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를 쓰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수영이 안 는다고? 시나리오를 썼는데 돈을 못 벌었어? 좋아. 그래도 그 과정을 기록해두면 어딘가 쓸 데가 있겠지.
나는 8년차 프리랜서 서평가, 필요하다면 뭐라도 쓰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택시에 대해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 P23

어린 시절 읽은 『피너츠(Peanuts)』의 한 장면이 지금도 기억난다. 라이너스를 왜 그렇게 좋아하냐는 질문에 샐리 브라운은 이렇게 대답한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이유를 물어보는 건 괜찮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는 건 안 돼.
왜냐하면 그게 더 어려우니까."
바로 이것이 내가 『피너츠를 좋아하는 이유다.
- P38

사건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의 포스트잇을통해, ‘여성 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 를통해, 트위터를 비롯한 SNS를 통해 터져 나온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를 들은 후에야 나는지금까지 내가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그건전혀 오해가 아니었다. 나는 누군가가 (여자라서)겪어야 하는 일들은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았고,
내가 (남자라서) 겪지 않아도 되는 일들은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건 아무리 좋게 말해도무지이거나 묵인이거나 잠재적 동조지 오해가아니다.
- P47

비단 택시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길거리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병원에서, 술집에서, 노래방에서,
클럽에서, 집에서……. 심지어 태어나기 전부터여성들은 크고 작은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위의단어들과 함께 여성, 범죄 등의 키워드를검색해보라).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누군가 범죄의 잠재적 피해자가 되는 사회라면그 사회는 여성혐오 사회가 맞다. 이런 상황에서여성혐오가 아니라는 주장들은 그 자체로 우리가여성혐오 사회에 살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 P48

그런데 아내는 그리고 다른 모든 여성은, 대체언제쯤에나 기분 좋게 혼자 택시를 탈 수 있지?
나는 지금도 그게 궁금하다. 아니, 그때보다 지금 더 궁금하다.
- P49

199
"젊은 아가씨가 겁도 없네. 안 무서워요? 내가어떻게 할 줄 알고.
다른 손님들이 다 내리고 혼자 남아 꾸벅꾸벅졸던 아내에게 총알택시 기사가 말했다. 아내는 당황했고 화가 났지만 기사에게 별다른 대꾸를 하지는못했다. 기사도 더는 말을 걸지 않았다. 아내는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걸 ‘무사히‘라고 할 수있을까.
- P50

우리는 모두 어딘가로 가려 한다. 물론 우리는그곳이 아닌 지금 이곳에 있다. 여기와 저기. 그러나 저기까지 가는 길을 정하는 건 내가 아니다. 돌아갈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곳에서 길을 잃을 수도있다. 심지어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하기도 한다. 매순간 우리는 원하지도 않았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지점들을 지난다.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가고 있기를 희망하면서… 그것이 기본적으로 내가 인생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내 생각에, 택시도 비슷하다. 그러니요금 얼마 더 내는 게 뭐 그리 대수겠는가? 심지어목적지에 늘 데려다주는데.
택시의 세계에 가성비는 필요 없다. 그것이 내가 택시 일지에 요금을 적지 않는 이유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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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파워를 가지려고 하면 할수록 파워를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별 생각 없이 올린 일상 트윗은 열렬한 공감을 얻었다. 그런데 일상 트윗인 척 슬쩍 책을 홍보하면 언제나 불순한 의도를 간파당했다. - P20

뭔가를 하려고 애쓸수록 트위터는 점점 더 부자연스러움을 극대화했다. 그건 어찌할 수 없는 산이었다. 나는 머릿속에서 트위터 책 홍보를 지워버렸다. 그리고 자연인 트잉여로서의 삶을 설계했다.
- P21

소통하고 싶지만 소통하고 싶지 않은 마음, 혼잣말이지만 혼잣말은 아니면서 혼잣말인 말, 무언가 입 밖으로 내뱉고 싶지만 그 말에 꼭 반응을 기다.
리지는 않는 상태. 그런 나의 애매한 상태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 그걸 기대하기에 가족 단톡방은 너무 오랜 관계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모바일 메신저라는 것은 그러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므로 출구는그곳에서 찾을 일이 아니었다.
나는 자주 트위터로 도망쳤다. 어떤 말에 반응하고 어떤 말을 모르는 척해야 할지 귀신같이 아는사람들로 가득한 타임라인, 공을 물고 달려와 던져달라는 시늉을 하면서도 정작 가져가진 말라며 공을입에서 놓지 않는 개를 닮은 마음들이 가득한 곳.
- P27

다른 모든 SNS가 그렇듯이 트위터 역시 자기세계를 자유롭게 구축할 수 있다. 나와 관심사가 같은 사람, 정치 성향이 비슷한 사람, 직업이 비슷한사람, 유머 사진을 자주 올리는 사람, 반려견 또는반려묘 사진을 공유하는 사람을 선택해 팔로우할 수있다. 이거저거 다 필요 없이 그냥 호감 가는 사람만팔로우해도 좋다. 그렇게 내 성향대로 잘 다져놓은타임라인은 내게 강 같은 평화를 주는 아늑한 아랫목이 된다.
- P29

그래서 우리난 서로 끊임없이 오해하면서 이해하고 이해하면서 오해한다.
- P36

나는 갤러리를 빠져나오며 ‘그건 당신이 그 안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라고 중얼거렸다. 작은 동네의 정, 여유, 소박함, 느림, 낭만, 그런 것은선택권이 있을 때나 느낄 수 있는 사치일 뿐이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이방인의 낭만을 그곳의 주민이었던 내가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 P49

나에게 익명성의 가치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채 나의 영역을 존중받는 것이다. 무관심이라 해도좋다. 그로 인해 나는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 P50

그렇다, 프리랜서가된다는 것은 마감노동자가 된다는 것이다.
- P70

세상에 트위터도 못 하는 바쁨과 트위터 밖에못 하는 바쁨이 있는 것 같다.
물고기자 님의 트윗을 보고 머리를 감싸쥐며나는 역시 아직 덜 바쁜 것인가 괴로워하다가 아니야, 나는 트위터밖에 못하는 바쁨의 상태다! 여러분이거 뭔지 알죠, 나만 이런 거 아니죠, 동의를 구하고 싶은 것이다.
- P70

표현은 아니지만, 본 트윗을 쓴 사람이 그 분야 전문가임을 모르고 그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겠다고 말을 보탰다가 시원하게 얻어터지는 안타까운 경우가있으나, 설명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이들은 대체로상식을 전문 지식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 P85

못하는 소리가 없다 정말).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오빠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다. 아니, 다르게 키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아빠는 언제나 우리 모두를 똑같이 사랑한다고 했다. 그 마음을 의심한 적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아주 전형적인 남자와 여자로  키워졌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렴풋하게 무언가 이상하고 부당하며 잘못됐다는 생각을 내내 품고 있었다. ‘왜 오빠는 송편도 안 만들고 설거지도안 해?‘ ‘왜 오빠만 예뻐해?‘ ‘왜 오빠 편만 들어?‘
- P95

아주 오랫동안 나는 여성으로서 내가 느낀 감정들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싶었다. 무언가 잘못됐다.
는 것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싶었다. 그러나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이 여성학 특강을 들으면서 나는 비로소 언어를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P98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나는선언하게 됐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성차별과 여성혐오를 자각한 순간부터 따지면30여 년이 걸렸다.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들을까 입을 닫았던 내가 ‘나는 페미니스트다 이놈들아!‘ 외칠수 있게 됐다. 용기의 원천은 트위터였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말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고 화가 나면 화가 나는 대로 힘껏 외치는 이들이 여기 있었다. 가부장제의 자장 안에서 여성에게 행해지는온갖 부당한 일에 의문을 품어도 된다고, 그것을 거부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이들이 있었다. 착한 며느리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성실한 아내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그저 나 자신으로 살아도 좋다고 응원하는 이들이 있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억압을 견디며살아온 시간을 뒤집고자 하는 삶들이었다.
- P99

나는 이제 시댁에 안부전화를 몇 번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의 의무가 아니다. - P100

여성에게 당연한 듯 부여되는 삶을 거절할 권리가 있다는 트위터자매님들의 목소리 위에 내 목소리를 겹쳐 올린 것이었다.
- P100

세상의 모든 차별과 억압은 가장 약한 존재로 향하기 마련이다. 내가 여성이라서 당하는 차별에 분노하면서 한편으로는 나보다 더 약한 존재인 아이들 그리고 양육의 책임을 강요당하는 엄마들을 혐오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질서를 모른다고 비난하면서 정작 그 질서를 배울 기회를 앗아간다는 것, 저출산 문제 운운하며 비출산 여성을 사회적으로 비난하면서 정작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양육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전가되어 모든 문제를 여성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 배제의 논리가 확대되면 계속되는 약자 배제를 막을 수 없다는 것, 아동혐오는 곧 여성혐오로 이어진다는 것. - P102

트위터에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드러난다. 나는트위터를 하면서 타인의 삶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장애인, 성소수자, 노인, 여성 등 약자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그저 막연했다. 그냥옳은 것이니 그래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생각. 오직그 생각만 존재하는 상태. 그러다 타임라인으로 여성 각각의 구체적인 삶을 읽어내려가면서 나의 못남을 매일 새롭게 깨달았다.
- P103

"아이는 사회가 같이 키우는 거야. 트위터에서 배웠어."
- P108

나 하나의 입을 하찮게 여기지 않는 것. 자신을함부로 내버려두지 않고 끊임없이 아끼고 보살피는것. 트위터 사람들의 일상에 나는 자주 자극을 받았다. 혼자 살수록, 혼자 일할수록 사소한 일상 루틴을소중히 하라고 다독이는 것 같았다. K님의 꽃에서,
C님의 요리에서, 0님의 부엌에서, 나는 스스로 삶의리듬을 만들어가는 즐거움과 균형 감각을 익혔다.
- P114

그 순간 내가 더 이상 라디오를 듣지 않는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라디오라는 매체가 싫어졌다기보다는 라디오의 사연과 DJ의 리액션이 싫어진 거였다. 십수 년 만에 우연히 다시 들은 라디오는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았다. 방송심의에 걸리지 않을 만한, 논쟁적이지 않은, 누가 들어도 이의를 제기하지않을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연들만 전파를 탔다. DJ는 그 재미없고 지루한 이야기에 더 재미없고 지루한 코멘트를 덧붙였다. 모든 게 다 잘될 거라는, 좋은 날이 올 거라는, 힘을 내라는 영혼 없는 응원이 이어졌고 대책 없는 긍정의 단어들이 마구 흩뿌려졌다. - P121

김애란 단편소설 「가리는 손의 화자는 요양병원 영양사다. 위아래 따지고 들며 장유유서 운운하는 노인 환자들 때문에 그녀가 힘들어하자 그녀의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가진 도덕이, 가져본도덕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래."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우와! 트위터 띵언 같다!‘
세련된 화법으로 날카롭게 상황을 정리하는 똑똑한 트위터 사람들이 쓸 법한 트윗 같았다. 그리고소설은 이렇게 이어진다.

병원 어르신들을 보면 가끔 그 말이 떠올랐다.
나는 늘 당신의 그런 영민함이랄까 재지에반했지만 한편으론 당신이 무언가 가뿐하게요약하고 판정할 때마다 묘한 반발심을 느꼈다.
어느 땐 그게 타인을 가장 쉬운 방식으로이해하는, 한 개인의 역사와 무게, 맥락과 분투를생락하는 너무 예쁜 합리성처럼 보여서.
김애란, 『바깥은 여름.
- P124

빛나는 ‘띵언류‘의 트윗을 봤을 때 속 시원히정리된 문장들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설명할수 없는 서늘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소설 속이 대목은 그 서늘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주는 말 같았다. 특히 ‘일침뽕에 취해 확신에 가득 찬 태도로 어떤 것을 정의하는 말들을 볼 때, 그것은 그것대로 너무 납작한 사고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트위터로 세상 구석구석을 배워간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때론 이렇게 멈칫하는 순간들이 온다. 덕분에 무턱대고 질주하지 않고 적당한 경계 속에서 트잉여의 리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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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당연하고, 그러다가 조금 여유가 생기면 그저 놀거나 돈을 쓰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게 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자연스럽습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쓸모‘가 우리 삶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돈이 되는 일을 해야 쓸모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고, 돈 되지 않는 일은 곧 돈 쓰는 일이기 마련인지라 쓰는 돈에 견주어 또 쓸모를 따져보게 됩니다. 우리의 일상은 노동(돈 버는 일)이 아니면 소비(돈 쓰는 일)로 나뉘고, 우리는 노동자(돈 버는 사람, 싫은 일이라도 참고 해야 하는 사람)와 소비자(돈 쓰는사람, 지불하는 돈만큼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 사이를 오가며 하루를 보냅니다.
어쩌면 손으로 무엇이든 직접 만드는 일은 소비라고하기에는 분명히 무언가를 생산하는 활동이지만, 노동이라고 하기엔 돈벌이가 안 되는 활동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손으로 만들기‘는 노동과 소비로 나뉘는 이분법의 일상에 균열을 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 균열을몸으로 느끼며 몰입할 때, 일상이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확장되곤 하지요. - P151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성과 시장 경쟁력을 동의어로 받아들인다. 여기서의 시장 경쟁력은 계량 가능한 단기적 효용으로 환산된다. 그러나 ‘어떻게만들어지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단기적 효용만을 소비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이들은 단기적 효용 뒤에 숨은 층위를 볼 수 있는 사람이고, 그럼으로써 객관적으로 보면 쓸모없는 것에서 주관적이고도 개인적인 쓸모를 찾아낸다.
시장이 규정하는 테두리 밖에서 쓸모를 찾아내는 것은 일상 속 자유의 여지로 이어진다. "자신에게 쓸데없는 일을 허락하라"는 아랑의 조언이 "조금씩더 자유로워지라"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
- P153

금고문:  만들기를 시작하고, 또 계속해나가는 데 중요한 것을 마지막으로 정리해서 요약해주신다면 무엇일까요?

아랑 : 우선 몸에 힘을 빼는 순간을 찾는 것, 어떤 활동에서든이게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하고요. 두 번째는 스스로 선택할수 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것. 그냥 주어진 걸 아무 생각없이 따르는 게 아니라, 내 생각에 의해서 선택할 수 있는 걸많이 만들어내면 점점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쓸데없는 일을 나 자신에게 허락해주는 마음이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P172

제책임 : 저는 마지막 말에 특히 공감해요. 쓸데없는 것, 쓸데 있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그건 다른 사람들이 만든 기준이잖아요. 그런 것과 상관없이 남들이 보기엔쓸데없는 일이지만 나한테는 재밌는 일이거나 해보고 싶은 일을 그냥 할 수 있는 것, 남들이 쓸데없다고 생각하건 말건 상관없이 밀고 나가는 것, 그 안에서 생겨나는 게 자기완결성이라고 생각해요. 객관적 쓸모와 상관없이 끝까지 밀고 나갔을 때 생겨나는 만족감이 삶의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 P172

손으로 만드는 기술 핵심 정리

① 몸에 힘을 빼는 순간을 찾기
당장 무언가를 만들지 않더라도, 일상의 어떤 순간에 자신이 몸에 힘을 빼고 있는지 찾아본다. 어느 순간에 나도 모르게 긴장을 풀고 몸을 사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때 어떤 느낌을 받는지 확인해보자. 내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의 출발점이다.

②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을 늘려가기
별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물건을 사들이는 일로 일상을 채우면,
스스로 의지를 갖고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기 마련이다.
꼭 해야 해서 한 일은 아니지만, 내가 원해서 선택한 일도 아닌, 주인없는 일들로 가득한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생각해보는 대상을 조금씩 늘려보자. 우리 사회는 이른바
‘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삶의 양식을 요구한다. 그런 압력에 나도 모르게 휩쓸려 스스로 늘 부족하다고 다그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압박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 일상 속 작은 선택들을 진짜 내 ‘선택‘으로만드는 일이다.

③ 쓸모없는 일을 자신에게 허락하기
처음부터 쓸 만한 물건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쓸모없는 일을 해도 좋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비숙련의 시간을건더내기 어렵다. 내가 무엇을, 어떤 수준의 물건을 만들어냈느냐가아니라, 만드는 시간 동안에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 내 손과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객관적으로는 쓸모가 없는 물건을 만드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변화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덧 만드는 사람‘으로 살게 된다.
- P176

그러니까 사는 행위,
모으는 행위 자체가 이미 그 대상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에요. 그 안에서 자기만의 기준도 생기는 거고요.
- P201

축적과 정리의 기술 핵심 정리

① 분류의 기준을 최소화. ‘기타‘를 활용할 것
하나하나 다 분류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기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분류 기준을 정하고, 나머지는 기타 항목에 넣는다.

② 검색 가능성을 높이는 게 정리의 목표
분류하는 것, 정리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생활방식이나 우선순위에 따라서 얼마나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지를기준으로 삼아 정리한다. ‘보기 좋게‘, ‘완결성 있게 정리된 상태는 오래 가지 않는다.

3. 결국은 버려야 한다.
아무리 정리를 잘해도 결국은 물리적인 한계까지만 축적할 수 있다. 자신의 우선순위를 정했다면, 중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 P208

운동은 남 보기에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한 것도, 남보다 더 무거운 무게를 들기 위한 것도 아니다. 땀 흘려 운동한 후 내가 느끼는 상쾌함, 나만 알아채는내 몸의 작은 변화들에 집중할 때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자존감, 운동을 통한일상의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저 자기 몸에 집중하여 하루 10분이라도 저축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움직여보라고, 마이리얼짐의 두 기술자는 조언한다. 몸매가 아니라 생활을 지탱하는 체력이 먼저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 P213

보통의 사업체는 사업이 먼저 있고 그다음에 사업에 필요한 자리가 있고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잖아요. 그래서 사람은 변해도 사업은 변하지 않죠.
협동조합도 물론 조합원은 바뀔 수 있지만, 방점은 사업이 아니라 사람에 찍히니까 오히려 사업이 더 쉽게 바뀔 수 있다고생각해요.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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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학문만이 아니다. 내 존재 자체가 사랑이있는 삶의 한 부분이다. 그 많은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현재의 내 삶은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인생 모두가사랑으로 이루어진 존재다.
- P176

지금의 나이가 되어 깨닫는 바가 있다. 내가 나를 위해서 한 일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공수래공수거‘라는말 그대로이다. 하지만 더불어 산 것은 행복을 남겼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니까. 이웃과 사회를 위해 베푼 사랑은 남아서 역사의 공간을 채워준다. 가장 소중한 것은 마음의 문을 열고 감사의 뜻을 나누며 사랑을 베푸는 일이다. 더늦기 전에 해야 할 인생의 행복한 의무이다.
- P177

나는 당시의 일들을 회상하면서 역사는 과거가 현재를결정지어주지만 현재는 언제나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생각을 했다. 그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 P213

기 때문에 몽클라르 장군을 예방하지는 못했다. 몽클라르장군을 회상하면서 우리 젊은 세대에게 바란다. 넓은 세계를 바라보지 못하고 집안 싸움에 세월을 낭비하는 기성세대의 구습에서 탈피하기를, UN 정신과 더불어 세계 무대로 진출해주기를,
- P216

나는 우리 사회를 불행과 고통으로 끌어들인 문제의 핵심은 아주 평범한 ‘공동체 의식‘을 상실했거나 포기한 데있다고 본다. 솔직히 말하면 더불어 살 줄 모르는 사회를만들었다는 뜻이다.
- P229

대화의 필요성과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투쟁해서 승자가 되면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사고방식이다. 그 정도가심해지면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편 가르기를 예사로이 여긴다. 집단적 투쟁이 사회적 정의의 길이라고 착각한다.
화합과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는 지도자가 사라지고 있다.
그 결과는 사회적 고통과 파국이 된다.
- P230

최근에는 세대 간의 간격과 갈등까지 합세하는 현상이다. 청년의 ‘지성을 갖춘 용기는 소중하다. 장년의 가치관이 있는 신념은 필수적이다. 노년의 경험에서 얻은 지혜‘도 있어야 한다. 이 3세대가 공존할 때 우리는 행복해지며 사회는 안정된 성장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지도자들은 젊은 세대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으며 늘어나는 노인 세대는 소외당하는 세태世態로 변하고있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의 불행이며 사회적 퇴락을 자조할 뿐이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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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정치 이념 수단으로 삼는 공산 치하의 교육과 학생들을 어리석은 백성으로 키우려는 식민지 교육을 보면서 나는 교육의 의미를 깨달았다. 한편으론 고마운 일이었다. 사랑이 있는 교육의 가치를 그때 알았다. 힘든 과거가내게 남긴 유산이다.
- P97

꾸준히 일해온 셈이다. 누가 더 건강한 사람이냐고 물으면나는 같은 나이에 일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 P99

그 때문에 지금도 내가 잊지 못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열네 살에내가 올린 기도다.
"하느님, 저에게 건강을 주셔서 중학교에도 가고 오래살게 해주신다면 제가 저를 위해서는 일하지 않고 하느님의 일을 하겠습니다."
- P100

나도 인정한다. 지금도 나는 1~2년 전에 한 일을 후회하는 때가 있다. 나는 언제쯤 되면 철이 들지 모르겠다며 스스로에게 타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이 나를 고마운 스승 중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100세까지 산 것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저마다 한 가지씩 장점을 갖고 있다. 나는 철들면서부터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자랐다.
신앙은 누구에게나 네 생애를 다 바쳐서라도 이루어야 할사명이 있다고 가르친다. 사명 의식에 가까운 그 책임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다시 태어나곤 하는지도 모르겠다. 존경하는 윤동주 시인 같은 친구들이 모두 그러했듯이.
- P115

우리 사회에서 흥사단만큼 인재들이 모여 민족에 봉사하는 공동체가 없다. 그것은 도산의 인격과 국가와 민족을위한 흠모심 때문이다. 죽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자던 도산의 말씀은 오늘도 절실한 충언이다.
- P116

도와달라는 소리가 입안까지 차 있었는데, 두고 온 남편 말이 생각나 "괜찮습니다. 여러 분이 도와주고 있어서…"라고 거짓말을 하고 떠나왔다는 얘기였다.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말고 나 대신 고생해달라던 고당의 간곡한 유언이 생각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 P117

도 한다. 그래서 지금은 얼마나 오래 사는 것이 좋으냐고누가 물으면 "일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때까지"라고 말한다.
- P126

80여 년 전 중학생 때부터 나를 사랑해준 마우리 선교사가 떠올랐다. 가난하게 고생하던 나를 여러 차례 도와주면서 마우리 선교사는 말했다. "이것은 예수께서 주시는것이다. 예수님께 갚는 것이 아니니까 네게 가난한 제자가생기면 예수님을 대신해 주면 된다."
그 사랑이 여럿을 거쳐 이 젊은이에게 전달되었던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남는다.
- P129

그런데 우리는 학교 교육이 인간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고교 출신은 평생 나는 대학에도 못 갔다는 열등의식을 갖기도 한다. 대학 출신은 대학까지 다녔으니까 내교육은 끝났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나머지 70리와 60리를포기한다. 그 길을 자력으로 걷는 과정의 책임이 더 중하다는 게 문제다.
- P134

는 과오를 범했다. 수준이 낮은 부모는 자녀에 대한 욕심을 교육이라고 착각한다. 지혜의 결핍이다. 자녀에 대한진정한 사랑은 아들딸이 40~50대 성년이 되었을 때 어떤인격을 갖추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인격적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 어리석은 학부모나 선생이 이기적 욕심에 빠지게 되면 자식을 평생 ‘양심의 전과자‘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 P136

모든 부모는 자녀들을 운동경기장에 출전시킨 선수와 같이 대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애들을 위하는 책임이다.
- P138

성실하게 살다가 삶의 경건함을 깨닫게 되면 신앙의 길을 택하는 것이 인생이다.
- P141

성경을 읽어보면 포도밭 주인이 아침 9시, 낮 12시, 저녁 5시에 와서 일해준 품꾼들에게 다 같은 품삯을 주었다.
는 비유가 있다. 영국의 존 러스킨John Ruskin 은 그 글을 읽고 산업혁명 이후 경제적 갈등과 모순을 해결하는 길은정의로운 노사 관계보다 사랑이 있는 질서가 더 중하다는저서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를 남겼다.
그 책을 읽은 인도의 간디도 그것이 인간 본연의 공존가치이며 희망이라고 뒤따랐다. 정의를 완성시키는 길은사랑이다. 인간애가 정의보다 귀중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 P150

많은 제자가 나를 그렇게 기억하며 살아간다면 나는 누구보다도 행복한 일생을 살아온것이다. 사랑이 최선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 P153

목사들은 설교도 잘하고 신학자는 좋은 학설을 펴내기도 하지만, 그것은 하느님의 권위를 터득하기에는 거리가멀다. 현대인들은 예수의 의심 깊은 제자(도마)와 같이 십자가에 못 박힌 상흔을 보여주기 원한다.
참된 신앙적 권위는 사랑을 실천할 때 생긴다. H 형의지난 얘기를 회상하면서 작고하기 2년 전쯤 암 치료를 받고 있었을 때 만난 이태석 신부 생각이 났다. 그는 아프리카 톤즈라는 마을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어주다가세상을 떠난 성직자였다. 우리는 크리스천으로 자처하면서 남에게 그런 희생적 사랑을 보여주거나 나누어주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 P156

나보고 ‘먼저 가세요. 나는 혼자어디 가서 마음 놓고 울다 갈게요‘라면서 들어오지 않더라. 갈 곳도 없었겠지. 교회에 가서 실컷 울고 왔겠지. 와서는 ‘이제는 행복했던 세월이 다 끝난 것 같아요. 여섯을 키울 때가 제일 즐겁고 감사했는데…‘라고 하더라. 뜻밖에차분한 목소리였다. 내가 ‘당신은 나보다 더 사랑이 넘치는 고생을 했으니‘라고 했다.
사랑이 있는 고생이 가장 행복한 인생이다.
- P159

톨스토이는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아무도 모르게 정처없이 집을 나섰다. 기차를 타고 가다가 한 시골 역에 내려역장실로 들어가 추위를 피하고 싶었다. 화덕 불을 쪼이면서 "좀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었는데…"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당시의 귀족들이 꿈꾸는 법관이 되고 싶었다.
성경알 읽으면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작가의 길을 택했다. 많은 재산과 농토를 소유한 삶을 부끄럽게 후회하면서 살았다. 인생의 참 의미와 가치를 찾아 정신적 순례의길을 택했다.
- P167

긴 세월이 지난 오늘 그들이 나에게 남겨준 교훈은 무엇이었는가.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은 많은 짐을 갖지 않는다.
높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거운 것들은 산 아래 남겨두는 법이다. 정신적 가치와 인격의 숭고함을 위해서는소유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소유는 베풀기 위해 주어진 것이지 즐기기 위해 갖는 것이 아니다.
- P168

‘너 늙어봤냐, 난 젊어봤다‘는 노래가 있듯이, 너 100세까지 살아봤냐, 난 100세까지 경험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30대까지는 건전한 교육을 받는 기간이다. 60대 중반까지는 직장과 더불어 일하는 기간이다. 60대 중반부터 90까지는 열매를 맺어 사회에 혜택을 주는 더 소중한 기간이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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