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제가 느끼기엔 모두 사랑에, 감정에, 표현에, 거리두기에조금씩 서툰 분들이었습니다. - P6
번아웃 증후군은 학생, 주부, 프리랜서 등 직종에 상관없이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분들의 공통점은 일을 자신의 한계보다더 많이 한다는 데 있습니다. - P24
사실 번아웃 증후군의 배경에는 ‘성과‘를 우선으로 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피로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철학 하는 한병철 씨의 『피로사회』라는 책에는 성과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완전히 타버릴 때까지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말이죠. 요즘 서점가에서 잘 팔리는 책 중에는 ‘자기개발서나 ‘성공을 위한 시간관리법‘에 대한 게 많습니다. 좋게 보면 가능성을 끌어내는 자기 활용방법‘을 제시하는 거지만, 냉정하게 보면 오히려 그런 책들이 성과주의 사회에서 우리 모두를 소진시키고 탈진에 이르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만 같은 생각도 듭니다. - P5
자기 자신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끝없는 주문과 강박 속에서 자발적 노동에 시달리다 탈진에 이릅니다. 사람의 의지력이란 게 화수분처럼 끝도 없이 솟아나는 게 아닙니다. 정신력이란것도 고갈되고 소진됩니다. 문제는 다른 이의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신을 혹사시키기 때문에 본인이 가해자인 동시에피해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 P26
자신이 지어낸 거짓말을 자신 스스로도 철석같이 믿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거짓말을 현실과 혼동해 진실로 믿고 거짓말을 반복하는 증상을 ‘공상 허언증‘ 또는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우는 병적인 거짓말에 속합니다. - P31
보통 리플리 증후군은 학벌이나 경제력이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열등감에 시달리다가, 실제의 내가 아닌 ‘되고 싶은 나를 반영한 반복적인 거짓말을 통해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게 됩니다. 다시 말해 리플리 증후군은 집안, 학벌이나 스펙 등을 중시하는 사회로 인해, 자신 스스로마저 자신을 부정하게 만드는 사회적 질병이 아닐까 싶습니다. - P32
사람에게는 누구나 약점이나 부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서툰 사람은 그런 약점을 인정하고 싶지도, 남에게 들키고 싶지도 않아 그것들이 마치 내 속에 전혀 없는 것처럼 숨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약함을 알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요. 바로 상대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나의 낮은 자존감으로 비롯된 열등감이나 콤플렉스를 타인에게서 발견할 때 미움, 분노 등의 감정이 싹트는 것을 ‘투사현상‘이라고 합니다. 칼 구스타프 융이란 분석심리학자가 소개한개념이죠. - P33
라캉이란 정신분석학자는 "사랑은 나에게 결핍된 빈 구멍을 메워줄 것처럼 느껴지는 상대를 만날 때 생기는환상이다"고 했죠. 특히 저는 프랑스 사상가인 몽테뉴가 말한사랑의 정의가 와닿는데요. 사랑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왜 내가 그를 사랑했는지를 묻는다면 "그였기 때문이고 나였기 때문이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 P41
사랑에 서툰 사람은 뜨겁고 열정적인 것만을 사랑으로 생각해 연애 관계를 더 지속할지 말지 고민합니다. 하지만 불꽃놀이처럼 파바박 튀는 감정만이 사랑은 아닙니다. 촛불처럼 의지가 되는 사랑, 은근하게 따뜻함을 주는 아랫목처럼 편안한 사랑도 있죠. 서로 사랑하면서 힘든 기간을 같이 통과한 추억이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 기울이는 노력, 안정감 같은 것도 사랑의 다른 모습일 수 있습니다. - P43
실은 상대를 잊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나를 잊지 못하는 거죠. 순수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나 자신, 상대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던그때의 나에 대한 미련인 겁니다. 이러한 분들이 다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선, 상대를 떠나보내려 애쓰는 것보다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이 담긴 기억 앨범을 먼저 내려놓아야 합니다. - P47
건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내 마음속 구멍에 끼워 맞추려 하기보다, 상대방과 사랑하며 쌓아가는 유대감을 통해 마음 자체를 튼튼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 P48
아닐까 싶습니다. 행복하지만 불행한, 기쁘지만 슬픈 것처럼 말이죠. 김중식 시인의 작품 ‘모과‘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사랑이 고통일지라도 우리가 고통을 사랑하는 까닭은 고통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감내하는 까닭은 몸이 말라비틀어지고 영혼이 꺼멓게 탈진할수록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지속적인 냄새를 피우기 때문이다.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집요한 냄새를 피우기까지 우리의 사랑은 의지이다. 태풍이 불어와도 떨어지지 않는 모과, 가느다란 가지 끝이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의지는 사랑이다. - P52
심리학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효과‘를 인지부조화 때문으로 봅니다.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누군가의 반대로 포기하게 된다면 자기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옳았다는걸 증명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반대에 직면한 연인들은 뜨거운 사랑으로서 자신들의 옳음을 입증하려니다. 또 주변에서 자신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할 때 분노의감정이 생겨나는데요. 그런 흥분된 감정을 상대방을 사랑하는정도의 증거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반대가 격렬할수록 감정이 격해지고, 사랑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도 격렬해지게 됩니다. - P53
연애를 안 해서 외로운 게 아니라외롭기 때문에 연애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연애를 해도 근원적인 외로움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 P65
은퇴를 경험한 분 중엔 "내가 왕년에 누군지 알아? 내가예전에 잘 나갔을 땐 말이야"를 외치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건그때의 정체성을 여전히 잃어버리고 싫지 않은 마음과, 잃어버린 현실에 대한 울분과 분노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겁니다. - P69
은퇴 후 밀려오는 외로움, 거기서 파생된 슬픔이나 분노, 허무한 감정을 느끼는 현상을 ‘은퇴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이 증후군은 독특하게도 은퇴 당사자와 배우자에게 다른 이유와 양상으로 동시에 찾아옵니다. - P69
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죠. 아내와 자녀들은 외로움을 처리하는자신들만의 방법을 구축했지만, 남편은 세상 그 누구보다 외로움이란 감정에 서툰 사람이 된 것입니다. - P71
또한 노후를 위해 경제적인 준비를 하는 것처럼 ‘좋은 부부관계‘를 위한 ‘관계 재테크‘도 해야 합니다. 평소 대화가 많고 함께 하는 활동이 많은 부부일수록 은퇴 후에도 행복한 관계를 지속할 확률이 높습니다.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의 취미나종교활동, 운동 같은 걸 은퇴 전에 미리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방법이 될 겁니다. 누군가와 외로움을 공유하는데도 일종의 마일리지가 필요하답니다. - P72
그는 ‘외로움‘과 ‘고독‘이 같은 것 같지만 분명히 다르다고강조하더군요. 영어로 외로움은 ‘Loneliness‘, 고독은 ‘Solitude‘ 인데 모두 혼자라는 의미이지만 외로움은 상대방을 전제로 한감정이고, 고독은 상대와 상관없이 오롯이 내가 나를 마주한 감정이라고 했습니다. - P73
그러다 독일의 종교철학자 폴 틸리히를 알게 되었는데요. 그는 1952년 저서 「존재의 용기」에서 고독을 외로움과 구별해 정의해두었더군요. 외로움이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하기위한 말이라면,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라고요. 즉 외로움이 누군가 곁에 없어서 ‘불안한 상태라면, 고독은 상대가 없어도 혼자 있는 게 ‘자유로운‘ 상태라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고독은 잘 다스리면 내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지금 당신은 외로운가요? 아니면 고독한가요? 어쩌면 외로운 상태라 느꼈던 감정을 고독의 상태인 것으로 관점을 바꿔 본다면,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재밌는 생각을 해봅니다. - P73
외로움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맞닥뜨릴 때마다매번 낯선 느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 감정을 다루는 데조금 도움을 드린다면, 억지로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보다 차라리 우울한 노래를 듣거나 슬픈 영화를 보며 외로운 기분을 더깊이 느껴보는 겁니다. 우울한 문화예술 콘텐츠에 공감하면 역설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심리적으로 ‘인생별거 있나,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는 거죠. - P79
화병은 전 세계 정신과 의사들이 진단기준으로 삼는 책에도 실려 있는 한국특유의 정신증후군입니다. 화라는 감정은 표현하지 않으면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에 상대를 원망하게 됩니다. 원망은 증오가 되어 더욱 공격적인 감정을 낳을 위험이 있습니다. - P83
많은 사람들은 상대가 나를 사랑해주고 인정해주고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대가 깨질 때 순식간에 화라는 감정이 만들어집니다. 화라는 감정이 생겨날 수 있지만 문제는 화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원망하며 분노에 가까운 화를 표출한다. 는 겁니다. ‘나는 억울한 피해자고 모든 게 너 때문이야‘와 같은논리가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입니다. - P87
특정 말이나 상황, 행동‘에 심한 분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분의 무의식에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화가오랫동안 자리 갑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을 ‘묵은화‘라고도 부르는데요. 마음의 묵은 화나 상처, 울분은 도화선역할을 해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쉽게 분노라는 불이 붙습니다. - P87
그런데 화를 습관적으로 내게되면 ‘분노 중독‘이란 새로운 노선이 만들어집니다. 분노 중독노선이 생겨나면 화가 나서 뚜껑이 열릴 때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는 전두엽을 거치지 않게 되어 그 부분이 녹슬게 됩니다. 전두엽은 그렇게 화낼 일 아니잖아, 차분히 다시 생각해봐‘ 처럼이성적인 판단과 화의 조절을 도와주는 부분인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화를 낼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감지 장치가 아주 민감해져서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폭발하는 성격으로 잠전 변화합니다. - P88
그리고 만약 나 자신이 분노를 위장된 형태로 표출하고 있다면 그 내면의 이유 또한 내밀히 들여다보아야 할 겁니다. - P93
"너 나 무시해!" 이 말은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릴 때 나오는 분노 반응입니다. 여기에 ‘왜 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느냐, 나 아직 살아있어, 내 가치를 인정해줘‘라는 의미가 내포되고 있죠. 누군가나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존재감이 희박해진다는 두려움을 느낄 때 이 두려움은 곧장 분노로 바뀝니다. - P94
이 세상의 모든 ‘갑질‘에는 심리적 메커니즘이 존재합니다. 동력은 열등감입니다. 나를 알아달라는 허약한 자존감이 숨어있죠. 그런데 이러한 열등감은 아무 데서나 폭발하지 않습니다. 분풀이할 대상이 있어야 하고, 함부로 화풀이를 해도 뒤탈이 없을 거라는 판단이 섰을 때 분노를 표출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한두 번이 아니라 수없이 되풀이해온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화풀이를 해도 먹히네? 분풀이 대상으로 삼아도 전혀 뒤탈이 없네?‘ 그런 원리와 경험이 축적되면서 갑질이 일상화되는것이죠. - P95
상대가 무차별적으로 화를 내고 막말을 하면 당하는 사람은 얼어붙어 버립니다. 인간이 위험에 처했을 때 맞서 싸우거나도망가는 방어기제가 있는데, 이런 방법이 실패할 때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가 얼어붙기 입니다. - P95
상대의 화가 누그러지지 않고 화를 내는 자체에 목적이 있을 때에는 상대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차라리 ‘공감 수도꼭지‘를 잠가 버리는 게 현명합니다. 공감의 정서가 흐르는 수도꼭지를 잠근다는 건 심리적인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걸 뜻합니다. - P96
화가 나는 감정과 화를 표출하는 행동은 엄연히 다르다. 흔히 사람들은 화가 난 감정이 아니라, 말이나 행동으로 드출되는 화난 행동을 화로 착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화 자체가나쁘고 위험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오해하는 것이죠. 화가 나는감정 자체는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겁니다. 아, 내가 화가 났구나‘라고 감정을 깨닫고 수용하는 것만으로도 감정 조절에 절반은 성공한 겁니다. - P98
이 방법은 과학적으로도 효과가 증명되었는데, 화가 나면 방출되는 분노 호르몬은 15초면 정점을 찍고 파도가 부서지는 것처럼 무너지고 15분이 경과되면 거의 사라집니다. 분노의현장에서 잠시 벗어나 심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화를 가라앉히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P100
저는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가아이가 화를 낼 수 있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분노 조절을 어려워하는 청소년과 상담해보면 대부분 부모 중 한쪽이 감정 조절에 매우 서툴거나, 아이의 감정을 부모가 지나치게 억누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는 자신이 아이의 분노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부모가 될까 봐, 또는 그런 부모로 남에게 보일까 봐두려워 아이의 감정 표현을 막고 억누르는데요. 그럴 때 아이는자신의 존재 자체를 거부당했다고 느끼게 됩니다. 아이는 자신이 분노를 드러냈기 때문에 사랑받지 못한다 여기고, 화난 감정을 꾹꾹 눌러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잘못 해석하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하며 성장한 아이는 나중에 커서도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거나 슬픔, 기쁨, 화 같은 자연스러운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P100
아이가 화를 내면 ‘어라 부모에게 감히 도전장을 던져? 그래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는 식으로 반응하는 부모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부모의 이런 감정적 반응은 아이들의 반항심만 더 키울 뿐입니다. 서툴게 화를 표출하는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아이 스스로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돌아보며 어떤 생각에 도달하게 하는 것, 그것을 부모와 공유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자녀 - P100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상대방 말이 다 맞긴 한데 듣고나면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고 불쾌했던 경험 말이죠. 사람의 대화는 90%가 비언어적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내용만큼 형식, 그러니까 표정이나 억양, 제스처도 중요한 것이죠. 그래서 화가난 감정을 표현할 때는 말뿐만 아니라 목소리나 표정, 태도에도주의를 해야 합니다. - P101
화가 날 때 나 스스로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상대에게도 "나는 화가 나있습니다"라는 걸 전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체적으로 나를 주어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너‘를 주어로 하게 되면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비난하는 말투가 되기쉽습니다. - P102
트라우마의 문제는 끔찍한 사건을 경험한 시점, 절대적인무기력 상태가 현재에도 수시로 기습해 상처로부터 떠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끔찍한 사고는 끝났지만 마음에 남은 상처가 당시의 기억을 계속 상기 시켜, 언제 나을지 모르는 극심한 통증을 안고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게 되는 것이죠. - P107
악몽에는 최악의 장면이 빠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자에게 공격당하는 꿈을 꾸더라도 다쳐 피를흘릴 수는 있어도 사자에게 완전히 잡아먹히진 않습니다. 아무리 무시무시한 악몽을 꾸더라도 최악의 장면 직전에 멈추게 되어 있습니다. 악몽을 반복적으로 꾸는 건 악몽을 통해 끔찍한트라우마를 좀 더 순화된 불안으로 바꾸어서 견디게끔 도와주는 우리 정신의 노력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악몽이 스펀지 같은완충작용을 하는 것이죠. 트라우마의 무자비한 기습에 대비해, 최악의 끔찍한 장면보다는 완화된 형태의 악몽을 반복적으로상영하며 우리 정신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도록 무의식이 작용하는 겁니다. - P112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트라우마의 원인을 재앙 수준의 금찍한 사건으로 국한시키곤 합니다. 그런데 대다수 여성과 아이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부모나 연인 등 친밀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합니다. 특히 아동학대의 경우, 아이 스스로가 겪는극심한 공포와 고통이 자신을 돌보는 사람, 자신을 사랑해 주어야 할 사람들에 의해 생겨났기 때문에 회복이 무척 힘듭니다. - P121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에게 집은 전쟁터나 다름없습니다. 흔히 아이들은 회복력이 강하다고 말하지만 문제는 정신만은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어릴 때 경험한 학대는 아이의 뇌 발달에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주며, 특히 두 살 전에 만들어진트라우마는 평생의 흉터로 남습니다. 보호자이자 애착관계에있는 양육자의 학대와 방치는 교통사고와 같은 후유증보다 훨씬 더 크고 일생에 걸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 P122
아이들이 건강하지 않으면 결코 미래는 없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아동학대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만약 아동학대가 사라지면 우리나라 성인 우울증의 절반 이상이줄어들 것이고, 성인 알코올 중독은 3분의 2까지 줄어들 것입니다. 자살이나 가정폭력은 4분의 3까지 감소할 수 있습니다. - P123
한 콘텐츠에서 제시해줍니다. 지하철이 오는 시간, 버스가 떠나는 시간을 분 단위로 알려주니 일상이 물 흐르듯 매끄럽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 익숙해져 있다 보면 사소한 관계변화만으로도, 기차가 연착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만으로도, 일상의 실밥이 툭 터지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충격을 느끼며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분명하다, 답이 있다, 안전하다 믿게끔 만드는 사회가 우리를 트라우마로부터 더욱 연약하게 만드는 것이죠. - P126
트라우마가 근본적으로 해소되려면 과거의 위험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머리가 아니라 몸이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P127
문제는 우리가 감정이나 생각을 말로 바꿀 때 뇌에 저장된단어를 끄집어내는데요. 욕을 습관처럼 하다 보면 단어를 고르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욕이 나오게 되어 버립니다. 사소한 자극에도 곧바로 욕이 우선 선택되는 것이죠. - P133
문제는 욕을 하면 할수록 아이의 두뇌가 손상을 받는다는겁니다. 공격적이고 충동적이며, 산만해지는 것이죠. - P134
아이가 욕을 하면 대개는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어떻게욕을 할 수 있어?"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는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니?"라고 먼저 물어야 합니다. 욕하는 것 자체를 야단치는 건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듣고 나서 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 P135
이쯤 되면 욕 자체보다는, 욕의 뒤에 숨어 타인을 공격하는나약함, 욕을 통해 자신의 모든 감정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미숙함을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욕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의언어로 바꿔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나쁘다. 화난다, 속상하다, 짜증 난다, 무안하다 등으로 말이죠. - P136
조언에 서툰 사람이라면 ‘질문‘이 유용하단 걸 잊지 말아야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게 있는데요. 바로 조언에도 ‘때‘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심리상담학에서 조언은 가장게으른 대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장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자, 대화의 문을 닫을 수 있는 말이 바로 조언이기 때문이죠. 조언은 하나의 결론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거기서 더이상 할 말이 없어집니다. 때문에 조언은 대화의 가장 마지막으로 미룰 수있을 때까지 미뤄야 합니다. - P149
미래까지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심리학이나 언어분석연구에서 발견한 중요한 사실 중 하나가 말을 바꾸면 생각이나 마음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꾸준히 운동하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습니다‘와 ‘꾸준히 운동하지 않으면 병들어일찍 사망할 수 있습니다‘는 사실 비슷한 내용이지만 받아들이는 느낌은 다릅니다. - P151
저는 상담을 할 때 환자분들이 하는 말을 이어받아서 들려주는 편인데요. 부정어일 경우 긍정적인 말로 고쳐서 들려 드립니다.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 "말씀하실 때 신중하시네요." "제가 감정 기복이 심해서" → "감수성이 풍부하신가 봐요" "제가 꼼꼼하지 못해서", "너그러운 편이군요"
이렇게 의식적으로 긍정의 표현으로 바꿔드리는가 하면, 상대의 이야기에서 긍정적인 포인트를 찾아 요약해 되돌려주기도 합니다. 가령 "요즘 너무 힘들어요, 뭐라도 해보려고 노력해도 계속 실패만 해요"라고 말한다면 "실패 속에서도 힘들지만계속 노력하고 계시네요"라고 말씀드리는 것이죠. 사소해 보이지만 긍정의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자신의 감정에서 긍정적인면을 찾아 표현하다 보면 대화도, 일상도, 한결 수월하고 편안하게 느껴질 겁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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