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서울리뷰오브북스》 봄호 편집마감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다음 특집 주제는 ‘시의성 있게’ ‘헌법의 순간’으로 정했습니다. 출간 주기가 3개월인 계간지가 매번 시사/이슈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지난 겨울호는 시의에 맞지 않아도, 너무 맞지 않은 결과였습니다. 책이 나오자마자 비상 계엄 사태, 그리고 그로 인한 탄핵 정국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았다면, “만화라는 소우주”에 스며들어 보는 것은 한번쯤 권할 일이 아니었나 쉽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준비했지만, 빅이슈에 파묻혀 그다지 주목하지 않게 된 “만화-책-큐레이션”을 다시 소개해 드립니다!

《서울리뷰오브북스》 16호(2024년 겨울호)의 특집 주제는 ‘만화라는 소우주’이다. “허구한 날 책은 안 읽고 만화나 본다”며 한소리 들었던 어린 시절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보통의 책’에 비해 만화를 낮추어 보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러나 그런 고정관념은 철 지난 것이 된 지 오래다. 책의 세계가 우주라면 만화는 그 자체로 소우주를 이루었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만화라는 광활한 소우주를 유영하며, 네 편의 만화를 만나 본다. 만화가 선우훈은 최근 드라마화되며 더욱 화제를 모았던 서이레·나몬의 『정년이』를, 출판 및 시각예술 기획자 한윤아는 최성민의 첫 장편만화 『좁은 방』을, 편집자 김미래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그래픽노블 작가 앨리슨 벡델의 『초인적 힘의 비밀』을, 소설가 김화진은 2023년 일본 만화대상 2위를 차지한 『아카네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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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상·우수상 수상작 수록

2024 우주리뷰상 발표

『뒤틀린 한국 의료』로 보는 의료 대란부터

폭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폭염 살인』까지

리뷰

『정년이』의 여성 서사부터

앨리슨 벡델의 『초인적 힘의 비밀』까지

특집 리뷰: 만화라는 소우주

백수린 작가와 박누리 번역가의 에세이

문학

《서울리뷰오브북스》 × 알라딘 주최, 아모레퍼시픽재단 후원

‘2024 우주리뷰상 발표’

의료 대란부터 폭염까지, 오늘의 이슈를 책으로 읽는

‘리뷰’

만화가, 기획자, 편집자, 소설가가 선택한 네 가지 만화

‘특집 리뷰’

《서울리뷰오브북스》 16호(2024년 겨울호)의 특집 주제는 ‘만화라는 소우주’이다. “허구한 날 책은 안 읽고 만화나 본다”며 한소리 들었던 어린 시절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보통의 책’에 비해 만화를 낮추어 보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러나 그런 고정관념은 철 지난 것이 된 지 오래다. 책의 세계가 우주라면 만화는 그 자체로 소우주를 이루었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만화라는 광활한 소우주를 유영하며, 네 편의 만화를 만나 본다. 만화가 선우훈은 최근 드라마화되며 더욱 화제를 모았던 서이레·나몬의 『정년이』를, 출판 및 시각예술 기획자 한윤아는 최성민의 첫 장편만화 『좁은 방』을, 편집자 김미래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그래픽노블 작가 앨리슨 벡델의 『초인적 힘의 비밀』을, 소설가 김화진은 2023년 일본 만화대상 2위를 차지한 『아카네 이야기』를 소개한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아모레퍼시픽재단의 후원을 받아 알라딘과 함께 서평 공모전 ‘우주리뷰상’을 개최했다. 500편에 가까운 서평이 응모된 가운데, 최우수작 1편, 우수작 7편이 가려졌다. 심사경위·심사평·수상 소감과 더불어, 『전사들의 노래』와 『출근길 지하철』을 통해 ‘전장연 시위’의 의미를 성찰하는 최우수작 「전장연 시위라는 사건」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무위 사상과 상호 참조적으로 읽은 우수작 「무위의 계보학」을 이번 호에 게재한다.

‘리뷰’ 코너에서는 올 한 해 한국 사회를 강타한 이슈들을 다룬 책들을 소개한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진은 기자의 시선으로 의료 대란 사태를 들여다본 『뒤틀린 한국 의료』를 리뷰한다. 국립기상과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대기과학자 조천호는 폭염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하는 『폭염 살인』을 다룬다. 이 밖에도 ‘북&메이커’ 코너에서는 20세기 말 순정만화 잡지 독자가 지금을 호흡하는 이야기를 새의노래 출판사 대표 고미영이 전하고, ‘디자인 리뷰’에는 싱가포르 아트북페어에서 가져온 세 가지 책을 중심으로 아트북페어의 의미와 책의 미래를 가늠하는 정재완 편집위원의 글이 실렸다. ‘문학’ 코너에서는 소설가 백수린과 번역가 박누리가 책과 번역에 관한 사색을 전한다.


2024 우주리뷰상 발표

당선작·심사 경위·심사평·수상 소감 발표

최우수작 「전장연 시위라는 사건」,

우수작 「무위의 계보학」 공개

독서 문화 확산, 인문학적 지평 확대를 통해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 온 아모레퍼시픽재단과 인문·사회·과학·교양 독자들의 지식 보급 창구가 되어 온 알라딘과 함께 독서 및 서평 문화의 확산, 신진 서평가 발굴, 도서 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우주리뷰상’이 막을 내렸다. 7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약 세 달간 총 478편의 응모작이 접수되며 서평가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응모작은 한국 독서 문화의 저변을 보여 주듯이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학,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책에 걸쳐 있었다. 이후 약 한 달간의 심사 끝에 최우수작 1편, 우수작 7편이 선정되었다. 당선자들은 학생부터 공무원, 대학 연구원, 시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고, 그중 상당수가 20-30대라는 점 또한 두드러졌다. 여덟 편의 수상작 중 최우수작과 우수작 한 편을 이번 호에 게재한다.

“포체투지는 기어가는 행위의 의미가 단지 동정의 몸짓에만 국한되던 기존 시선을 깨트리고 정치적 주체의 숭고한 몸짓으로 이를 전용하는 전복적 행위가 된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김도형의 「전장연 시위라는 사건」은 진보적 장애운동 활동가 여섯 명의 생애를 기록한 『전사들의 노래』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대표가 장애운동 전반의 역사와 생각을 기록한 『출근길 지하철』을 다루었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행동은 분명 한국 사회에 있어 하나의 사건이다. 특히 중증장애인의 신체가 지하철 바닥을 기어가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포체투지와 마주할 때 우리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낯선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김도형은 ‘전장연 시위’에 관한 납작한 이해에 맞서 두 권의 책이 제시하는 대항 서사를 재구성하며, 이를 통해 장애운동 전반이 어떻게 우리가 세상을 사고하고 감각하는 일상적 방식에 파열을 가하는지 살펴본다.

“무위는 어떤 완결이 아닌, 하나의 전환이자 접속이다. 그것은 비유컨대 우리의 관심과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쏟을 수 있게 돕는 키이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이두은의 「무위의 계보학」은 관심경제에 맞서 ‘하지 않음’을 전하는 제니 오델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리뷰했다. 이두은은 제니 오델의 ‘하지 않음’을 노자의 ‘무위’와 상호 참조적으로 읽는다. 그리하여 제니 오델이 제시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실천 전략들과 그 다양한 예시들(디지털 디톡스, 코뮌 운동, 헨리 데이비드 소로, 장미 정원에서의 새 관찰 등)을 무위의 계보 안에 위치시킨다. 그리고 이들 무위가 공통으로 지향하는 바는 단순히 관심경제에서 관심을 거두는 것뿐 아니라,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 다시 말해 관심의 새로운 방향성이며, 이때 무위는 어떤 완결이 아닌, 하나의 전환이자 접속임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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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으로 세상을 보다

〈리뷰〉에서는 올 한 해 한국 사회를 강타한 이슈들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시각을 전하는 책들을 만나 본다. ‘의료 대란’ 사태를 다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진 교수의 『뒤틀린 한국 의료』부터, 폭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대기과학자 조천호의 『폭염 살인』 리뷰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시의성 있고, 심도 있는 서평들이 이어진다.

“‘뒤틀린’ K-의료의 전체적인 재조정,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진은 「기자의 눈으로 본 K-의료의 정치경제학」에서 보건의료 전문기자 김연희의 『뒤틀린 한국 의료』를 소개한다. 이동진은 저자의 논의를 따라, 의대 정원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K-의료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과학적’ 사실이지만, 의사 수만 늘린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돈 되는 과와 진료에 인력과 자원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수가’이며, 덜 필요한 의료에서 더 필요한 의료로 돈을 옮기는 전체적인 재조정,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동진은 이를 위한 개혁의 전망이 어두운 현실을 지적하며, 정치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폭염은 자연 현상이지만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공공성이 무너진 곳에서 재난으로 드러난다.” 대기과학자 조천호(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는 「불타는 폭염에서 불타는 야망으로」에서 기후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의 『폭염 살인』을 다루었다. 조천호는 기후변화에 따른 온도의 변화, 즉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날씨가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을 조명한다. 특히, 저자가 기후변화의 핵심 문제 중 하나라고 지목한 에어컨의 사례를 통해 폭염의 불평등성을 강조한다. 나아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치명적인 폭염에 대한 대응이 곧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의 척도임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학생 한 명 한 명은 모두 다른 지식을 가지고 교실에 들어와, 같은 교실에 있어도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배움의 결실을 맺는다.” 컴퓨터과학자 정은진(샌프란시스코대학교 부교수)은 「모두가 다르게 배우는 하나의 교실을 위해」에서 에누마 창업자·CEO인 이수인이 아이들의 학습을 돕는 교육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온 여정을 담은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를 소개한다. 정은진은 학습의 개별성을 돕는 교육 소프트웨어가 장애가 있는 아이, 난민촌의 아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 등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학습하도록 도울 수 있는 도구임을 이야기한다. 또한, 현실에 없는 ‘중간의 아이’를 기준으로 가르치는 교실에서 학습 격차가 커지고 효율이 떨어지는 현실에 대해 맞춤형 학습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조명한다.


특집 리뷰: 만화라는 소우주

“책의 세계가 우주라면 만화는 그 자체로 소우주를 이루었다.

글자가 아닌 그림이라는 수단을 사용한다고 해서

혹은 종이책이 아니라 인터넷에 올라온다는 형식을 이유로

책의 우주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유정훈, 「편집실에서」 중에서

만화가이자 만화평론가인 선우훈, 타이그레스 온 페이퍼 대표이자 출판·시각예술 기획자인 한윤아, 쪽프레스와 고트(goat)의 편집장 김미래, 소설가 김화진까지, 만화를 애정하는 네 명의 저자가 선택한 만화는 무엇일까?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웹툰, 장편만화, 그래픽노블, 왕도 성장물까지 저마다의 매력을 발산하는 네 가지 만화책에 대한 특집 리뷰를 마련했다. 선우훈은 서이레가 쓰고 나몬이 그린 『정년이』를 다루며 여성국극이라는 배경 위에 펼쳐진 여성 서사에 주목하고, 최근 방영되었던 드라마와의 관계를 논한다. 한윤아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며 현실을 포착해 온 만화가 최성민의 『좁은 방』을 통해 한국 사회 여성-청년의 경험과 가부장적 실체를 조명한다. 김미래는 콘텐츠의 성평등 평가 방식인 ‘벡델 테스트’로 잘 알려진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벡델의 『초인적 힘의 비밀』이 불러일으킨 몸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김화진은 유키 스에나가가 쓰고 모에 타카마사가 그린 『아카네 이야기』를 읽으며 라쿠고(일본의 전통 이야기 예술)가들이 가르쳐 주는 말하는 사람의 태도에 대해 생각한다.

“『정년이』는 최근 여성 서사로 분류되는 작품들 중에서도 다양한 면에서 여성 서사의 본질을 충실히 담아낸 작품이다.” 만화가·만화평론가 선우훈은 「재밌지 않니? 세상은 거대한 여성국극 무대 같아」에서 서이레가 쓰고 나몬이 그린 『정년이』를 리뷰한다. 선우훈은 『정년이』가 여성들이 한때 향유했던 문화적 장인 여성국극의 세계를 세밀하게 그려 내고, 여성 서사로서 스스로 다시금 그러한 장을 창출하는 데까지 성공했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정년이』의 가장 독특하고 중요한 특색은 ‘백합물’이라는 점임을 강조하며,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정년이〉에서 핵심적인 퀴어 인물들이 모두 삭제되면서 여성국극이라는 소재와 주제 의식 간의 긴밀한 연결고리가 크게 훼손되었다고 비평한다.

“다예의 환상 서사 전략은 실패한다. 이 실패의 서사는 도처에 널려 있다.” 출판·시각예술 기획자 한윤아는 「‘좁은 방’에 침잠하는 시간」에서 최성민의 『좁은 방』을 다룬다. 한윤아는 여주인공 다예의 음침한 섹슈얼리티와 욕망에 ‘환상’의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즉, 그것은 사회적 위계, 남성적 상징계의 질서를 환상성으로 해체하려는 시도다. 이를 통해 한윤아는 현실의 성적 상징계를 전도하고 위반하는 환상이 맞닥뜨리는 현실을 포착하는 한편, 오늘날 한국의 독립만화들이 관습화된 성장 서사를 벗어나 ‘그늘의 서사’를 담는 그릇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조명한다.

“안 하던 것을 시작시키고, 없던 몸을 주고, 읽지 않던 책을 읽히는 만화는 독자 정신의 영역을 넓힌다.” 편집자 김미래는 「비밀 누설하기」에서 앨리슨 벡델의 운동 탐구 생활에 대한 회고록 『초인적 힘의 비밀』을 소개한다. 김미래는 저자가 운동에 몰입하며 60년간 겪은 ‘자기초월’의 역사를 눈으로 좇는다. 나아가 몸의 변화, 즉 노화와 질병을 겪으며 정신과 신체의 관계를 재정립해 나가는 아마추어 스포츠인의 열정이 독자인 자신에게까지 와닿아 몸을 움직이게 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아카네에게 라쿠고인 것이 나에게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소설가 김화진은 「그만두는 일, 시작하는 일, 소설가의 일」에서 유키 스에나가가 쓰고 모에 타카마사가 그린 『아카네 이야기』를 리뷰했다. 『아카네 이야기』는 아버지 신타의 뒤를 이어 라쿠고가의 길을 걷는 아카네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화진은 무대에서 관객을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이고,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웃게 하기 위해 객석의 마음을 살피는 라쿠고가의 일이 곧 소설가의 일과 다름없다고 이야기하며, 만화 속 인물들이 쥐어준 가르침을 생각한다.


디자인 리뷰

“훌륭한 예술이 그렇듯 아트북은 우리의 익숙하고 사소한 일상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사유한다.”

디자인 리뷰에서는 정재완 편집위원이 「싱가포르에서 가져온 책 세 종」이라는 제목의 디자인 비평을 썼다. 정재완은 지난 10월 열린 싱가포르 아트북페어에서 가져온 책들, 『31 비치 룩스(31 beach looks)』와 ‘스트리트 리포트’ 시리즈, ‘뉴 포레스트’ 시리즈를 소개한다. 정재완은 이들 아트북의 작가들이 자신이 기반을 둔 지역에 대한 사진과 그림과 글을 통해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처럼 지역에 밀착된 서사들은, 최근 성행하고 있는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아트북페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정재완은 지역의 목소리를 포함한 작고 다양한 목소리가 많아진 데에서, 책의 미래와 끊임없는 자기 갱신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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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메이커: 출판의 낭만과 일상

“길을 잃은 것 같다가도 내가 사랑하고 경험한 세계는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그곳으로 우리를 이끄는 듯하다.”

북&메이커에는 새의노래 출판사 대표 고미영의 「20세기 말 순정만화 잡지 독자가 지금을 호흡하는 이야기」라는 글이 실렸다. 고미영은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만화 잡지를 몰래 돌려 보던, 순정만화의 열렬한 독자였던 시절에 대한 회고로부터 출발해, 편집자로 일하며 이어 온 만화와의 인연을 돌아본다. 이를 통해 고미영은 1990-2000년대 인기를 누렸던 순정만화·여자만화 잡지들에 대한 독자로서의 추억, 만화 편집자로서의 경험, 그리고 ‘현재 자신에게 유일한 만화 작가’ 마스다 미리의 작품 세계를 이야기한다.


문학: 풍성한 읽을거리

문학에는 번역가 박누리와 소설가 백수린의 에세이가 실렸다.

번역가 박누리는 「옮기는 이의 말」에서 책을 쓰기도, 만들기도, 읽기도 해보았지만 그중 가장 친밀함을 느끼는 역할은 역자라고 말한다. 저자가 책을 쓰는 사람, 편집자가 책을 만드는 사람, 독자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역자 혹은 번역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좋을까? 박누리는 번역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소개’, 그리고 그를 통한 ‘연결’이라고 이야기한다. 한 사람의 손끝에서 창조된 글은, 그 텍스트의 힘에 매료된 또 다른 한 사람의 힘만으로 ‘소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 백수린의 「단 한 권의 책」은 지난겨울과 봄의 몇 달, 시몬 드 보부아르의 『둘도 없는 사이』를 번역하며 보낸 시간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서가에 얽힌 기억부터, 보부아르의 소설을 처음으로 만난 순간, ‘번역하는 작가’로서 누군가 자신의 글에 담긴 의도를 온전히 알아주길 꿈꾸듯 원저자의 의도대로 충실히 연주하는 음악가,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대사를 정확하게 외우는 배우처럼 번역을 하고 싶은 욕망까지, 책과 번역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한다.


고전의 강

이름만 ‘횡행’하는 사상가, 허버트 스펜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고전의 강에서 다루는 세 번째 고전은 허버트 스펜서의 『진보의 법칙과 원인』과 『사회정역학(Social Statics)』이다. 허버트 스펜서는 영국 출신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무엇보다 사회진화론의 창시자로 19세기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그러나 이후 진보에 대한 낙관적 인식에 기반한 보편 법칙과 자유방임주의를 더 이상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이어졌고, 20세기 이후로는 잊혀지거나 이름만 횡행하는 존재가 되었다. 세종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김도형은 허버트 스펜서의 사상이 집약되어 있는 두 저작을 다시 펼치며, 그가 세상에 남긴 사회진화론과 자유방임주의가 오늘날 우리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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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서평 전문지가 필요하다.”

‘어떤’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2020년 12월 0호로 출발하여 2024년 3월, 13호와 창간 3주년에 이른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그 답을 서평에서 찾는다. 17인의 편집진은 오랜 토론을 거쳐서 주제와 책을 선정하고 서평을 쓴 뒤에, 이를 내부에서 돌려 읽으면서 비판을 듣고, 이를 반영해서 글을 고친다. 타인의 책을 비평하고 비판하듯이, 자신들의 글도 같은 비판의 과정을 거친다.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탄생했다.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사, 철학, 건축학, 언어학, 정치학, 미디어, 물리학, 생물학, 법조, 북디자인, 미술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7명의 편집위원이 뜻을 모았다. 중요한 책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짚고,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지 못한 책은 발굴해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저자 및 편집위원 소개

편집위원 강예린, 권보드래, 권석준, 김영민, 김홍중, 박진호, 박훈, 송지우, 신형철, 심채경, 유정훈, 이석재, 정우현, 정재완, 조문영, 현시원, 홍성욱

편집장 김두얼

책임편집 유정훈

필자 (게재순)

선우훈

만화가. 만화평론가와 현대미술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데미지 오버 타임』, 『나의 살던 고향은』, 『정읍: 샘골 이야기』, 『세상을 바꾼 노래들』 등의 만화를 그렸다. 만화 비평 웹진 《유어마나》 편집장을 지냈고, 만화 비평 팟캐스트 〈주간웹툰〉을 진행했다.

한윤아

시각예술 분야에서 기획, 비평, 소규모 출판을 한다. 출판사 타이그레스 온 페이퍼를 운영한다. 『나사와 검은 물: 쓰게 요시하루 만화집작가 연구』 등을 번역했고, 그림책과 만화 등을 다루는 비평 진(zine) 《스포로이드 진》을 발행하고 있다.

김미래

문학 편집자로 경력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경력을 끝마칠지는 모르겠다. 편집자는 일정한 방침 아래 여러 재료를 그러모아 책을 엮는 사람이다. 방침을 만들고 따르는 삶에 긍지를 지니는 한편, 방침을 뚫고 나오는 존재의 날카로움에 경이를 느낀다. 그러한 경이로부터 맺은 결실로 『그건, 고래』, 『편집의 말들』이 있다.

김화진

소설가.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 연작소설 『공룡의 이동 경로』, 장편소설 『동경』, 단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등을 출간했다. 제47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김도형

박사 과정생. 정치사상과 비판이론을 현실과 서로 비추며 공부한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시간에 대해 읽고 쓰며 생각한다.

이두은

전남대학교와 베이징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공부했다. 현재는 전남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강사 및 중국인문연구소의 학술연구교수로 있으며, 중국의 고대 문학과 사상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고미영

새의노래 출판사 대표. 한길사, 시공사, 아트북스에서 예술 분야 편집자로 일했다. 문학동네 계열사 이봄 대표로 12년 있었다. 프랑스문학과 서양미술사학을 공부했다. 다섯 명의 편집자와 같이 쓴 책으로 『편집자의 일』이 있다. 2022년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동진

판사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민법, 의료법 등을 연구, 강의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법과 철학』 등 공저 20여 권, 논문 120여 편이 있다.

조천호

대기과학자. 30년간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일했으며 원장으로 퇴임했다. 기후변화 과학이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공부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다룬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썼다.

정은진

컴퓨터과학자.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부교수. 기술과 교육이 만나는 교육공학과 포용성을 높이는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조귀동

광주 풍향동, 산수동, 두암동에서 살았고 전남대학교 후문과 충장로에서 자랐다. 2021년 6월 학동 재개발 현장 붕괴 참사가 저발전의 악순환과 ‘닫힌 사회’에 대한 불만에 불을 붙여 책을 쓰게 됐다. 다른 책으로 『세습 중산층 사회』와 『이탈리아로 가는 길』이 있다.

김도형

세종대학교 국제학부 일어일문학전공 조교수. 일본 근대 사상, 그중에서도 서양의 지식과 학술을 받아들이고 변용한 근대 일본의 지식 체계 구축 양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역서로 『입헌정체략·진정대의』, 논문으로 「경쟁과 조화: 가토 히로유키의 자연주의와 윤리학(Competition and Harmony: Kato Hiroyuki’s Naturalism and Ethics for Modern Japan)」 등이 있다.

박누리

20대에는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로, 30대에는 한국과 일본 굴지의 테크 기업에서 자본 시장 업무를 담당한 테크업계 금융인으로 살았다. 현재는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다양한 미디어에 기고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재닛 옐런』 등이 있다.

백수린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짧은소설집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장편소설 『눈부신 안부』,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등을 출간했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차례

편집실에서 … 유정훈

특집 리뷰: 만화라는 소우주

재밌지 않니? 세상은 거대한 여성국극 무대 같아 · 『정년이』 … 선우훈

‘좁은 방’에 침잠하는 시간 · 『좁은 방』 … 한윤아

비밀 누설하기 · 『초인적 힘의 비밀』 … 김미래

그만두는 일, 시작하는 일, 소설가의 일 · 『아카네 이야기』 … 김화진

2024 우주리뷰상 발표

심사 경위·심사평·수상 소감

최우수작 전장연 시위라는 사건 · 『전사들의 노래』, 『출근길 지하철』 … 김도형

우수작 무위의 계보학 ·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 이두은

디자인 리뷰

싱가포르에서 가져온 책 세 종 … 정재완

북&메이커

20세기 말 순정만화 잡지 독자가 지금을 호흡하는 이야기 … 고미영

리뷰

기자의 눈으로 본 K-의료의 정치경제학 · 『뒤틀린 한국 의료』 … 이동진

불타는 폭염에서 불타는 야망으로 · 『폭염 살인』 … 조천호

모두가 다르게 배우는 하나의 교실을 위해 ·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 … 정은진

반론

‘외부인’과 ‘관리자’로 규정하는 방식은 정당한가? … 조귀동

고전의 강

이상적인 사회로의 진화, 아니 진보에 대한 지적 탐색 · 『진보의 법칙과 원인』, 『사회정역학(Social Statics)』 … 김도형

문학

옮기는 이의 말 … 박누리

단 한 권의 책 … 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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