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도란스 기획 총서 1
정희진 엮음, 정희진.권김현영.루인 외 지음 / 교양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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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기간: 2017년 2월 21일 ~ 2017년 3월 13일

 

나는 그동안 양성평등(성평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성소주자에 대한 차별도 당연히 없어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이었는데, 어째서 이 책은 양성평등을 반대한다는 건가 싶었다.

나의 이러한 자각없음은 목차를 살펴보고 난 후에야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어째서 나는 '양성'의 의미를 이제야 생각했을까! 왜 그동안 그 단어가 주는 의미를 생각하지 않았던가!

 

7p. 인간은 애초부터 양성으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평등의 기준이 남성일 대 여성에게 '양성평등'은 평등이 아니라 이중 노동이 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다.

 

여기서 무릎을 탁!

 

11p. 이성애 제도가 가부장제의 전제임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성적 소수자 억압은 물론 젠더 문제도 풀수 없다.

 

29p. 이분법은 반반으로 분리된 상황을 묘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체와 타자가 하나로 묶인 주체 중심의 사고다. …(중략)… 주체가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삼아 나머지 세계인 타자를 규정하는 것, 다시 말해 명명하는 자와 명명당하는 자의 분리, 이것이 이분법이다. 즉 이분법은 대칭적, 대향적, 대립적 사고가 아니라 주체 일방의 논리다.

 

30p. 이분법적 사고의 핵심적인 문제는 세 가지다. 척째, 위계를 대칭으로 위장하여 사회적 불평등을 은폐한다. 둘째, '대립'하는 이항 외 다른 존재 혹은 다른 방식의 사고의 출현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셋째, 남성과 여성의 구분은 이분법적 사고방식의 원형으로서 모든 언어의 모델, 척도, 기원, 전형으로서 인류를 지배해왔다.

 

38p. 성별이 만들어지는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 - 트랜스젠더

      '생물학=자연'으로 생각한다면 우리는 트랜스젠더 엿어을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기를 욕망한다고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트랜스젠더 여성은 남자로 태어나서 여자를 욕망하는 존재가 아니라 수없이 많은, 만들어진 여성 중 하나이다.

 

46p. 여성주의는 남성과 같아지는 것('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47p. 다시 말해, 평등은 다른 사람과 같아지는 것(sameness)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다른 이들과 공정한 대우(fairness)를 받는 것이다.

 

48-49p. 애초에 우리 사회에서 엿어은 남성과 평등한 존재라기보다 '발전', '개발'되어야 할 존재로 다루어져 왔다. 5공화국 초기 만들어진 "한국여성'개발'원", 김영삼 정부 시기 "여성'발전'기본법"이 대표적이다.

 

여성을 발전, 개발해야할 존재로 봤다니 이 부분은 좀 충격이었다.

 

55p. 한국 남성들은 자기 계발과 시간 기획처럼, 인간으로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자기 관리부터 선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난 이 대목에서 정말 빵! 터졌는데, 생각해보면, 적어도 내가 본 한국 남성들 중에서도 자신의 기본적인 생활 영위를 위한 의식주를 제외하고는, 그 외적인 부분에서 노력을 하는 사람을 보질 못했다.

 

64-65p. 퀴어란 용어는 서구, 특히 1980년대 미국에서 비백인-비이성애자-여성 집단을 중심으로 본격 사용하다가 1990년대 들어 폭발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PC통신 사용자를 중심으로 하여 '퀴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때 퀴어는 여러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중 이 글의 논의와 관련 있는 두 가지, 즉 지배 규범과 불화하는 정치학으로서 퀴어와 정체성 정치가 아니라 권력을 문제 삼는 정치학으로서 퀴어의 의미만 살펴보자.

 

지금껏 퀴어라는 단어는 이성애가 아닌 성정체성을 지닌 자를 지칭하는 용어인 줄 알았는데, 그것만은 아니었나보다. 또 무릎을 탁!

 

105p. 한국 법제도상 나이 기준은 워낙 복잡하고 임의적이며, 나이를 나누는 기준의 근거가 정확히 제시된 곳은 없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선거 연령이 19세인 이유도 설명되어 있지 않다.

 

미성년자 기준 연령, 결혼 가능 연령, 선거 연령 등 모두를 살펴보니 모순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결혼 가능 연령은 더 어린데 미성년자 기준 연령은 더 높고, 미성년자 의제강간 처벌 연렫은 더 낮고, 등등 뭔가 다 말이 되지 않는다.

여담이지만, 미성년자 의제강간 처벌 대상 연령이 13세 미만이던데, 성매매율이 겁나게 높은 우리나라에서 성매수자들의 처벌을 피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뭐 그런 생각도 들었다.

 

121p. 성적 자기 결정권은 섹스할 권리가 아니다. 성적 자기 결정권은 성적 주체화(subjectivation) 과정을 경험할 권리, 즉 구체적 관계성 안에서 자신의 몸을 사회적 몸(social body)으로 구성해 나갈 권리이다.

 

184-185p. 이승만의 부정 선거에 협력하고, 박정희 독재에 협력해 유신 헌법을 찬양했고, 전두환 장군을 위해 기도회를 올렸던 역사적 '사실'들과 함께 분석해야 할 필연적 결과일 뿐이다. 지금도 독립 선언을 한 민족 대표 33인 중에 개신교인이 몇 명이었는지를 강조하며 교과서 개정을 요구하고, 재임 시절 개신교에 엄청난 특혜를 줬던 이승만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치켜세우는 기념 사업에 열중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부끄러운 과거를 덮어버리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보수 개신교는 자신들의 시대적 사명을 '반공'과 '친미'에 두었다. 그렇게 사반세기를 지나왔고 공동의 증오와 공동의 적으로서 활용해 왔던 '빨갱이'도 예전에 비해서 점점 그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 그럼 이제 이들의 '사명'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그동안 종교신자 중에 개신교가 많이 차지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가장 적었다.

전에도 얼핏 개신교의 정치적 개입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보고 보수 개신교도 마냥 넘길 시끄러운 집단만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한국 기독교 흑역사였던가, 기회가 된다면 그 책을 또 읽어봐야겠다.

 

 

페미니즘을 시작하는 나에게는 조금 어려웠던 책이었고, 고민해야할, 생각해야할 부분들이 많았던 책이었다.

완독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다 읽고 나니 완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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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동물의 보호 및 관리

 

제7조 (적정한 사육·관리)

① 소유자등은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운동·휴식 및 수면이 보장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소유자등은 동물이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당한 경우에는 신속하게 치료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③ 소유자등은 동물을 관리하거나 다른 장소로 옮긴 경우에는 그 동물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④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동물의 적절한 사육·관리 방법 등에 관한 사항은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한다.

 

* 소유자등 : 동물의 소유자와 소유자를 위하여 동물의 사육·관리 또는 보호에 종사하는 사람 (제2항 정의)

 

제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 3/2통과 개정안 :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2.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 3/2통과 개정안 :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3.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4. 그 밖에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 => 3/2통과 개정안 :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②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학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도구·약물(=> 3/2통과 개정안 : 도구·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 다만,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2. 살아 있는 상태에서 동물의 신체를 손상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는 행위. 다만, 질병의 치료 및 동물실험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3.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 3/2통과 개정안 :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다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4. 그 밖에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상해를 입히는 행위

 

③ 누구든지 제14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 해당하는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포획하여 판매하거나 죽이는 행위

2. 제14조 제1항에 따른 보호조치의 대상이 되는 동물임을 알면서 알선·구매하는 행위

 

* 제14조 제1항 제1조 : 유실·유기동물

* 제14조 제2항 : 소유자를 알 수 없는, 학대 받은 동물

 

④ 소유자등은 동물을 유기하여서는 아니 된다.

 

⑤ 누구든지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해당하는 행위를 촬영한 영상물을 판매·전시·전달·상영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동물보호 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한 목적이 표시된 홍보 활동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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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 제1장을 보고나서야 동물복지위원회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에서는 동물복지위원회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지만, 첫 포럼을 개최했다는 인터넷 기사를 찾았다.

기사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위원회는 2013년 12월 출범했고, 1년 후에 첫 포럼을 연 거라고 한다.

(출처: `동물복지축산, 최소한의 기준 필요` 동물복지위원회 출범 첫 포럼, 2014년 기사)

 

동물복지위원회는 10명 이내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위원회 위원들이 누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홈페이지에도 없고... 쩝.

 

검색을 해보니, 서울시 동물복지위원회(http://opengov.seoul.go.kr/proceeding/category/12126)가 제일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구성원이 나와있고, 홈페이지도 있고.

 

부산시에서도 2016년 10월에 발족했다고 하는데, 전국 2번째로 발족한 거란다.

어쩐지, 검색을 해봐도 다른 시, 도에 대한 동물복지위원회는 찾을 수가 없더라.

 

경기도는, 경기도수의사회에서 발족한 동물복지위원회가 있고, 더민주당에서도 동물복지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더라.

 

언제 쯤 전국 시, 도에 다 생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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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총칙

 

제1조 (목적)

이 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의 방지 등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데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동물"이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동물을 말한다.

가. 포유류

나. 조류

다. 파충류·양서류·어류 중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관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

1의 2. "동물학대"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말한다.

 

2. "등록대상동물"이란 질병의 관리, 공중위생상의 위해 방지 등을 위하여 등록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을 말한다.

 

3. "소유자등"이란 동물의 소유자와 소유자를 위하여 동물의 사육·관리 또는 보호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4. "동물실험"이란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제2조 제1호에 따른 동물실험을 말한다.

 

5. "동물실험시행기관"이란 동물실험을 실시하는 법인·단체 또는 기관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인·단체 또는 기관을 말한다.

 

제3조 (동물보호의 기본원칙)

누구든지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원칙이 준수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

2. 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3. 동물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아니하도록 할 것

4. 동물이 고통·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

5.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하도록 할 것

 

제4조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국민의 책무)

① 국가는 동물의 적정한 보호·관리를 위하여 5년마다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된 동물복지종합계획 수립·시행하여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계획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

1. 동물학대 방지와 동물복지에 관한 기본 방침

2. 유실·유기동물 및 피학대 동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

3. 동물실험시행기관 및 제25조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사항

4. 동물학대 방지 동물복지 및 동물실험윤리 등의 교육·홍보에 관한 사항

5. 동물복지 축산의 확대와 동물복지축산농장 지원에 관한 사항

6. 그 밖에 동물학대 방지와 동물복지에 필요한 사항

 

②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 및 특별자치도지사·특별자치시장(이하 "시·도지사"라 한다)은 제1항에 따른 종합계획에 따라 5년마다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도·특별자치시(이하 "시·도"라 한다) 단위의 동물복지계획을 수립하여야 하고, 이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③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민간단체에 동물보호운동이나 그 밖에 이와 관련된 활동을 권장하거나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

 

④ 모든 국민은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시책에 적극 협조하는 등 동물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5조 (동물복지위원회)

①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다음 각 호의 자문에 응하도록 하기 위하여 농림축산식품부에 동물복지위원회를 둔다.

1. 제4조에 따른 종합계획의 수립·시행에 관한 사항

2. 제28조에 따른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구성 등에 대한 지도·감독에 관한 사항

3. 제29조에 따른 동물복지축산농장의 인증과 동물복지축산정책에 관한 사항

4. 그 밖에 동물의 학대방지·구조 및 보호 등 동물복지에 관한 사항

 

② 동물복지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1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③ 위원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 중에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위촉하며,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1. 수의사로서 동물보호 및 동물복지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2. 동물복지정책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로서 제4조 제3항에 해당하는 민간단체의 추천을 받은 사람

3. 그 밖에 동물복지정책에 관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자격기준에 맞는 사람

 

④ 그 밖에 동물복지위원회의 구성·운영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6조 (다른 법률과의 관계)

동물의 보호 및 이용·관리 등에 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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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올라갈 무렵, 그리고 스무살 쯤이었나.
그동안 썼던 일기, 편지 등을 모두 태운 적이 있다.
이유는 내 흔적을 세상에 남기고 싶지 않아서.

편지를 정리할 때는 정말 버릴 거냐고 내게 물었는데, 아주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버렸다.
그냥 싫었다.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뭔가가 있었던 것 같다.

여하튼 이런 이유로 스무살 이전의 추억 같은 게 기억나지 않는다.
누구랑 친구였는지, 어떤 이야기들을 했었는지 등등.

추억 같은 게 없어져서라기 보다, 예전의 나를 돌이켜보려고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를 생각할 때, '나'를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그러면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나를 생각했을 때 예전의 멀쩡(?)했던 내 모습을 기억하며, 앞으로의 '나'의 방향을 바로잡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럴 수가 없어서 좀 막막하다.

요즘 일기를 매일 쓴지 5일 정도 됐고, 중간에 하루 거른 걸 제외하면 9일 쯤 됐다.
전에는 일기라는 '형식'을 많이 생각했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쓰는 것에 신경을 쓰다가 지치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 쓰고 안 쓰고.

그런데 최근엔 생각을 정리해보자라는 개념으로 시작한 거였는데.
우연히 교보문고에서 연재하는 김연수의 곰곰이 생각해보니를 보다가 카프카의 일기에 대한 부분이 언급된 것을 보았다.

"정말 많이 삭제하고 지워버렸다는 사실, 그래, 올해에 쌌던 글이란 글은 거의 다 지워버렸다. 지워버린 것은 정말 하나의 산을 이루었는데, 내가 전에 썼었던 글보다 다섯 배는 더 많은 것이며, 이미 그 지워버린 양으로 내가 쓴 글 전부를 펜 밑에서 빼앗어버린다." (카프카의 일기, 110쪽)

(출처: http://news.kyobobook.co.kr/comma/openColumnView.ink?sntn_id=12883)

형식에 얽매여 나무만 바라보다가 숲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던 지난 날이 떠올았다.
이 글을 보고 그간 내 공간에서도 쉬이 마음 놓지 못했던 지난 날에, 조금 위로가 되었다.

지금은 어차피 내 일기인데 그냥 내 마음대로 쓰면 되지! 라며, 펜을 잘 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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