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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마르티 지음|조갑동·신정환 옮김|304쪽|18,000원|신국판(152×225)

2024년 8월 15일|ISBN 979-11-89333-83-6 93900 부엔비비르 총서 05

쿠바의 국민적 영웅 호세 마르티의 『황금시대』 국내 첫 번역

『황금시대』는 인간의 가장 고귀한 열망을 전달하며,

문학이 도덕적이고 시민적인 교육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소설가/노벨상 수상 작가)

『황금시대』는 어린이 문학이 얼마나 깊이 있고 교육적일 수 있으며,

동시에 하나의 문학적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다.

― 미겔 데 우나무노(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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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모데르니스모의 창시자이자,

쿠바의 국민 영웅 호세 마르티의 대표작 국내 첫 번역

 

황금시대는 쿠바의 호세 마르티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월간지였다. 황금시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적인 언어로 어린이들에게 얘기를 들려주면서 한 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참신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의미를 유지하고 있다. 첫 잡지는 18897월에 빛을 보았다. 그 당시 마르티는 스페인 식민주의에 맞선 쿠바 독립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뉴욕에 있었다. 그 전쟁에서 마르티는 목숨을 잃게 된다. 무거운 책임감 속에서도 초인적 노력을 기울이던 마르티는 이 잡지를 네 번이나 출간했다. 잡지는 32쪽으로 이뤄졌고 예쁜 판화와 삽화를 가지고 있었다. 잡지에 실린 글은 마르티의 휴머니즘과 이상주의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단편소설, 에세이, 그리고 시들이었다. 거기서 다뤄지는 방대한 주제와, 시대를 초월해 보편성을 띤 휴머니즘 가치가 우리에게 전해진다. 황금시대는 어린 독자들에게 지식과 사랑과 정의를 추구하도록 이끌어준다. 네 번 출간된 잡지는 같은 이름을 가진 한 권의 책으로 엮이면서 수도 없이 출판되었고 쿠바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고전이 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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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라틴아메리카 모데르니스모의 창시자이자,

쿠바의 국민 영웅 호세 마르티의 대표작 국내 첫 번역

 

황금시대는 쿠바의 호세 마르티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월간지였다. 황금시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보편적인 언어로 어린이들에게 얘기를 들려주면서 한 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참신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의미를 유지하고 있다. 첫 잡지는 18897월에 빛을 보았다. 그 당시 마르티는 스페인 식민주의에 맞선 쿠바 독립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뉴욕에 있었다. 그 전쟁에서 마르티는 목숨을 잃게 된다. 무거운 책임감 속에서도 초인적 노력을 기울이던 마르티는 이 잡지를 네 번이나 출간했다. 잡지는 32쪽으로 이뤄졌고 예쁜 판화와 삽화를 가지고 있었다. 잡지에 실린 글은 마르티의 휴머니즘과 이상주의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단편소설, 에세이, 그리고 시들이었다. 거기서 다뤄지는 방대한 주제와, 시대를 초월해 보편성을 띤 휴머니즘 가치가 우리에게 전해진다. 황금시대는 어린 독자들에게 지식과 사랑과 정의를 추구하도록 이끌어준다. 네 번 출간된 잡지는 같은 이름을 가진 한 권의 책으로 엮이면서 수도 없이 출판되었고 쿠바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고전이 되기에 이르렀다.

 

호세 마르티(1853~1895)는 쿠바의 정치가, 외교관, 시인, 수필가, 언론인, 철학자이며 쿠바혁명당의 창립자이자 독립 전쟁의 조직자였다. 그는 쿠바의 국민 영웅인 동시에, 라틴아메리카 모데르니스모(문학적 모더니즘)의 창시자로 여겨져 왔다. 호세 마르티의 자유와 독립을 향한 신념, 문화와 역사를 자각하는 정신을 담은 대표 저작인 황금시대는 수많은 국가와 수많은 언어로 출판되었고 지금도 라틴아메리카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고전이 되어 있다.

 

이 책은 원래 18897월부터 10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발간된 월간지의 내용을 함께 묶은 것이다.(황금시대4개월 동안 간행된 월간지 4권을 말하기도 하며, 이를 한데 묶은 단행본을 말하기도 한다.)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세상에 있다가 사라진 간행물이지만, 이를 한데 엮어 호세 마르티의 정신세계와 역사의식, 문학적 향연을 압축하여 보여주는 책으로 100여 년이 넘는 동안 전 세계의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황금시대는 중남미 최초의 아동문학 작품이라고 간주되기도 한다. 그의 관심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바로 세상의 균형을 잡아줄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소박한 사업이었다. 수많은 라틴아메리카의 지식인, 정치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인간의 가장 고귀한 열망을 전달하며, 문학이 도덕적이고 시민적인 교육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어린이 문학이 얼마나 깊이 있고 교육적일 수 있으며, 동시에 하나의 문학적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미겔 데 우나무노)이고, “아이들을 교육하고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쓰였으며, 그 지혜와 인간성으로 빛나는 작품”(피델 카스트로)이다.

 

이렇듯, 황금시대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책은 19세기 후반, 쿠바의 정치적·사회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며, 마르티의 문학적 기량과 사회적 비전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안에서 마르티는, 문학적 형식과 내용에서의 혁신(현실과 환상의 혼합, 쿠바의 현실과 민속을 문학으로 승화)을 이루어냈고, 사회적 비전(쿠바 사회의 모순과 문제 조명, 사회적 개혁과 민족적 자각 촉구)을 담아냈으며, 결국 문학적 성취(풍부한 상징과 상상력, 다양한 문학적 장치를 통한 독자의 감정과 사고를 자극)를 얻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으로써, 이 책은 쿠바와 라틴아메리카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하며, 해당 지역의 문학과 문화적 자산에 큰 기여를 했다. 호세 마르티의 황금시대는 단순한 문학작품을 넘어, 사회적 비전과 문학적 혁신, 문화적 기여를 통해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정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아메리카의 역사는 마치 소설처럼 아름답다.”

호세 마르티의 삶과 문학

 

호세 마르티의 생애는 문학과 정치, 그리고 민족적 자각이 어우러진 복잡한 여정으로, 그의 작품과 사상은 오늘날에도 쿠바와 라틴아메리카의 문화적 자산으로 남아 있다. 그의 비전과 노력은 라틴아메리카 대륙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에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호세 마르티는 마리아노 마르티와 레오노르 페레스 카브레라 사이에서 1853128일 태어났다. 그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학교에 다니는 와중에도 집안일을 열심히 돕는 기특한 소년이었다. 그가 공부하던 아바나 학교의 교장 라파엘 데 멘디베는 시인이자 독립을 주장하던 혁명가였다. 마르티의 사상에 큰 영향을 끼친 멘디베는 평생에 걸쳐 마르티의 정신적 아버지 역할을 한다. 호세 마르티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쿠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혀 간다. 1869년 마르티는 스페인 군대에 입대하는 학교 친구를 비난하는 편지를 썼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징역 6년을 선고받는다. 그때 나이가 열여섯 살. 두 발에 쇠고랑을 차고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자 부모들이 백방으로 석방을 위해 노력한다. 호세 마르티는 1871년 석방되어 스페인 추방을 당한다. 하지만 쇠고랑으로 생긴 발의 상처는 한평생 지니고 살아야 했다. 스페인에 간 마르티는 마드리드와 사라고사 대학에서 법학과 인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를 거쳐 미국, 멕시코, 베네수엘라, 과테말라 등지로 여행하다가 미국 뉴욕에 자리를 잡는다. 멕시코에 체류할 때인 1876년에는 쿠바 카마구에이 출신의 카르멘 사야스 바산과 결혼해 유일한 자식인 호세 프란시스코(1878-1945)를 얻는다. 1차 쿠바 독립전쟁이 끝난 후 1880년 다시 뉴욕에 와서 정착한 마르티는 평생의 집념인 쿠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영혼을 불살라 버릴 뜻을 세웠고 1892년에는 쿠바혁명당(PRC)을 창당한다. 황금시대를 펴낸 것도 뉴욕 시절이었다. 그는 1895년 쿠바로 돌아가 제2차 독립전쟁에 참전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첫 전투였던 도스 리오스에서 말을 타고 선두에서 진격하던 그는 세 발의 총탄을 맞고 쓰러진다. 누가 대신 해줄 것을 기다리는 것은 범죄가 된다고 말했던 마르티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지식인이었다.

호세 마르티는 독립 혁명가로서 쿠바의 국부로 간주되지만 중남미 문학을 빛낸 위대한 시인의 반열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가 니카라과 시인 루벤 다리오와 함께 만들어놓은 시 세계는 모데르니스모라는 새로운 유파다. 모데르니스모는 중남미 최초의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문학 운동이자 전통과의 단절을 꾀한 최초의 미학이다. 모데르니스모는 중남미 고유의 순수 시어를 창조했는데, 이는 우리 아메리카(Nuestra América)’를 주창한 호세 마르티의 정치적 독립 정신과도 연관된다. 마르티는 시뿐만 아니라 편지, 에세이, 기사 등 모든 장르의 글을 썼고, 이스마엘리요(Ismaelillo), 소박한 시(Versos sencillos), 자유시(Versos libres)등 세 권의 대표 시집을 남겼다.

 

 

중남미 최초의 아동문학 작품, 황금시대국내 첫 번역

중남미의 새 역사를 쓴 영웅들의 이야기에서,

파리 만국박람회와 주거로 본 인류의 역사까지

 

황금시대는 중남미 최초의 아동문학 작품이라고 간주되기도 한다. 그의 관심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바로 세상의 균형을 잡아줄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소박한 사업이었다. 마르티는 부당한 일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보고 누가 대신 나서서 해결해 주겠지 하고 미루는 행위는 옳지 않을뿐더러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죄를 짓는 행위가 된다고 강조한다. 정의를 위해서는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잡지 첫 호는 세 사람의 영웅 이야기로 시작한다. 시몬 볼리바르, 이달고, 그리고 산 마르틴, 이 세 사람은 출신은 다르지만 중남미의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 영웅들이다. 마르티는 이어서 고대 그리스 작품이며 세계적인 고전으로 알려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이야기를 들려준다. 비록 먼 나라, 먼 시대의 이야기이지만 사람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지식을 겸비할 때 균형 있는 사고와 분별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2호에서 마르티는 주거 문제를 중심으로 인류 문명의 역사를 돌아본다. 또한 세계적인 음악가, 시인, 화가 들을 중심으로 어린 시절부터 천재적인 능력을 발굴하고 발전시킨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린이 각자가 지닌 능력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3호에서는 18899월의 파리 만국박람회 소식을 다룬다. 그로부터 100년 전인 1789년 프랑스에서는 자유, 평등, 박애를 앞세운 대혁명이 일어나고 이 새로운 물결은 유럽뿐만 아니라 미 대륙까지 울려 퍼진다. 그러나 혁명을 주도한 이들이 나라 경영을 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나라가 혼란과 무질서에서 헤맸고, 그 기회를 틈타 등장한 나폴레옹이 황제로 군림하다가 몰락하는 사태까지 진전된다. 이러한 격동의 역사를 극복하고 열린 파리 만국박람회는 인류의 대잔치가 되었다. 이어서 독자의 관심을 끄는 글은 스페인의 라스 카사스 신부 이야기다. 특히 백인 정복자들에게 희생당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인권을 위한 그의 노력이 두드러진다.

마지막 4호에서는 안남 사람들이 나라를 찾는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데, 안남은 인도를 뜻하고 월남을 뜻하기도 한다. 네 명의 장님이 코끼리를 만져보는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이 글은 불교의 탄생 과정과 그곳 사람들의 풍습, 역사, 연극, 파고다 등을 설명한다.

 

 

저자 소개

 

 

호세 마르티(José Martí, 1853-1895)

 

쿠바 혁명에 큰 영향을 끼쳤던 국가적 영웅이자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중요 인물이다. 그는 시인, 수필가, 저널리스트, 혁명가, 번역가, 교수, 정치이론가였다. 그는 1853128, 쿠바 아바나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1868년 스페인에 맞서는 쿠바의 독립 투쟁인 ‘10년 전쟁이 일어나자, 독립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 동참했다. 1869, 스페인 군대에 입대하는 친구를 비난하는 편지를 썼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6년형을 받고, 이듬해 스페인으로 추방됐다. 1874년 사라고사 대학에서 법학과 인문학 학사 학위를 받은 후, 그해 말 쿠바 귀국을 시도했으나 거부당했다. 1875-1878년 프랑스를 거쳐, 주로 멕시코와 과테말라에 머물면서 쿠바 독립을 위한 활동을 계속했다. 1878‘10년 전쟁이 끝나자 귀국했다. 그러나 반정부 폭동의 주도자로 몰리면서 또다시 스페인으로 추방됐다. 그 후 1881년부터 1895년 쿠바 독립전쟁을 위해 떠날 때까지 주로 뉴욕에서 다양한 장르의 창작을 하고 신문 칼럼을 썼다. 이 시기 주요 시집으로는 이스마엘리요(1882), 자유 시집(1891)이 있고, 대표적인 에세이로는 우리들의 아메리카(1891)가 있다. 1892년 자신이 창당에 관여한 쿠바혁명당 대표로 선출된다. 이때부터 1895년까지 미국 전역을 포함해 아메리카 대륙 곳곳을 누비며 쿠바 독립의 대의를 설파하고 쿠바 독립전쟁을 계획한다. 18951, 뉴욕을 떠나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향한다. 224, ‘쿠바 혁명의 목적과 원칙을 밝히는 <몬테크리스티 선언>을 발표하면서 독립전쟁을 선포한다. 411, 쿠바에 상륙해 현지 혁명군과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독립전쟁을 시작한다. 519, 도스 리오스 전투에서 백마를 타고 스페인군 진영으로 돌격하다가 총에 맞아 전사한다.

 

옮긴이 조갑동

한국외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KBS 국제방송국 스페인어 방송을 하며 이듬해 스페인 방송문화상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스페인에 유학하여 마드리드 국립 저널리즘 대학을 졸업하고 마드리드 대학교 문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에 외교부에 입부하여 주 볼리비아 대사, 주 바르셀로나 총영사, 주 콜롬비아 대사 등을 지낸 다음, 정년 퇴임했다. 이후 한서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제관계학과 과장, 문화언어연수원 원장, 정보산업대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2005년부터 한-쿠바문화친선협회 회장 및 한국 중남미협회 이사로 있다. 번역서로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윤흥길의 장마, 이문열의 그해 겨울, 그리고 삼국유사, 한중록,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등이 있다. 또한 스페인어를 한국어로 번역한 것은, 호세 마르티의 소박한 시, 루벤 다리오의 푸름, 라울 라이스마르티 림 김의 쿠바의 한인들등이 있다.

 

옮긴이 신정환

한국외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교에서 문학박사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장 및 스페인어통번역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스페인·중남미 문학과 문화, 바로크 미학, 생태비평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두 개의 스페인, 라틴아메리카 역사 산책, 라틴아메리카 생태를 읽다, 역사를 살았던 쿠바(이상 공저) 등이, 역서로는 돈키호테 성찰, 7개의 목소리, 달콤한 고통: 알폰시나 스토르니 시선집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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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2024년 여름호(14)의 특집 주제는 믿음주술애니미즘이다우리는 무엇을어떻게 믿는가기성세대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사주팔자와 신점이 인기이고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전화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서도 용한 곳에 접속할 수 있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치인이나 경영인이 주술에 의지한다는 혐의를 받으면 지지율과 주가가 요동친다무당·지관·장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파묘(2024)가 오컬트 장르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동시에, OTT에서는 사이비 종교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많은 이들의 분노와 경악을 자아냈다혹자는 근대로의 이행을 탈주술화’ 과정이라 했지만, 2024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여전히 주술과 함께 살아간다서울리뷰오브북스》 14호에서는 이런 현실을 마주 보며 우리의 불가해한 믿음과 그 믿음의 대상들을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종교학문화인류학과학학역사학자연과학 분야 전문가 6인이 머리를 맞댔다.
   

“이번 호에서는 믿음과 회의, 합리와 비합리 같은 인간 인식의 본질적 문제를
보다 심도 있게 살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 이런 기획이 맹목적인 믿음의 세계를 넘어서는 것과 아울러, 도식적 형태의 근대성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한계도
극복할 수 있는 자그마한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두얼, 「편집실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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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소식


2024 여름호 특집 리뷰: 믿음, 주술, 애니미즘

서울리뷰오브북스 편
한승훈·권석준·오성희·임종태·심재훈·홍성욱
현시원·구정연·강의모·이승철·김지훈·홍제환
박진호·정우현·한성우·박해울 지음

260쪽|신국판 변형(140×225)|무선|15,000원|2024년 6월 15일
ISSN 2765-1053 42|ISBN 979-11-89333-79-9 (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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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왜, 어떻게 믿는가?
특집 리뷰: 믿음, 주술, 애니미즘

박찬경 작가의 〈신도안〉에 담긴 믿음의 공동체,
이마고 문디

고전을 읽는 새로운 시선, 신설 코너
고전의 강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





도서 개요

우리의 불가해한 믿음을 들여다보는 여섯 편의 전문 서평,
‘특집 리뷰’

《서울리뷰오브북스》의 새로운 코너 ‘고전의 강’

『경계를 넘는 공동체』부터 『혁명과 일상』까지,
서점가의 화제작들을 다루는 다채로운 ‘리뷰’

《서울리뷰오브북스》 2024년 여름호(14호)의 특집 주제는 ‘믿음, 주술, 애니미즘’이다. 우리는 무엇을, 왜, 어떻게 믿는가? 기성세대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사주팔자와 신점이 인기이고,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전화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서도 ‘용한 곳’에 접속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치인이나 경영인이 ‘주술’에 의지한다는 혐의를 받으면 지지율과 주가가 요동친다. 무당·지관·장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파묘〉(2024)가 오컬트 장르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동시에, OTT에서는 ‘사이비 종교’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어 세간의 주목을 받고, 많은 이들의 분노와 경악을 자아냈다. 혹자는 근대로의 이행을 ‘탈주술화’ 과정이라 했지만, 2024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여전히 주술과 함께 살아간다. 《서울리뷰오브북스》 14호에서는 이런 현실을 마주 보며 우리의 불가해한 믿음과 그 믿음의 대상들을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종교학, 문화인류학, 과학학, 역사학, 자연과학 분야 전문가 6인이 머리를 맞댔다.
종교학자 한승훈은 이창익의 『미신의 연대기』를 리뷰하며 ‘미신’이란 무엇인지, 인간의 기괴한 믿음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에 답한다. 권석준 편집위원은 과학적 회의주의자 마이클 셔머의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를 통해 패턴 완성이 잘못된 믿음과 광신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무속 현장을 연구하고 있는 오성희는 두 여성 학자의 인류학적 무속 연구의 결과물인 『무당, 여성, 신령들』과 『한국 무교의 문화인류학』을 읽으며 한국 무속과 여성들 삶의 내면을 파악해 본다. 임종태(서울대 과학학과)는 지난 2월 작고한 ‘풍수 학인’ 고 최창조(1950-2024) 선생의 『한국의 풍수사상』을 다시 읽으며, 풍수라는 ‘전근대적’ 술수(術數)를 ‘현대적’ 학문으로 정립하고자 한 그의 여정을 좇는다. 심재훈(단국대 사학과)은 인신 공양과 식인 풍습이 만연했던 상나라의 흥망성쇠를 다룬 『상나라 정벌』을 비판적으로 독해한다. 홍성욱(본지 편집위원, 서울대 과학학과)은 애니미즘적 감수성의 복원을 주장하는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를 읽으며 과거와 다른 현대 사회의 ‘객체’들과의 관계성을 논의한다.

이번 호부터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새로운 코너 ‘고전의 강’을 통해 현재 우리에게 닥친 문제의 근본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고 넘어가야 할 고전을 꼽고, 그 책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다시 살펴보는 작업을 시도한다. ‘고전의 강’이 탐독하는 첫 번째 주제는 ‘진화’이다. 오늘날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진화는 찰스 다윈의 위대한 연구 이후, 다양한 맥락에서 이해되고 심화·발전되어 왔다. 진화심리학은 이런 지적 탐구가 낳은 한 결실이다. 정우현(본지 편집위원, 덕성여대 약학과)은 진화심리학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할 필독서이자 현대의 고전이라 할 로버트 라이트의 『도덕적 동물』을 읽으며, 유전과 도덕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검토한다.

리뷰 코너에서는 유럽의 중심에서 중국을 이야기하는 인류학자 샹바오의 『경계를 넘는 공동체』부터, 영화라는 매체의 본성과 미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의 『영화의 이론』과 질베르토 페레스의 『영화, 물질적 유령』, 북한에 대한 통설에 이의를 제기한 김수지의 『혁명과 일상』, 월북 지식인 김수경의 생애를 톺아보는 이타가키 류타의 『북으로 간 언어학자 김수경』 등, 서점가의 화제작들을 두루 다루었다.


특집 리뷰:
믿음, 주술, 애니미즘

“이번 호에서는 믿음과 회의, 합리와 비합리 같은 인간 인식의 본질적 문제를
보다 심도 있게 살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 이런 기획이 맹목적인 믿음의 세계를 넘어서는 것과 아울러, 도식적 형태의 근대성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한계도
극복할 수 있는 자그마한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두얼, 「편집실에서」 중에서

과연 근대화는 탈주술화·합리화의 과정이었는가? 하이테크놀로지의 시대에도 주술은 여전히 우리 곁에 밀착해 있다. 여전히 주술과 ‘미신’은 합리적 판단을 요구받는 정치경제적 결정권을 지닌 권력자들의 친밀한 이웃(정신적 지주)이며, 대중에게도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자리하고 있다. 한편, 합리성이나 과학이 지배자의 논리로 매도되거나 진리의 상대성이라는 잣대로 공격받고, 사실관계와 동떨어진 가짜 뉴스, 음모론, ‘사이비 역사’, ‘유사 과학’이 삽시간에 확산되고는 한다. 인터넷이나 SNS를 통한 정보 및 소통의 증대는 이런 편향을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키는 듯하다. 그 반대편에는 비근대적 사유 방식이나 영적 현상들이 충분한 성찰 없이 비난받거나 매도당한 역사가 있는데, 근래에는 생태적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해법으로 애니미즘과 같은 비근대적 세계관의 복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미신’이란 무엇인지, 인간의 기괴한/이상한 믿음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우리가 설명하기 어려운 많은 영적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지, 나아가 인간 중심적인 세계 인식을 넘어서 사물이나 환경과 어떻게 관계 맺고 상호작용해야 하는지와 같은 주제를 다룬 책들을 꼼꼼히 읽고 차분하게 따져 보는 여섯 편의 서평을 모아 보았다.

“인간의 기괴한 믿음이란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매혹적인 지적 대상이다.” 한승훈(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종교학)은 「지적 대상으로서의 기괴한 믿음」에서 기우 의례, 인육 포식, 풍장, 구타 치료, 백백교 등 일제강점기를 형성한 ‘미신’들을 살펴보는 이창익의 『미신의 연대기』를 리뷰한다. 저자가 제기한 ‘미신의 논리’와 ‘미신의 사회학’이라는 화두를 좇으며, 한승훈은 근대적 종교 개념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불가해하고 위험한 대상으로 분류된 ‘미신’이 제거되고서야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정상’적인 종교가 출현하게 됐음을 지적한다.

“패턴의 엉뚱한 자동 완성은 간혹 비과학적 결론으로 이어진다.” 권석준(본지 편집위원,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은 「패턴의 자동 완성이 주는 편안함과 쏠림」에서 과학적 회의주의자이자 《스켑틱(Skeptic)》의 발행인인 마이클 셔머의 대표작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를 다룬다. 권석준은 인간 지능의 핵심 중 하나인 ‘패턴의 완성’이 어떻게 비과학적인 결론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하며, 유사 과학, 사이비 역사, 창조설 등을 반박한다. 나아가, 저자의 원칙인 과학적 사고방식과 회의주의를 재삼 강조한다.

“두 여성 학자는 실제로 무속의 현장에서 여성들과 함께 살며 민족지 쓰기를 실천했다.” 오성희(서울대 인류학과 박사과정 수료)는 「여성 인류학자들이 만난 무속의 현장들」에서 무속의 현장으로 뛰어든 두 명의 여성 인류학자, 로렐 켄달의 『무당, 여성, 신령들』과 김성례의 『한국 무교의 문화인류학』을 소개한다. 한국에서 무속의 실천은 대부분 여성들과 그들 삶의 영역에 존재한다. 오성희는 저자들의 시선을 따라 한국 무속과 여성들 삶의 내면을 파악한다.

“풍수라는 ‘전근대적’ 술수(術數)를 ‘현대적’ 학문으로 정립하고자 한 그의 여정은 평탄하지 않았다.” 임종태(서울대 과학학과)는 「현대 지리학과 그 사상적 대안 사이에서」에서 풍수지리학자 고 최창조 선생의 1984년 작 『한국의 풍수사상』을 다시 읽는다. 『한국의 풍수사상』은 출간 당시 ‘술’로 취급받던 풍수를 ‘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은 고인의 대표작이다. 임종태는 풍수를 현대적 학문으로 재정립하고 현대 서구 지리학의 한계를 보완할 대안적 지리 사상을 모색한 최창조 선생의 지적 여정을 살펴본다.

“자료로 입증할 수 없는 고대사의 많은 영역은 공백으로 놔두는 게 미덕일 수 있다.” 심재훈(단국대 사학과)은 「좋은 역사가가 베스트셀러를 쓸 수 있을까?」에서 2022년 중국에서 출간되어 고대사를 다룬 책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된 리숴의 『상나라 정벌』을 리뷰한다. 저자는 신석기 시대부터 부족국가와 초기 국가 단계를 거쳐 하·상·주 단계에 이르기까지 약 1,000년에 걸친 중국 초기 문명의 성격을 규명하며, 그 핵심에 살육과 인신공양 제사, 카니발리즘을 두었다. 심재훈은 비판적 독해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중국 고대사를 재구성한 저자의 시도가 노출하는 고고학적 디테일과 문헌 기록의 오용을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접하는 존재에게서 생명력과 활력, 관계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홍성욱(본지 편집위원, 서울대 과학학과)은 「애니미즘은 세상을 구원할까?」에서 유기쁨의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를 읽는다. 홍성욱은 생태 위기 속에서 인간과 비인간/자연환경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 애니미즘의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한다. 그러나 애니미즘이 세계를 이해하는 합리적 방식이었던 과거와 현대인의 환경·일상은 상이함을 지적하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접하는 존재에게서 어떻게 생명력과 활력, 관계성을 발견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리뷰: 책으로 세상을 보다

〈리뷰〉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시의성 있고, 심도 있는 서평들이 이어진다.

이승철(서울대 인류학과)은 「사소한 것들의 힘」에서 인류학자 샹바오의 대표작 『경계를 넘는 공동체』를 리뷰한다. 이승철은 『경계를 넘는 공동체』에서 그려지는 저장촌의 역사뿐 아니라, 이주민들의 삶의 내밀하고 사소한 면들을 독자가 직접 이해· 경험하게 하고, 나아가 ‘체감’하게 하겠다는 저자의 기획을 고찰한다. 이승철은 저자가 제안한 두껍고 조밀한 연결망 개념에 기반한 사회의 도경 그리기가 지니는 의의를 인정하는 한편, 그러한 도경에서 빠진 노동자와 여성의 자리, 저자의 위치성, 이 도경을 틀 짓는 액자와 이를 조망하는 ‘경계’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들을 제기한다.

김지훈(중앙대 공연영상창작학부)은 「영화의 모던한 존재론, 역사와 예술」에서 영화 사회학의 창시자로 꼽히는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의 『영화의 이론』과 영화학자·영화평론가 질베르토 페레스의 『영화, 물질적 유령』을 함께 읽었다. 두 권의 무게감 있는 영화 서적을 통해 김지훈은 영화 매체의 본성이 무엇이고, 그 본성은 다른 예술과 어떻게 구별되며, 어떤 영화들이 그 매체의 미적 가능성을 가장 잘 실현하는가를 탐구한다.

홍제환(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은 아니다?」에서 제임스 팔레 한국학 도서상 수상작 『혁명과 일상』을 다뤘다. 저자 김수지는 오늘날 북한의 비극은 비극은 그들이 택한 체제 때문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탓에 벌어졌음을 주장하며, 혁명 기간 북한 주민의 일상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홍제환은 통설에 대한 이의 제기의 필요성과 의의를 인정하는 한편, 이 책이 노출한 변화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와 특수한 경험의 성급한 일반화를 지적한다.

박진호(본지 편집위원,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는 「한 언어학자의 삶을 통해 본 남북 분단」에서 인류학자 이타가키 류타의 ‘비판적 코리아 연구’의 실천인 『북으로 간 언어학자 김수경』을 리뷰했다. 박진호는 북한에서 언어학자로서 족적을 남긴 김수경의 특수성과 분단을 경험한 지식인으로서 그가 겪은 생애의 일반성 두 측면을 두루 살피며, 남북 분단이 한 개인 및 학자에게 끼친 영향을 성찰한다.


고전의 강

‘고전의 강’ 첫 번째 주제, ‘진화’
“진화는 인간의 본성을 결국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을까?”

이번 호로 첫발을 떼는 코너 고전의 강에서는 오늘날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을 꼽고, 현재의 시각에서 심층적인 독해를 시도한다. 고전의 강에서 다루는 첫 번째 화두는 ‘진화’이다. 정우현(본지 편집위원, 덕성여대 약학과)은 진화생물학 분야에서 학술적·대중적 영향력을 떨친 로버트 라이트의 『도덕적 동물』을 톺아보며, 인간의 도덕성은 과연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규범을 유전자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한지, 진화심리학은 성차별을 정당화하며 과연 과학적인지 등을 규명한다.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박찬경의 영상 〈신도안〉은 하나의 세계다.
‘〈 〉’를 떼어 낼 때 신도안은 계룡산 부근 지역을 일컫는 이름으로서 현실에 존재한다. 
신도안이라는 글자 앞뒤로 ‘〈 〉’가 붙을 때 그것은 박찬경의 작업이 된다.”

믿음에 대한 사유와 성찰은 이미지 리뷰 코너 ‘이마고 문디’에서도 이어진다. 현시원(본지 편집위원, 시청각 랩 대표)은 「믿음과 단체 사진: 박찬경의 〈신도안〉에 대하여」에서 박찬경 작가의 6채널 영상 작업 〈신도안〉(2008)을 리뷰한다. 현시원은 박찬경 작가의 시선을 따라 수백 개의 종교 단체가 뿌리내렸던 계룡산 자락의 ‘신도안(新都內)’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믿음의 공동체를 건설하고자 했던 믿음과 시간이 지난 후 그 세계 바깥으로 빠져나온 이들의 의심을 응시한다.


디자인 리뷰

“번역이라는 행위를 통해 하나의 책은 서로 다른 언어의 판본으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디자인에 대해서도 번역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 리뷰에서는 구정연(리움미술관 교육연구실장)이 「사건으로서의 번역」이라는 제목의 디자인 비평을 썼다. 구정연은 리투아니아 출신 미국 독립 실험영화 감독 요나스 메카스의 『영화작가들과의 대화』의 세 가지 판본(영어판, 한국어판, 중국어판)을 비교하며 원서와 번역서의 디자인에 관해 사유한다. 한 권의 책이 번역될 때 그 물리적・시각적 형태는 어떻게 번역되는가라는 질문에 천착하는 구정연은, 책을 옮기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개입, 해석에 주목한다.


북&메이커: 출판의 낭만과 일상

북&메이커에는 18년째 SBS 러브FM 〈김선재의 책하고 놀자〉를 맡고 있는 강의모(프리랜서 방송작가)의 「오늘도 행복한 동행, 책 한 권 잊지 마세요!」가 실렸다. 강의모는 〈책하고 놀자〉의 구성과 제작 과정, 〈책하고 놀자〉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역할을 소개한다. 라디오 부스의 풍경과 라디오에서 ‘책을 말하는’ 이들의 일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문학: 풍성한 읽을거리

문학에는 한성우(인하대 한국어문학과)와 소설가 박해울의 에세이가 실렸다.

한성우는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과 타자기 전쟁」에서 일제강점기의 천재 음악가, 감옥살이를 하다 모진 고문에 전향해 말년에 친일을 하다 생을 마감한 도례미(都禮美)와 조우한다. 한성우는 그의 삶의 여정을 좇으며, 한글 타자기를 개발하기 위해 경쟁했던 이들의 고민과 노력을 이야기한다.

박해울은 「그래, 책이라도 있어서 어딘가, 내세울 것 없는 세상에」에서 ‘SF를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당신은 왜 차별과 빈부격차에 대해 글을 쓰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답변을 한다. 이때 작가는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살았던 경험을 떠올린다. 작가는 그곳에 살며 차별·불평등과 마주하고, 현실을 벗어나 픽션의 세계로 도피했던 기억을 이야기한다.


“한국에도 서평 전문지가 필요하다.”

‘어떤’ 책을 ‘왜’, 어떻게 읽을 것인가? 2020년 12월 0호로 출발하여 2024년 봄, 창간 3주년에 이른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그 답을 서평에서 찾는다. 17인의 편집진은 오랜 토론을 거쳐서 주제와 책을 선정하고 서평을 쓴 뒤에, 이를 내부에서 돌려 읽으면서 비판을 듣고, 이를 반영해서 글을 고친다. 타인의 책을 비평하고 비판하듯이, 자신들의 글도 같은 비판의 과정을 거친다.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탄생했다.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사, 철학, 건축학, 언어학, 정치학, 미디어, 물리학, 생물학, 법조, 북디자인, 미술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7명의 편집위원이 뜻을 모았다. 중요한 책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짚고,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지 못한 책은 발굴해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저자 및 편집위원 소개


편집위원  강예린, 권보드래, 권석준, 김영민, 김홍중, 박진호, 박훈, 송지우, 심채경, 유정훈, 이석재, 정우현, 정재완, 조문영, 현시원, 홍성욱
편집장    김두얼
필자      (게재순)


한승훈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종교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왕의 수명을 줄여라』(공저), 『무당과 유생의 대결』, 『혁명을 기도하라』 등이 있다.

권석준
본지 편집위원.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고분자공학부 및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로 계산과학과 물리학에 입각한 반도체 소자, 소재, 공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반도체 삼국지』가 있다.

오성희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박사학위 논문을 위해 무속 현장에서 연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유네스코 유산, 평화를 품다』(공저), 『기억으로 남은 새말』(공저) 등이 있다.

임종태
서울대학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같은 대학 과학학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조선 후기 서양 과학 수용, 중국과 조선의 과학 교류, 유교 관료제하에서의 과학기술 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17, 18세기 중국과 조선의 서구 지리학 이해』, 『여행과 개혁, 그리고 18세기 조선의 과학기술』이 있다.

심재훈
단국대 사학과 교수로 고대문명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에서 ‘역사책의 감동, 역사의 이면’을 연재한다.

홍성욱
본지 편집위원.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과학기술학자. 최근에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에 대해 그동안의 여러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현시원
본지 편집위원. 큐레이터로 이미지에 관한 글을 쓰고 전시 공간 ‘시청각 랩’을 운영한다. 2024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감독이다.

구정연
예술가의 집단적 실천과 지식 생산 및 유통 형태에 관심을 두고 이를 연구한다. 국민대학교 제로원디자인센터에서 큐레이터를 거쳐, 미디어버스와 더 북 소사이어티에서 공동 디렉터로 활동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MMCA 작가연구 총서 및 출판 지침, 한국 근현대 미술 개론서 『한국미술 1900-2020』 등 학술 연구 및 공공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현재 리움미술관에서 교육연구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강의모
프리랜서 방송작가. 2000년 늦은 나이에 라디오 작가로 입문, 〈최백호의 낭만시대〉를 비롯한 다수의 프로그램 구성을 맡아 왔고 현재는 〈김선재의 책하고 놀자〉 구성작가로 있다. 저서로 『땡큐,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살아 있는 한, 누구에게나 인생은 열린 결말입니다』, 『노년에 인생의 길을 묻다』(공저) 등이 있다. 2013년 SBS 연예대상 라디오 작가상, 2022년 제5회 롯데출판문화대상 언론 부문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이승철
경제인류학과 사회 이론을 전공했으며,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저로 『연구자의 탄생』, 『기본소득의 사회과학』이 있고, 옮긴 책으로 『푸코의 맑스』, 『관용』 등이 있다.

김지훈
학제간 인문예술학인 영화미디어학(cinema and media studies)의 제도화에 주력해 온 영화미디어학자. 중앙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Activism and Post-Activism(Oxford University Press, 2024), Documentary’s Expanded Fields(Oxford University Press, 2022), Between Film, Video, and the Digital(Bloomsbury, 2016)을 썼다. 2021년 대우재단학술연구지원사업 논저 분야 선정작으로 『위기미디어: 위태로운 21세기 사회와 미디어의 확장』을 작업 중이다.

홍제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주로 북한 경제, 남북 경제 협력, 한국 경제사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로는 『경제관료의 시대』, 『북한경제』, 『김정은 시대 북한경제: 경제정책, 대외무역, 주민생활』(공저), 『북한의 인구변동: 추세, 결정요인 및 전망』(공저) 등이 있다.

박진호
본지 편집위원. 언어학자. 서울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공저로 『한국어 통사론의 현상과 이론』, 『현대 한국어 동사구문사전』, 『인문학을 위한 컴퓨터』 등이 있다.

정우현
본지 편집위원. 덕성여자대학교 약학과 교수이자 분자생물학자. 유전체 손상과 불안정성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과 스트레스에 대한 생명의 다양한 대응 기전을 연구한다. 생물학에는 다른 학문이 놓치고 있는, 무언가 아주 중요한 것이 숨어 있다고 믿는다. 저서로는 『생명을 묻다』가 있다.

한성우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마친 후 인하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한국어의 말소리와 방언을 공부하고 있다. 새벽에는 주로 글을 써서 『방언정담』, 『우리 음식의 언어』, 『노래의 언어』, 『문화어 수업』, 『말의 주인이 되는 시간』 등의 언어 관련 책을 썼다. 주말과 휴일에는 ‘첼로를 사랑하는 목수’로 살며 목공과 음악에 몰두하고 그 경험을 살려 에세이집 『꿈을 찍는 공방』을 썼다. 해마다 4월 1일에 말, 나무,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글을 쓰는데 이 글 또한 그와 같은 결로 쓴 것이다.

박해울
소설가. 장편소설 『기파』로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SF 앤솔러지인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와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 리디북스 ‘우주라이크 소설’ 시리즈 등에 참여했다.


차례

편집실에서 ∥ 김두얼

특집 리뷰: 민주주의와 선거
  지적 대상으로서의 기괴한 믿음 · 『미신의 연대기』 ∥ 한승훈
  패턴의 자동 완성이 주는 편안함과 쏠림 ·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 권석준
  여성 인류학자들이 만난 무속의 현장들 · 『무당, 여성, 신령들』, 『한국 무교의 문화인류학』 ∥ 오성희
  현대 지리학과 그 사상적 대안 사이에서 · 『한국의 풍수사상』 ∥ 임종태
  좋은 역사가가 베스트셀러를 쓸 수 있을까? · 『상나라 정벌』 ∥ 심재훈
  애니미즘은 세상을 구원할까? · 『애니미즘과 현대 세계』 ∥ 홍성욱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믿음과 단체 사진: 박찬경의 〈신도안〉에 대하여 ∥ 현시원

디자인 리뷰
  사건으로서의 번역 ∥ 구정연

북&메이커
  오늘도 행복한 동행, 책 한 권 잊지 마세요! ∥ 강의모

리뷰
  사소한 것들의 힘 · 『경계를 넘는 공동체』 ∥ 이승철
  영화의 모던한 존재론, 역사와 예술 · 『영화의 이론』, 『영화, 물질적 유령』 ∥ 김지훈
  북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은 아니다? · 『혁명과 일상』 ∥ 홍제환
  한 언어학자의 삶을 통해 본 남북 분단 · 『북으로 간 언어학자 김수경』 ∥ 박진호

고전의 강
  도덕은 왜 유전자와 싸우는가 · 『도덕적 동물』 ∥ 정우현

문학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과 타자기 전쟁 ∥ 한성우
  그래, 책이라도 있어서 어딘가, 내세울 것 없는 세상에 ∥ 박해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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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이번 호에서는 믿음과 회의, 합리과 비합리 같은 인간 인식의 본질적 문제를 보다 심도 있게 살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사람들은 왜 이상한 것을 믿는지, 우리가 설명하기 어려운 많은 영적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지, 나아가 인간 중심적인 세계 인식을 넘어서 사물이나 환경과 어떻게 관련을 맺고 상호작용해야 하는지와 같은 주제를 다룬 책들을 꼼꼼히 읽고 차분하게 따져 보는 서평을 모아 보았다. 이런 기획이 맹목적인 믿음의 세계를 넘어서는 것과 아울러, 도식적 형태의 근대성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한계도 극복할 수 있는 자그마한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두얼 「편집실에서」, 3쪽

인문사회과학이 인간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학문이라고 한다면, 낯설고 기이하게 여겨지는 인간 문화야말로 그 첨단에 있는 연구 대상이다. 우리는 타자의 불가해한 믿음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동시에 자신의 일상적 인식 체계 또한 역사적으로 구성된 범주들의 덩어리라는 것을 성찰하게 된다. 인간의 기괴한 믿음이란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매혹적인 지적 대상이다.
―한승훈 「지적 대상으로서의 기괴한 믿음」, 24쪽

인류가 존속하는 한 앞으로도 과학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자연의 범위는 더 넓어질 것이며,
그 안에는 우리 자신이 포함될 것이므로, 이상한 것을 믿는 것의 여파가 사회에 주는 영향력은 점차 축소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따른다. 그것은 사람들이 이상한 것보다 과학적 사고방식과 회의주의를 더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지성의 불꽃이 꺼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권석준 「패턴의 자동 완성이 주는 편안함과 쏠림」, 40쪽

켄달과 김성례의 작업에서 인류학적 무속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어쩌면 연구자들 자신이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남성 무당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극히 소수이며 대부분 무속의 실천은 여성들과 그들 삶의 영역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남성 연구자가 여성들과 함께 살며 현지조사를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움이 많았다. (……) 반면, 두 여성 학자는 실제로 무속의 현장에서 여성들과 함께 살며 민족지 쓰기를 실천했다. (……) 한국 무속의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살았던 두 여성 연구자의 경험은 한국 무속과 여성들 삶의 내면을 파악하는 인류학적 성과를 남겼다.
―오성희 「여성 인류학자들이 만난 무속의 현장들」, 44-45쪽

얼마 전 작고한 최창조(1950-2024)를 추모하는 기사에서 풍수지리학자 김두규(우석대 교양학부)는 그를 이전까지 “‘술(術)’로 치부되던 풍수”를 “당당하게 ‘학(學)’의 반열에 오르”게 한 인물로 평가했다. 생전에 최창조는 자신을 “풍수 학인(學人)”이라 부르고는 했는데, 스스로도 진지한 학문으로서 풍수를 공부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규정했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풍수라는 ‘전근대적’ 술수(術數)를 ‘현대적’ 학문으로 정립하고자 한 그의 여정은 평탄하지 않았다.
―임종태 「현대 지리학과 그 사상적 대안 사이에서」, 55쪽

물론 헤이든 화이트의 ‘임플롯먼트(emplotment, 일련의 역사적 사건을 줄거리를 갖춘 하나의 이야기로 조합하는 것)’ 개념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려 역사가 허구라고 합의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진실 추구라는 역사학의 명제를 포기할 수 없다면, 설사 역사가가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증거를 제시하는 데 어느 정도라도 꼼꼼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 국내의 독자들이 이 서평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을 염두에 두면서 고대 중국의 다양한 자료가 빚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의 일단을 즐기길 바란다.
 ―심재훈 「좋은 역사가가 베스트셀러를 쓸 수 있을까?」, 82-83쪽

지금 우리가 골머리를 앓는 많은 문제의 원인이자, 또 우리의 삶을 지속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테크노사이언스의 결과물들. 정말 난처하고 곤란하고 가끔은 사랑스럽고, 그렇지만 위험한 괴물들, 키메라들, 잡종들, 사이보그들. 우리를 닮았지만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옷과 냄새가 다른, 절하고 기도하는 방법이 다른 낯선 이방인들. ‘우리의 애니미즘’은 이런 존재들과 우리 사이의 관계를 침울하고 의심 가득한 것에서 생동감 있고 생명력 있는 것으로 만드는 감수성일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애니미즘’에서 배울 태도는 이것이다.
―홍성욱 「애니미즘은 세상을 구원할까?」, 96쪽

신도안은 특정한 지형지물을 기반으로 하는 기대의 공동체다. 카메라는 계룡산 자락에 위치했던 수천 개의 종교 집단들 대신 개인들을 궁금해한다. 그리고 여전히 영상이 만들어진 시점에 살아남은 개인들의 발자취를 따르는 것이다. 이동하는 차의 창밖으로 향하는 카메라는 여전히 이름들을 포착한다. 하나의 이름이 아닌 여러 개의 이름이다. 계룡산 용화사 연화굿당, 단군성전, 해운암, 사랑의 씨튼 수녀회와 씨튼 영성의 집. 말뚝을 박듯이 거리에 새겨진 간판은 여전히 흩어진 이름들을 보여 준다. 수천여 개의 종교가 다른 지도자들을 모셨던 이질적 땅이다.
―현시원 「믿음과 단체 사진: 박찬경의 〈신도안〉에 대하여」, 111쪽

번역이라는 행위를 통해 하나의 책은 서로 다른 언어의 판본으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디자인에 대해서도 번역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된 책은 서로 다른 물성을 지니게 된다. 책 제목, 부제만 해도 표지에 각기 다르게 옮겨져 표기되며, 표지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다. 모든 번역에는 원본을 배반하는 실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원문 중심의 직역을 하더라도 의미 전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또 도착어를 고려해 지나치게 생략하거나 의역함으로써 오역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하나의 책이 번역될 때 그 물리적・시각적 형태는 어떻게 번역될까.
―구정연 「사건으로서의 번역」, 116쪽

〈책하고 놀자〉의 가장 큰 매력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프로그램 제목을 먼저 말한다. 독서는 엄숙한 학습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 기쁨을 얻는 쾌락의 향유여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책하고 놀자〉의 지향점은 ‘읽고 들어도 재밌고 안 읽고 들어도 재밌는 책 방송’이다. 방송을 듣고 독서에 흥미를 느껴 도서관에 가거나 책을 구입했다는 청취자들의 사연을 접할 때, 프로그램 작가로서 가장 뿌듯하다.
―강의모 「오늘도 행복한 동행, 책 한 권 잊지 마세요」, 131-132쪽

이 책은 무엇을 주장하는가를 넘어, 그 주장이 어떻게 제시되는가를 보다 세심히 살펴봐야 하는 책이다. 아마도 이미 주어진 개념적 도구들로 사회 현상을 분석해 나가는 기존의 사회과학 글쓰기에 익숙한 독자들은, 끊임없이 쏟아지
는 ‘사소한’ 사례들과 행위의 방대한 더미 속에서 길을 잃기 십상일 것이다. 책을 통해 한 공동체의 역사를 독자가 직접 체감하도록 하겠다니, 저자는 왜 이토록 무모해 보이는 기획을 시도한 것일까?
―이승철 「사소한 것들의 힘」, 137쪽 

이 두 권의 책이 상영되는 스크린은 영화가 모던함과 맺는 특별한 관계다. 그 관계의 원천은 영화의 사진적 속성, 즉 카메라를 통한 변화하는 현실의 기록을 재료로 삼고 그 기록을 움직이는 이미지의 지속으로 전환하는 영화의 고유한 역량이다. 『영화의 이론』은 이와 같은 역량으로 인해 영화가 20세기 사회의 모더니티에 참여하는 기술적, 미학적 예술일 뿐 아니라 모더니티의 매혹적이고도 파괴적인 양면성을 감각하고 이해하는 데 핵심적임을 주장한다. 『영화, 물질적 유령』은 영화의 사진적인 역량이 다른 예술과 구별되는 영화 이미지의 현전과 부재 모두를 이끌면서도, 바로 이와 같은 역설적 공존을 통해 영화 예술이 모더니스트 예술의 폭넓은 전통에 생산적으로 기여해 왔음을 밝힌다.
―김지훈 「영화의 모던한 존재론, 역사와 예술」, 152쪽
통설에 대한 이의 제기는 바람직하며 필요하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역사는 끊임없이 재해석된다. 문제는 통설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축적된 논리와 근거를 뛰어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혁명과 일상』도 통설에 대한 이의 제기라는 측면에서 신선했지만, 통설의 논리와 근거를 뛰어넘어 설득력을 지니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은 북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바로잡아 보겠다는 저자의 의욕이 너무 앞섰기 때문은 아닐까?
―홍제환 「북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은 아니다」, 176쪽

한반도는 20세기에 큰 비극의 무대이기도 했고, 냉전 체제에서 양극 사이에 낀 위치라는 특수성도 있고,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한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를 연구할 때 너무 거시적인 세계체제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맞추고 한반도에 살면서 행위했던 사람들을 장기판 위의 졸로 보는 듯한 태도를 지닌다면 부적절할 것이다. 반대로 민족주의에 지나치게 사로잡혀서 시야를 한민족에만 한정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을 도외시한다면 그 또한 곤란할 것이다. 이 둘 사이에서 주체와 환경 양쪽을 균형 있게 고려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저자는 바로 이 점을 중시하면서 한반도를 연구해 왔고, 이를 ‘비판적 코리아학’이라고 불렀다. 이 책은 그의 그러한 연구가 맺은 귀중한 결실이다.
―박진호 「한 언어학자의 삶을 통해 본 남북 분단」, 189-190쪽

진화는 인간의 본성을 결국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을까? 만약 (일부의 바람대로) 진화를 ‘진보’라고도 볼 수 있다면 진화심리학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절치부심하며 더 진화할 결심을 해야 할 것이다. 같은 꿈을 꾸는 다른 학문 분야의 방법론과도 과감히 손을 잡을 용기를 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마음이 진화하는 구조를 섣불리 오판해 학계의 갈라파고스가 되지 않도록, 대중의 필요에 영합해 과학과 소설의 경계를 함부로 넘나들며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는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도록.
―정우현 「도덕은 왜 유전자와 싸우는가」, 222쪽

이 싸움은 모두가 승리자이고 궁극적으로는 세종이 승리자이다. 타자기 싸움의 초점은 빠른 속도와 예쁜 글꼴에 맞춰졌는데 이는 결국 한글 때문이다. 글자는 자음과 모음 두 벌인데 소리는 초성, 중성, 종성 셋이다. 그런데 종성은 다시 초성을 쓰니 어찌 보면 둘이다. 타자기 전쟁을 벌인 이들은 결국 세종이 낸 숙제를 붙들고 머리를 싸맨 것이다.
―한성우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과 타자기 전쟁」, 233쪽

개인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한국형 SF의 특징은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두드러지며 차별과 빈부격차에 관한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적었다. 그렇게 답변을 쓰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는데 불현듯 ‘나도 차별과 빈부격차에 대해 쓰고 있는데,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라는 질문에 사로잡혔다. 며칠간 생각한 후 나는 질문지에 다음 문장을 써 내려갈 수 있었다. ‘내가 차별과 빈부격차에 대해 쓰는 이유는,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박해울 「그래, 책이라도 있어서 어딘가, 내세울 것 없는 세상에」,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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