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식탁 위로 - 레비-스트로스와 함께하는 기호-요리학
오선민 지음 / 북드라망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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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을 해석한 책이다. 신화를 요리해서 식탁에 올린다고? 머선 말이고? 신화가 뭐길래 요리를 할까, 그리고 아주 오래된 이야기, 신화를 왜, 지금 읽어야할까? 이 책을 읽어보니 신화에는 시공간, 인종, , 나이를 막론하고 인류의 원형적 무의식이 담겨 있다고 한다. 신화는 뒤죽박죽 산발적인 이야기, 무슨 말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와 내용으로 되어 있다. 꿈이 개연성이나 기승전결이 없는 것처럼 신화도 그렇다. 저자 오선민 선생님은 신화의 언어는 단어와 의미가 일대일 대응이 아니라 맥락과 상황에 따른 해석이 요구되는 기호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인류는 무의식적으로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신화라는 이야기를 통해 균형을 맞추려 했다는 것, 그렇기에 신화는 대대로 내려오는 윤리학 지침서라고 해석한다.

먹는 것을 생각하면 맛있는 것, SNS에 올려진 화려한 이미지, 비싼 음식이 떠오른다. 내가 떠올리는 먹을 것은 나만 허겁지겁, 탐욕스럽게 먹는 혼밥의 이미지이다.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인류는 먹을 것에 대해 누구와 어떻게 먹고 나눌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한다. 신화의 핵심은 치우침이 없는 것이다. 그만큼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그냥 내버려두면 특정한 쪽으로 치우치고 말 것이고, 치우치면 우주의 질서가 무너질 것이라는 역설이 담겨 있기도 하다. 신화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시공간 외에도 이 시간 전후,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공간 너머로 시야를 확대하고, ‘로의 편중이 아니라 나와 연결된 수없이 많은 관계들의 집합체인 우주 차원의 질서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이 말하는 신화의 치우치지 않음을 위한 윤리는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문득 내가 욕망하는 맛있는 것 이면의 수많은 버려진 음식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바빠서 손질할 여유가 없다는 이유, 맛없다는 이유, 배가 불러서 더 맛있는 것을 먹을 자리가 없다는 이유 등 나의 효율과 취향에 따라 많은 음식들이 너무 쉽게 외면받고 버려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당에 가면 서빙 인건비에 밀려 가득 담겨 식탁에 올랐다가, 위생의 이름으로 음식이 무더기로 버려지는 문제, 한편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매립지 선정을 둘러싼 사회적인 다툼을 보고 모두 남 이야기인 것처럼 지적질하고 현실을 개탄했다. 생각해보니 각자의 나에의 몰입과 편중이 만든 작은 불균형들이 모여 우주의 균형이 뒤흔들리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먹고 나누고 있을까. 신화를 통해서, 이 책을 통해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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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이 2023-07-2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기를 읽으니 신화가 내게는 어떤 맛일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