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읽을 대상으로서의 책은 무엇인가요? 쓰는 대상이 아니라!
독서의 대상으로서의 책에 대한 프란츠 카프카의 발언.
카프카가 책에 대해 말한 문장 중 가장 흔히 인용되는 건 아래 문장입니다.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문학잡지 악스트(도끼)

이 문장은 20살의 카프카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조금은 과격하고 파격스러운 위 말과 달리지극히 카프카다운 말도 있습니다.
 
많은 책들은 자신의 성 안에 있는 어떤 낯선 방들에 들어가는 열쇠 같은 역할을 하네.
 




카프카의 편지에는 놀랍게도 책에 대한독서에 대한 이야기가 드뭅니다.
하나 더 인용해 보자면이 글은 아쉽게도 카프카가 직접 남긴 말이 아니라구스타프 야누흐란 사람이 카프카와의 대화를 기록한 말입니다.

그를 다시 만났을 때 나는 그동안 닥치는 대로’ 읽었던 책들을 열거했다카프카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서는 비교적 쉽게 그렇게 많은 책을 끄집어 낼 수 있지만책에서는 거의정말 거의 인생을 끄집어 낼 수 없어요.”

그러곤 카프카가 이렇게 덧붙였다고 구스타프 야누흐는 주장합니다.
 
글은 체험의 찌꺼기에 지나지 않아요.
 
보르헤스는 노란 장미에서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합니다.
 
책들은 세계의 거울이 아니라 세계에 새로 덧붙여진 어떤 무엇이라는 것.
 
당신에게 읽을 대상으로서의 책은 무엇인가요?
언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인가요?
자신의 마음 속 한번도 가지 못한 방을 여는 열쇠인가요?
체험의 찌꺼기일 뿐인가요?
아니면 우리의 체험과는 아무 상관 없이 그저 세계에 덧붙여진 부록 같은 건가요?



당신에게 책은 무엇인가요? 도끼? 열쇠? 찌꺼기? 아니면 부록?
이 글은 이치은 에세이, 『천상에 있는 친절한 지식의 중심지』(알렙, 2020)에 수록된 단편을 재구성하여 쓴 것입니다. 『천상에 있는 친절한 지식의 중심지』는 책 읽기, 책 속의 그림, 책 속의 문장에 관해 쓴 이치은의 단편 에세이들입니다. 이치은 작가는 짤막한 단상이 잡문이나 메모 정도에 지나지 않고, 읽히는 글이 되게끔 세심하게 글감을 골랐습니다.

천상에 있는 친절한 지식의 중심지
도끼열쇠찌꺼기가 된 어느 소설가의 생각 부스러기들
이치은 지음 | 알렙 | 2020. 1. 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