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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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중 ‘광야를 달리는 말‘ 부분에 작가의 아버지 이야기의 생애와 죽음, 그리고 매장과정에서의 작가의 담담하면서도 생생한 묘사를 접하며 잠시 읽기를 멈추고 마음이 짠했었는데 이번 소설은 그 산문에 대한 장편이야기 같다. 그 어떤 <아버지 전상서>보다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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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간들 -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지월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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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가긴 갔으나 고인이 내가 아는 분의 장모님이었는지, 아버지었는지조차 혼동이 되는 의무감에 찾게 되는 장례식에서 부터 가까운 친척분들의 장례식까지 부고를 접하는 일들이 늘어만 간다. 장례식이 생일처럼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예상되는 날짜에 오는 것은 더더욱 아닌 것이  대부분의 경우여서 갑작스럽게 부모님 등의 상을 맞은 사람들에게는 선택해야할 것이 너무 많다.  장례문제, 음식 메뉴와 가격, 수의 등 장례용품에 관한 비용 결정 문제, 하다 못해 슬리퍼를 몇 개를 둘 것인가의 문제까지. 조금전에 갑작스런 비보를 접한 사람들이 결정해야할 문제는 너무나 구체적이고 많고 게다가 당장의 문제이다. 부모 등의 죽음은 낭만적인 슬픔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이고 당면한 과제에 가까운 것 같다.

 

이 책 <상실의 시간들>은 화자의 어머니가 평소 지병이던 심장병을 앓으시다가 갑작스레 돌아가시게 된 49일부터 99일까지 그리고 그 이후 남겨진 아버지의 이야기가 부록처럼 실린 이야기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사실만큼 확실한 사실도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우리는 매일 영원히 살것처럼 죽음은 늘 뜻밖인 것처럼 외면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죽음이 현실이기 때문이어서일까? 대부분의 장례식에서는 고인에 대한 애도보다도 남겨진 가족에 대한, 특히 어머니의 죽음의 경우 늙은 아버지의 향후 대책 문제 등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화자의 말마따나, 적어도 장례식에서만큼은 고인에 대한 애도가 주가 되어야할 것 같지만, 장례식은 어떻게 돌아가시게 되었나 사망 경위 정도를 조심스럽게 묻고 대부분은 상주들을 위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이민 간 언니의 추억속의 가족, 가끔씩 스카이프를 통해 인사하는 비일상적인 가족과 일상에서 부대끼고 싸우고 해결해 나가는 화자인 내가 꾸려가는 가족, 그리고 반발짝 떨어져서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동생이 생각하는 가족 등이 어디서 많이 보고 듣던 거의 현실의 리얼리티가 그대로 재연이 되는 듯한 자연스런 모습으로 재생되고 있다. 장례식에 대해 할 말이 없으면 굳이 안해도 되는데 상주에 대고 자신의 부모님한테 잘해야겠다는 것은 가슴 속으로 간직해야 할 말을 기어이 뱉고야 마는 일부 개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부터 장례의 처음과 끝을 완벽하게 그린 어머니 전상서 같은 느낌의 소설이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면서 화자가 내내 간직해 놓은 인간에 대한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수작을 만나서 감동일 따름이다.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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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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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웃어제끼다 보면 나중에는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인 것 같다.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했다가 웃기는 사람이 될 뻔했다. 지하철에서 절대로 읽지 말 것. 하지만 하도 웃어서 눈물이 날 지경에까지 도달하자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더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드빚때문에 회사를 그만 둘 수 없고 좌절과 절망 섞인 회사 생활을 하면서 또 그 스트레스를 먹고, 마시고, 사는 데 쓰기 때문에 다시 카드빚이 생기고..그래서 나는 영원히 회사를 그만 둘 수 없을 것 같다.

바야흐로 구매자 천국의 시대이므로 나는 소비자일 때만 대우를 받는다. 생산자로서의 나는 그 까다로운 소비자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일신우일신, 발바닥에 땀냄새 가득하도록 뛰어야 한다. '저는 차라리 적게 먹고 적게 쌀래요'하면 사회에서는 소비의 아름다움에 대해 역설한다.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옷 사세요~ 라는 이야기이다. 사회의 소비 조장은 늘 은유적으로 다가온다. 절대 직설적인지 않다. 프로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포장을 하고 숨을 죄어온다. 너는 프로가 되어야해.

왜 그렇게 앞만 보고 뛰기만 하는건지.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갈 데가 있다는 게 행복이라고. 과연 그럴까? 갈 데는 분명이 있지만 거기서 뭘, 왜 하는지도 모르는 건 그냥 인생이 그런거라고 생각하고 잠자코 있으면 되는걸까?
삼미의 기록적 패배와 뺑이치듯 사는 우리네 인생과의 비유와 연결. 너무 잘 쓴 소설이다.

새삼스럽게 이 소설가가 이 많은 끼와 철학을 가지고 매우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어떻게 했으까 싶다. 물론 매우 잘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의 꿈틀거리는 기질을 어떻게 감추고 또 누르고 살았는지 매우 궁금해진다. 이 소설은 어쩌면 그가 회사원에서 소설가로 전향하며 내던진 출사표 같은 느낌이다. 그가 내놓게 될 차기 작품이 벌써부터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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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없으면 닭을 타고 가지 - 선인들의 일화에 담긴 일탈의 미학 학고재 산문선 10
이강옥 엮어옮김 / 학고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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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란 만든 이에 따라 평민일화와 사대부일화가 있는데 둘 모두 결국 사대부가 한문으로 기록한 문학이다. 따라서 여타의 구전문학과 구분되고 실제 있었던 일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허구적 서사 문학과도 구분된다. 본격적으로 조선시대 초기부터 발달했다. 즉, 일화는 논픽션 조선 한문문학이다.

이 책은 엮은이가 <용재총화>,<패관잡기>등 40여편에서 발췌, 편집한 것이다. 이 책의 소개대로 나는 일화를 통해 사대부가 고쳐 쓴 평민일화, 설화와는 다른 서사문학의 모습과 그에 따른 설명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야말로 모음집이었다. 장의 마지막마다 해설이 있었지만 1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일화에 대한 각각의 설명은 없었다. 게다가 같은 장에 포함된 여러 일화가 왜 같은 제목으로 묶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 쉽지 않았다. 내가 너무 친절한 작가들에 익숙해진 탓일까? 아니면 국문과 전공자들만 읽는 참고서를 집어 들고서 불평하고 있는걸까? 내가 보기에는 국문과 학부생들에게도 버겁게 보인다.

요사이 대중에게 성큼 다가와 묻혀졌던 우리 문화와 역사를 설명하는 책들이 많다. 예를 들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상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조선 뒷골목 풍경> 등 다수이다. 하지만 어느 주제보다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잠재력이 많은 우리 옛 문학은 상대적으로 홀대 받는 듯하다. 나의 이런 개인적인 불평이나 바람이 대표정서도 아니고 또 설사 그렇다 하더라고 그 책임을 이 저자가 져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모든 책이 대중적일 필요도,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국문학자가 쓴 친절한 우리 옛 문학 설명서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국문학자가 아닌 고종석의 <제망매가>, <언문세설>, <감염된 언어>, <국어의 풍경>을 한 번 보자. 우리 옛 것에 대한 사랑과 지식, 그리고 철학이 얼마나 고맙기까지 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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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영목, 정태원 옮겨엮음 / 도솔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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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영된 드라마 '선녀와 사기꾼'을 보면서 사기꾼이 나쁜 직업임에는 틀림 없지만 저렇게 치밀히 계획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어떤 식으로든지 인정을 해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사회면 뉴스를 보라. 주식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덜컥 아이를 납치부터 했다가 아이 부모님이 전화를 받지 않자 저녁에 결국 집 앞에 아이를 데려다 주고, 다시 아무 특별한 계획 없이 다음 희생양을 납치한 다음 이번엔 골목길에서 마주 오는 경찰차에 수상한 행동을 해서 바로 잡힌다.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최소한 추리 소설을 한 번이라도 읽고 고민을 했다면 그런 식의 일은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가끔 홍콩 영화 등을 보면서 범행 준비를 했다는 자백이 사회를 충격의 도가니를 몰아 넣지만 이것 역시 단순히 그 방법을 그대로 차용하거나 범행 방법이 엽기적이고 폭력적일 뿐이다. 지능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의 성의 있는 범죄와는 거리가 멀다. 죽일 필요도 없는데 사람을 죽이고 결국 자백을 한다. 아니 그럼 끝까지 비밀로 간직할 수 있다고 믿었단 말인가? 그 허술한 방법으로?

이 책 <마니아를 위한…>은 세계의 유명 추리 소설 작가가 쓴 40여편의 작품집이다. 물론 이 책은 범행 계획서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인간 군상들의 입장과 알리바이 속에는 권선징악의 메시지가 물씬 풍겨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작은 실마리를 탐정이 찾고 범행의 전체 그림을 그려내는 과정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끊임 없이 자극한다. 그리고 책 속으로 끌어 당기는 데에 성공한다.

여기에는 만화책을 읽는 듯한 박진감과 스피드, 프랑스 소설 같은 후반 대반전이 있다. 또 독자가 함께 사건을 풀어가도록 초반 암시가 되어 있는 작품도 있고 현장에 있는 탐정의 눈으로만 감으로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마지막에 해답처럼 실려있는 것도 있다. 또 인도 출신 노동자, 평생을 가난으로 살아야 했던 한 여성 노동자, 빈민 구제소의 아이들, 아일랜드 독립파가 주연 혹은 조연으로 등장하는 등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작품도 있다. 또 상속과 치정을 둘러싼 가족간 분쟁이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어느 것 하나 플롯이 개연성과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CD 한 장 사면 한 두곡 들을만 하고 나머지 곡은 끼워팔기의 냄새가 역력한데 이 책은 작품성이 검증된 컴필앨범이라고나 할까. 하나도 버릴 작품이 없다. 하지만 책을 사보면 알겠지만 책이 매우 두껍다. 1000페이지 가량 되므로. 따라서 들고 다니지 말고 집에서 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분량은 두껍지만 그 읽히는 속도나 재미를 감안하면 그다지 두껍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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