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기둥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5
켄 폴릿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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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에 들어서면서 글의 호흡은 더 빨라졌다.
대성당도 위기를 전면으로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삼아 한층 우뚝서게 되었다. 
모든 것이 다 그렇다.
고비는 위기이면서도 기회인 것이다.
몰락한 백작의 딸 엘리에너도 무참히 쓰러졌지만 거기서 다시 시작했다.
그녀가 고귀한 백작가의 딸로만 평생을 보낼 수 있었다면
기회로 잡아 일어선 삶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위기에 넘어진 나를 위해 기다리고 선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걸 보여준다.
또, 그 반면에 쓰러지고 포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날 위해 서 있지 않았지만
내가 누구의 소매라도 붙잡고 일어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얼마 전에 읽은 동화처럼 기다리고 섰다가 손을 내밀어준 듯한 세상은 없는 것이다.
내 주위의 누군가는 말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너무 쉽게 굴러가면 불안하다고.
너무 쉬운 진행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백작의 딸도 날 때부터 손에 거머쥔 부귀와 영광이었지만 결국 다 잃고 무너졌다.
하지만 거기서 일어서서 다시 살아남았다. 
최고의 권력자 왕이라 하더라도 그처럼 엎치락뒤치락 반복되는 반역 속에서는
행운과 불운이 불안한 동거를 하는 법.
수도원장쯤 무릎 아래로 보던 왕도 한순간 포로가 되어 쇠사슬에 묶이는데
누군들 쉬운 인생이 보장될 수 있을까.  

다만 필립 같은 인물도 그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악인과 손을 잡아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는 악이 물든 전장에서 고뇌한다.
자신이 그 속에서 아무도 구할 수 없다는 것에 절망한다.
마치 영화 미션의 마지막 장면과도 같았다.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야말로 하느님을 섬기는 거라고 확신했던 필립이지만
그는 자신이 살육 속에서 그 어떤 생명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너졌다.

하지만 모든 것은 지나갈 것이다. 
쓰러진 엘리에너가 일어서듯, 대성당이 다 무너진 폐허 속에서 세워지듯,
톰이 헤어진 엘렌을 만나듯, 권세 당당한 왕이 포로가 되듯,
필립이 사악한 무리들 속에서도 성당의 기초를 만들어내듯,
모든 건 움직이고 변한다. 그것이 무엇을 향해 가는지, 지켜볼 일이다. 
아마 일어선 엘리에너도 다시 쓰러질 때가 있을 거고,
톰도 다시 만난 엘렌과 헤어질 때가 있을 거고,
대성당의 기초가 다시 폐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의 움직임 속에서 죽고 살아남는 삶들은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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