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으면 닭을 타고 가지 - 선인들의 일화에 담긴 일탈의 미학 학고재 산문선 10
이강옥 엮어옮김 / 학고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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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화'란 만든 이에 따라 평민일화와 사대부일화가 있는데 둘 모두 결국 사대부가 한문으로 기록한 문학이다. 따라서 여타의 구전문학과 구분되고 실제 있었던 일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허구적 서사 문학과도 구분된다. 본격적으로 조선시대 초기부터 발달했다. 즉, 일화는 논픽션 조선 한문문학이다.

이 책은 엮은이가 <용재총화>,<패관잡기>등 40여편에서 발췌, 편집한 것이다. 이 책의 소개대로 나는 일화를 통해 사대부가 고쳐 쓴 평민일화, 설화와는 다른 서사문학의 모습과 그에 따른 설명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야말로 모음집이었다. 장의 마지막마다 해설이 있었지만 1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일화에 대한 각각의 설명은 없었다. 게다가 같은 장에 포함된 여러 일화가 왜 같은 제목으로 묶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 쉽지 않았다. 내가 너무 친절한 작가들에 익숙해진 탓일까? 아니면 국문과 전공자들만 읽는 참고서를 집어 들고서 불평하고 있는걸까? 내가 보기에는 국문과 학부생들에게도 버겁게 보인다.

요사이 대중에게 성큼 다가와 묻혀졌던 우리 문화와 역사를 설명하는 책들이 많다. 예를 들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상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조선 뒷골목 풍경> 등 다수이다. 하지만 어느 주제보다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잠재력이 많은 우리 옛 문학은 상대적으로 홀대 받는 듯하다. 나의 이런 개인적인 불평이나 바람이 대표정서도 아니고 또 설사 그렇다 하더라고 그 책임을 이 저자가 져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모든 책이 대중적일 필요도,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국문학자가 쓴 친절한 우리 옛 문학 설명서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국문학자가 아닌 고종석의 <제망매가>, <언문세설>, <감염된 언어>, <국어의 풍경>을 한 번 보자. 우리 옛 것에 대한 사랑과 지식, 그리고 철학이 얼마나 고맙기까지 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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