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페루: 안데스적 가치와 상생의 사유 강정원 지음|176쪽|15,000원|2025년 4월 28일

깊은 페루, 안데스의 지혜에서 배우는 삶의 방식

https://youtu.be/KWq1JaIRtoQ

페루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대부분은 마추픽추나 잉카 제국의 유산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깊은 페루』를 읽고 나면, 그 너머에 있는 훨씬 더 깊고 다층적인 세계가 보인다. 이 책은 고대 문명과 생태 다양성의 보고인 페루를 ‘안데스적 가치’라는 시각으로 풀어내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먼저, 페루는 문명의 흔적이 가장 오래된 지역 중 하나다. 기원전 3500년경 노르테 치코 문명을 시작으로, 차빈, 모체, 나스카, 와리, 그리고 잉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대 문명이 등장하고 사라졌다. 이들 문명은 각각의 자연환경에 맞춰 사회 구조와 문화를 발전시켰고, 그 안에는 지리적 조건과 생태적 감각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이처럼 자연에 기반을 둔 문화는 경제구조에서도 드러난다. 페루는 은과 구리, 석유, 커피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이 자원들은 식민지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이 되어 왔고, 동시에 외국 자본에 의존하는 수출 중심 경제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19세기 구아노 수출 붐은 단기간의 부를 안겼지만, 이후 과도한 채굴과 외세 개입으로 부작용을 겪은 사례다. 이는 자원에 의존하면서도 그 주도권을 쥐지 못한 페루의 이면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지리적 강점을 기반으로 물류 허브로서의 잠재력도 커지고 있다. 태평양과 안데스를 잇는 위치에 있는 페루는, 아시아-남미 무역의 핵심 경로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찬카이 항만 개발은 페루를 국제 무역의 전초기지로 탈바꿈시킬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이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지역 사회의 갈등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문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페루의 생태 다양성이다. 사막, 산, 밀림이 한 나라 안에 공존하며, 각각의 지역이 고유한 기후와 생물 다양성을 갖고 있다. 안데스의 고도에 따라 나뉘는 생태 구역, 아마존의 애니미즘적 세계관은 단지 자연을 배경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 일부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안데스 사람들은 고도별 자원을 나누고 교환하며 살아왔고, 아마존 주민들은 자연과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존재를 이해해 왔다. 이것이 바로 ‘안데스적 가치’다. 이 가치란, 단순히 과거의 전통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에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다.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조화를 중시하고,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보는 태도는, 기후 위기와 사회 갈등이 심화되는 지금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가치가 아닐까. 『깊은 페루』는 단순한 여행서도, 역사책도 아니다. 그것은 페루라는 땅을 통해 우리 삶을 다시 성찰하게 만드는 하나의 인문학적 여정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삶'이란 무엇인지, '공존'이란 어떻게 가능한지를 다시 질문하게 된다. 페루의 깊이에서, 오늘의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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