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동안
윤성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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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소설이 좋다. 하지만...

그의 첫 소설, 레고로 만든 집에서는 어둡고 습하며 갇힌 듯한 절망이

분명하게 도드라져 있어 읽고난 후 힘들었다.

좀체 잊혀지지가 않았으니까.

한데 시간이 흘러 지금의 소설은 내 감각으로는

도저히 첫 출발지점을 짚어내기 힘들다.

지금은 지독한 고독도 혐오스러운 왕따도 헐렁한 관찰과 읖조림으로

점 찍고 설렁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과연 소설 속의 그가 고독한가, 도 다 읽고 난 후의 감상에서

뒤늦게 뒤통수를 치며 따라온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된다.

삶은 죽음을 생각할 만큼 무거운가. 죽을까 고민할 만큼 고독한가.

죽고 싶다 욕망할 만큼 괴로운가.

아닐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이 소설집 끝에 덧붙인 해설에서도 몇 번 언급된

밀란 쿤데라의 소설처럼, 삶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울 수 있으니까.

괴롭다 외롭다 슬프다 쓸쓸하다, 말이 내게서 나간다 한들

그 말이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내 몸을 감싸안고 꽁꽁 묶어두기 십상이다.

삶의 무거움은 도리어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것들을

내려놓지 않아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허무한 것들, 그런 것들을 그는 낱낱이 드러낸다.

농담 따먹기를 하고, 쓰잘데없는 놀이를 하고,

할 일 없어 미칠 것 같은 버릇들을 주워담아서,

삶의 무거움이 하나같이 허무한 것들이 만든 무게라는 걸 보여준다.

 

그러니까 좋다.

허무한 게 나만 해당된 것이 아니고

그래서 절망할 것까진 없다는 생각에까지 닿게 하는 것이.

 

한데 딱 한 가지 흠이랄까, 아니 미덕이랄까.

그의 일련된 소설들을 죽 읽어가면서 이야기들이 뒤섞인다.

이게 어디서 읽은 대목인지 기억도 나지 않고,

이야기들의 경계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를 만큼 허물어진다.

그러다 보니 끝까지 읽지 않아도 뭔지 알겠어,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잠시 덮어두었다 며칠이 지나 다시 열어 끝까지 읽었다.

매일매일 초승달, 웃는 동안, 공기 없는 밤, 5초 후에, 소년은 담 위를 거닐고,

구름판, 느린공 더 느린 공 아주 느린 공...

그의 소설 제목들이 모두 웃는 동안, 이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가 있어

읽는 내내 웃는 마음이 된다.

느리게 담 위를 거닐며 웃는 나, 를 소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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