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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리본의 시절
권여선 지음 / 창비 / 2007년 2월
평점 :
나는 이 작가의 최근단편집부터 읽었다.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마치 녹음 짙은 정원 속에서 붉디붉은 열매 나무를 하나 본 것처럼
단편들은 뭐 하나 내려놓을 수 없이 붉고 짙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손에 든 것이 푸르른 틈새.
한데 이번에는 소설이 푸르기짝이 없는데 내 후천적인 성향 탓에
그 소설의 소재가 된 배경을 좀체 읽어내려가기가 싫었다.
(아, 나는 대학생 시절의 혼란과 갈등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다시 그 붉은 열매를 본 듯한 감상을 기대하며 펼쳐든 것이
바로 이 책.
누구에게는 자신의 적이 어제의 자신이다, 라는 생각을 한다.
그의 어제 작품이 붉디붉은 인상을 선연히 남겼다면
그 다음 작품은 그 인상을 뛰어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보자면, 분홍 리본의 시절은
내 정원의 붉은 열매보다 먼저 나온 소설집이다.
작가에게는 다행일 것이다.
분홍을 먼저 읽은 독자는 나처럼 기대가 가라앉을지 몰라도.
어찌 그리 제목이 내가 받은 느낌을 잘 보여줄까.
후자가 붉다면, 전자는 분홍이었다. 적어도 내 느낌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