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과정에서 실수가 포기하라는 신호가 되면 아이는 과제를 접거나 실수를 숨기기 위해 잘하는 척 가면을 쓸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목표를 세우는 시점부터 자신이 완벽하기를 바라는 데있다. 그래서 중도에 실패가 발생하면 ‘더는 못하겠다‘는 생각에사로잡히고 금세 주저앉게 된다. 다이어트가 좋은 예다. - P49

... 목표는 완벽할 수 있어도 목표까지 가는 과정은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성공으로 가는 여정에서 실수와 실패는 필연적이다. 우리에게필요한 것은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라 실패를 넘어서는 연습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도중에 실수가 끼어들었을 때 맥없이 무너져버린다. 실패는 포기하라는 신호가 아니라, 먼 길을 갈 때 발에 흔하게 채이는 돌멩이 같은 것이다. - P50

임포스터이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고정관념을바꿀 필요가 있다. 실패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질 때는 ‘실패했으니포기할래‘가 아니라 ‘길을 가다 보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하는 거야. 결국엔 이 어려움도 다 지나갈 텐데 뭘‘ 하고 생각을 돌이키는 것이 좋다. - P50

힘들어하는 자신을 숨기는 것이야말로 ‘가면 쓰기‘ 연습의 시작이다. 가면을 쓸 일이 점점 더 많아지는 세상에서, 부모 앞에서만큼은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은너무나 중요하다. - P59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주사 맞을 때도 우는 법이 없어. 너무 기특하지 않아?" 라며 잘 참는아이의 모습을 칭찬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칭찬받을 만한 일인지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가면을 쓰는 아이는 온순하고 착해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착함이 아니라 일종의 자기 숨기기다. - P59

아이가 다치면 아이가 느낄 고통이나 감정보다, 아이의상처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질까가 더 신경쓰이곤 한다. 그래서아이에게 얼마나 놀라고 아픈지 먼저 묻기보다 상처난 곳부터 살피기 급급하다.
학습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시험에서 ‘나동그라져 상처를 입었다면 그 상황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처는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이 내 아이의 형편없는 점수를 알게 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떤 문제를 틀렸지? 어디한번 같이 풀어볼까?" 하면서 아이의 실수를 보완하는 데 관심을기울이는 일일까? 혹시 ‘오래가는 흉터‘처럼 타인의 눈에 제일 먼저 띌 시험점수를 감추느라 급급한 것은 아닐까? - P61

배움을 완결 짓는 칭찬이 아니라,유도하고 격려하는 칭찬

부모들은 아이 마음에 성공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다. 아이가 뭔가를 잘했을 때, 마치 그 분야 전체를 마스터한 것처럼 아이를 과도하게 칭찬하면 아이는 은연중에 성공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 P64

아이가 뭔가를 잘 배우고 익혔다면 "지금까지 참 잘 배웠구나 앞으로는 어떤 부분을 더 배워보면 좋을까?"라고 격려하는 것이 좋다. 이제 더는 배울 게 없다는 식으로 아이를 칭찬하면, 아이는 앞으로는 노력 없이도 완벽해져야 한다고 여겨 더 불안해질 수 있다. - P65

시험점수만 신경쓰는 부모는 아이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떠안긴다. 아이가 100점을 받아 오더라도 "시험은 어땠어? 헷갈렸던 문제도 있었어? 어떤 문제가 제일 어려웠니?" 하고 재차 물어주는것이 좋다. 또 시험 한번에 인생 전체가 달린 것처럼 심리적으로무거워질 필요가 없다고 격려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 P69

메타인지 근육을 키우는 것은 곧 용기와 배포를 키우는 일이다.
배우는 과정에서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는 용기 말이다.
실수를 극복하고 실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임포스터들도 ‘불완전함이 곧 행복‘이란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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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것을 두려워하여 가면을 쓰며, 완벽주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역량 부족의 느낌 때문에 고통받는다. - P15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를 보면서 부모는 안심할 수도 있지만,
아이는 괜찮아 보이는 가면 아래서 불안에 시달리고 있을 수 있다. - P15

자신을 무능한 가짜라고 믿는 임포스터들은 두 가지 두드러진행동양상을 보인다. 바로 ‘과도한 노력‘과 ‘미루기‘다.‘과도한 노력‘은 자신이 가짜란 사실이 탄로나는 것을 막기 위해 남보다 더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 데서 오는 근면함이다. 그 밑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 P28

한편 성공의 두려움 때문에 공부를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아예 공부에서 손을 놓아버리는 학생들도 있다. 임포스터 성향을가진 학생들은 재학시절 내내 좋은 성적에 가려져 있는 자신의 초라한 실체가 언젠가 들통나지 않을까 늘 불안에 떨며 지낸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주느니 차라리 자취를 감춰버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 P31

하지만 높은 시험점수는 잠시 행복을 가져다줄 수는있어도 임포스터이즘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행운은우리로 하여금 더 두터운 가면을 쓰게 만든다. - P34

하지만 부모는 아이가 어느 정도나 공부했는지 정확히 알 수가없다. 게다가 시험이란 형식은 학생이 사고하고 배워나가는 과정전반을 반영하지 못하므로 학생의 노력을 정확히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시험점수를 근거로 자녀의 능력을 판단하는 일은 대단히 위험하다. - P36

사실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이 얼마나 배웠는가, 그리고공부한 내용을 어떻게 숙지했는가이다. 자녀의 임포스터이즘을 예방하고 싶다면, 학습의 양과 질, 그리고 학습과정 전반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 P36

시험점수는 어느 정도는 가면이라는 것, 그리고 점수로만 실력을 평가하면 자녀의 실제모습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 P37

임포스터들은 어떤 면에서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은 완벽주의를 신중함이나 성실함, 노력과 결부지어 생각하지만 임포스터들이 추구하는 완벽주의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완벽주의자들은 과제 수행의 결과를 기반으로 자기가치를 결정하는 반면, 임포스터들의 완벽주의는 타인의 평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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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재정의되는 일은 한 사회의 마음이 변화하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 P33

모순 혹은 긴장으로 가득한 자신의 존재를 그럭저럭 거두어 살아나가는 것이야말로 성인의 일이며, 자신의 모순이나 긴장을 빙자하여 남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 시민의 덕성이다. - P37

관리되지 못한 개인의 모순이 무절제하게 사회에 분비될 때, 그것은 대개 민폐일뿐이다.
- P37

그는 오늘날의 관심을 과거의 사상에 시대착오적으로 투사하지 말고, 당시의 역사적 맥락을 한껏 고려해야한다는 주장으로 유명한 학자였다. - P39

세상에 대한 경험적인 지식이 쌓일수록, 세상은 모순이나긴장이나 혼란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인식에 이르게 된다. 완벽하게 흠결이 없는 혁명가, 오직 탐욕으로만 이루어진 자본가, 오직 순박함으로만 이루어진 농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은, 도덕적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던 혁명가, 너무 게을러서 탐욕스러워지는 데 실패한 자본가,
섣불리 귀농했다가 야반도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을 자기 희망대로 단순화하지 않았을 때에야 비로소 그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 P41

공부하는 이가 할 일은, 이 모순된 현실을 모순이 없는 것처럼단순화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모순을 직시하면서 모순 없는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다.
- P42

 정치인들은일단 선거에서 당선되고 봐야 하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말을 던질 필요가 있다. 말이 구체적일수록 그 말의 청자(audience)는 제한되고, 말이 모호할수록 청자는 포괄적이 되는 법. 그래서 선거를 앞둔 정치인의 말은 모호하기 마련이다.
- P48

이처럼 모호한 표현으로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고자 할 때,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발화자가 아니라 청자다. 표현이 모호하면, 발화자는 그 표현이 담고 있는 의미를 나중에 자의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여지를 누리게 된다. 그리하여 그 모호한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따져봐야 하는 책임은 청자에게로넘어가기 일쑤다. 모호했던 말이 나중에 멋대로 바뀌었을 때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청자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모호한 말들을 남발하면, 시민사회 구성원들은 그 말뜻을 구체화하라고요구해야 한다. - P49

사정이 이러하다면, 모호한 말은 종종 권력자의 무기다.
얼버무린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는 것은 청자의 몫이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연인 관계에서는 덜 사랑하는 사람이권력자라고 했던가. 사랑의 권력을 가진 이가 "내일쯤 전화할게"라고 말했다고 치자. 그 말을 들은 상대는 하루 종일 전화를 기다리게 된다. 전화할 시간을 특정하지 않을 수 있는 것도권력이다. - P50

사용한다는 것은 곧 안다는 것 아니겠냐고? 과연 그럴까? 사람들은 종종 사랑, 인권, 유교, 신자유주의, 4차 산업혁명, 민주주의, 창조 경제 등의 단어들을 입에 올리지만, 정말 그 뜻을 알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누군가 진지하게 말한다. "저사람의 인권을 인정해야 할까요?" 인권이라는 것이 인간이라면 누리게 되어 있는 보편적 권리라는 걸 안다면,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따라서 저 말은 인권에 대해서 말해주기보다는저 사람이 인권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말해준다. - P53

오용되는 단어, 남용되는 단어, 모호한 단어, 다양한 용례가 있는 단어일수록, 신중한 사람들은 해당 단어의 사용을 자제하고, 그 단어를 가능한 한 정확히 정의하고자 든다.
- P54

인종 구분과 같은것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구분이 단지 현상을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현상을 평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노예라는 말을 생각해보라. ‘노예‘라는 단어는 단지 특정 현상을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가하는 역할까지 한다. 그렇기에,
조선 시대 노비를 노예로 부를 것인가, 위안부를 성노예로 부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치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틴 스키너(Quentin Skinner)가 말했듯이, 평가어는 해당사회의 의식을 반영한다. 그렇기에, 어떤 단어에 단순히 변화를 준다고 해서, 해당 사회가 곧 바뀌는 것은 아니다.  - P55

퀜틴 스키너는, 우리가 사는 세계는 규범적인 평가어들의 쓰임새에 의해 지탱되므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그 평가어의 적용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다. 실로 뛰어난 작가는 시대의 흐름을 예민하게 포착하여, 당대의 평가어를 재정의 해내기도 한다. 이를테면,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통해 한때 미덕으로 높이 평가되던 관대함(liberality)이 사실 악덕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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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몸이 움찔할 정도로 놀라운 사실이 한 가지 떠올랐다. 언제나 그랬다는 것……. 다른 사람에게 뭔가 말을 할 때,
이 말이 효과가 있기를 어떻게 바랄 수 있을까? 우리를 스치고 흘러가는 생각과 상(像)과 느낌의 강물은 너무나 강력하다.
이 강물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하는 말이 우연히, 정말우연하게도 우리 자신의 말과 일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말을 쓸어내고 지워버린다. 혹시 남겨둔다면 기적이다. 나는 다른가? 내 마음의 강물이 방향을 바꿀 정도로 다른 사람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인 적이 있었던가?
- P177

그의 의지가 멈추었기때문에 시간이 멈추었고, 이 세상도 멈추어 섰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을 만큼 조용히…….
- P182

재능이 많았던 아마데우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소. 하지만 못하는 게 한 가지 있었지. 놀고 즐기고 절제 없이 행동하는 거였소,
엄청난 각성과 통찰과 자제를 향한 열정적인 욕구는 자기가 그런행동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지.  - P195

그런데 어쩌면 마리아 주앙이 그에게 눈이 멀지 않았다는 것, 다른 사람들처럼 그에게 압도당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을 거요. 그에게 필요했던 게 바로 그거였을지도 몰라요. 그를 지극히 당연하게 자기와 똑같이 보는 태도 말이오. 자연스럽고 수수한 말과 눈빛과 행동으로 그를 그 자신에게서 구원할 동등함…..
- P196

조르지는 아마데우가 맹렬한 속도를 늦추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게 해주는 친구였소. 조르지와 함께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마데우도 느릿해졌지. 조르지의 유유자적함이 그에게도 옮아갔던거요.  - P199

 아마데우는 천박한허영심을 대하면 잔인해졌소. 아주 심하게……. 주머니에서 칼을꺼내드는 듯했지. ‘천박한 허영심은 우둔함의 다른 형태죠. 우리의모든 행위가 우주 전체로 봤을 때 얼마나 무의미한지 몰라야 천박한 허영심에 빠질 수 있어요. 그건 어리석음이 조야한 형태로 나타난 거예요.‘ 그는 늘 이렇게 말했소.
- P202

한 사람 대 여러 사람의 목숨, 이런 식으로 계산할 수 없지 않나요?‘
그의 목소리는 꽉 잠겼고, 말 속에는 분노와 불안이 담겨 있었소, 뭔가 잘못된 일,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불안감 말이오. - P207

신의 말씀에 대한 경외와 혐오.
난 대성당이 없는 세상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 이 세상의 법속함에 맞설 대성당의 아름다움과 고상함이 필요하니까. 반짝이는 교회의 유리창을 올려다보며 그 천상의 색에 눈이 부시고싶다. 더러운 제복의 단조로운 색깔에 맞설 광채가 필요하니까. 교회의 혹독한 냉기로 내 몸을 김씨고 싶다. 방영의 단조로운고함 소리와 들러리 정치인의 재기 넘치는 수다에 맞설, 명령을내리는 듯한 그 정적이 필요하니까. 행진곡의 새된 천박함에 대항할 물 흐르는 듯한 오르간의 울림이, 흘러넘치는 그 숭고한음색이 듣고 싶다. 난 기도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천박함과경솔함이라는 치명적인 독에 대항하기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의모습이 필요하니까. 난 성서의 강력한 말씀을 읽고 싶다. 언어의황폐함과 구호의 독재에 맞설, 그 시(詩)가 지닌 비현실적인 힘이 필요하니까. 이런 것들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
- P215

그러나 내가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이 또 하나 있다. 우리 몸과 독자적인 생각에 악마의 낙인을 찍고 우리의 경험 가운데최고의 것들을 죄로 낙인찍는 세상, 우리에게 독재자와 압제자와 자객을 사랑하라고 요구하는 세상. 마비시킬 듯한 그들의 잔혹한 군화 소리가 골목에서 울려도, 그들이 고양이나 비겁한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거리로 숨어들어 번쩍이는 칼날로등 뒤에서 희생자의 가슴까지 꿰뚫어도………. 설교단에서 이런무뢰한을 용서하고 더구나 사랑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장 불합리한 일 가운데 하나다.  - P216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프라두의 책에 쓰여 있던 문장 가운데 하나였다.
- P279

_실망이라는 향유. 실망은 불행이라고 간주되지만, 이는 분별없는 선입견일 뿐이다. 실망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엇을없이 자기 인식의 근본을 어떻게 알 수 있으랴? 그러니 실망이기대하고 원했는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으랴? 또한 이런 발견없이 자기 자신에 대한 명확함을 어떻게 얻을 수 있으랴?
그러므로 우리는 실망을, 없으면 우리 인생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한숨을 지으며 할 수 없이 견뎌야 하는그 무엇이라고 취급해서는 안 된다. 우린 실망을 찾고 추적하며 수집해야 한다.  - P292

그에게는실망이 뜨겁게 파괴하는 독이 아니라 서늘하게 긴장을 풀어주는 향유임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의 진정한 윤곽이 무엇인지 눈을 뜨게 해주는 향유..
- P293

여행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연민을 느끼는 이유는 뭔가? 그들이외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면서 내적으로도 뻗어나가지 못하기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계발할 수 없고, 스스로를향한 먼 여행을 떠나 지금의 자기가 아닌 누구 또는 무엇이될 수 있었는지 발견할 가능성을 박탈당한 채 살아간다.
- P317

으려면 이 감정을 말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일을 표현한다 함은, 그 일이 지닌 힘은 보존하고 두려움은 제거하는 것이리라.‘ 페소아가 쓴 글입니다. - P335

떨려. 부모들이 지닌 의도나 불안의 윤곽은, 완벽하게 무기력하고 자기가 어떻게 될지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영혼에 달군 철필로 쓴 글씨처럼 새겨지지.  - P356

접근하기 어려웠던 아버지, 어머니는 아버지의 침묵을 우리에게 옮겨야 하는 통역사였습니다. 아버지는 왜 자기 자신과 자기 느낌에 대해 말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셨나요? 제가말씀드리지요. 가부장적이고 귀족적인 가장의 역할 뒤에 숨어있는 게 너무 편했기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이 편했기 때문입니다. - P361

벨렘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그레고리우스는 이 도시에 대한 느낌이 갑자기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이 도시는오로지 조사를 위한 장소였다. 이렇게 흘러간 시간은 프라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내려는 계획을 통해 형태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제 그레고리우스가 전차 유리창으로 바깥을 내다보는 시간.
덜컹거리고 삐걱거리며 차가 움직이는 이 시간은 오로지 그만의 것이었다.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가 새로운 삶을 사는 시간이었다. 그 - P384

 아마데우는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아주 특별한 역할을 맡겨요. 그리고 그들이 그 역할에 맞지 않으면 무척 무자비해져요. 고상한 형태의 이기심이라고 해야겠지요."
- P388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어요. 식당 안은 오빠의 냉혹함에 놀란 침묵으로만 가득했어요.
‘그 침묵은 날 백정처럼 보이게 했어.‘
몇 년 뒤 우리가 그 일에 대해 단 한 번 이야기를 꺼냈을 때 오빠가 말하더군요.
우리가 그 순간 자기를 완벽하게 홀로 내버려두었다는 사실을오빠는 결코 극복하지 못했어요. 가족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죠. 그때부터 오빠는 집에 오는 일이 점차 드물어졌고, 와서도 그거 예의 바른 손님일 뿐이었지요.
- P403

오빠는 잘못된 단어의 독재와 올바른 단어의 자유, 유치한 말 때문에 생기는 보이지 않는 감옥과시의 광채에 대해 말하곤 했어요. 오빠는 언어에 정신을 잃은, 언어에 강박관념을 지녔던 사람이라 잘못된 단어 하나에 칼로 찔린 것보다 더 큰 상처를 받았어요. - P405

‘경멸에서 오는 외로움이라는 메모가 보였다. 다른 사람들이 존경과 인정을 거두어가면, 왜 우린 그들에게 그런 건 필요 없소 나자신만으로도 충분하니까‘라고 말하지 못하나? 이런 말을 할 수없다는 건, 소름끼치는 속박의 한 형태가 아닐까? 다른 사람의예가 되는 건 아닌가? 이런 일을 견디는 #이나 보루로 어떤 감정을 세워야 하나? 내적인 견실함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그레고리우스는 책상 위로 몸을 굽히고, 벽에 붙은 메모지의 빛바랜 글씨를 읽었다.
신뢰에서 오는 협박,
- P418

"하지만 이것 한 가지는 알아요. 에스테파니아와의 일이 생겼을때 난 전혀 놀라지 않았어요. 그런 일이 있지요.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무엇이 없는지 알지 못해요. 그게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그러다가 그게 나타나면 단 한순간에 확실해지지요.
- P455

그레고리우스는 아버지에게 쓴 아마데우의 편지와 ‘타인은 너의법정이다‘라는 문구를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그래요. 바로 그거예요. 그게 아마데우를 아주 불안정하고 이루말할 수 없이 민감한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 P464

분노라는 들끓는 독, 타인 때문에 그들의 뻔뻔함과 부당함,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 우리가 화를 낸다면 우리는그들의 권력 아래에 놓인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영혼을 감아먹고 자란다. 분노는 들끓는 독과 같아서, 부드럽고 우아하며평화로운 감정들을 파괴하고 우리에게서 잠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어나 불을 켜고, 우리를빨아먹고 기운을 빼는 기생충처럼 우리 안에 자리를 잡은 분노에 분노를 터뜨린다. 우리가 입은 피해에만 분노하는 것이아니라 분노가 오로지 우리 안에만 퍼져간다는 사실에도 분노한다. 우리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감싸며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있는 동안, 우리를 희생자로 만든 원인 제공자는 분노의 파괴력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있으니까.
- P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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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빛나는 이유는 그들이 마음속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한한 신뢰, 믿음, 너그러움, 이런 것들은 몸 밖으로흘러나오면서 빛이 된다. 그들은 안을 때 서로의 장점뿐아니라 무한한 신뢰, 믿음, 너그러움도 함께 안는다. 사랑하는 무엇인가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은 빛이 날뿐만 아니라 힘도 세어진다. 우리가 힘을 내는 방식이 그렇다. 우리는 세상과 나 사이의 연결고리에 의지해서 힘을 낸다. 연결고리가 좋은 것이라면 우리의 삶도 좋은 것이다. 연결고리가 강력한 것이면 우리의 힘도 그만큼 세어진다.
- P12

그런 일이 생길 재료는 이미 우리에게 풍부하다. 빠스깔 끼냐르의 말을 빌리자면 고독 없이, 시간의 시련 없이,
침묵에 대한 열정 없이, 두려움에 떨며 비틀거려본 적 없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무엇 안에서 방황해본 적 없이, 우울함 없이, 우울해서 외톨이가 된 느낌 없이 기쁨이란 없다. - P14

"꿈 때문에 고생하는 것. 해볼 만하지 않아? 찰스 부코스키가 실연에 대해서 뭐라고 했는지 알아? 죽음을 미리 맛보는 것, 나쁠 것도 없지 않아?‘라고 했더라고, 우리가 느끼는 감정 중 많은 것들이 얼마나 어리석으면서도얼마나 피할 수 없었던지……"
- P23

우리에게 진정한기쁨을 주는 ‘뜻밖의 좋은 일‘이라는 것도 실은 마음속으로 수많은 날 기다리던 것이란 걸. 그렇다면 우리에게 한 가지 좋은 일이 생기기 위해서 그전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야 하는 걸까? - P26

우리의 삶은 그렇게 자유롭지 않은 거지요? 우리의 삶은 수동적으로 참아야 하는 것과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하는 것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면서 나아가는 거지요?
위기상황은 이것을 가장 깊게 느끼는 상태이기도 한 거지요? 위기에 빠졌다고 생각되면 깊은 무력감, 깊은 수동성,
타인의 처분에 맡겨진 듯한 나를 느끼지만 어떻게든 정신력과 능력으로 상황을 극복하려고 투혼을 발휘하고 분투하니까요. 그래서 위기상황은 삶의 신비로운 충동이 제일 잘 보이는 순간이기도 한 거지요? 우연히 들은 이야기가 더이상 우연으로만 머물지 않고, 우연히 본 풍경 역시더이상 우연으로만 머물지 않고, 우연히 생긴 일 역시 에피소드나 해프닝으로 머물지 않고 길조이거나 흉조가 되고, 하늘에 새 한마리가 날아오르는 것, 봄에 꽃망울이 터지는 것, 달이 구름을 뚫고 자태를 드러내는 것, 다 전조고기미고 징후고 예언이고 힘을 내라는 암시처럼 느껴지니까 말이에요. 전에는 무심코 넘겼던 많은 일들도 다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고요. 그래서 마르께스는 상처 입은 사람의 눈에는 별이 두배로 보인다고 한 것이겠지요? 위기의 순간이 오면 자신만만함도 안정감도 사라지지만 다른것이 찾아오기도 하죠. 그중에는 좋은 것도 있어요. 지난날 철석같이 믿었던 삶이 오류로 가득한 것이었다는 깨달음 같은 것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에게 약간의 힘이라도있다면, 견딜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시련이 자기실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인 듯 여겨지는 신비로운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 거지요?
- P33

그러나 다른 한편, 명예를 아는 인간으로서 준비도 없이, 가만히 앉아서 그렇게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치누아 아체베는 가만히 앉아서 일이 잘 풀리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일이 잘 풀리기 위해서 각자 해야 할일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다,라고 말했는데 내생각도같다.
- P38

지그문트 바우만은 우리가 말하는 모든 단어, 우리가 취하는 모든 동작은 의도하지 않은 자서전의 조각이고 이 모든 것은 자신도모르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종이에 가장 자세하게글로 쓴 삶의 이야기만큼 진실한 것이라고 했는데, 경험상 이 말은 진리다. 나에 관한 진실은 내가 입으로 뭘 주장하는가가 아니라 무심코 하는 말, 무의식적으로 하는 동작에 담겨 있다.
- P41

 쿤데라는 흐라발을 읽을 수 있는 세상과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세상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했는데 흐라발은 어떤 목소리를 냈기에 그런 놀라운평가를 받는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나는서글프면서도 괴로운 심정으로 나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P42

우리는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종종 초인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인간이 되기 위해 인간을 견뎌야 한다. 삶은 상상만큼 빛나지 않는다. 이렇게 편안하지 않은 마음으로 노동을 하고 아침을 맞고 바쁘게 일상을 유지하고 살아내는것이 경이롭기까지 할 때도 있다. 삶이 신비로운 것이 아니라 힘을 내는 인간들이 신비롭다.
- P44

삶이 쉬운 것이었다면 기술도 무기도 필요치 않았을것이다. 초등학교 때 배운 급훈대로 착하게 살아라! 존중하라! 친절하라! 등을 실천하고 살면 그나마 최선이겠지만 그렇게 살다가는 몸에 사리가 생길 것만 같다. 게다가존중할 수 없는 생각은 넘쳐나고 친절이 문제가 아니라남들이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맹렬히 싸워야 할때도 있다. 우리 인생 중간에는 세상이 엉망진창이라는당혹감을 처리해야 할 때가 반드시 있다. 더 큰 문제는 세상은 나만큼 혼란스러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혼란스럽기는커녕 질서가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그질서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현실은 부당할수록 어쩐지 더현실적으로 느껴진다.
- P44

내 꿈은 간단했다. 내게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써야 할지 알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꼭 필요한 곳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하고사는 것이었다. 모든 싸움은 자기 자신의 무거움과의 싸움이고 꼭 필요한 일을 하면서 산다는 느낌, 그것이 삶의 가벼움이라고 생각했다.  - P46

오오에 켄자부로오가 아이를 살리고 다가올 일을 어떻게든 감당하기로 결심하면서 생각한 문장이 바로 ‘지옥은 내가 간다‘ 였다. 그런 선택을 한번 하고 끝낸 것이 아니다. 오오에 켄자부로 오는 인생에서 뭔가를 선택해야 할때마다 ‘더 힘든 쪽‘을 선택해버리고는 ‘지옥은 내가 간다‘를 되뇌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 길을 갔고 그것이 삶에 일관성, 혹은 방향성을 줬다고 말했는데 나는 오오에 켄자부로오의 이 생각에 참으로 큰 충격을 받고 말았던 것이다.
- P50

것은 다른 것이었다. 즉, 누군가 책의 문장을 되뇌면서 인생의 방향성을 정한다는 바로 그 사실이었다. 너무나 놀라웠다. 그렇게 되면 미래는 더이상 알 수 없는 미래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미래일 수 있다. 적어도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떤 행동은 하지 않으려 할지,
어떤 경향성을 가지고 살지는 알 수 있는 미래일 수 있는것이다. 그것을 안다면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도 어떤일이 벌어지든 휘둘리고 있지만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삶을 우연의 연속으로만 만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미래는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볼 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P51

그래서 책은 세계와 내면,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볼 수있게 우리를 돕는다. 나의 부족한 점을 타인의 진실한 마음에서 찾아 채울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의 삶이 누군가의 꿈이란 것을 알게 해준다.
- P53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기억하자. 삶은 총합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한폭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란 것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말이 떠오른다. ‘어떤 경우에도 나를 지켜주는 근거는 사랑이다. 나의 사랑은 그 누구도 반박할 수가 없다. 이에 근거해서 나를 만나라. 그러면 나도 강한 사람인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P54

좋은 책은 그 글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세상이 달라보이게 한다.
좋은 책은 인간은 비탄, 슬픔, 고통에 침몰하는 것이아니라 그것을 재료로 뭔가비탄, 슬픔, 고통을 다른 일로 바꾸는 일, 이를테면 시 또는 한편의 글 를 만들고있는 중이란 것을 알려준다.
좋은 책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확대, 반복,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세상에 대해서 말하려고 애쓴다.
좋은 책은 어디선가 진실은 이야기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민감하게 만든다.
좋은 책은 문제와 사태를 다루는 데 있어 내 방식과는다른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사태를 보는 다른 눈,
제3의 눈을 가질 수 있게 나를 돕는다.
좋은 책은 다른 사람의 생각 속에서 장차 내 생각이될 것을 찾아내고 다른 것을 느끼도록 자극하고 다른 일을 해보도록 격려한다.
좋은 책은 누군가 이미 용기를 냈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좋은 책과 만나는 어떤 특별한 순간, 서러운 마음도자아도 사라지고 ‘이건 진짜다, 진짜 멋지다‘ 라는 마음과가벼운 한숨, 벅찬 가슴만 남는다.
- P60

결국, 내게 가장 부족했던 삶의 기술 중 한가지는 구별 능력이었다.
충동과 선택은 다르고 딴죽걸기와 비판적 사고는 다르고 트집과 저항은 다르고 실망과 절망은 다르고 억압과 자기절제는 다른 것이다. 둔감함을 초연함이라 하고 어떤갈등도 피하느라 자기도 지키지 못하는 것을 착하고 성격이 좋다고 하면 곤란하다. 그저 그렇게 산 것을 평화로운 삶이라 부르고 게으름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라고 부르고 가졌던 꿈을 포기하는 것을 철들었다고 부르면 곤란하다. 나르시시즘과 자기발견을 구별하지 못하고 자기만족과 자기를 봏아하는 것을 구별하지 못해도 곤란하다. - P66

에이드리언 리치는 유연함이 없으면 지옥이라고 했지만 또다른 지옥도 있다. 구별 능력이 없는 지옥이다.

우리의 평범함이 과도하게 칭찬을 받고,
나태함이 금욕으로 읽히고,
헤픈 생각이 직관으로 치장되고,
모든 실수가 용서되는 것을요, 우리가 지은 죄라면
그저 너무 대담하게 그림자를 드리우거나
그 틀을 완전히 깨부수려고 한 것이라고나 할까요.

에이드리언 리치 「며느리의 스냅사진들」중에서 - P67

안다는 것은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고 까다롭게 차이점을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아를 비롯해서 모든 것이 지나치게 중요하거나 지나치게 하찮아진 세상에서 구별 능력을 갖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번 잘못말해보고 잘못 봤다는 것은 분명히 중요한 계기가 된다.
- P68

모든 변화는 그동안 잘못 봤고 잘못 말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관련이 있다. 시행착오를 겪고 실수하고 만회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정확해지는 것은 쉬운 일은아니지만 확실히 즐거운 일이다. 이것을 이제라도 알게되어서 천만다행이야! 마음의 평화와 안도감이 밀려온다.
- P68

언어는 마치 돈과 같은 속성이 있다. 언제나 다른 것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이 말을 다른 말로 바꿔치기할 수있고, 그런 세계에서는 가해자를 희생자로 희생자를 가해자로 바꿔치기할 수도 있다. 문제를 불필요하게 꼬아놓을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죽기 살기로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세상에서는 말이 칼이 된다. - P69

내가 나를 보는 시선도 상대방에게 투사된다. 자신이진실하지 않으면 타인도 진실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돈과 이해관계만 믿는 사람들은 다른 가치를 믿는 사람들을 폄하하는 말을 하게 마련이다.
그뿐이 아니다. 말을 바꿔치기하면서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세상을 왜곡한다. 보르헤스식 표현대로 하면 이런 사람들의 신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것이 비본질주의다. 비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이 쏠리게 되면 상황을 낫게 바꿀 수도 있는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진다. - P70

어떤 말은 말하는 사람 자신의 힘까기도 끼어버린다.
나의 경우 나에게 가장 관심이 없는 것은 과거의 나다. 인생의 한때 삶에 대한 아무런 질문도 없었다. 그냥 남들이사는 대로 살면 되는 줄 알았다. 질문이 없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문제에서조차 멍청한 대답을 하거나 가장 무난해 보이는 남의 생각과 말을 따라했다. 나의 정체성은 영무새였다. 그러나 아무 말이나 막 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아침에 왜 일어나는가 같은 질문이라도 했었어야 한다.
고 생각한다. 그때는 나 자신에게 충실했더니 아주 진부한 한 인간이 나타났다. 지금도 너 자신에게 충실하라는 말을 아주 무서워한다. - P72

질문이없다면 대답도 없고, 질문이 있다면 더 나은 대답은 가능하다는 것 또한 안다. 그리고 또 아는 것이 조금 더 있다.
내가 하는 말들이 공허할수록 내 삶도 그렇게 진행된다는것이다.
- P73

현실이 그래. 그게 세상의 이치야.

그러나 그때는 현실의 이름으로 무엇을 없애버리려 하는가를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 P74

사람 다 똑같지 뭐, 별 수 있나?

사상 최악의 평준화. 자기를 합리화하기 위해 다른인간도 끌어내리는 말, 말한 사람이 아무런 구별 능력이 없다는 자백으로서만 쓸모 있는 말. 차라리 이에비해선 ‘사람 다 저마다 다르지‘가 관대한 말.
- P75

내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선택의 자유로부터 퇴행하고 싶은 마음.
- P75

세상은 다 썩었어.

현대 생활의 모든 편리함을 누리고 있으면서, 특히다른 사람의 고독과 투혼으로 이룬 것을 누리고 있으면서 쉽게 해버릴 말은 아니다. 썩어빠진 수많은 것이있을 뿐이다. - P76

착하게 살아라.
‘착취는 기본인 세상에서는 위험한 말. 착하게 살되 이기적일 수 있어야 한다. 이기적이되 자기중심적이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 P78

알고 보니 실망스럽더라고.

타인도 진실도 순백색 다이아몬드가 아니다. 타인과 진실은 미세먼지와 황사가 많은 공기, 정화시키고증류시킬 필요가 있는 공기, 불순물을 걸러내고 마셔야 하는 물과도 같은 것.
- P79

개인의 취향인데 뭐…아무리 중요한 일도 개인의 취향일 뿐이라고 하면나와는 관계없는 문제로 만들어버릴 수 있게 된다.
- P82

이 뒤로 이어지는 것이 그 유명한 루쉰의 글 「희망」이다. 루쉰은 젊은이들은 새로운 삶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삶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며 이렇게썼다. ‘희망이란 본시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거였다. 이는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시 땅 위엔 길이 없다. 다니는 사람이 많다보니 길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음속 고통스러운 적막감을 더는 전염시키고 싶지않다는 것은 ‘나도 해봐서 아는데…와는 정반대되는생각이다. 자신의 꿈이 실패한 것을 받아들이는 것과 그것을 빌미로 자신도 꾸었던 꿈과 믿었던 가치를 폄하하는것은 다른 문제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출발이다.
- P88

『파우스트』에서 악마 메피스토텔레스는 수세기 동안위력을 떨친 지옥의 언어를 말한다. ‘젊은이 자네도 나이들어봐, 별 수 없을 걸, 세상은 변하지 않고 사람이 변하는거야. 어느 시대나 세상물정의 이름으로, 그 많은 지식과경험을 거론하면서 타인의 힘과 희망을 꺾는 일이 고작다인 사람들은 흔하디흔하다.  - P88

에피쿠로스는 기원전 306년 아테나이에 여름정원을구입한다. 그는 그곳에서 남은 삶을 살았고 동료들과 산책을 하고 우정을 나눴다. 죽을 때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고 알려진다.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며 가장 아름다운 날이네. 고통스럽지만 우리가 과거에 나눴던 대화를생각하면 영혼의 기쁨을 느낀다.‘ 에피쿠로스는 삶은불행하므로 기쁨을 소홀히 하지 말라고 했다.
- P92

후세 사람들은 에피쿠로스를 가리켜 고통 속에서 간간이 맛보았던 소중한 기쁨을 삶과 윤리의 토대로 삼을줄 알았다고 평했다. 나는 이 말에 크게 놀랐다. 나에게도영혼의 기쁨을 느끼던 순간이 있었지만 내가 그것을 삶의토대로 삼을 줄 몰랐기 때문에, 그냥 한때 좋았던 기억인줄 알았기 때문에.
- P93

지 알게 되었다. 그가 그렇게 관대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냉혹함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인데, 그를 관찰해보면서 오히려 냉혹함이 왜 생기는지 알게 되었다. 즉, 무슨 일이든 책임지지 않는 것, 귀찮거나 복잡한 일이 생기지 않는 것, 책잡히지 않는 것, 지적받지 않는 것, 덜 일하는 것이 목적인 사람은 남들에게 처음에는 무관심했다가 결국은 냉혹해진다. - P100

동물을 사랑하는 나의 친구 힘 덕분에 모피 코트와고기를 영영 멀리하게 되었고 음식을 남기지 않게 되었고일회용품을 덜 쓰고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덜 쓰고 쓰레기분리수거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그는 거창한 주장보다사소한 것 한가지라도 삶에서 실천하기를 원했다. 그 덕분에 품위 있는 사람이란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품위있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 깨끗하게 마음을 쏟을 줄알고 상황이 좋지 않을 때조차 감사할 일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때문에 균형을 잃지 않고 자기비하에 빠져서 나약하거나 감상적인 넋두리를 늘어놓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미래를 살아라‘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미래를 사는 사람은 오늘의 삶을 미래의 눈으로 본다. 그 덕분에 희망은 앞으로 어떤 환상적인일이 일어나길 막연히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일어나길 원하는 바로 그 일을 지금 여기서 행하고 있는 사람에게 있음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다. 희망은 환상이나 보상이 아니라 인내와 끈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102

끌라우디오 마그리스의 ‘사랑할 줄도 모르고 행복해할 줄도 모른다는 것, 당장 끝장내고 싶은 격분을 누르고 끝까지 시간과 순간순간을 살아낼줄도 모른다는 것, 아마 원죄란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말이 생각났다. - P108

까뮈는 ‘인간으로서 내가 맡은 일을 다했다. 내가 종일토록 기쁨을 누렸다는 사실이… 어떤 경우에는 행복해진다는 것을 하나의 의무로 삼는 인간조건의 감동적인완수라고 여겨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 P109

몇년 안에 답답하고 꽉 막힌 인간을 만들어내려면 헌신적이고 자기희생적인 부모와 열심히 공부하고 말 잘 듣는 어린아이가 필요한 겁니다."
- P118

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는 걸까요? 부모들은 왜 자신의 감정이나 갈망이 아닌 다른 사람의 갈망이나 감정은 건혀 눈치채지 못하고 살아갈까요?"
- P118

우리는 사소한‘을 ‘시시한, 별것 아닌, 하찮은 과 혼동하곤 하지만 카프카는 우리에게 있는 것은 일상뿐이고사소함‘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 P135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우리 인생은 극히 사소한 일을얼마나 잘했느냐에 따라 평가받는다고 생각했다. 보르헤스는 무한한 우주는 사건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필요로하고 사랑하고 걷고 죽는 사소한 행위야말로 아주 중요하고도 영원하다고 했다.  - P136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어떻게든 관심 끌기가 목적인 텔레비전이우리를 받기만 하고 아무 노력도 할 필요를 못 느끼는 인간형으로 바꿀까 우려했다.
- P138

로베르터 발저는 삶에 불쾌한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조롱이나 증오의 감정은 의욕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다른 감정도 많은데 하필이면 의욕을 빼앗아버리는 감정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는 새로운 아침이 제공하는 수천가지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고 갖가지 절망도 알지만 갖가지 행복감도 알고 있었다. 이런 생각으로 아침을 맞는 것이 그의 천재성이었다. - P138

1. 삶에 더 많은 사람을 데려오세요. 따뜻함과 소속감,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를 빼면 나머지는 다 거품입니다
.
2. 지루함은 삶의 일부예요. 그걸 견디지 못하면 어린애예요.

3. 만약 예수가 자비의 메시지를 담은 산상수훈을 전하지 않았다면 인간이 되느니 차라리 방울뱀이 되었을 거예요. 젠장, 세상의 규칙은 딱 하나, 친절하라.

4. 하늘에 계시는 알렉스 삼촌이 무엇보다 개탄한 것은 사람들이 행복할 때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어요. 삼촌은 행복할 때마다 그 순간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노력했어요. 한여름 사과나무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마실 때면 그는 외쳤어요.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여러분도 남은 생애 내내 평화를 느낄 때나 일이 순조로울 때마다 외치세요!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5. 마크 트웨인은 삶의 끝자락에서 무엇을 원하는가스스로 물었어요. ‘이웃의 좋은 평가.

6. 아버지, 우리는 왜 태어났죠? 서로 삶을 잘 헤쳐나가도록 도와주기 위해 태어난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이순간과 장소를 바람직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 잘 해냅시다.

7. 어떻게 내가 이 일을 해냈지? 우리는 어떻게 이걸해냈지? 그래, 해낸 거야.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야!"

8. 저는 여러분을 깊이 동정합니다. 졸업식과 동시에아주 힘들 테니까요. 여러분은 에덴에서 쫓겨난 아담과이브가 될 것입니다. 창세기를 보니까 신은 아담과 이브에게 지구 전체 땅덩어리를 주지는 않았어요. 이 행성의작은 부분을 안전하게 잘 맡아주세요.

커트 보니것 졸업식 연설문 모음집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내용중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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