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가 라캉은 "사람들이서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건 서로 간의 오해 때문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 P157

 정신분석가인 프로이트는 애도를 노동에 비유하며 ‘애도작업‘이라 표현했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잊히는 게 아니라, 힘든 노동을통해서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떼어내는 고통스러운작업을 해야 한다.
그의 말처럼 고통스러운 노동이 수반되는 것이 애도입니다.
저절로 사라지는 슬픔은 없으니까요. 상실을 직면하고 통곡하는것도 일종의 기억하는 방식이고 중요한 애도작업입니다.
- P162

애도의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고, 애도의 기간 또한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 P162

슬픔을 표현하는데 서툴러 애초에 애도를 시작조차 못했거나 애도를 끝내지 못한 사람은 마음속 어딘가에 무거운 슬픔주머니를 매달고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도 살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나, 문득문득 찾아오는 우울과 슬픔에 괴로움을 느끼게 될 겁니다. 이것이 우리가 힘들어도, 크게 울고, 더욱 기억하며, 떠나보내야 하는 이유죠.
- P168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상처를 떠나보내려면 ‘잊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기억‘해야 합니다. - P168

이별 후 힘들어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사라짐의 흔적이 남아야 기억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말이나 글로도 사라짐의 흔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대화를 하거나 일기나 편지처럼 글을 쓰는 것을 권해드렸지만 사실 어떤 방식이든 좋습니다. 빈 노트 한 권 들고 추억이 담긴 장소를 찾아다녀도 좋고, 낯선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습니다. 거기서 문득 그리움이 밀려온다면 그 감정을 노트에 담고, 눈물이 흐르면마음껏 울고 오라고 권합니다. 기억하기 위함이라면 어떤 방식이든 도움이 될 겁니다.
- P169

심리적인 용서는, 내 마음에 평안을 주는 게 목적입니다.
용서한다고 해서 반드시 상처 입힌 사람과 화해할 필요도, 가해자의 행동을 정당화할 필요도 없습니다. 마음에 원한과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은, 가해자가 내 마음의 방에 매일 매순간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내 마음의 주인 자리를 가해자가 차지하고 있어, 나는 가해자를 평생 주인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것이죠. 가장 건강한 복수는 내 마음의 방에 자리 잡고 있는 가해자를 끌어내 밖으로 던져버리는 것입니다. 과거의 상처나 원한에 얽매이지 않고 내 삶을 잘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상처에 대한가장 멋진 복수이자, 나 스스로를 괴롭히던 지난날의 나 자신과용서하는 방법일 겁니다.
- P178

있는 사과만이 상대의 마음을 녹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사크할 상대의 반응을 너무 기대하지 않는 거 좋다는 겁니다.
마음의 상처가 큰 경우에는 어떠한 사과로도 해소되지 않을 수있슬니다. 상대에게 용서를 강요한다면 그것은 더이상 용서가 아닙니다.
- P180

나도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고 상대도 실수할 수 있는 불완전한 사람이란 걸 받아들인다면 용서는 조금 더 쉬워집니다.  - P180

20세기를 대프하는 소설가이자 실존주의 철학가인 강 돌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라는 책에는 ‘우리는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선택의자유를 누리는 동시에 그 자유를 행사해야만 한다는 걸니다. 사르트르에게 선택의 가우는 인간에게 내려진 형벌이고 거주였습니다. 내가 뭔가를 마음대로 선택한다는 게 가우로운 일 같지만, 나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그 결과 또한 은건히 자신이 책임겨야 합니다. 그게 두려운 것이즈, 선택 강애, 결경강애에는 이러한 ‘불안‘의 감정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내가 어떠한 사람이라는 건 고정된 게 아니라 내가 일평생을 살면서 계속선택하고 수정해야 하는 것인데, 모든 게 나의 선택에 달려 있고책임을 겨야 한다는 게 그만큼 무겁고 두렵게 느껴지는 겁니다.
- P186

선택의 결과가 좋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 매사에 완벽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점점 심해져 결국 선택의 갈림길에서 도망치고 마는 것이죠. 이런 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세상에는 어떤 완벽한 선택도, 완벽한 결정도 없다는 걸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그토록 힘들게 했던 선택의 문제들이 사소한 문제였다는 걸, 후회를 남기지 않는 완벽한 선택이란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면 누구든 선택의 기로에서 다시는 도망치지 않을 겁니다.
- P189

과거에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이번에 또 최악의 선택을할 거라는 근거가 어디에 있나?
또다시 잘못된 선택을 한다는 게 항상 사실인가?
나는 충분히 객관적인가? 나는 이 일의 전체를 보고 있는가?
다른 사람이 똑같이 말한다면 나는 어떻게 볼까?

소크라테스식 문답법 - P190

 또 여행에필요한 기술은 갖고 떠나는 게 아니라 대부분 여행지에서 하나하나 갖게 되는데 내가 해냈다‘는 경험은 자존감과 자긍심을 높여주고 정서적인 행복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 P196

그런데 "저는 여행을 해본 적이 없어서 마음먹기조차 어려운데 어떻게 여행하면 좋을까요?"라고 묻는 분이 있습니다. 어디로 여행을 떠나면 좋을까? 혼자 가면 외롭지 않을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저만의 여행 방법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여행을 가면 그 지역 서점에 들릅니다. 거기서 그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의 시집을 하나 구입합니다. 가령 제주도에 가면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와 같은 시집을 사는 거죠. 시집에는 그 지역의 어떤 지명이 나오곤 하는데요. 거길 한번 찾아가 보는 겁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읽고 시에 등장하는 성산포를 상상하다 보면 낯선 여행지가 친밀해지고, 도착해서는 시인의 눈으로 풍경을 느끼며 함께 대화하며 여행하는 듯한 효과를 누릴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 특별한 기념품을 통해 여행 당시의 기억과 감정을 간직하고떠올리는 것처럼, 시 구절 하나를 가슴에 새기면 여행의 효과와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 P198

여행은 본질적으로 낯선 것, 낯선 환경을 받아들이는 경험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성장함을 느끼죠. 낯선 것에 막연한 불안함을 느끼고 계신 분에게는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2014, 감독 빌 어거스트, 주연 제레미 아이언스)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영화는 은퇴를 앞두고 평범하게 살던 남자가 어느폭우가 쏟아지던 날, 우연히 자살 시도를 하는 낯선 여자를 구한 후 직장으로 출근하는 대신 리스본으로 가는 열차를 타면서생애 최초의 일탈을 감행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는 여행의 효과, 여행의 마법을 잘 표현해주는 대사 몇 구절이 나오는데요.

우리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사실 인생을 결정하는 극적인 순간은 놀라울 정도로 사소하다.


어딘가로 떠날 때 자신을 향한 여행이 시작된다.
그리고 자신을 알아간다.
- P198

다벤야민이 세상을 향해 수많은 물음표를 던지고 그토록 빼어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또한 자신만의 여행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길을 잃어야만‘,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길을 잃는 연습, 그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말이죠.


낯선 도시를 여행할 때는 길을 잃는 훈련이 필요하다. 낯선 도시에서는 마치 숲에서 길을 잃듯이 헤매는 훈련이 필요하다. 우연히 길을 잃는 게 아니라 길을 잃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마치 숲에서 길을 잃듯 도시를 헤매는 기술을 습득한 사람에게만 낯선 도시는 자신의 진짜 얼굴을 드러낸다.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이야말로 낯선 장소에서만 가능한 색다른 경험이며, 그것을 통해 애초에 의도하지 않았던 많은 사물과 역사,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진짜 삶을 만날 수 있기때문이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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