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영목, 정태원 옮겨엮음 / 도솔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방영된 드라마 '선녀와 사기꾼'을 보면서 사기꾼이 나쁜 직업임에는 틀림 없지만 저렇게 치밀히 계획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어떤 식으로든지 인정을 해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사회면 뉴스를 보라. 주식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덜컥 아이를 납치부터 했다가 아이 부모님이 전화를 받지 않자 저녁에 결국 집 앞에 아이를 데려다 주고, 다시 아무 특별한 계획 없이 다음 희생양을 납치한 다음 이번엔 골목길에서 마주 오는 경찰차에 수상한 행동을 해서 바로 잡힌다.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최소한 추리 소설을 한 번이라도 읽고 고민을 했다면 그런 식의 일은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가끔 홍콩 영화 등을 보면서 범행 준비를 했다는 자백이 사회를 충격의 도가니를 몰아 넣지만 이것 역시 단순히 그 방법을 그대로 차용하거나 범행 방법이 엽기적이고 폭력적일 뿐이다. 지능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의 성의 있는 범죄와는 거리가 멀다. 죽일 필요도 없는데 사람을 죽이고 결국 자백을 한다. 아니 그럼 끝까지 비밀로 간직할 수 있다고 믿었단 말인가? 그 허술한 방법으로?

이 책 <마니아를 위한…>은 세계의 유명 추리 소설 작가가 쓴 40여편의 작품집이다. 물론 이 책은 범행 계획서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인간 군상들의 입장과 알리바이 속에는 권선징악의 메시지가 물씬 풍겨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작은 실마리를 탐정이 찾고 범행의 전체 그림을 그려내는 과정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끊임 없이 자극한다. 그리고 책 속으로 끌어 당기는 데에 성공한다.

여기에는 만화책을 읽는 듯한 박진감과 스피드, 프랑스 소설 같은 후반 대반전이 있다. 또 독자가 함께 사건을 풀어가도록 초반 암시가 되어 있는 작품도 있고 현장에 있는 탐정의 눈으로만 감으로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마지막에 해답처럼 실려있는 것도 있다. 또 인도 출신 노동자, 평생을 가난으로 살아야 했던 한 여성 노동자, 빈민 구제소의 아이들, 아일랜드 독립파가 주연 혹은 조연으로 등장하는 등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작품도 있다. 또 상속과 치정을 둘러싼 가족간 분쟁이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어느 것 하나 플롯이 개연성과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CD 한 장 사면 한 두곡 들을만 하고 나머지 곡은 끼워팔기의 냄새가 역력한데 이 책은 작품성이 검증된 컴필앨범이라고나 할까. 하나도 버릴 작품이 없다. 하지만 책을 사보면 알겠지만 책이 매우 두껍다. 1000페이지 가량 되므로. 따라서 들고 다니지 말고 집에서 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분량은 두껍지만 그 읽히는 속도나 재미를 감안하면 그다지 두껍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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