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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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상황은 천주교 박해가 한창이던 시절.
읽고 싶은 책을 엉뚱한 제목 달아 소리 없이 주고받아야 하는 이야기를,
아이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재미있다며 단숨에 읽고 내려놓은 아이에게 꼬집어 물어보진 않았다.  

이 책의 놀라운 묘미는 이런 거다.
도저히 이해와 가늠이 안 되는 시대상을
아이가 가진 인식의 테두리 선에서 충분히 받아들여
책과 노닐 수 있게 한다는 점. 
책과 노니는 집이란 현판을 굳이 내걸지 않아도
아이들이 차가운 방바닥에 앉아서도
푹 빠져 읽고 내려놓을 수 있게 한다는 것.  

쬐끔 넓은 집으로 이사한 후, 아이는 제법 제목이 보이도록 꽂아놓은
책장 앞에서 틈틈이 노닐게 되었다.
이 아이에게 천주교 박해나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은 전혀 없다.
하루 종일 책장 앞에 붙어 있을 수 있다면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온종일 뒹굴거리는 즐거움이 있을 터.
그럼에도 수학도 조금 공부해야 하고,
영어도 조금 들어야 하는 방학이 얼마나 성가실까.
이 책을 단박에 읽고 맛난 치킨 뒤끝처럼 입맛을 다시던 아이를 떠올리니
책과 충분히 노닐 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 씁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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