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가을녘 아파트안 작은 나무들의 선선함이 옷깃을 스칠무렵 영국의 여류작가이며 80여세의 고령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도리스 레싱과의 만남은 나에게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출간한 여러가지 문학들중 낮익은 느낌이지만 왠지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껏 같은 다섯째 아이에 내 눈이 멈추어지게 되었다.

"다섯째 아이"는 아주 정상적인 두 남(데이비스)녀(해리엇)가  사랑을 나누고 이상적인 가정을 설계하며 그들의 인생을 첫출발을 한다. 핵가족의 시대에 살고 있는 오늘날에 보기 드문 경우이다. 그들은 어떻게 보면, 아주 보수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간다. 그들이 꿈꾸는 행복한 보금자리는 빅토리아식의 큰 저택을 구입함으로써 서막을 열고 있다. 큰 저택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해마다 모여서 핏줄로 연결된 가족애를 확인한다.

또한 그때마다 두 남녀에게는 그들의 사랑의 결실인 자녀들이 태어나는 기쁨을 온 가족들과 함께 나눔으로 숨겨진 진정한 사랑을 공유해 갔다.

그런데, 이들에게 다섯 번째로 태어난 "벤"이라는 아이를 통해서 견실하고 행복하기만 했던 가족애가 조금씩 금이가기 시작하였다. 벤은 데이비스와 해리엇 사이에 태어난 다섯 번째 아이로써 다른 네 명의 아이들에 비하면 정상적이면서도 비정상적으로 태어났다. 이 비정상적으로 태어난 다섯째 아이를 발단으로 그 이상적인 가정과 그 가정의 기초가 되었던 모든 가족애들은 완전히 붕괴되어 버린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지탱시켜 주었던 가족모임도 소원해 지고 심지어는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게 되었다.

해리엇은 벤으로 인해 가정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벤을 포기하지 않은 모성애를 발휘하게 되는데, 그 모성애를 발휘하면 할수록 가정은 더 무너져 내렸다. 그로 인해 해리엇은 이 모든 문제를 벤에게 돌리기보다는 자신에 돌림으로써 자신의 책음의 쇠사슬을 스스로 옭아매는 심리적인 변화에까지 다다르게 된다.

결국, 이 소설의 말미에서 해리엇은 가족들과 융화될 수 없고, 자신에 방식에 익숙한 생활로 벤을 놓아줌으로써 즉, 벤이 앞으로 삶의 터전이라고 예고되어진 도시 지하 어는 곳에 풀어놓음으로써 이 소설을 끝을 맺고 있다.

저자는 이 소설 속에서 왜 다섯째 아이인 벤을 등장시켰는지에 대한 물음에 해답을 남가지 않고, 독자의 상상에 맡겨 두었다. 그러나 다섯째 아이를 통해서 전통적인 가족상을 붕괴함으로써 데이비스와 해리엇이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가족상이 얼마나 허상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도레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 작품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저자는 그렇게 생각한 의도로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벤의 모습을 보면서 현실에 살고 있는 물질문명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하다. 해리엇이 벤을 포기하지 못한 모성애를 발휘하면 할수록 행복하기만 했던 가족애가 금이가고 결국에는 무너져 버리고, 또한 말미에는 벤마저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초래되었다.

벤에 대한 포기할 줄 모르는 헤리엇의 모성애는 물질과 현세의 이기를 놓지 못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미화시킨 표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난다. 미래의 안락한 삶을 위하여, 평안한 노후를 위하여, 자녀들의 교육 등 이러한 기치에 무너져 내리는 가족애에 스스로 외면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다섯째 아이"라는 작품을 통하여 우리 속에 내재된 이상적인 가족애의 신기루를 향하여 불나방이 불을 향하여 돌진하듯이 달려가고 있지 않는가? 자문해보며 어느틈엔가 나는 데이비스와 마주하고 있다. 어느날 문득 우리에게 다가오는 예기치 않은 불행한 일들이 다가올 때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