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서울리뷰오브북스》가 창간 4주년을 맞았습니다. 2025년 봄호의 특집을 ‘헌법의 순간’으로 정하고 출간 준비를 하면서, 1년 전 2024년 봄호를 다시 꺼내봅니다. 창간 3주년이었던 13호의 특집 주제는 ‘민주주의와 선거’였습니다. 1년 만에 다시 정치적인 주제로 돌아오게 되었고, 이번에는 특별히 ‘헌법’이라는 단어에 더욱 집중할 특별한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헌법의 순간』『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히틀러의 법률가들』『독재의 탄생』등의 책을 통해 우리들은 또다시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성찰에 응답하고자 합니다. (3월 15일 출간 예정)

그전에 『민주주의에 반대한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선거는 민주적인가』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 『지역정당』 등의 리뷰를 통해, 민주주의의 위치 현상과 정치적 대안을 모색했던 2024년 13호 기획을 다시 소개합니다.

📚 서리북 13호 단권 구매, 정기구독 신청은 네이버스마트스토어, 알라딘, 예스24에서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의 URL을 눌러보세요!

👉13호 바로가기

https://smartstore.naver.com/seoulre.../products/10082398680

👉정기구독 신청 바로가기

https://smartstore.naver.com/seoulreviewofbooks2




2024 봄호 특집 리뷰: 민주주의와 선거

서울리뷰오브북스 편

송지우·유정훈·하상응·이나미·정회옥·장석준

정아은·정재완·고명철·박찬국·김영민·박인식

정우현·신현호·부희령·심완선 지음

232쪽|신국판 변형(140×225)|무선|15,000원|2024년 3월 15일

ISSN 2765-1053 41ISBN 979-11-89333-77-5 (03300)

국내도서 > 인문학 > 학회/무크/계간지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책읽기




《서울리뷰오브북스》 창간 3주년

민주주의와 선거를 들여다보는 여섯 편의 전문 서평,

‘특집 리뷰’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부터 『자연에 이름 붙이기』까지,

서점가의 화제작들을 다루는 다채로운 ‘리뷰’

“한국에도 서평 전문지가 필요하다”는 요청 아래 2020년 12월 창간준비호(0호), 2021년 3월 창간호(1호)로 출발한 《서울리뷰오브북스》가 창간 3주년을 맞았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 첫발을 뗀 창간 예비호부터 12호까지, 지난 3년간 《서울리뷰오브북스》는 77인의 필자가 참여하여 156편의 서평을 통해 198권의 도서를 리뷰했다. 서평을 통해 독자와 책을 잇고, 그럼으로써 한국 사회의 지식 공론장을 확장하는 데에 기여해 온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계속해서 깊이 있고 다채로운 서평들로 독자들에게 보답하며, 단단한 서평 문화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계속 정진할 것이다.

창간 3주년을 맞아 펴내는 13호의 특집 주제는 ‘민주주의와 선거’이다. 2024년은 사상 최대의 ‘선거의 해’로 꼽힌다. 60여 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열리고, 올 한 해 선거를 치르는 국가의 인구가 전 세계의 절반을 넘을 정도로, 전 세계가 선거로 떠들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와 불신이 팽배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이런 민주주의의 위기를 직시해 보았다. 정치 및 정치학 분야의 전문가 6인의 특집 리뷰를 통해 민주주의와 선거 제도의 기본 원리를 깊이 성찰한 저작들을 읽으며, 민주주의의 위기 현상과 정치적 대안을 모색했다.

정치철학, 법찰학, 인권학의 교집합을 연구하는 송지우 편집위원은 제이슨 브레넌의 문제작 《민주주의에 반대한다》를 리뷰하며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회의에 응답한다. 지속적으로 미국 정치를 소재로 글을 써온 유정훈 편집위원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통해 민주주의 위기 신호를 진단한다. 하상응 교수(서강대 정치외교학과)는 『민주주의 공부』 리뷰에서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와 원리, 포퓰리즘의 문제를 살핀다. 이나미 생태적지혜연구소 학술위원은 급진적/대안적 민주주의 이론의 핵심 텍스트인 『선거는 민주적인가』를 읽으며 오늘의 관점에서 선거와 추첨을 재론한다. 정회옥 교수(명지대 정치외교학과)는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21세기 정치의 핵심 화두 중 하나인 ‘정체성 정치’의 문제를 다룬다. 장석준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은 『지역정당』 리뷰를 1962년 체제에 머물러 있는 ‘K-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짚으며 양대 정당 독점 정치를 아래로부터 무너뜨리는 열쇠로 ‘지역정당’을 제안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사유와 성찰은 영화 리뷰 코너 ‘이마고 문디’에서도 이어진다. 이번 호에는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쓴 정아은 작가가 지난해 극장가 최대 화제작이었던 〈서울의 봄〉을 리뷰한다. 정아은 작가는 〈서울의 봄〉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1979년 12월 12일이라는 역사적 하루를 ‘사나이들 간의 대결’로 선명하게 형상화한 점을 호평하며, 내전과 정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영화를 다시 들여다본다.

리뷰 코너에는 서점가에 쇼펜하우어 열풍을 불러온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부터, 광해군과 ‘인조반정’을 둘러싼 논쟁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광해군: 탁월한 외교정책을 펼친 군주』·『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모후의 반역』, 석유 이후의 걸프 경제를 조망하는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중동 경제 3.0』·『중동을 보면 미래 경제가 보인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있게 한 캐럴 계숙 윤의 『자연에 이름 붙이기』, 미국 재무부 장관 자넷 옐런의 전기 『자넷 옐런』까지 서점가의 화제작들을 다채롭게 다루었다. 철학, 역사, 경제, 생물학을 아우르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서평들을 리뷰 코너에 담았다.

특집 리뷰:

민주주의와 선거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깊이 성찰한 저작들을 꼼꼼히 읽어 봄으로써,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런 노력이 민주주의를 새롭게 이해하고 부활시키는 밀알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김두얼, 「편집실에서」 중에서

1991년,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선언했다. 민주주의는 가장 공정하고 효과적인 체제로 여겨졌으며, 그 위상과 신뢰도 더없이 높았다. 그러나 오늘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은 눈에 띄게 약화되었다. 선거로 뽑힌 지도자가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포퓰리즘이 확산되고 있으며, 상호 존중에 기반한 대화와 타협이라는 규범이 무너지고 있다. 한마디로, 오늘날 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져 있다. 이 같은 ‘민주주의의 위기’ 현상은 민주주의와 선거가 가장 좋은 제도인지,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등의 질문을 낳는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불안과 혼란이 팽배한 지금,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이러한 질문들에 저마다의 답을 제시하는 여섯 권의 책을 골랐다. 이들 여섯 권의 책과 6인의 전문 필자가 쓴 서평을 통해 우리가 민주주의를 수립하고 유지할 이유, 민주주의의 위기 현상과 미국의 경험,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와 가치, 선거 제도에 대한 비판적 검토, 정체성 정치, 지역정당 등 ‘민주주의와 선거’ 대한 다층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민주주의의 핵심 문제는 ‘때로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데도 우리가 민주주의를 수립하고 유지할 이유는 무엇인가’이다.” 송지우 편집위원은 「민주주의는 유권자 때문에 실패하는가」에서 정치철학자 제이슨 브레넌의 도발적인 문제의식이 담긴 『민주주의에 반대한다』를 리뷰한다. 송지우는 민주주의에 반대하며 에피스토크라시(지식인에 의한 통치)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저자의 주장을 치밀하게 검토한다. 그리하여 보다 급진적인 민주주의 실험보다 에피스토크라시를 먼저 시도할 명분이 부족함을 지적하며, ‘때로 나쁜 결과를 초래함에도 우리가 민주주의를 수립하고 유지할 이유는 무엇인가’를 민주주의의 핵심 문제로 위치시킨다.

“그래서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해야 하나.” 유정훈 편집위원은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선거로 구할 수 있을까?」에서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정훈은 미국의 경험에 기초한 책을 한국의 현실과 교차해 읽으며, 선거로 시작되는 민주주의 붕괴 현상을 분석한다. 또한,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한 해법의 모호함은 저자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길 것이 아니라, 각자의 현실에 맞춰 스스로 찾아야 할 몫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민주주의에서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 하상응「차별 없는 차이의 인정」에서 정치철학자 얀-베르너 뮐러의 『민주주의 공부』를 소개한다. 하상응은 저자를 따라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자유와 평등부터 포퓰리즘의 개념,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기 위한 전투적 민주주의와 시민 불복종까지 민주주의에 관한 쟁점들을 두루 살핀다. 특히,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로 ‘차별 없이 차이를 인정하는 것’과 ‘민주주의에서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선거 외에 다른 특별한 정치적 수단을 발견하기 어려운 지금, 우리는 어떤 자세로 선거에 임해야 하는가.” 이나미「‘선거는 민주적’이라는 착각」에서 출간 27년을 맞은 버나드 마넹의 『선거는 민주적인가』를 리뷰한다. 『선거는 민주적인가』는 출간된 후 한 세대가 흘렀음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울림을 주는 텍스트이다. 이나미는 『선거는 민주적인가』가 선거 외의 다른 정치적 수단을 발견하기 어려운 지금, 민주주의 역사에서 중요한 선출 방법인 ‘추첨’을 자세히 소개하며, 선거 제도의 본질적인 불평등성을 비판한 점을 강조한다. 또한 정당에 의한 ‘전체주의화’의 위험과 ‘미디어 전문가의 통치’를 한국 정치의 현실과 교차하여 재론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다름 아닌 ‘정체성 정치’ 시대이다.” 정회옥「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대중」에서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톺아본다. 저자는 후쿠야마의 관찰을 따라, ‘극단적 정치 집단의 세력화’, ‘포퓰리즘의 대두’, ‘민주주의의 후퇴’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현대 정치의 위기는 존엄에 대한 대중들의 요구에서 비롯되었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곧 정체성 정치의 시대라고 말한다. 정회옥은 분열되고 파편화되는 집단 간 인정 투쟁이 격렬한 한국 정치의 현실을 짚으며, 인간 존엄에 대한 보편적 이해를 도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한국 정치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선거 제도 개혁만이 아니라, 아니 그보다 더 긴급하게 정당 제도 개혁이 요청되는 것이다.” 장석준「양대 정당 독점 정치를 아래로부터 무너뜨리는 법」에서 윤현식의 『지역정당』을 읽는다. 장석준은 한국의 양대 정당 독점 정치를 ‘위로부터’ 변화시키는 선거 제도 개혁뿐 아니라, ‘아래로부터’ 변화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때 주목할 것은 지역 생활 현장에서부터 기득권 정치에 도전하는 ‘지역정당’이다. 장석준은 저자의 시선을 따라 여전히 한국에서 지역정당이 금지되는 배경인 ‘1962년 체제’와 정당법을 검토하며, K-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보편적 상식에 얼마나 미달하는지, 앞으로 도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리뷰: 책으로 세상을 보다

〈리뷰〉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시의성 있고, 심도 있는 서평들이 이어진다.

박찬국 교수(서울대 철학과)는 「베스트셀러 1위인 철학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서점가에 분 ‘쇼펜하우어 열풍’의 중심에 있는 강용수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리뷰한다. 박찬국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그동안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쇼펜하우어의 책과 철학에 대한 큰 관심을 이끌었다는 점을 칭찬한다. 그러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쇼펜하우어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서가 아닌 그의 사상에 대한 대중적인 소개서이며, 특히 본격적인 소개서가 아닌 인생 교훈을 끌어내는 데 목표를 둔 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대한 소개와 관련해 몇 가지 이견을 제시한다.

김영민 편집위원은 「조선 국가론을 향하여」에서 『광해군: 탁월한 외교정책을 펼친 군주』,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모후의 반역: 광해군대 대비폐위논쟁과 효치국가의 탄생』을 함께 읽으며 광해군과 ‘인조반정’을 둘러싼 논쟁을 심층적으로 재검토하는 서평을 썼다. 먼저, 김영민 편집위원은 광해군(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를 종합적으로 살피며, 이에 대한 역사학계의 논쟁을 치밀하게 검토한다. 나아가, 김영민 편집위원은 광해군과 ‘인조반정’에 관한 논의를 조선의 국가 성격에 대한 논의로 확장, 진전시킨다.

중동 전문가 박인식「석유 이후의 걸프 경제」에서 걸프 시장을 직접 경험한 전문가들 이 쓴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중동 경제 3.0』, 『중동을 보면 미래 경제가 보인다』을 연결해 가며 읽었다. 세 권의 책을 통해 박인식은 산유국 경제의 초기 형태부터 걸프 국가의 산유국 경제 탈출 과정,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등으로 대표되는 ‘석유 이후’를 준비하는 걸프 국가의 현황까지 두루 살피며 걸프 시장에 대한 이해를 도모했다.

정우현 편집위원은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아도 꽃은 이미 거기에 있다」에서 캐럴 계숙 윤의 『자연에 이름 붙이기』를 다룬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룰루 밀러의 베스트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정우현 편집위원은 분류학의 새로운 발견을 통해 두 사람이 지향하게 된 세계관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반대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물고기가 사라졌다’고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입장 모두를 배격하며, 이름과 분류에 관계 없이 자연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경제 평론가 신현호「자넷 옐런을 통해 본 경제와 정치의 접점」에서 미국 최고위 경제 정책직을 모두 거친 유일한 인물인 자넷 옐런의 전기를 리뷰한다. 신현호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경제·금융 분야 전문 기자인 저자의 시선을 따라 자넷 옐런의 일대기를 관찰하며, 경제와 정치의 접점을 생각한다. 경제학자이자 경제 관료로서 자넷 옐런이 금융 위기,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의 와중에 연준과 재무부에서 내린 결정은 미국과 세계 경제가 파국에 빠지는 것을 막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부작용 또한 초래했다. 신현호는 이 과정에서 옐런이 겪은 경험과 반성은, 경제와 정치의 접점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라 말한다.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서울의 봄〉은 죄인을 단죄하지 못하는 데 무심해진 동토에,

민주 사회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곳곳에서 민주주의 정신을 위배하는 일이 일어나는 데

경각심을 잃은 한국 사회에, 온기와 빛을 몰고 온 의미심장한 영상물이다.”

이마고 문디에서는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의 저자인 정아은 작가가 2023년 한국 영화 최대 흥행작인 〈서울의 봄〉을 다룬다. 정아은 작가는 〈서울의 봄〉이 12·12라는 거대한 사건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극단의 두 남성 캐릭터의 대결로 선명하게 형상화한 데 주목한다. 이를 통해 1979년 12월 12일이라는 역사적 하루를 ‘살아 움직이는 사람의 형상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정서를 보여 주는 이야기’로 형상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의 힘이 민주주의 정신을 위배하는 일에 경각심을 잃어가는 한국 사회에서 이 영화가 세대를 관통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원동력이었다고 평가한다.

디자인 리뷰

“탈네모꼴이 획득한 시대정신은 분명했다.

그것은 기존 질서를 벗어나고자 했던 디자이너들의 실험정신이자,

한글 자체가 지닌 조형적 원리에 입각한 한글 타이포그래피 방법론에 대한 열망이었다.”

디자인 리뷰에서는 정재완 편집위원이 「한글 타이포그래피 실험기의 탈네모꼴 폰트」라는 제목의 디자인 비평을 썼다. 정재완 편집위원은 인쇄 출판에서 새로운 시도가 풍성하게 이루어지던 1990년대를 돌아본다. 정재완 편집위원은 그중에서도 당대 디자이너들의 실험과 열망이 낳은 한글 탈네모꼴 폰트의 생산과 도입에 주목하여, 1990년대 출간된 탈네모꼴 폰트를 사용한 63종의 단행본 표지 디자인을 살펴본다.

북&메이커: 출판의 낭만과 일상

북&메이커에서는 문학 평론가 고명철이 「한인/한글 문학의 플랫폼,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를 만나기 위해」라는 제목 아래,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를 소개한다. 고명철은 ‘디아스포라 한인/한글 문학의 플랫폼’으로서 웹진 《너머》의 지향과 구성을 소개하며, 웹진 《너머》를 만들며 고찰한 디아스포라적 존재가 직면하고 있는 언어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나아가, 언어 민족주의와 한글 중심주의를 경계하며, 지구화 시대에 접어들며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이 한글이 아닌 현지어로 발표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고민한다.

문학: 풍성한 읽을거리

문학에는 작가 부희령과 SF 평론가 심완선의 에세이 2편이 실렸다.

부희령「비행 공포」에서 비행기를 탈 때마다 느끼는 불안을 잊기 위해 책 두 권을 들고 비행기에 올라탄 경험을 회고한다. 영화가 아닌 책을 택한 것은, 이제껏 살아오면서 주위를 완전히 잊은 경험은 책에 몰입했을 때뿐이었기 때문이다. 책이 불안을 달래지 못하는 가운데, 작가는 어린아이와 청소년의 경계를 넘어가던 시절, 혈육도 친구도 아니었으나 한동안 같은 방을 썼던 한 사람을 떠올린다.

심완선「판타지 세계를 사랑하고 있습니다」에서 SF와 웹소설을 ‘사랑할 만하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저자는 그것들을 ‘사랑할 만하다’라는 말을 하기까지 사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고백한다. 장르 문학을 좋아하는 일은 최근까지 아주 오랫동안 ‘자랑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장르의 언어를 공유하는 사람들 덕분에 문학계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위계를 넘어 장르 문학을 ‘사랑하고’ ‘사랑할 만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된 저자는,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도 사랑할 만한 것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기를 희망한다.

차례

편집실에서 ∥ 김두얼

특집 리뷰: 민주주의와 선거

민주주의는 유권자 때문에 실패하는가 ∥ 송지우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선거로 구할 수 있을까 ∥ 유정훈

차별 없는 차이의 인정 ∥ 하상응

‘선거는 민주적’이라는 착각 ∥ 이나미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대중 ∥ 정회옥

양대 정당 독점 정치를 아래로부터 무너뜨리는 법 ∥ 장석준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두 가지 키워드로 들여다본 〈서울의 봄〉 ∥ 정아은

디자인 리뷰

한글 타이포그래피 실험기의 탈네모꼴 폰트 ∥ 정재완

북&메이커

한인/한글 문학의 플랫폼, 디아스포라 웹진 《너머》를 만나기 위해 ∥ 고명철

리뷰

베스트셀러 1위인 철학서를 어떻게 볼 것인가 ∥ 박찬국

조선 국가론을 향하여 ∥ 김영민

석유 이후의 걸프 경제 ∥ 박인식

이름을 불러 주지 않아도 꽃은 이미 거기에 있다 ∥ 정우현

자넷 옐런을 통해 본 경제와 정치의 접점 ∥ 신현호

문학

비행 공포 ∥ 부희령

판타지 세계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 심완선

지금 읽고 있습니다

신간 책꽂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에는 서문이 있고, 프롤로그가 있는가 하면, 서론이 있습니다. 후기가 있는가 하면, 에필로그도 있습니다. 책을 여닫으며 저자는 독자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저자가 어떤 의도로 책을 쓰려 했고, 그 의도에 따라 책을 완성했던 이야기를, [서문과 후기] 즉 [들머리와 날머리]로 담았습니다.

<식물의 사유: 식물 존재에 관한 두 철학자의 대화>

페미니즘 철학자와 식물성의 철학자의 만남, 두 저자는 32편의 편지를 주고받으며,식물 세계를 통한 사유를 주고받는다. 2020년 출간 도서

서문

우리가 이 책을 함께 쓰게 된 이유는 현재 자연과 생명이 처한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애초에 우리는 이 책이 각 장의 주제에 해당하는 대화로부터 발전하리라고 상상했지만, 우리는 이 계획이 너무 야심 차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곧바로 알아차렸습니다. 해당 문제에 접근하는 우리 두 사람의 입장은 상당히 달랐고, 우리가 공통의 목표를 다루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론적, 윤리적, 정치적 차원에서 구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거의 알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산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히 그랬습니다. 우리가 당면한 딜레마는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거나, 이 책이 미래의 대화로 발전해 나가도록 제안하는 다른 구성 방식을 창안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제안한 것은 루스가 쓴 텍스트와 마이클이 쓴 텍스트가 아래위가 뒤집힌 포맷으로 구성된 책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구성을 취하면 책의 중간 지점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요. 불행히도 이 도발적인 해결책은 우리 두 사람 모두 각자의 관점에 충실하면서 대화가 가능한 방식을 찾는 데 영감을 주긴 했지만, 특히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출판사와 합의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우리의 기여를 이끌어내는 가장 풍요로운 방식을 찾는 작업은 독자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식물 존재에 관한 주요 메시지와 우리 두 사람이 식물 존재를 다루는 상이한 방식을 함께 파악하는 일은 독자들의 몫입니다.

우리가 각각의 주제에 구체적으로 접근할 때 앞으로 나타나게 될 것에 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서로의 입장을 구별해 주는 몇 가지 특성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 두 사람은 식물 세계가 우리 삶에 가져다주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가져다주고 있는 도움에 고마워합니다. 우리의 분석과 제안이 달라지는 대목은 어떻게 식물 세계를 보살필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됩니다. 마이클은 식물 세계 그 자체를 사유하면서 식물 세계가 우리의 전통적 저자들에게 나타나는 궤적을 추적합니다. 이는 우리 전통에 대해 새로운 이해와 충격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그는 식물을 사유의 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인간 사유의 토대를 재구축하려고 노력합니다. 루스는 특히 전체 생명 세계와 관련하여 새로운 존재 방식과 실존 방식을 낳으려면 주체성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마이클이 대체로 그 중요성이 무시되어 온 식물 존재를 사유하면서 우리의 과거 철학을 해석하는 작업을 수행한다면, 루스는 주체성의 규정, 특히 성차화된 규정(sexuate determination)에서 출발하여 우리 문화와 주체성의 토대를 급진적으로 다시 세울 것을 요구합니다. 이런 재정초화 작업은 생명과 생명의 발달에 대한 존중을 용인합니다. 마이클이 그리스 시대의 ‘퓌시스(phusis, 자연)’로 돌아가는 것이 식물의 성장에 내재해 있고 그것에 근접해 있는 인간의 성장―이 성장은 성차의 수준에서 일어나는 성장을 포함합니다―을 낳기를 바란다면, 루스는 이 ‘퓌시스’로의 복귀에 인간 주체성을 키우는 작업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단절, 공백, 해소 불가능한 부정성을 취하고 자연환경 및 소속과 관련하여 초월성과 다른 관계를 맺지 않는다면, 인간 주체성을 키우는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마이클이 우리의 현존 경제가 생태계에 일으킨 피해와 위험 주위를 맴돈다면, 루스는 우리가 깊이 성찰하고 발전시켜야 할 생태적 경제에 유효한 요소로 일부 동양 전통의 가르침과 안티고네가 옹호한 법을 상기시킵니다.

이런 점들은 우리 각각의 입장이 지닌 특징을 보여주는 여러 측면들 중 극히 일부입니다. 성급하게 대충 의견의 일치를 도모하는 대화를 통해 각자의 특성을 모호하게 흐린다면, 이는 우리 사유를 지각하지 못하게 해치고, 독자들이 새로운 존재 방식과 행동 방식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을 열지 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의 환경, 일체의 생명 존재, 그리고 우리 인간의 생성이 현재 처한 상태는 새로운 존재 방식과 행동 방식을 긴급히 요구합니다.

책의 구성과 관련하여 우리가 처음에 제안했던 안은 책을 출판할 때 제1저자와 제2저자로 표기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런 구성 없이 루스는 첫 번째 기고자로, 마이클은 두 번째 기고자로 등장할 것입니다. 이 책을 소개하는 편지와 뒤이어 나오는 많은 장들이 보여주듯이, 이런 방식은 우리의 성을 알파벳 순으로 배열한다는 사실을 넘어 이 책의 글쓰기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 방식에 상응하는 것입니다.

2015년 8월

루스 이리가레

친애하는 루스에게

다시 시작하면서, 나는 하나의 사건으로서 자연의 삶과 사유는 거의 시작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이데거조차 그런 것을 그려보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책은 이 방향으로 내딛는 최초의 발걸음 중 하나입니다. 식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것은 성장의 사건으로서 퓌시스가 가장 확실하게 발견되는 것이 다름 아닌 식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퓌시스를 식물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퓌시스의 사건은 우리들에서, 우리들로서, 그리고 자라면서 드러나는 다른 모든 퓌시스의 참여자들과 우리들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그런 사건을 우리와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 바깥에서, 언어 및 언어들에 의거하여 생각할 수 있을 따름인 관계 바깥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모든 것들을 인간의 문법으로 번역할 수 있다거나 인간만이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식물들과 관계를 맺고자 한다면 식물의 언어를 망각할 수 없으며, 다른 실존 형태들의 언어를 망각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의 담론과 맺는 관계 안에서도 비인간 생명 형태들과 소통할 가능성에 열린 환대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나는 우리가 함께 쓴 이 책이 적어도 그런 환대의 공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환대의 공간을 준비하는 형식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서신 교환은 우편을 통해 느리게 진행되었습니다. 우편을 통한 교환 방식은 생각이 자라고 성숙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주었습니다. 더욱이 우리가 나눈 생각들은 생명에서 분리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생각들은 자서전(auto-bio-graphy)이라는 의미에서 추상적 회상의 형태로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각 장들이―적어도 내가 쓴 장들의 경우―아주 서서히 씌어졌다면, 그것은 개별 장들이 기억에, 식물과 나눈 동시적 경험에, 우리 각자가 쓴 텍스트에 대한 성찰과 반응을 지속적으로 나눈 의견의 교환에 기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의 세계, 혹은 그 세계 안의 어떤 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식물의 세계로의 열림을 키우는 일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식물의 생명을 경험하고 재경험하는 토대 위에서, 인간관계가 더 이상 경제적이지 않고 생태적 공유에 도움이 되도록 인간관계를 리모델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새로운 인간관계가 우리의 책에서 간신히 시작되었지요.

우리가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면, 내가 이 책에서 쓴 부분을 동일한 크기로 소환했던 두 개의 원천이 보입니다. 그 두 원천은 식물들과 더불어 식물들에 대한 나의 경험에 응답하면서 당신의 경험에 응답하라는 명령이었습니다. 당신의 경험 안에는 무엇보다 식물 생명과 더불어 식물 생명에 대한 당신의 경험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 이중적 응답이 무엇을 수반하는지 이해하는 데에는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두 응답이 그저 하나가 다른 하나를―그것이 식물이든 인간이든―반사하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부족했을 것이라는 점은 금세 분명해졌습니다. 끝없는 모방 효과를 만들어낼 상호반사 역시 충분치 않았을 것입니다. 이 상호반사 속에서 형이상학적 사유 방식과 행동 방식은 훨씬 격렬하게 자신의 주장을 다시 펼쳤을 것입니다.

내가 당신이 이 책에서 이야기했던 것에 대해 즉각적 해답을 주었더라면 그것 역시 불충분한 응답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 앞에 놓인 위험은 식물의 세계를 잃어버리고 로고스라는 밀봉된 세계 속으로 가라앉는 것입니다. 흔히 대화로 불리는 로고스의 세계는 식물의 세계에 귀먼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타자에게 말할 수 없는 것을 보존하면서 이렇게 간접적으로 비스듬히 응답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도전입니다. 그런 사선적 특성(obliqueness)이야말로 언어에서, 무엇보다 식물의 언어에서 번역될 수 없는 것을 가급적 많이 보존하는 것이 아닐까요? 인쇄된 말에서 일어난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일어나고 있는 침묵과 틈새와 간극―예를 들어 장들 사이에서―에 당신과 이 책의 독자들은 어떻게 응답할까요? 달력의 시간을 특정해서 말해 주고 있는 각장의 날짜는 무엇을 말하고 있거나 말하고 있지 못할까요? 이 날짜의 단독성은 가끔 텍스트의 ‘내용’이라 불리는 것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날짜는 식물 생명의 경험 그 자체로 숨겨진 채 남아 있을 방식으로 앞서 내가 말한 이중적 경험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의 책이 식물의 세계, 다른 인간 존재, 다른 인간들과 관계맺을 대안적 지평을 열어주기를 희망합니다. 동시에 우리가 서로에게 나누어 주고자 했던 것이 지닌 단독적이며 사선적인 특성 때문에 우리는 이런 대안적 지평이 부서지기 쉬우며 힘들게 노력해야만 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우리의 작업이 다른 방식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징한 처방, 이중적 구조의 부재, 직접적인 현상학적 기술을 시도했더라면 우리의 기획 전체가 처음부터 망가졌을 것입니다, 식물적 존재를 경유한 만남이(이 만남뿐 아니라) 다른 만남들을 얼마나 자라게 할 것인지는 이제 시간이 말해 줄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미래를 희망하며

마이클 마더

2014년 11월 1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페미니즘 철학자와 식물성의 철학자의 만남, 두 저자는 32편의 편지를 주고받으며,식물 세계를 통한 사유를 주고받는다. 2020년 출간 도서

[본문 속으로]

우리가 이 책을 함께 쓰게 된 이유는 현재 자연과 생명이 처한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애초에 우리는 이 책이 각 장의 주제에 해당하는 대화로부터 발전하리라고 상상했지만, 우리는 이 계획이 너무 야심 차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아직은 적절치 않다는 점을 곧바로 알아차렸습니다. 해당 문제에 접근하는 우리 두 사람의 입장은 상당히 달랐고, 우리가 공통의 목표를 다루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론적, 윤리적, 정치적 차원에서 구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거의 알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산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히 그랬습니다. 우리가 당면한 딜레마는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거나, 이 책이 미래의 대화로 발전해 나가도록 제안하는 다른 구성 방식을 창안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제안한 것은 루스가 쓴 텍스트와 마이클이 쓴 텍스트가 아래위가 뒤집힌 포맷으로 구성된 책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구성을 취하면 책의 중간 지점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요. 불행히도 이 도발적인 해결책은 우리 두 사람 모두 각자의 관점에 충실하면서 대화가 가능한 방식을 찾는 데 영감을 주긴 했지만, 특히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출판사와 합의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우리의 기여를 이끌어내는 가장 풍요로운 방식을 찾는 작업은 독자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다시 말해, 식물 존재에 관한 주요 메시지와 우리 두 사람이 식물 존재를 다루는 상이한 방식을 함께 파악하는 일은 독자들의 몫입니다. (4-5쪽)

친애하는 마더에게

당신에게 이 책을 공동 저술하자고 제안했을 때 나는 이 작업이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이 책을 소개하는 편지에서 언급했듯이, 두 가지 사안 때문에 나는 이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 지구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 존재가 위험에 처해 있으며, 식물 세계를 보존하는 것은 지구 행성을 구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두 번째는 우리의 에너지를 살아 있게 해주는 다른 실존 방식과 공동-실존 방식을 확립하기 위해, 우리의 자연적 속성으로 돌아와 그것을 적절하게 키우는 것을 통하여 우리는 인간으로서 오늘날 세계를 통치하는 과학과 기술의 지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성적 정체성이 이런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골격(framework)―하이데거가 말한 ‘뼈대(Gestell)’를 약간 다른 의미로 쓸 수도 있습니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성적 정체성은 우리 신체의 물질성이 생명의 성장과 공유에 기초한 보다 구체적인 문화적 개별화와 관계적 질서로 변형되는 쪽으로 나아가도록 우리가 이 신체적 물질성을 초월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식물 생명 및 식물 생명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과 관련하여 생명을 키우는 일로 돌아가도록 초대하는 이 책의 공동 저자로 남성이 더 좋겠다고 상상했던 것은 이런 생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159-16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페미니즘 철학자와 식물성의 철학자의 만남, 두 저자는 32편의 편지를 주고받으며,식물 세계를 통한 사유를 주고받는다. 2020년 출간 도서]


식물의 사유

식물 존재에 관한 두 철학자의 대화

루스 이리가레·마이클 마더 지음|이명호·김지은 옮김

360쪽|국판 변형(144*210)|반양장|18,000원

2020년 8월 25일|인문/철학 > 교양 인문학/ 철학 일반

isbn 979-11-89333-27-0 03100




식물성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사유를 시도함으로써

인간과 식물의 창조적 만남을 확장하다

페미니즘 철학을 대표하는 루스 이리가레와 식물성의 철학을 선보이는 마이클 마더가 16개 주제를 담은 32편의 서신 교환을 통해 나눈 철학적 사유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각기 ‘페미니즘(성차) 철학’과 ‘식물의 철학’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독창적 사유를 전개해 온 두 철학자가 ‘식물 존재’를 통해 자연과 문화, 물질과 정신, 감각성과 초월성, 주체와 타자, 여성과 남성, 비인간과 인간 등 서구 형이상학을 지배해 온 이분법과 동일성의 사유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2013년 11월부터 2014년 말까지 일 년 남짓 열여섯 개의 주제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편지로 교환한 것이 책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일 년은 사 계절의 순환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SNS와 이메일의 시대에 우편을 통한 편지로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 자체가 식물의 발아와 성장과 개화와 결실의 시간을 닮으려는 저자들의 생각을 반영한다.

이 책은 철학자 두 사람이 나눈 편지를 엮은 것이다. 따라서 철학적 개념과 사유이 동원되지만, 전문적인 철학 서적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생생한 개인적 체험을 들려준다. 루스 이리가레는 박사학위 논문을 책(『검경』, 1974)으로 출판한 뒤 라캉 정신분석학교에서 추방당하고 파리 뱅센 대학의 교수직에서 쫓겨났다. 그녀가 어떻게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었을까? 교통사고를 당한 후 요가 수업에서 배운 호흡법이 어떻게 그를 인도 철학으로 이끌었을까? 감각과 영혼을 결합하려는 그의 노력이 어떻게 매일의 시 쓰기로 나타났을까? 우리는 이 책에서 그녀의 철학적 사유와 결합한 내밀한 독백을 들을 수 있다.

마이클 마더는 뿌리 뽑힌 이민자로 세계를 떠돌아다니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집 마당에서 식물이 뿌리 뽑히는 것을 보고 내면의 무언가가 복구될 가망 없이 영원히 상실되었음을 느낀 것이나, 빙설폭풍이 오타와 시에 불어 닥쳤을 때 도시적 삶의 취약성을 몸소 체험한 것이 어떻게 식물성에 대한 철학적 사유로 이어졌는지를, 우리는 알 수 있다. 철학을 삶의 맥락과 감각적 경험으로 다시 데려오는 이런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사유의 장소성과 신체성을 느낄 수 있다.

기존 철학 서사를 뒤흔들고 확장된 감수성을 깨우다

이 책은 인간중심적 형이상학에서 경시되어 온 자연과 식물, 그리고 이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생성적 에너지를 다룬다. 우리에게는 식물성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낯설다. 하지만, 두 사람의 철학적 지평에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 새로운 철학적 사유는 인간과 식물의 창조적 만남을 그린다.

서문에서 이리가레는 “우리가 이 책을 함께 쓰게 된 것은 현재 자연과 생명이 처한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사상적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식물 존재를 통해 새로운 사유의 지평을 열려는 문제의식이 이 지적 대화의 밑바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식물이 현재 자연과 생명이 처한 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안 모색의 핵심으로 간주되었을까? 인간중심주의가 지구 환경 파괴와 생태계 위기를 낳은 원인이라는 반성이 일면서 동물과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현대 담론의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지만, 식물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식물은 가장 미발달된 생명 존재이고, 생산의 원자재이자 바이오 연료로 치부되어 왔을 뿐, 인간이 그 일부를 이루는 생명의 토대로 이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식물적 존재로 돌아가는 것은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가 생명과 연대하는 사유의 가능성을 길어 올리는 것이다. 생명의 에너지를 키우고 나누는 새로운 사유와 삶의 방식은 생태 지향성을 당연히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생태 지향성은 그것을 가로막는 사유 체계와 사회경제 체제의 해체와 극복을 전제하지 않을 수 없다. 철학자로서 이리가레와 마더에게 이 작업은 서구 형이상학을 극복하는 일과 깊이 연동된다.

식물은 자라고 변하고 생성하는 존재이다!

―하이데거를 경유하여 그리스 철학으로 돌아가다

이리가레와 마더 두 사람 모두에게 서구 형이상학을 넘어서는 길은 하이데거를 경유하여 소크라테스 이전 그리스 철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리가레는 인도 철학과 불교 철학에서 그리스 철학과 접속하고 그것을 보완할 사유의 가능성을 찾기도 한다. 하이데거는 만물을 조율하는 하나의 통일된 원리를 설정하는 로고스 중심주의가 출현하기 전, 스스로 생성하는 존재들로 자연을 바라보았던 초기 그리스 철학에서 존재 망각을 넘어설 수 있는 사유의 단초를 발견했다. 하이데거가 초기 그리스 철학에서 읽어낸 ‘퓌시스(phusis, 자연)’는 죽어 있는 고정된 물체가 아니라 ‘스스로 자라고 변화하는 물질’이다. 하이데거의 용어로 퓌시스는 시간과 공간 속에 자신을 ‘나타내는(appearing)’ 존재사건이다. 자기 안에 성장의 잠재력을 지닌 살아 있는 존재가 ‘퓌시스’라면, 이 퓌시스의 속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존재가 다름 아닌 ‘퓌톤(phuton, 식물)’이다. 퓌톤은 퓌시스의 축소판이다. 다른 무엇보다 식물은 ‘자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 곳에 뿌리박힌 채 이동과 변화가 불가능한 존재로 간주되었던 식물에게서 ‘자라고 변화하고 생성하는 존재’로서 자연의 원형적 모습을 발견한 것이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인간 안의 자연과 인간 밖의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읽어낼 길을 열어주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우주를 구성하는 4원소로 알려진 물, 불, 흙, 공기는 생성적 잠재력을 지닌 살아 있는 물질로서 지구 생명체의 필수적인 요소이자 만물의 뿌리로 간주된다. 인도 자이나교는 여기에 식물을 제5원소로 추가한다. 식물은 생명을 선사하는 4원소들을 모으는 존재이자, 이 원소들에게 적당한 양의 햇빛과 습기와 미네랄과 공기를 제공함으로써 원소들에게 영양을 공급하고 활력을 불어넣는다. 생명이 싹트고 자라고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활력과 잠재력을 유지하려면, 4원소 사이에 적절한 비율이 유지되어야 한다. 서구 문명은 4원소 중에서 불에 특권적 위상을 부여하여 다른 원소들을 불에 복속시켜 왔다. 불은 물질을 연소시켜 에너지를 추출하는 문명의 원천으로서, 생명 자체가 안에서 타오르는 거대한 불길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인들은 불의 창조적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는 겸손을 잊지 않았던 반면, 현대인들은 절제 감각을 잃고 문명 자체를 통제 불능의 대화재로 만들어 왔다.

이리가레와 마더는 4원소 중에서 물과 공기, 그중에서도 특히 공기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공기는 생명체가 숨 쉬게 해주고, 물질들 사이에 이동을 보장해 주는 보편적 공유물이다. 또한 공기는 신체의 물질성이 영혼의 섬세함으로 옮겨갈 수 있게 해줌으로써 대지와 하늘을 이어준다. 그러나 공기는 그 자체로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유동적 물질로서 여성적-모성적이다. 하이데거에게서도 공기는 사유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는 여성적-모성적 차이에 대한 망각과 억압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리가레의 생각이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수행하는 자율적 신체 활동이 숨 쉬기이다. 인간에게 숨 쉬기는 식물의 뿌리 내리기와 같다. 그러나 “서구적 정신을 추동한 것은 밖으로 내쉬는 순간을 지연함으로써 공기를 지배하고, 주체성이라는 신체 없는 숭고한 폐 속으로 가급적 많이 들이 마시고 외부 세계와 호흡을 공유하는 것을 막으려는 욕망”이었다(마더). 그 결과 근대 서구인은 자신의 숨을 없애 버렸다. 그는 “자신이 이룩한 기술적 성취를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느라 숨을 헐떡였고, 그 성취가 뿜어내는 매연으로 질식 상태에 빠졌다”(마더). 그러나 안과 밖 사이에 참된 공유가 일어나지 않으면 숨을 쉴 수가 없다. 들숨과 날숨은 생명의 기본 리듬이다. 이 잃어버린 생명의 리듬을 되찾기 위해 이리가레와 마더 두 사람 모두 호흡에 주목한다. 인도의 요가 호흡법은 수행을 통해 우리의 몸이 “공기가 흐르는 관”이 되게 하려고 한다. 그것은 줄기와 잎사귀로, 아니 온몸으로 숨 쉬는 식물의 호흡을 닮았다.

식물은 더불어 자라는 공동체이다!

―문화는 자연의 경작이어야 하지 분리나 지배가 아니다

호흡뿐만이 아니라 인간은 식물로부터 자연과 더불어 성장하는 존재 양식과 자세를 배울 수 있다. 마더가 뉴욕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시절 비좁고 누추한 아파트 뒷마당에서 만난 한 그루 나무는 ‘더불어 자라는 공동체’의 표상으로 남아 있다.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생명의 왕국을 이루는 한 그루 나무와 그런 나무들과 풀들과 꽃들이 다른 생명체들과 함께 어우러져 자라는 숲에서, 혹은 숲 옆에서, 인간은 내부의 자연과 외부의 자연을 분리시키지 않고, 생명의 원소적 토대를 이루는 햇빛과 공기와 물과 땅과 신체적·감각적 교감을 나누며, 인간으로서 자신의 고유한 성장의 과제를 이루어낸다. 식물 존재 주위에서 인간 사회와 정치 공동체가 무르익을 수 있다. 자연과의 분리에서 인간적 탄생을 찾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자연적 속성(natural belonging)을 문화적으로 키워내는 것이 ‘인간 되기’의 과제가 된다. 문화(culture)는 자연의 경작(cultivation)이어야 하지 자연으로부터의 분리나 단절, 혹은 자연의 지배와 정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 인간이 되는 것은 특별히 인간적이라고 여겨지는 생명의 내적 표현이 점차 드러나고, 그 과정에서 개별적 존재로서 우리 각자에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인간에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마더). 이 문장은 마더의 것이지만 이리가레도 공유하는 ‘인간 생성’의 원리이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그리스 비극의 여주인공 안티고네에서 발견한 것이 국가의 법에 맞서 생명을 지키고 돌보는 윤리이다. 안티고네가 죽은 오빠의 장례를 치러주려는 것은 국가에 맞서 가족의 가치를 옹호하는 것(헤겔)이 아니라 오빠의 시신을 땅에 돌려주려는 것이다. 그녀의 애도 작업은 땅에서 분리되지 않은 사람만이 취할 수 있는 윤리적 자세이다. 그것은 ‘여성적’이다.

성차의 철학과 식물 철학은 어떻게 만나는가?

―성차화는 섹스와 젠더라는 페미니즘의 낯익은 구분을 가로지른다

이리가레에게 자연적 존재로서 인간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퓌시스 자체가 최소한 ‘둘’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둘’은 하나로 환원되지 않고 ‘다수’로 열릴 수 있다. 성차(sexuate difference)는 동일한 성적 정체성을 취하지 않는 두 주체 사이의 환원할 수 없는 비대칭적 차이이다. 차이는 간극을 전제한다. 하이데거와 달리 존재는 “하나가 아닌 성”이다. 다른 성과의 사이에 간극을 지닌 성적 존재는 다른 성으로 흡수되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성적 특성을 신체적 욕구와 관계적 욕망에서, 감각적 경험과 영적 표현에서, 사적 관계와 정치 영역에서 키워야 한다. 이 작업이 ‘성차화’ 혹은 ‘성적 되기(sexuation)’이다. 남성과 여성은 각기 다른 자연을 타고난 성적 존재로서 자기 안의 자연의 리듬에 가장 잘 어울리고 그것을 키워줄 수 있는 문화 질서를 만들고 향유할 성적 권리를 지닌다. 성차화는 자연적 소여로서의 ‘섹스’와 문화적 구성물로서의 ‘젠더’라는 페미니즘의 낯익은 구분을 가로지르고 뛰어넘는다. 참된 의미에서 인간이 되는 것은 성차화된 존재가 되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철학자로서 이리가레는 동일자 남성으로 환원되지 않고 자신의 성적 특수성을 키우고 표현하는 여성적 문화를 꿈꾼다. 기묘하게도 그것은 식물성과 공명한다. 이리가레가 식물의 철학자 마더에게 대화를 제안한 이유일 것이다.

리뷰/추천사

아름답게 쓰인 이 매혹적인 책은 이리가레와 마더 두 사람이 식물 생명의 철학, 존재론, 윤리 그리고 살아 있는 존재인 식물에 대한 우리의 본질적 의존을 사유한다.

—엘리자베스 그로츠, 『카오스, 영토, 예술』의 저자

이리가레와 마더는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들이 공유하는 맥박과 침묵의 언어에 다가감으로써 기존의 철학 서사를 뒤흔들고 섬세하면서 확장된 감수성을 일깨운다.

—클라우디아 바라치, 『제1철학으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의 저자

『식물의 사유』는 식물이 서구 형이상학 전통과 철학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탐구한다.

—윌리엄 에긴턴, 『종교적 중용을 옹호하며』의 저자

저자 및 옮긴이 소개

루스 이리가레(Luce Irigary)

벨기에 출신 페미니스트 철학자이다.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 세미나에 참여하여 정신분석 수련의 과정을 밟았지만, 『검경(Speculum of the Other Woman)』(1974) 출간 이후, 파리 프로이트학회로부터 파문당하고 재직 중이던 파리 제8대학에서도 쫓겨났다. 남근 로고스 중심주의를 벗어나 성차를 사유한 『성차의 윤리(An Ethics of Sexual Difference)』(1984), 『하나이지 않은 성(ThisSex Which Is not One)』(1985) 등을 집필하여 ‘성차 페미니즘’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주요 저서로는 성차의 문제를 민주주의와 연결시킨 『민주주의는 둘 사이에서 시작한다(Democracy Begins Between Two)』(1994)를 비롯하여 『동양과 서양 사이(Between East and West)』(1999), 『둘로 존재하기(To Be Two)』(2001), 『세계를 공유하기(Sharing the World)』(2008) 등 다수가 있다.

마이클 마더(Michael Marder)

스페인 바스크 대학 철학과 이케르바스크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이데거 현상학에 사상적 토대를 두고 현대 서구 철학과 식물성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왔다. 주요 저서로는 『식물 생각하기(Plant-Thinking)』(2013), 『철학자의 식물(The Philosophers Plant)』(2014), 『불의 정치학(Pyropolitics)』(2014), 『체르노빌 식물표본(The Chernobyl Herbarium)』(2016) 등이 있다.

옮긴이 이명호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뉴욕주립대학교(버펄로)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영미문화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글로벌인문학술원 원장, 감정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누가 안티고네를 두려워하는가: 성차의 문화정치』가 있으며, 공저로 『감정의 지도그리기』, 『유토피아의 귀환』 등이 있다.

옮긴이 김지은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영미문화전공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아일랜드 현대문학으로 석사학위 취득 후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구 분야는 젠더/페미니즘, 현대문학, 문화비평이다.

목차

서문 5

1부 루스 이리가레

프롤로그

1 식물 세계에서 피난처 찾기

2 생명을 망각한 문화

3 보편적 호흡을 공유하기

4 원소의 생성적 잠재력

5 계절의 리듬에 맞춰 살기

6 자연 존재의 놀라운 다양성의 복원

7 우리의 감각지각을 키우기

8 인간 동반자에게 향수를 느끼기

9 인간들 사이로 돌아가는 위험을 무릅쓰기

10 자신을 잃고 자연에게 다시 도움을 요청하기

11 숲에서 다른 인간을 만나기

12 어떻게 우리의 살아 있는 에너지를 키울지 생각하기

13 몸짓과 말은 원소를 대체할 수 있을까?

14 자연 속에 혼자 있는 것에서 사랑 안에서 둘로 존재하는 것으로

15 인간 되기

16 만물 사이에서 생명을 키우고 공유하기

에필로그

주석

2부 마이클 마더

프롤로그

1 식물 세계에서 피난처 찾기

2 생명을 망각한 문화

3 보편적 호흡을 공유하기

4 원소의 생성적 잠재력

5 계절의 리듬에 맞춰 살기

6 자연 존재의 놀라운 다양성의 복원

7 우리의 감각지각을 키우기

8 인간 동반자에게 향수를 느끼기

9 인간들 사이로 돌아가는 위험을 무릅쓰기

10 자신을 잃고 자연에게 다시 도움을 요청하기

11 숲에서 다른 인간을 만나기

12 어떻게 우리의 살아 있는 에너지를 키울지 생각하기

13 몸짓과 말은 원소를 대체할 수 있을까?

14 자연 속에 혼자 있는 것에서 사랑 안에서 둘로 존재하는 것으로

15 인간 되기

16 만물 사이에서 생명을 키우고 공유하기

에필로그

주석

옮긴이 해제

찾아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