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지키는 개 별을 지키는 개 1
무라카미 다카시 지음 / 비로소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만화가 얼마나 구성력이 뛰어난지, 2편을 마저 읽고 덮으며 감탄했다.

1편에서 등장하는 남자와 개,

그리고 2편에서 그들의 정체를 알아내는 남자,

그리고 오래 전 그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개.

 

사람은 단번에 변하지 못한다.

그러니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있다면,

천천히 누적되어 완전히 다른 길로 걸어가게 될 수 있다.

함께 살던 사람들이 서로 서서히 멀어져 아예 등을 돌린다.

그리고 개는 남자가 데리고 떠난다.

남자는 투덜대지만 사실은 개에게밖에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 사람이 얼마나 외로운가.

같은 모양새를 가진 사람은 많으나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

그러니 그 자리에서 언제나 앉아 있고,

모진 말과 매를 던진다 해도 꼬리를 흔들며

언제까지나 놀아줄 용의가 있는 개에게 말을 건넬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극대화된 아이러니가 있나.

 

결국 사람이든 개든 뭐든 존재라는 데는 차이점이 없다.

그러니 사람이 개에게, 개도 사람에게, 혹은 달팽이나 돌멩이에게까지

마음을 놓아두고 기댈 수 있는 거다.

어쩌면 살아내는 건, 사람이 가장 어설픈지 모르겠다.

개는, 언제나 누구든 놓고 가는 마음을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한데, 내게 치명적인 건, 개를 키우지 못한다는 사실.

어려서부터 개를 접하지 못하고 살아서

내 곁에서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걸 두려워하는 탓이다.

하지만 한번 정을 들이면 사람에게보다 개에게 더 기댈 존재가 바로 나라는 걸,

나는 안다. 그러니 두려워서라도 개를 키우지 못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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