조 실패가 선원 및 해경의 무능·무책임에서 비롯된 과정을 추적합니다.



현재 이 글은 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 <서울리뷰오브북스> 채널에서 유료로 구독하여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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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알라딘 ‘최고의 책’ 사이트에서 어떤 분이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을 추천했는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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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정기구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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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기억해 두세요. 제2회 우주리뷰상 응모 마감일은 10월 10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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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풍부한 1차 자료를 바탕으로, 제국 일본의 스포츠 정책과 식민지 조선인의 갈등을 세밀하게 추적한다. 단순한 전기적 서술이 아닌, 제국과 민족, 영광과 고통, 스포츠와 정치 사이의 틈에서 손기정이 짊어졌던 무게를 조명한다. 따라서 이 책은 오늘날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손기정의 모습과는 다소 다른 각도에서 그의 삶을 조명한다. 일본 쪽의 여러 자료들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다소 모호하게 알려진 사실까지 검증하며 손기정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 1936년 8월 9일 마라톤 금메달의 영광

1936년 8월 25일 일장기 말소 사건의 고통

『손기정 평전』은 ‘영웅’의 두 얼굴을 그린다. 손기정은 제국 일본의 ‘대표 선수’와 식민지 조선의 ‘민족적 자부심’ 사이에서 갈등을 겪어야 했다. 이 갈등은 8월 25일에 일어난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극대화된다. 《동아일보》의 이길용 기자가 사진을 조작했고, 그 파장은 《동아일보》가 정간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당시 손기정은 베를린에서 일본으로 오는 배에 승선하고 있었다. 일본에 도착한 후 손기정은 정치적 감시와 고난을 겪어야 했다. 단적으로, 손기정은 베를린 올림픽 이후 마라톤(운동)을 포기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와세다 대학에 입학하는 조건이, 다시는 마라톤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라톤을 제패한 스포츠 영웅이었지만, ‘일본 제국의 조선인 금메달리스트’라는 시대적 모순에서 온 내적 갈등으로 인해, 단 한 번의 영광과 이후 이어지는 고난의 나날을 겪어야 했다.

해방 이후 손기정은 민족의 ‘영웅’으로서의 삶을 보내며, 보스턴 마라톤 등에 코치로 참가하는 등 한국 체육계를 이끄는 인물로 활약했다. 이후로도 친일 발언, 국적 회복 사건,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 활동 등을 통해, 스포츠의 정치화의 현장 한복판에 선다.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은 젊은 시절 손기정의 삶을 옥죄었던 스포츠의 정치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이는 손기정이 한국전쟁 직전에 열린 보스톤 마라톤에 다녀와서 내뱉은 “선수들을 정치 도구화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옮긴이의 말)



영웅으로서 손기정의 삶은 제국 일본 지배하의 조선 민족의 금메달리스트였다는 사실과 일장기 말소 사건이 늘 교차하면서 빛과 그림자를 드리운다.

손기정은 지금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해 있다. 금메달리스트라고는 하지만 그는 어떤 이유로 국가를 위해 순국한 이들과 함께 국립묘지에 잠들어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손기정의 생애사(life-history)를 통해 제국 일본에서 스포츠 영웅의 의미를 묻고, 이를 통해서 일본과 조선반도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근현대사를 그리려 한다.

⏤들어가며: 11쪽

이 책을 관통하는 것은 젊은 시절 손기정의 삶을 옥죄었던 스포츠의 정치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이는 손기정이 한국전쟁 직전에 열린 보스턴 마라톤에 다녀와서 내뱉은 “선수들을 정치 도구화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옮긴이의 말>, 239쪽

올림픽 경기장의 시상대에 선 손기정. 게양대에 일본 국기가 가장 높이 올라가고 ‘기미가요’가 흘러나온다. 그때 손기정의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의 의미는 오직 그 자신만이 알고 있었으리라. 감격의 눈물인지, 고충의 눈물인지, 아니면 미움과 울분에 사로잡힌 눈물인지. 큰 환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마라톤 우승자를 맞이하는 경기장 관중들에게 그 모습은 어떻게 비쳤던 것일까. 히틀러는 손기정의 우승을 축하했다. 그는 위대한 운동선수이자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축하를 받은 손기정의 히틀러에 대한 인상 역시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서장 제국 일본과 조선 민족의 영웅, 19쪽

8월 25일 자 《동아일보》 석간에 실린 손기정의 사진은 가슴팍에 달린 국기가 가공, 수정됨으로써 히노마루가 보이지 않도록 지워져 있었다. 운동부 기자 이길용을 중심으로 한 여러 명(8명이 구속되었다)의 《동아일보》 관계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이는 영웅 손기정의 우승을 제국 일본으로부터 조선 민족에게 되돌리려 한 것이었다. 이 행위는 식민 지배에 대한 저항을 표현함으로써 제국 일본의 ‘영웅’을 조선 민족의 ‘영웅’으로 되찾아 나가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당시 손기정에게 힘든 상황을 가져왔다.

그 결과 손기정은 제국 일본 내에서 조선총독부를 중심으로 하는 식민 권력의 경계 대상이 되어, 특고(特高) 경찰에 의해 늘 감시당하는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서장 제국 일본과 조선 민족의 영웅, 27-28쪽

손기정은 결승선을 통과한 후 20미터 정도를 그대로의 기세로 달려가 담요에 싸인 채로 엉덩방아를 찧듯이 넘어졌다. 곧바로 일어나 가볍게 달리기 시작하자 손기정보다 2분 정도 뒤처져서 달리고 있던 영국의 하퍼가 도착했고, 그 70-80미터 뒤에는 남승룡이 보였다. 남승룡은 후반부에 차례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경기장에서 마지막 스퍼트를 내고 있었다. 남승룡은 2위와는 19초 차이로 3위로 골인했다.

손기정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제국 일본의 올림픽 마라톤 우승은 가나쿠리 시소가 처음으로 마라톤에 도전한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이후 일본 육상계의 염원이었다. 24년의 세월이 흐른 뒤 조선 출신의 한 청년이 그 꿈을 실현한 것이다.

손기정이 결승 테이프를 끊었을 때 그것은 손기정은 물론, 제국 일본에게도, 또 조선 민족에게도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음이 틀림없다.

⏤제2장 베를린 올림픽의 영광: 1932-1936년, 102쪽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1936년 8월 9일부터 보름 정도 지난 25일, 《동아일보》 석간에는 시상대에 선 손기정의 사진이 실린다. 그런데 가슴에 있어야 할 일장기의 히노마루가 흐릿해 일장기임을 알아볼 수 없도록 게재되었다. 사진에 찍힌 일장기가 지워져 있었던 것이다. 같은 날 조간에도 손기정, 남승룡, 하퍼 세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이 실렸는데, 거기에는 손기정과 남승룡의 가슴에 일장기의 히노마루가 선명하게 드러났었다. 석간의 사진에서 일장기가 지워진 것은 의도적인 것임이 분명했다.

이 일장기 말소를 주도한 사람은 이길용으로, 당시 동아일보의 스포츠 기자였다.

⏤제3장 일장기 말소 사건의 충격: 1936년 8월, 120-121쪽

해외에서 생활하는 동포들의 모습,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태극기, 이러한 것들과의 만남과 경험은 손기정에게 영향을 끼쳤다.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는 해외에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손기정도 마라톤 우승 후 각종 환영회 등에서 사인을 요청받으면 거기에 한글로 ‘손기정’이라고 쓰고 출신 국명은 영어로 ‘KOREA’라고 적었다.

⏤제3장 일장기 말소 사건의 충격: 1936년 8월, 136쪽

손기정은 어딜 가든지 경찰 등으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었다. 나가사키부터 시작해서 고베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한 도쿄에 이르기까지 올림픽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선수들을 환영하는 사람들로 넘쳐났지만, 손기정의 기분은 우울했다.

이때의 일을 손기정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무서워졌다. 어떻게든 빨리 도망가고 싶을 뿐이었다”고 말한다. 손기정은 이러한 감시의 스트레스에 극도로 지쳐 있었다. 올림픽 선수단은 도쿄에 체류하게 되었다. 손기정이 도쿄의 마루노우치 호텔에 머무는 동안 양정고보의 담임 황욱이 마중을 나와 주었다. 마침 남승룡의 은인이기도 한 스즈키 다케시가 축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손기정을 만나러 와 있었다. 손기정의 심정을 들은 스즈키는 주변에 있던 경찰을 꾸짖고서는 쫓아냈다고 한다.

⏤제4장 제국 일본에 휘둘리다: 1936~1945년, 146-147쪽

손기정은 정말 달리기를 그만둔 것일까? 메이지 대학에 진학한 뒤 일단 달리기를 그만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5월에 발행된 《조광》에는 「다음 세계 올림픽 제패를 기(期)하는 마라톤왕 손기정 군의 심경」이라는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다. 그 기사에서 손기정은 “한동안 운동을 안 하고 보니 도리어 인간적으로 점점 보잘것이 없는 것 같아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라면서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또한 “소화 15년에 동경서 열리는 제12회 세계 올림픽 대회에 다시 출장하시겠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마음에 별 변화가 없는 한 출장하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손기정은 다음 올림픽도 겨낭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불안도 있었다. 손기정은 메이지 대학에 진학한 후 다시 학비와 생활비 문제로 고민하는 중이었다. 그것이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데 족쇄가 되었다. 이 무렵 손기정은 경성 적선동에 있는 성재육영회로부터 매달 45원의 장학금을 받았지만, 그 금액으로는 대학 수업료만 가까스로 납부할 수 있을 정도여서 생활은 궁핍했다고 한다.

⏤제4장 제국 일본에 휘둘리다: 1936~1945년, 156-157쪽

이제 손기정은 조선의 스포츠계 전체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권태하, 정상희 등의 선배들을 이어 조선 스포츠계를 이끄는 입장에서 경기에 관한 코멘트를 요구받았던 것이다. 경기를 떠난 지 오래되면서 그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손기정은 유복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도시화된 경성의 은행에서 근무하며 많은 지식인 및 저명인사와 친분을 맺고 조선 스포츠계에서 지도적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제4장 제국 일본에 휘둘리다: 1936~1945년, 168쪽

또한 김구는 두 선수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오늘까지 세계를 제패한 손기정 때문에 세 번 울었다. 10년 전 베를린에서 망국민의 한 청년으로서 세계 열강의 젊은이들과 사투를 벌여 우승했으나, 조선 사람이면서도 조선 사람 행세를 못해 신문지상에서 그대들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보면서 나는 울었고, 태평양전쟁이 일어났을 때 중국의 중경에서는 조선 청년 손기정이 일본군에 자원, 필리핀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불쌍해서 울었다. 그리고 오늘 죽었다던 손 군을 광복한 조국 땅에서 다시 보니 감격해서 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김구의 이 기념사는 ‘세 번의 눈물’로 불리며 손기정에게 보낸 말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두 번째 눈물은 민족의 영웅이 제국 일본의 병사로 지원해 전사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다른 데에서는 들을 수 없으므로 충칭(重慶)에서 퍼진 소문이 아닐까 짐작된다.

⏤제5장 해방 후의 세계에서: 과거의 영광과 굴욕, 190-191쪽

1981년 9월 바덴바덴에서의 감동은 지금도 누를 길 없다. 내 평생에 그렇게 즐거운 날은 없었던 것 같다. (『나의 조국, 나의 마라톤: 손기정 자서전』)

손기정은 한국의 위상을 건 올림픽 유치 활동에 참여했고, 유치가 결정되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올림픽 개최 결정의 환희, 그리고 모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손기정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제5장 해방 후의 세계에서: 과거의 영광과 굴욕, 215쪽

1988년 9월 17일, 한국을 상징하는 서울 올림픽이 개막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올림픽이었다. 개회식에서 올림픽 성화가 잠실 올림픽 경기장 성화대로 옮겨졌다. 팡파르와 함께 성화를 든 주자가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바로 손기정이라는 노년의 주자였다.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은 기쁨에 찬 모습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트랙을 달렸다. 10초 남짓의 달리기였다. 세계인 앞에서 제국 일본·조선 민족의 영웅은 시간이 흘러 열린 서울 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 한국의 차세대 젊은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성화를 이어주었다.

⏤제5장 해방 후의 세계에서: 과거의 영광과 굴욕,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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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생태철학자 신승철 소장의 유작이자, 독립연구자 이승준과의 공저입니다.

신승철 소장은 생전에 생태적지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탈성장과 생태민주주의를 위한 연구와 실천을 이어갔고, 이 책은 그의 마지막 문제의식이 응집된 작업입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 그 대안은 바로 ‘아래로부터의 협치’, ‘공생적 협치’, 그리고 ‘탈성장’입니다.


📌 책이 던지는 질문

  • 탈성장은 왜 기후위기의 해법인가?

  • 기후 협치는 기존 거버넌스와 어떻게 다른가?

  • 생태민주주의는 어떻게 실현 가능한가?

  • 국가와 대의제의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책은 이러한 물음을 통해 ‘기후 협치’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합니다.

이는 단순한 이론이 아닌, 우리 모두가 당면한 생존의 문제이며, 실천을 통해 전환 가능한 현실입니다.

『기후 협치』는 단순한 생태학 서적이 아닙니다.

“협치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답을 찾아가는 시민의 철학 실천서입니다.

이 책은 생태적 사고와 행동의 판을 바꾸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사유와 구체적 실천의 지침을 제공합니다.

본문 속으로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에서 협치의 의제 설정과 결정권, 주도권을 시민과 다중에게 부여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그것을 제도적으로 보완・지원할 수 있다면, 협치를 정부와 관료들이 주도(우리는 그것을 ‘관치’로 이해한다)할 때 발생하는 탁상공론, 뻔한 결정, 성장 중심의 방향성, 인간중심주의, 전시 행정 등의 문제를 극복하는 실질적 생태 회복의 효과를 낳을 것이다. ⏤ 들어가는 글, 8-9쪽

기후위기는 그저 우리에게 앞으로 임박한 미래로서만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실질적이고 긴급한 사태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 2020년대의 시간은 지구 생태계와 전 인류 그리고 미래의 생명 모두의 생사가 걸린 결정적인 시기이다. 지구 생태계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 요소 중 일부에서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거나 임계점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가 확인된다.

⏤ 1장 탈성장 사회와 구성적 협치, 25쪽

탈성장론은 지구 생태계 곳곳에서 위기를 증폭시키는 산업 생산 시스템, 토지·삼림·해양에 대한 개발주의적 접근, 이윤 중심의 팽창적 자본주의를 중단하고 지구에 사는 모두를 풍요롭게 하면서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다른 형태의 삶과 경제를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즉 탈성장론은 “행복을 삶과 사회의 목적으로 삼음을 옹호”하며, “모두를 위한 좋은 삶을 건축하려는 움직임을 촉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1장 탈성장 사회와 구성적 협치, 34쪽

왜 탈성장은 민주주의, 그것도 기존의 민주주의와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절대민주주의의 근거를 형성하는 것일까? 우리가 생각하기에 탈성장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터져 나오는 무수한 형태의 민주주의적 요구 및 형태들과 연결되어 있는데, 그것은 분석적으로는 다음 세 가지 형태 즉 ‘아래로부터의 절대민주주의 운동, 자율적이고 전 지구적인 민주주의의 요구, 사물민주주의와 생명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의 출현’으로 근거지을 수 있다.

―1장 탈성장 사회와 구성적 협치, 45쪽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존재 이유라고 말하지만 정작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전혀 지키고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바로 그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는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들, 사람들이 가진 욕망과 이해관계를 대의하겠다고 나서지만 정작 기득권들(자본가들과 정치적·문화적 엘리트들)의 이권을 지키는 데 모든 힘을 집중하는 대의정당들 및 그 기관들……. 우리는 바로 이러한 역설들 속에서 기후재난이라는 눈앞에 다가온 위기 상황을 이해하고 그것을 돌파할 힘을 직접적이고 참여적인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다중들 및 분자적 존재들의 아래로부터의 협동력에서 찾고자 한다.

―2장 협치의 기본 구도, 77쪽

우리는 결국 하늘 위에서 아래를 굽어보던 그 시선을 끌어내리고 다시 땅으로 귀환해 그 땅의 존재들과 마주 보거나 나란히 살을 맞대면서 우리가 위치한 그러한 공생적 구성체로서의 현실을 응시해야 한다. 우리는 초월적 시선 하에서 사물과 생명을 분류하고 구분 지으며 그것을 총괄 지배하는 초월자가 아니라 벌레, 풀, 플라스틱 물병, 마스크, 전자기기를 몸에 붙이고 다니면서 땅에 몸(발)을 붙이고 그 땅과 함께 매 순간 우리를 새롭게 조성하는 공생자이다.

―3장 구성적 협치의 사상가들, 136쪽

제도(institution)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것이 떠오르나? 법 제도, 행정 제도, 사법 제도, 형벌 제도 등 등골이 오싹할 만한 단어들이 줄줄 나온다. 이처럼 제도라는 개념은 딱딱하게 정체화되고 있고 규범화된 것으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펠릭스 가타리는 ‘제도=관계망’이라고 말한다.

―3장 구성적 협치의 사상가들, 146쪽

해러웨이는 우리가 현재의 위기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트러블을 겪는 위태로운 존재들과 함께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낼 ‘이야기 만들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녀가 자신의 철학적 저서들에서 서슴없이 여러 SF를 만들어낼 때, 그것은 같은 말 속에서 여러 의미를 변주시키는 예술 실천이다.

―3장 구성적 협치의 사상가들, 215쪽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는 기후위기와 제3세계 기아와 빈곤, 여성 인권, 성평등 등을 망라하는 명실공히 가장 큰 국제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한 번영’이라는 기치 아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는 선에서 최소한의 탄소 배출을 용인하는 방식으로 개발 원조를 통한 제3세계 모델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제1세계의 목표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4장 거버넌스의 사례들, 225쪽

당연하게도 민주적 역량은 민주적인 인식과 태도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낼 때 길러지는 것이며, 그러한 사람들은 다양한 형태의 소수자들과 연대하면서도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그 누구와도 수평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이러한 존재들을 만들어내는 일이 오늘날 시급하다.

―5장 기후재난에서의 자원 관리의 협치,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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