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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 2009 제9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박민규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여러 소설가들의 단편을 한 권에 담은 책은 참 좋다.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도 어떻게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지
한 편씩 틈날 때마다 읽는 재미가 있다.
나는 유독 수상작인 박민규의<근처>와 김숨의 <간과 쓸개>가 좋았다.
우연히 마침맞게도 이 책을 들을 무렵 몸이 안 좋았다.
낮잠도 안 자는 사람이 하루 종일 누워서 무겁게 떨어지는 머리를
땅에 대고 지내던 그 며칠간, 나는 누워서 이 책을 간간이 읽었다.
마흔의 미혼 남자가 시한부 삶을 안은 채 고향을 찾았고(근처),
일흔 넘은 남자가 암이 드나드는 몸을 안은 채 고향에서 산다(간과 쓸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따로 진행되었지만, 어쩐지 근처를 먼저 읽고 난 후라
마흔의 미혼남자가 간과 쓸개에서도 어른거렸다.
그들의 무상한 삶과 어른거리는 추억들이 가만히 있어도 호흡을 한 번씩 멈추게 했다.
소설은 어느 순간 내 삶에 누웠던 추억들을 설설 찾아낸다.
그것이 아픈 추억이라도, 혹은 지우고 싶었던 것이어도
나를 바라볼 수 있게 해서 좋다.
내가 나이지 못하고 나라는 존재의 근처에서 머물며 살았다 해도,
내가 독성을 해독하지 못해 여전히 가슴을 쥐고 있다 해도,
어디까지나 내 삶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