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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분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3
윌리엄 포크너 지음,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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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작가를 뽑으라고 하면 언젠가부터 윌리엄 포크너를 뽑아야지, 하고 생각해왔지만 정작 작품은 읽어본적 없다..ㅋㅋ 선하면서 동시에 날카로운, 깊은 눈매에 약한 나.. 그래서 부채의식(?)이 항상 있긴 했지만, 워낙 어렵기로 악명 높았으니까 읽기를 미뤄왔다. 그러다 어느날 동네 단골 서점 매대에 소리와 분노가 있는 걸 보고 ‘아 맞아. 이거 읽어야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되었다. 


 걱정했지만 다행히 생각만큼 난해하진 않았다. 소설의 제일 처음, 그 유명한 벤지 섹션을 시작하며 당황하긴 했다. 백치의 시점으로 쓰여진 섹션이라 언어를 자기마음대로 구사할 뿐더러, 시간대는 한 문장 안에서도 뒤죽박죽이기 때문.. 이제 두 번째 섹션부턴 편해지겠지 했는데 웬걸, 퀜틴 섹션은 언어가 파괴되지만 않았다 뿐이지 역시나 시간대가 뒤죽박죽이다. 심지어 점점 퀜틴이 미쳐가며 문장부호를 생략한 채로 의식을 나열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정상적인(?) 제이슨 섹션을 통해 비로소 사건의 전말이 조금씩 파악되고, 전지적 시점인 딜시섹션을 읽으면 묵직한 감동과 먹먹함이 밀려온다. 언어와 시간감각을 상실한 혼돈의 감각에서 점점 현실의 감각으로, 그리고 마지막엔 가족과 시대를 관조하는 감각까지. 독자를 체험하게 만드는 구조가 정말 천재적이다. 사르트르는 이렇게 비유한다. “포크너에게 현재는 혼돈된 소음 또는 소리, 그리고 지나간 미래다. 달리는 오픈카에 앉아 뒤를 돌아보는 것을 상상해보자. 무형의 그림자, 깜박이는 빛, 빛의 희미한 떨림, 빛의 파편들이 양쪽 시야에 들어오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그 모든 것들이 뒤로 밀려난 다음, 어느 정도 원근감이 생긴 뒤에서 나무가 되고, 사람이 되는 것이다”


 소리와 분노는 몰락하는 한 남부의 가문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미국에서 남부의 가치라는것이 차지하는 위치나 의미에 대해 쓰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다. 사실 난 미국에는 살아본 적도 없고, 앵무새 죽이기같은 책에서 읽었던 것 등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을 그린 듯하다는 인상을 받은 것은 아마도 이 책이 근원적인 무언가를 건드리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나 몰락하는 것들은 있기 마련이다.


 소설은 몰락하는 것들에 대하여 각 인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백치인 벤지는 순수하게 그저 상실을 느끼고, 퀜틴은 지난 과거에 머물기로 결정한다. 제이슨은 생존을 위해 타인을 착취하고, 딜시는 그저 하루 하루를 묵묵히 살아간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 이 네 인물 사이 어디쯤에서 서성이고 있다. 의미를 찾다 소멸하거나, 의미를 포기하고 냉소적이 되거나, 아니면 딜시처럼 의미를 소유하지 않고도 살아가거나. 


 회사에서 AI를 이용해 작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 역시 끔찍한 기분을 느꼈다. 아마도 난 벤지처럼 흐느끼며 이 시대 위에 올라타 있는걸까. 소설의 제목이 따온 맥베스의 독백처럼, 고함소리와 분노가 가득찬 무의미를 계속 마주하다보니 벤지와 퀜틴이 감각한 것들을 어렴풋이 느낀다. 내가 가치있다 여겼던 것들이 몰락하고, 어떤 냄새를 그리워한다. 이 모든 것들을 나는 통과해야하는 것일까? 사르트르의 말처럼, 이 모든 소란들이 뒤로 밀려나면 난 나무와 사람을 볼 수 있을까? 소설은 정말 탁월한 순간에서 끝이 난다. 딜시는 끝까지 남은 사람들을 돌보고, 제이슨은 어떤 선택을 하고, 벤지의 울부짖음이 멈춘다. 내가 통과한 것들이 결국 아름다울 것이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이 책을 읽고 위로를 받았을까. 냉소적인 사람들도 가끔 울부짖는 누군가를 위해 마차를 돌리고, 세상은 가끔 고요해진다는 것. 그리고 묵묵히 살아가던 사람이 문득,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나는 처음과 끝을 본 것 같아’. 이런 사실들에 나는 위로를 받는다.


 작가의 외모때문에 집어든 책이지만, 너무 좋아 책을 잠깐 끌어안았다. 단골 서점에서 읽고, 집에 가서 압살롬 압살롬도 서점에 주문을 걸었다. 소리와 분노랑 세계관이 이어지고 난해하다는데, 설레고 두렵다. 포크너의 얼굴을 믿고 도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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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탱고 -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 알마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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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예뻐 살까말까 망설였던 라슬로의 책들. 노벨상을 받을 줄 알았으면 미리 사서 읽을걸. 마침 자주 가는 서점에서 독서모임을 하신다고 하여 반박자 느리게 읽었다. 암울한 세계의 종말을 그리는 소설이지만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결국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섬뜩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희망을 느낀다. 영원히 반복되는 종말의 리듬 어디에서 희망을 느꼈던 걸까 생각해본다. 세계와 함께 진동하며 난 어디에 머무는지, 어디로 떠나는지, 혹은 어디로 돌아오고 있는지를 가늠하며. 앞으로 여섯 발자국, 뒤로 여섯 발자국.

10대를 돌이켜보면, 넌 커서 뭐가 되고싶니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주저했던 기억은 좀처럼 없다. 국어선생님을 좋아했을 때는 작가가 되려 했고,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영화를 주구장창 빌려보던 때에는 영화감독이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독립출판으로 책을 만들면서, 그리고 영화 <파이트클럽>을 따라 학교를 폭파시키는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나는 반박자 빠르게 춤췄다.

400부나 뽑았던 책은 (아직도) 50권이 남아 침대 메트리스 꺼진 부분을 받치는데 쓰고 있고, 영화는 힘들어서 대학교 2학년에 관뒀다. 대신에 문학동아리방에 틀어박혀 시간을 보냈다. 한 번도 연애를 못해본 동아리 친구들은 연애소설 쓰기 대회를 하자고 했고, 서른 살에 죽을꺼라던 동아리 친구와는 거짓말쟁이를 찾는 보드게임을 했다. 잠깐 숨을 돌리던 스무살이었다.

시간은 흘러 나는 서른을 훌쩍 넘겼고, 저번 주말 동아리 친구 S는 결혼을 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S는 특유의 졸린 눈으로 날 반겼다. 그리고 인사도 없이 그녀의 첫마디는 이랬다.
“오빠. 다음달에 테포마(보드게임) 할거에요. 애들 모아요.”
응 그러자. 그래도 오늘은 결혼에 집중해야하지 않겠니. 왠지 결혼 못할 것 같았던 동아리 친구들이 이제 하나 둘 결혼을 한다. 기어코 보드게임덕후 신랑을 발견(!)하여 결혼에 성공한 S를 보며, 나는 뭔가 비껴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번엔 한 박자 느린 것 같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세계 속에서 가끔은 반박자 빠르게, 대체로 한박자 느리게 춤을 추며 살아왔다. 꿈이라고 할만한 걸 쫓아 여섯 발자국 걸어갔던 것이 10년 남짓, 꿈이란게 과대평가됐다는걸 깨닫는데 또 10년 남짓. 그리고 AI가 내 일을 언제쯤 대체하려나 생각하며 잠깐 숨을 고른다. 확실히 세계는 나보다 크게 진동하는 것 같은데, 나는 어디를 향해 걸음을 옮겨야 할까. <사탄탱고>의 마을사람들은 이리마아시의 뜻을 향해 움직인다. 의사는 멀리서 들리는 종소리에 희망을 꿈꾼다. 이리미아시의 세계가 그리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기 전까지. 미치광이 노인이 종을 두드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기 전까지. 난 종소리의 끝에서 보게되는 것을 견딜 수 있을까?

<사탄탱고>의 세계는 닫힌다. 시작과 끝이 이어진다. 이야기를 잇는 인물이 이야기의 작가라는 점에서 마치 예술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끝없이 진동하는 세계의 개곡선 위에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는 예술의 폐곡선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마을 사람들은 영원히 희망을 찾아 떠돌 것이고, 후터키는 영원히 종소리의 정체를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다시 시작된다.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를 지탱했던 것들도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매일의 폐곡선들이다. 매일 소파에 앉아 한시간 남짓 책을 읽고, 체육관에서 무거운 쇳덩이를 들었다 내리고 잠이 든다.

소설에서 의사는 종소리의 정체를 알게된 후 이야기를 원으로 닫는다. 의미를 찾기 위한 시도는 항상 실패하지만, 인간은 무의미를 견디기 위해 때로 예술의 폐곡선을 만든다. 의사는 종소리가 무엇인지 알지만, 이야기엔 영원히 종소리의 정체를 모를 후터키를 둔다. 어쩌면 난 여기서 희망을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다. 원하던 곳에 결국 도달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거미줄을 걷어낼 순 있는 세계를 만드는 것. 실패하는 세계 속에서 매일을 반복하는 우리의 모습에 위로와 약간의 희망을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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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의 순간들 제프 다이어 선집
제프 다이어 지음, 이정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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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동안 제프 다이어의 <지속의 순간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에세이(라고 해야할지 사진 비평집이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에 싫증을 느껴 에세이는 잘 안읽게 되었는데, 지속의 순간들은 책의 도입부부터 되게 놀라웠다.


작가는 다른 시대, 다른 작가들에 찍힌 같은 대상의 사진들을 찾아서 모은다. 만약 시각장애인을 찍은 사진들을 모아놓으면 어떤 이야기가 가능할까. 가장 처음 울타리를 찍은 사람은 누구일까. 오머로드의 길 사진은 스기모토의 자동차극장 사진과 어떻게 이어질까. 20년 전 랭의 사진에서 봤던 남자가 디캐러바의 사진에 나오는 남자와 동일인물이라면 어떨까. 그 과정에서 사진들의 연대표는 뒤죽박죽 섞이고, 때로는 사진작가의 이름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영화 어라이벌에 나오는 헵타포드 외계인들의 비선형적 시간관만큼 우스꽝스러운 질문들일 수 있지만, 점점 이런 이야기들이 삶의 큰 진실들과 닿는다. 어떤 슬픔은 슬퍼야하는 이유에 선행하여 찾아온다는 것. 어떤 구원은 또한 구원을 필요로하는 모든 것들에 앞서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 기차가 도착하지 않았거나 이미 출발해버린, 텅 빈 기차역에 우리 모두는 머문다.


사진가는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어떤 사진이 될지 알 수 없다. 사진으로 무언가를 찍는 다는 사실이 그 무언가를 바꾼다. 사진은 이렇게 삶과 닿아있다. 젊음을 모르는 젊은 날 젊음을 이야기 하고, 사랑이 보이지 않을 때 사랑을 이야기하는 우리들의 삶과. 우리 각자의 젊음과 사랑의 사진들 속에서 어떤 동시성과 연속성이 함께 생겨난다. (제프 다이어는 카메라도 없고 사진을 찍지도 않는다는 점이 재밌다)


사진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이 책을 읽으니 사진이란 매체를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로버트 프랭크와 도로시아 랭, 마이클 오머로드의 사진집을 알라딘 장바구니에 담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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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사랑들 - 흙과 틈 사이로 자라난 비밀과 상실 그리고 식물에 관한 이야기
쿄 매클리어 지음, 김서해 옮김 / 바람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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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형은 원체 식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기분이 안좋을 때 식물을 사는 버릇이 있다. 어느날 형 집에 식물이 많이 늘어났다면 아마도 그 주엔 내가 형 속을 크게 썩였다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전에 발부터 목까지 풀코스로 마사지를 해드려야 편히 잠들 수 있다.


식물은 왠만큼 잘 키우시면서도 유독 고사리는 못키우시는게 재밌다. 누구는 햇빛에 두라고 하고 누구는 그늘에 두라고, 또 누구는 물을 많이 주라고/주지 말라고 말이 다 다르다며 결국 자기 마음대로 키우시다 그렇게 보낸 고사리가 대여섯 개는 되지 싶다. 그럼에도 고사리를 너무 좋아하셔서, 이번에 큰 집으로 이사를 하며 엄청나게 큰 고사리를 두 개나 사셨다. 올리버 색스처럼 고사리성애자(테리도필리아)라도 되는 것인지. 마음대로 기르면서도 이번엔 잘 클 것 같다는 (아마도 이로서 다섯 번째)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자랑했다. 형의 고사리 사랑에는 어떤 낙천성이 있다.


주말에 <바깥의 사랑들> 이라는 책을 읽었다. 주인공이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유전자검사를 통해 아버지가 생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며 시작되는 에세이다.

군대를 전역할 때 즈음, 이 군대만 끝나면 제대로 된 삶을 시작할 수 있을거라 믿었던 때가 있었다. 서른살이 되면 으른의 사랑을 할 수 있을거라 믿었던 이십대도 있었다. 전역과 서른살은 가만히 있어도 바지런히 다가오기 마련일터인데, 가만히 앉아 일과 사랑을 얻을 것이라는 태연자약은 어디서 가지게 된 걸까. 삶은 고사리보다 잎이 마르기 쉬울텐데.


저자는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는다면 자신의 세계가 더 명확해질거라 믿는다. 적어도 나완 다르게 과단한 면이 있다. 다만 우린 어떤 연유로 그런 믿음들을 가지게 되는 걸까 궁금할 따름이다. 어떤 시간이 다가오면, 어떤 답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면 우린 원하던 것을 얻을 수 있을까? 그것이 어떤 답이 될지, 아니 어떤 질문이어야 하는지 요령부득한 채로 가지는 그 믿음들의 기층엔 무엇이 있는걸까?


저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엄마에게 생부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질문한다. 원하던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명료하게 하려는 모든 시도들이 실패하는 것. 물은 일주일에 한 번씩 주어야 한다는 규칙이 실패하는 것. 이야기를 닮았고, 삶을 닮았다.


침묵에 지친 저자는 엄마의 방에서 찾은 사진들을 보며 엄마와 예사로운 대화를 한다. 이 원피스는 누가 사준건지, 이 뒷모습은 누가 찍어준건지. 진실에 가닿는 방식은 언제나 이렇게 근처를 서성이는 것이다.


허구헌날 돌아다니며 영화나 보는 워커 퍼시의 <영화광>의 주인공 빙크스에게 위로를 받은 것이 작년, 그리고 올해는 쿄 매클리어의 <바깥의 사랑들>을 보며 또 한 번 위로받는다. 경계를 서성이다 보면 조금씩 진실에 가닿게 될거란 나의 낙관에 한 권의 응원을 더한다. ’고사리를 잘 키우는 법’ 같은게 세상에 있겠지만서도 남의 말은 듣지 않는 형의 고집에 역시 식물 영양제 하나 더해 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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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거기에 놓아두시면 돼요 - 2024 서울국제도서전 주관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캉탱 쥐티옹 지음, 오승일 옮김 / 바람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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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북스 대표님이 키우시는 강아지 봉길이가 책들을 물어뜯는 바람에, 이렇게 봉길이 에디션 이벤트도 열리고, 이렇게 또 당첨도 되었다.

주말에 받고는 요 며칠 다사다망하여 이제야 읽었다.
꽃은 거기에 놓아두시면 돼요.
무슨 뜻일까 호기심을 가지고 읽다가, 결국 눈물 글썽이며 책을 덮는다.

사는게 버석하고 능소화가 이울때 즈음, 우린 꽃을 어디에 놓아둘 것인가.
꽃은 여기에 놓아두면 된다. 그게 아마도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다.

회사 사무실에 수국이 사라지고, 귀뚜라미가 운다.
봉길이가 깨문 늦여름의 책 덕분에, 나는 어떤 계절을 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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