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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평점 :
은희경의 신간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를 구입했더니 마이너리그가 따라 왔다. 대학교때 새의 선물을 읽고 은희경의 열렬한 팬이 되어 은희경의 책을을 싸그리 읽었었기에 한쪽구석에 가만히 놔두었다가 한참만에 꺼내 읽었다.
내가 은희경님의 글들을 좋아한건 이렇게 씨니컬하면서도 위트 있는 글들 때문이다. 중간중간 실소를 터트릴만한 문장들이 줄줄이 이어지지만 그 이면에 예리한 칼끝이 살짝 스치고 가는 듯한 느낌..
마이너리그에서도 은희경님은 2류 군단 만수산 4인방을 통해 읽는 내내 냉소적인 실소를 날리게끔 한다.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나 5.18을 겪고 IMF를 시대를 지낸 우리 시대의 중년들... 만수산 4인방은 어찌보면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라는 시조 내용처럼 시대 변화와는 무관하게 가늘고 긴 인생을 목적으로 살아가는 듯 하지만, 형준의 말처럼 기름 다 떨어져 가는 자동차에서 목적지까지 갈수 있는 방법을 요령껏 계산해 보기 보다는 무턱대고 기름 떨어질 때까지 주유소 찾아다니다 투덜거리며 얼어죽어가는.. 그야말고 변화하는 세상에 기회를 엿보며 껑충껑충 뛰어올라가는 소위 '메이저'들과는 다른 요령없고 능력없고 빽없는 .. 그래서 가늘고 길수 밖에 없는 2류들일 뿐이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보이는 것을 중심으로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 멈추고 돌아보니 그렇게 의식없이 보내버린 시간이 쌓여서 바로 자기 인생이 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뭐라고? 나는 좋은 인생이 오기를 바라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아직 인생다운 인생을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그런데 내가 무턱대고 살아왔던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이었다고? " - 본문 내용 중 -
서로가 서로를 보며 그래도 제보다는 낫지 라는 위안으로 살아가는 만수산들.. 아.. 그 2류들의 대열에 끼고 싶진 않지만.. 꼭 남일 같이 보이지만은 않는 그들의 모습에 스산한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