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67번째 천산갑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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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문학 거장 작가의 신작,
#책, < #67번째천산갑 > - #천쓰홍 저
💡
'베스트 셀러, <귀신들의 땅> 천쓰홍 작가의 최신작이다.

울림을 전한다.

보편적으로 생각해 왔던 것을 깨부순다.

보편적인 것을 온몸으로 거부한다.

주인공은 그와 그녀이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되었지만 그녀는 가장 친밀하고 의지하고 있던 그의 정체성을 몰랐다.

이 소설의 끝에 가서야 그와 그녀 둘의 이름이 밝혀진다.

어쩌면 그와 그녀의 이름을 끝에서야 공개한 건, 소외받고 있는 이 세상의 많은 그와 그녀에게 바치는 소설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무엇이 옳든, 무엇이 옳지 않다고 말하기 어려운 세대를 살고 있다.

맹목적인 비난과 비판이 때로는 상처로 깊게 자리잡을 수 있다.

눈물의 힘이 담겨 있는 이 책은, 긴 분량이지만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매트릭스 광고를 통해 처음 만난 그와 그녀는 떨어졌다가도 자석처럼 어디에 있든 다시 붙는다. 그리고 같은 곳을 바라본다.

그녀의 남편보다 오히려 그가 그녀를 더욱 잘 안다.

둘은 참 우정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중심 소재는 천산갑이다.

천산갑은 주인공인 그를 비롯하여 소외된 이들과 닮았다.

소외된 이들에게 부디 이 책이 위로가 되어주길.

눈물로 지새우는 나날과 잠 못드는 나날이 줄어들길 바란다.

"너 없이,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어.
우리 같이 천산갑을 보러 가지 않을래?"

악의가 가득한 이 시대로부터 '함께 도망치자, 함께 잠들자'라고 말하는, <67번째 천산갑>이다.'

💬
거짓말에 인이 박이다 보니 진실을 경계하게 되었다. 가장 어려운 건 자신을 속여 넘기는 일이었다. 자신도 믿을 수 있어야 완전한 사기극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네트워크가 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보내는 문자 메시지는 화살이었다.

진짜 인생에선 원래 선명한 마침표가 없다. 종종 작별인사를 건넬 기회를 놓치고, 눈을 뜨건 감건 영원히 못 보는 경우도 있다.

카메라 테스트가 얼마나 힘든지는 너도 알지? 이런저런 테스트를 받으면서 매번 상대방의 마음에 드는 모습을 보여야 하잖아. 정말 피곤해 죽을 지경이라고. 나 자신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 잊게 되지.

가족이란 이런 것이다. 말다툼 좀 하다가 영화를
한 편 보고 산책을 하면서 얘기를 나누면,
변함없이 계속 가족이다

카메라로 성취를 얻기 위해 인간은 반드시 주재
위에 군림하며 생사를 지배하고 빛과 그림자를
지배해야 했다.

분명히 소년이지만 그 눈빛은 많은 것을 잃어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너무 많은 것을 잃어서
두 눈이 슬품에게 이토록 많은 공간을 내어주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번에는 그의 말을 잘 듣겠다고 다짐했다.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다 듣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의 숨소리까지 들을 결심이었다. 그 말 속에, 그 숨결 속에 틀림없이 빵 부스러기들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그녀는 반드시 귀 기울여 잘 들을 것이다.

내 아들은 결국 도망쳤어. 내가 줄곧 그 애를 찾고
있었지. 그 애를 찾기만 하면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제 알겠어. 내가 그 애를 도망치도록 고무한 거였어.

나는 평생 짜릿할 기회가 없었거든. 나는 한 번도 짜릿했던 적이 없어.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러니까, 지금 나의 가장 큰 바람은, 내 아이가 짜릿해지는 거야.

그들의 인생은 정말 한 편의 곰팡이 핀 옛날 영화다. 필름에 스크래치가 너무 많아서 화면 전체에 비가 내린다. 내리려면 내리라지 상관없었다. 그 어떤 기술도 없지만, 두 사람의 이 낡은 영화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포스터에 천산갑이 몇 마리나 있었는지 알아? 세어 봤어? 한 마리, 두 마리, 쉰 마리, 예순다섯 마리, 예순일곱 마리까지 세고 눈을 떴다.


작가의 말

독자들은 늘 글을 쓰다가 벽에 부딪히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내 대답은 간단하다. 산책한다. 문학적 사유가 고갈되고 종이와 펜, 컴퓨터가 메말라 버리면 나는 나 자신을 더 밀어붙이지 않는다. 펜을 놓고 컴퓨터를 끈다. 날씨가 맑든 비가 오든 상관하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

시간이 허락하면 나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기분 내키는 대로 마구 환승한다. 목적지도 없다. 휴대폰에는 36분이라는 스톱워치가 설정되어 있다. 카운트다운이 끝났을 때 열차가 도착하는 역에서 하차한다. 왜 36분이냐고는 묻지 말기 바란다. 내게는 답이 없다. 숫자는 임의적이지만 산책 구간은 휴대폰에 따른다. 때로는 37분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항상 가 보지 않은 역에서 내린다. 거리 풍경이 낯설지만 길 잃을 걱정을 하진 않는다. 오히려 길 잃을 것을 갈망하면서 걷는다. 모든 감각기관이 열리고 심호흡을 하면 눈은 포르모사가 되고 귀는 날아다니는 새끼 코끼리가 된다. 그렇게 걸으면서 소리와 색깔과 냄새를 채집한다. 그러다 보면 머릿속의 완고한 적체가 서서히
풀리고 벽에 부딪힌 느낌이 사라진다. 계속 걸으면 피부에 가는 비가 내리고 새로운 냄새와 색채
새로운 이야기의 에너지가 생긴다. 그러면 된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 앉아서 소설의 새로운 단락, 새로운 장절에 시동을 건다. 이 소설은 산책의 결과물이다.

이 이야기의 도로 여행은 파리에서 출발하여 낭트에서 끝맺는다. 이 년 전 프랑스 여행에서도 나는 파리에서 출발하여 낭트까지 단숨에 내려갔다.

이 작품 속의 그녀와 그는 어려서부터 낭트에 가기로 약속했지만, 어른이 되고 늙어서 함께 길을 가면서도 끝내 그곳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할 것중 하나가 바로 이런 인생의 '도달하지 못함' 아닐까.


옮긴이의 말

핵심은 보편적이지 않은 인간관계에 관한 적극적인 제안과 질의다.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은 소수자들의 소외된 세계의 성격과 의미를 부정적으로 규정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서로 뜻이 통하고 마음이 투영되며 서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서로를 가장 잘 도와주는 '그녀'와 '그'의 관계를 통해 이런 어원적 의미를 증명하고 있다. '그녀'와 '그'는 연인은 아니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손을 잡고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관계라는 생텍쥐페리의 명제를 완미하게 실증하고 있다.

📚
헨젤과 그레텔, 파리는 언제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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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번째 천산갑
천쓰홍 지음, 김태성 옮김 / 민음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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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문학 거장 작가의 신작,
#책, < #67번째천산갑 > - #천쓰홍 저
💡
'베스트 셀러, <귀신들의 땅> 천쓰홍 작가의 최신작이다.

울림을 전한다.

보편적으로 생각해 왔던 것을 깨부순다.

보편적인 것을 온몸으로 거부한다.

주인공은 그와 그녀이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되었지만 그녀는 가장 친밀하고 의지하고 있던 그의 정체성을 몰랐다.

이 소설의 끝에 가서야 그와 그녀 둘의 이름이 밝혀진다.

어쩌면 그와 그녀의 이름을 끝에서야 공개한 건, 소외받고 있는 이 세상의 많은 그와 그녀에게 바치는 소설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무엇이 옳든, 무엇이 옳지 않다고 말하기 어려운 세대를 살고 있다.

맹목적인 비난과 비판이 때로는 상처로 깊게 자리잡을 수 있다.

눈물의 힘이 담겨 있는 이 책은, 긴 분량이지만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매트릭스 광고를 통해 처음 만난 그와 그녀는 떨어졌다가도 자석처럼 어디에 있든 다시 붙는다. 그리고 같은 곳을 바라본다.

그녀의 남편보다 오히려 그가 그녀를 더욱 잘 안다.

둘은 참 우정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중심 소재는 천산갑이다.

천산갑은 주인공인 그를 비롯하여 소외된 이들과 닮았다.

소외된 이들에게 부디 이 책이 위로가 되어주길.

눈물로 지새우는 나날과 잠 못드는 나날이 줄어들길 바란다.

"너 없이,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어.
우리 같이 천산갑을 보러 가지 않을래?"

악의가 가득한 이 시대로부터 '함께 도망치자, 함께 잠들자'라고 말하는, <67번째 천산갑>이다.'

💬
거짓말에 인이 박이다 보니 진실을 경계하게 되었다. 가장 어려운 건 자신을 속여 넘기는 일이었다. 자신도 믿을 수 있어야 완전한 사기극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네트워크가 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보내는 문자 메시지는 화살이었다.

진짜 인생에선 원래 선명한 마침표가 없다. 종종 작별인사를 건넬 기회를 놓치고, 눈을 뜨건 감건 영원히 못 보는 경우도 있다.

카메라 테스트가 얼마나 힘든지는 너도 알지? 이런저런 테스트를 받으면서 매번 상대방의 마음에 드는 모습을 보여야 하잖아. 정말 피곤해 죽을 지경이라고. 나 자신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 잊게 되지.

가족이란 이런 것이다. 말다툼 좀 하다가 영화를
한 편 보고 산책을 하면서 얘기를 나누면,
변함없이 계속 가족이다

카메라로 성취를 얻기 위해 인간은 반드시 주재
위에 군림하며 생사를 지배하고 빛과 그림자를
지배해야 했다.

분명히 소년이지만 그 눈빛은 많은 것을 잃어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너무 많은 것을 잃어서
두 눈이 슬품에게 이토록 많은 공간을 내어주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번에는 그의 말을 잘 듣겠다고 다짐했다.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다 듣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의 숨소리까지 들을 결심이었다. 그 말 속에, 그 숨결 속에 틀림없이 빵 부스러기들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그녀는 반드시 귀 기울여 잘 들을 것이다.

내 아들은 결국 도망쳤어. 내가 줄곧 그 애를 찾고
있었지. 그 애를 찾기만 하면 아무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제 알겠어. 내가 그 애를 도망치도록 고무한 거였어.

나는 평생 짜릿할 기회가 없었거든. 나는 한 번도 짜릿했던 적이 없어.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그러니까, 지금 나의 가장 큰 바람은, 내 아이가 짜릿해지는 거야.

그들의 인생은 정말 한 편의 곰팡이 핀 옛날 영화다. 필름에 스크래치가 너무 많아서 화면 전체에 비가 내린다. 내리려면 내리라지 상관없었다. 그 어떤 기술도 없지만, 두 사람의 이 낡은 영화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포스터에 천산갑이 몇 마리나 있었는지 알아? 세어 봤어? 한 마리, 두 마리, 쉰 마리, 예순다섯 마리, 예순일곱 마리까지 세고 눈을 떴다.


작가의 말

독자들은 늘 글을 쓰다가 벽에 부딪히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내 대답은 간단하다. 산책한다. 문학적 사유가 고갈되고 종이와 펜, 컴퓨터가 메말라 버리면 나는 나 자신을 더 밀어붙이지 않는다. 펜을 놓고 컴퓨터를 끈다. 날씨가 맑든 비가 오든 상관하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

시간이 허락하면 나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기분 내키는 대로 마구 환승한다. 목적지도 없다. 휴대폰에는 36분이라는 스톱워치가 설정되어 있다. 카운트다운이 끝났을 때 열차가 도착하는 역에서 하차한다. 왜 36분이냐고는 묻지 말기 바란다. 내게는 답이 없다. 숫자는 임의적이지만 산책 구간은 휴대폰에 따른다. 때로는 37분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항상 가 보지 않은 역에서 내린다. 거리 풍경이 낯설지만 길 잃을 걱정을 하진 않는다. 오히려 길 잃을 것을 갈망하면서 걷는다. 모든 감각기관이 열리고 심호흡을 하면 눈은 포르모사가 되고 귀는 날아다니는 새끼 코끼리가 된다. 그렇게 걸으면서 소리와 색깔과 냄새를 채집한다. 그러다 보면 머릿속의 완고한 적체가 서서히
풀리고 벽에 부딪힌 느낌이 사라진다. 계속 걸으면 피부에 가는 비가 내리고 새로운 냄새와 색채
새로운 이야기의 에너지가 생긴다. 그러면 된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 앉아서 소설의 새로운 단락, 새로운 장절에 시동을 건다. 이 소설은 산책의 결과물이다.

이 이야기의 도로 여행은 파리에서 출발하여 낭트에서 끝맺는다. 이 년 전 프랑스 여행에서도 나는 파리에서 출발하여 낭트까지 단숨에 내려갔다.

이 작품 속의 그녀와 그는 어려서부터 낭트에 가기로 약속했지만, 어른이 되고 늙어서 함께 길을 가면서도 끝내 그곳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할 것중 하나가 바로 이런 인생의 '도달하지 못함' 아닐까.


옮긴이의 말

핵심은 보편적이지 않은 인간관계에 관한 적극적인 제안과 질의다.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은 소수자들의 소외된 세계의 성격과 의미를 부정적으로 규정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서로 뜻이 통하고 마음이 투영되며 서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서로를 가장 잘 도와주는 '그녀'와 '그'의 관계를 통해 이런 어원적 의미를 증명하고 있다. '그녀'와 '그'는 연인은 아니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손을 잡고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관계라는 생텍쥐페리의 명제를 완미하게 실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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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시간 교유서가 다시, 소설
김이정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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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소중한 문학적 성취,
#책, < #유령의시간 > - #김이정 저
💡
'자전적인 이 소설은, 저자의 아버지를 모티브로 하였다.

분단의 아픔으로 흘려야 할 눈물을 머금고 있다.

사상과 이념 대신 가족을 택했지만 운명의 장난일까. 전쟁 중 월북했다가 다시 내려오니 가족은 주인공을 찾기 위해 월북한 상태다. 그렇게 두 아이와 헤어지고, 아내와 막내는 자신 대신 누군가에 끌려가 생사도 모른다.

남한에서 새로이 얻은 가족이 무엇보다 소중하지만 막내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세 아이를 지키지 못했는데 이젠 막내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졌다. 그 상실감과 슬픔을 견디다 몸이 스르르 무너진다.

해방 전 30년, 해방 후 30년을 산 환갑의 나이에, 자서전을 쓰기로 마음을 먹지만 20여장 만을 써두고 갑작스레 생을 마감한다. 자서전을 주인공 딸, 저자가 40년 만에 완성한다.

주인공 이섭이 마지막에 죽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 삶이 얼마나 고되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유령 같았던 그. 남한에도, 북한에서도 속하지 못하는 유령의 시간을 살았다.

우리 현대사가 서둘러 앞으로 나가면서 진실, 진정정 따위를 등 뒤에 흘릴 때 그것을 조용히 수습하는 문학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 제2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선정 사유

40년 만에 완성한, 잊어버린 이야기를 다시 읽는,
<유령의 시간>이다.'

💬
지형은 노를 잘 젓고 싶었다. 어떤 도움도 없이 보란 듯이 혼자 배를 저어가는 것을, 누구보다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작은 새우 한 마리의 탄생도 우주의 생성 못지않은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게 신비로울 따름이었다.

이섭은 깨달았다. 약하다는 게 모든 걸 용서해주지 않는다는 걸. 늘 약하다는 이유로 변명이 돼주었던 그간의 행동들이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공부가 그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몰라도 우선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박했다.

적지 않은 재산을 일제와 전쟁을 겪으며 다 잃고 나서도 끄떡없던 장인은 사람을 잃고서는 더이상 무언가를 지킬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버지는 무슨 일이든 책을 보는 게 제일 먼저 하는 일이었다.

소규모 회사에서까지 신원 조회를 당하고 나니 이 땅 어디에도 서 있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철저히 봉쇄당한 기분이었다. 오직 몸뚱어리 하나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에서 영원히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 같은 공포감이 몰려왔다. 아니 몸뚱어리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사지를 결박한 채 조금씩 숨통을 조이는 것 같았다.

사람이 어디 애초에 상하가 있고 귀천이 있겠느냐. 모두 힘있는 자들이 제 몫 지키느라 만든 제도일 뿐이지.

몸은 점점 물기가 말라가는데 아이들은 청대처럼 쑥쑥 자라고 있었다. 저 아이들을 끝까지 돌볼 수 있을까. 내복 바람으로 나란히 누워 깊은 잠에 빠진 아이들을 볼 때마다 이섭은 현기증이 일었다. 한 치 의심도 없이 저희
를 끝까지 돌봐주리라 믿고 있을 아이들이었다. 오래전 그토록 믿고 있다가 아비를 잃어버린 아이들의 몫까지, 몸이 부서져도 이들을 지켜주고 싶었다. 언제까지 아비 노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할 때마다 온몸의 뼈가 덜그럭거렸다.

맑은 물이라고 믿었던 곳에서 눈에 띄는 탁류는 몇 배나더 오염돼 보였다. 가진 것 없는 자들을 위한 공평한 세상을 만들겠다던 이념은 어느새 빛이 바래 소수 권력자들의 치열한 암투의 수단이 돼버렸다.

이곳에서 내 가족을 희생시킬 만큼 더 나은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네. 내가 돌아가려는 곳은 가족이 있는 집일뿐이야.

상처도 결국은 열정이 아니겠나? 인간에 대한 열정 말일세.

진심이었다고 모든 걸 용서받을 수는 없네.

저 부실한 시민아파트는 이섭의 인생을 닮아 있었다.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르는 위태로운 건물에 이 순간에도 사람들이 숨차게 살고 있었다.

뭐든지 뜨거운 마음으로 해야 돼. 공부를 해도 뜨겁게 하고 연애를 해도 마음을 다 바쳐야 돼. 그렇지 않으면 의무감만 남고 사는 게 재미없어.

지형은 지우가 떠난 후부터 아버지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잃어버린 삼남매와 전부인 그리고 지우까지, 지형은 그중에 하나만 잃어버려도 분노 때문에 더이상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지형의 남매들은 물론 이웃들에게도 뜨거운 사람이었다. 지형은 그런 아버지가 기이해 보였다.

인간, 아니 모든 생명은 언젠가 죽는다. 죽으면 흙이 되고 먼지가 되어 이 넓고 넓은 우주 속을 날아다닐 것이다. 인간은 결국 우주로 돌아가는 것인가. 그곳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아니 그것이 무엇이든, 뭐라도 있기나 한 걸까. 그저 팅 빈 공간에 불과한 건 아닐까. 인간의 생이여, 헛되고 헛되도다. 하물며 이념과 꿈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꾸지 않는 생은 또 얼마나 헛될 것인가.

어쩌면 아버지는 유령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땅 어디서
도 존재하지 못했던 유령.

소설을 다 쓰고 나서야 비로소 글쓰기의 힘을 깨달았다. 그때 나를 살린 것은 그의 이야기들로 한 칸 한 칸 메우던 글쓰기였다. 그래서 '글쓰기가 나의 구명보트였다'고 고백했다.

📚
레미제라블, 에밀, 제인 에어, 삼국유사,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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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육아를 우리답게, 세상을 아름답게
김은미 / 솔앤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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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육아의 최전방에서 겪은 어려움과 그에 따른 깨달음, 다짐에 대해 말하고 있다면, 아빠는 요즘 아빠의 관점에서 실제적인 경험담을 가지고 솔직한 심정을 덤덤히 전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세아와 같이 초보 엄마와 아빠의 담백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다.

육아 전선에 뛰어든 지 얼마되지 않은 초보 부모로 쓴 첫 책이기에 부족함도 보이지만 나름의 육아 현실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덤덤하고 담백하게 풀어냈다.

군인 남편을 둔 아내는 지인 하나 없는 머나먼 제주도에서, 독박 육아를 경험하기도 하며 고군분투하지만 잘 해내는 중이다.

최전선 근처에서 비행을 경험한 아빠는 육아 전선 또한 만만찮게 고됨을 온 세포로 느끼는 중이다.

6월부터 육아휴직을 나왔으나 실상은 어째서 일을 할 때보다 독서를 할 시간이 더욱 부족하고, 피로가 몰려온다.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하는 지금, 심적인 행복이 자리 잡아 만족감과 안정감이 커졌다.

이 책은 11개월이 되어 걸음마 단계를 밟고 있는 아기를 둔 초보 부모가 나름의 방법으로 그들답게 육아를 하고 있는 과정이 담겨 있다.

태어날 때 엄지를 하나 더 달고 태어났으며, 다지증 수술을 위해 6번의 비행기 탑승을 경험해야만 했던 돌도 안된 세아와 그 부모의 고심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초보 부모의 첫 책이기에 가벼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전자책, <육아를 우리답게, 세상을 아름답게>이다.'

💬
"육아는 어때? 힘들지?" 제주에서 세아를 양육하며 지인들과 연락할 때마다 듣는 질문이다. SNS상으로 육아를 표현할 때 '헬'이라는 단어를 쓰면서까지 '힘듦'을 강조해서 그런지, 힘들지 않냐는 질문이 가장 자연스럽고 많았다.
지금의 내 삶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딱 알맞은 만족이 있는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러한 만족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바로 육아에 있어서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SNS에서 좀 잘한다는 엄마들의 영상을 보며 발달이 빠른 아이에 비해 세아가 느린 건 아닌지, 경제적으로 아이에게 무한정 퍼주는 엄마를 보며 나는 그러지 못하는 현실에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 마음을 가지고 세아를 바라보는 나와 우리에게 손해가 되는 것 같았다. 이것을 깨닫고는 그런 내용이 보이면 얼른 덤덤하게 넘어가려 노력했다. 대신 SNS에서 아이의 시기에 맞는 발달 자극을 찾아서 직접 해주기도 하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담은 자료를 무료로 배 포해 주는 엄마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즉, SNS에서 얻는 정보도 선택이고, 그에 대한 감정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엔 책 육아, 여행 육아 등 정말 다양한 육아 지침서나 육아 방법이 존재한다. 그 방법을 공부하고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먼저는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세아를 세아답게 키워내고자 하는, 육아를 나답게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육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육아는 '아이와 함께 길을 함께 걷는 것'과 같다. 울퉁 불퉁한 길이 나오면 다른 쉬운 길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등에 업어서 데려가기도 하지만 때론 직접 가보게도 한다. 평생 내가 그 길을 함께 가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에 루틴을 세워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었을 때 아내는 얼마나 서운했을까. 물론 이해도 해주었지만, 결혼생활이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삶 속에 들어 왔기 때문에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나 혼자 만의 세계에서 이제는 빠져나와 루틴에 아내와 함께하는 우리의 시간도 포함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나의 시간이 줄었다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이 늘어난 것이라 생각하면 버텨지고 힘이 난다. 이제는 '나의 시간'이 아닌, '우리의 시간'을 더 소중히, 더 많이 간직하고 싶다.

함께하는 육아의 중요함을 깨달았고 사회가 육아를 함께할 수 있게 점점 바뀌면 육아의 어려움을 덜고 아이를 통해 얻는 기쁨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정한 아내와 우리 세아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오늘도 함께하는 육아를 하고 있기에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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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육아를 우리답게, 세상을 아름답게
김은미 / 솔앤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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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엄마•아빠의 진솔한 육아 현장이 담겨 있는,
< 육아를 우리답게, 세상을 아름답게 > - 김은미, 박찬웅 저

‘엄마는 육아의 최전방에서 겪은 어려움과 그에 따른 깨달음, 다짐에 대해 말하고 있다면, 아빠는 요즘 아빠의 관점에서 실제적인 경험담을 가지고 솔직한 심정을 덤덤히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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