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
윌리엄 C. 버거 지음, 채수문 옮김 / 바이북스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꽃을 피우는 식물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이 책의 두툼한 분량 속에서 흥미롭게 읽고 즐겼다.

 

무엇보다도 나는 식물을 공부하면서 생명의 순환을 배운다.

한 알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줄기에 이어 이삭을 낸다.

그 이삭에서 낟알이 영글어 사람은 추수를 하게 된다.

이게 엊그제 읽은 마르코복음의 한 대목.

 

한데 이 책을 읽으며 그 대목과 겹쳐졌다.

꽃을 피우는 식물은 빠르게 번식하고 빠르게 성장하여

겉씨식물보다 더 빨리 썩는다. 

또 땅에 스며들어 많은 양분으로 그 존재가 변화되어

많은 종들을 먹여 살린다.

생명의 순환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한참 읽고 나니 세상이 조금 달리 보였다.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다른 생명과의 관계 속에서

가능한 것인지 실감한달까.

내 삶의 길이라는 게 있다면, 그 길에서 고개를 좀 더 쳐들고

혹은 좀 더 떨구며 내 길을 다른 생명을 둘러보며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좀 더 틀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식물을 공부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공생이다.

담쟁이의 꽃말이 공생이라는 걸 얼마전에 알게 됐는데,

순전히 기생하며 산다고 오해받았던 담쟁이의 삶마저도

실은 공생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생명의 관계 속에서는 순전한 기생이란 없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도 스쳤다.

 

식물 속에서 사람의 살 길을 보게 된다.

그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이 땅에서 함께 사는 생명이니

그 본연의 길이 다를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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