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과학상
임경순.이상원.신정완.조숙경 지음 / 하나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바깥세상과 완전히 인연을 끊지 않았다면, 누구나 적어도 한 번쯤은 노벨상에 관하여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그 상을 타는 꿈도 꿔 봤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야말로 생각하는 수준이 유치하기 짝이 없었던 시절에 알프레드 노벨 위인전을 읽었고, 중학교 때는 SF 공상 소설에 미친 듯이 집착하면서 터무니없이 노벨문학상을 꿈꿨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꿈과 거기에 사로잡혀 보냈던 시간은 철없던 시절을 부끄럽게 여기는 나를 괴롭게 하는 골칫거리가 되어 버렸지만, 내가 현실에 너무 실망하여 마음대로 꿈꾸던 어린 시절로 가끔씩 되돌아가고 싶어 할 때는, 미운 털이 박힌 골칫거리에서 순수한 열정을 반영하는 존재로 다시 화려하게 되살아났다.

 

도대체 노벨상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유명하고, 사람들은 그 상을 타고 싶어할까? 사람들이 지닌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겠지만, 인류가 태어나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을 안겨주는 상이기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설명한다. 그렇다면 왜 노벨상이 인류로서 가장 큰 영광을 안을 자격이 있는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일까? 그리고 그 영광이란 무엇이며, 그 또 영광이 주는 혜택은 무엇이 있을까?

 

알프레드 노벨이 다이너마이트와 바리스타이드 같은 우수한 폭탄을 만든 까닭은, 건설이나 산업 현장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훗날 아인슈타인, 페르미, 오펜하이머와 같은 위대한 과학자들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 때문에 절규했던 것처럼, 노벨도 1차 세계 대전에서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한 대량 살상 전술이 개발되고, 그에 따라 예전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어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심하게 좌절했다. 사람을 죽이는 폭탄으로 벌어들인 돈이 자기에게 자꾸만 들어온다는 사실이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괴로워하던 그는 죽기 전에 자기가 그때까지 모은 엄청난 재산으로 노벨상 재단을 설립하고, 해마다 인류와 문명이 지닌 온갖 문제점을 파헤쳐서 비판 의식을 고양하거나, 인류에게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실천하거나, 인류 복지 증진에 기여하는 역사를 새로 쓸 만한 일을 해내는 이들에게 자기 이름을 딴 상을 주라는 예언을 남긴다. 항상 강조하듯이 거의 모든 논리 아래에는 삶이라는 대명제가 깔려 있으며, 문명사회에서 살든 그렇지 않든 인류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어떻게든지 살아가야 하는 공동 운명체이다. 그렇기에 노벨이 제시한 모든 기준은 인류 평화와 공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것으로서, 당연히 인류에게는 삶과 연결된 가장 큰 가치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노벨상에 관하여 이 책은 매우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노벨상이 무엇인지 말고도, 노벨상 수상 분야는 어떻게 나뉘어 있으며, 그 분야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설명도 보이며, 노벨상 관리 조직과 그 구성, 수상자를 뽑는 방법과 그에 관한 온갖 의혹, 수상자에게 돌아가는 영예 따위 온갖 정보가 풍성하게 들어 있다. 얼핏 보기에도 옛날 책답게 겉표지뿐만 아니라 책 자체가 누렇게 바래 있어서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책이든 사람이든 역시 겉모습을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깨달았다.

 

처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기대했던 내용은 수상자를 뽑는 방법과 그에 관한 온갖 의혹과 비판이었다. 아무리 노벨상이 국경과 시대를 초월하는 권위를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문명사회에서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인 권력 싸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리고 수상자를 정할 때만 하더라도 그가 이뤄낸 성과가 노벨상 수상 조건에 들어맞는 듯해서 수상자를 정했는데, 나중에 그 성과가 지니고 있는 단점이 드러나서 말썽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정치권력이 입김을 불어넣은 낌새를 가장 강하게 풍기는 가장 분명한 사례는 헨리 키신저가 받은 노벨평화상이다. 공산주의를 몰아내고 베트남에 민주주의를 삼겠다는 명목으로, 냉전 시대에 일어난 가장 끔찍한 전쟁 가운데 하나인 베트남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그가 노벨평화상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 세상이 비난 여론으로 들끊었다. 결국 그는 상을 받았지만, 그 때문에 노벨상이 지니는 절대 권위가 크게 실추되었다. UN이든 WTO이든 어떤 국제기관이든지 마음대로 치마폭에 휘감아서 요리해 버리는데, 제아무리 노벨상이라도 별 수 있겠느냐는 차가운 비판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버렸다.

 

수상 근거가 엉터리였거나 수상자를 뽑을 때 예측하지 못한 문제점이 드러나 문제가 된 가장 뚜렷한 사례는 DDT라고 볼 수 있다. 뛰어난 병충해 방지 능력으로 식량 생산량을 늘려 기아 퇴치에 크게 공헌했다는 까닭으로 DDT 개발자가 노벨상을 받는다. 그러나 생명과학 연구가 진전되면서, DDT가 토양과 지하수에 축적되어 결국 생태계와 사람에게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에 따라 노벨상 위원회는 DDT 개발자에게 준 노벨상을 돌려받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그가 상을 내놓을 리가 없었고, 결국 노벨상이나 그나 명성에 크나큰 손상을 입었다.

 

이런 내용 말고도 온갖 의혹과 비판과 논란이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그런 내용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다. 이 책 자체가 그런 내용을 다루려고 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제목 그래도 노벨상 가운데에서도 노벨과학상에 주목하고 있다. 인류 문명이 이와 같은 수준이 발전하는데 가장 큰 보탬이 된 것이 바로 과학 기술 발전이며, 노벨상을 이 세상에 남긴 알프레드 노벨도 과학 기술 연구로써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여 인류에게 공헌하고 싶어 했다. 게다가 지금 같은 무한 경쟁 시대에서 한 국가가 선진국으로 거듭나느냐 아니면 후진국으로 추락하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과학 기술력이다. 저자도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그런 사실을 넌지시 드러내고, 예비 과학도들이 과학도라면 누구나 꿈꾸는 노벨과학상 주인공이 되고자 기초 과학 연구에 학구열을 불태우도록 자극하고자 이 책을 쓴 것 아닐까?

 

이 책 거의 맨 처음에 나오는 수상자에게 돌아가는 영예를 자세하게 설명한 부분은, 누구든지 읽으면서 정말 가슴이 뭉클해질 만하다. 인류로서 누릴 수 있는 영예가 정점에 이른 수준이 바로 노벨상 수상자를 환대하는 시상식과 만찬이다. 하지만 단순히 상패와 상금과 웅장하고 성대한 만찬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받는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금이나 화려한 만찬은 어느 정도 명성이 있고 규모가 큰 단체에서 주는 상을 받는다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것이 일상일 정도로 돈이 제법 있는 사람들은 전혀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노벨상이 특별한 까닭은 이 세상에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어떤 상보다도 훨씬 고귀한 영예를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영예는 자기가 지닌 온 혼을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쏟아 부어, 오로지 진실과 인류 공영만을 쉬지 않고 좇는 자만이 누릴 수 있다. 진정한 과학도라면 이 자연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무슨 원리로 그토록 조화롭게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지 알아내고자 하는 열정에 사로잡혀, 1분 1초가 아깝다고 여기며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그런 집념은 자연스레 인류 전체가 발전하는데 어떻게든지 보탬이 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학구열을 불태우는 진정한 학자들은 이 책 중간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모든 조언, 곧 과학도록서 지녀야 할 창의력과 비판력을 기르는데 쓸모가 있는 모든 방법을, 단순히 머리만이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지 자기를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로 자아를 끊임없이 정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성현들이 강조했듯이 학문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선 사대부들이 보여주었던 그 완고함과 시대착오라는 한계를 비판한들, 그들이 보여주었던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완고했던 그 태도 속에 숨어있는 올곧은 정신만큼은 분명히 되새겨야 한다. 옛날에는 학문을 하는 이들이라면 인격과 품위 또한 갖추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실제로 사대부들이 공부했던 사서오경을 포함한 여러 가지 유교 경전에서는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도리를 무엇보다도 우선으로 강조했다. 그런 사회 분위기 덕분에 일단 학문을 하는 이들은 인격과 품위를 기본으로 갖췄다는 가정 아래 존경을 받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성현들과 학문을 모독한다고 혹독한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오랫동안 지속된 그런 사회 풍토 속에서 유교 문화와 성리학은 눈부시게 발전했으나, 일본에서 문명을 일으키는 주역으로 활약할 정도로 뛰어났던 민족 과학 기술은 '사농공상'이라는 논리 아래 천대받았다. 그러나 그런 암울한 환경 속에서도 장영실 같은 뛰어난 과학자가 나타날 정도로, 우리 민족이 지니고 있는 과학 역량은 근근이 그러나 확실히 유지되고 있었다. 민족주의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국사 교육에서 애써 강조하지 않더라도, 한국인들이 지니고 있는 능력은 온 세상 사람들이 분명히 인정할 만큼 뛰어나다.

 

6.25 사변이라는 참화를 딛고 가까스로 일어선 대한민국은, 학문과 인격이 하나인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그런 사회 풍토와, 우리 민족이 지니고 있던 뛰어난 능력을 모두 살리려고 힘써야 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을 때만 하더라도 절박하다는 위기의식이 온 나라를 휘감고 있었고, 나라에서 과학도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에 따라 과학도들이 사회에서 안정된 자리를 보장받고 연구와 실무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수많은 인재들이 과학계열 대학으로 몰려들어 나라가 발전하는데 필요한 주춧돌과 대들보가 되었다. 한국인들이 지니고 있는 능력을 살려 나라를 일으키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니, 옛 조상들이 고수한 정신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가치가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중요하다고 인정받고 있는 것, 곧 학문과 인격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여기는 정신과 풍토를 어떻게든지 이어가야 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은 너무 암담하고, 사람들은 그런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여기 굳이 장황하게 늘어놓을 필요도 없다. IMF에서 금융지원을 받으면서 우리나라는 구조조정이라는 무시무시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러면서 일단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봐야 한다는 짧은 시간 안에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실용 학문만 장려하는 편협한 실용주의에 따라 사회 구조 자체가 크게 바뀌었고, 그에 따라 인문학, 철학, 자연과학 같은 기초 학문이 발전할 기반이 뿌리째 뽑혀버렸다. 실용 학문만이 세상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는 풍토가 널리 퍼지면서, 높은 지식 수준은 더는 인격과 고상함을 상징하지 않게 됐다. 신자유주의가 널리 퍼뜨린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다는 사실 자체와 그에 필요한 것들만이 절대 가치를 지닌다는 끔찍한 논리는, 세상을 살벌하게 변하도록 했고 사람들이 함께 지니고 있는 기본 의식을 바꿔버려 인격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시간이 흘렀더라도 예전처럼 공과대학에 입학하여 우리나라를 빛낼 과학자나 기술자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은 이들을 이 나라는 꾸준하게 길러냈는가? 누가 봐도 그렇지 않다. 졸업한다 하더라도 그들이 공부한 것들을 나라와 개인이 동시에 발전하는데 보탬이 되겠다는 희망을 일찌감치 접어버린 과학도들은 한국과학기술원과 포항공대와 서울대 공대를 떠났다. 경찰대학과 서울대 의대와 법대, 경희대 한의대로 편입하거나 다시 입학한 그들에게서 과학 기술 연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찾아볼 수 있을까? 창의력과 비판 능력을 기르려고 기초 학문을 공부하고 각종 자기 개발 서적을 읽는 대신, 온갖 자격증 시험과 고시에 합격하는데 필요한 맞춤형 공부에만 매달리는 그들에게서 진정한 학구열을 발견할 수 있을까? 오로지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투지로 자아를 태워야 하는 그들이, 과연 공부를 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순수한 학구열만이 그런 즐거움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들이 그럴 수 있을 확률은 0이라고 본다.

 

이 잔인한 사회가 그들이 지닌 소망을 얼마나 철저하게 무시했기에, 그 어떤 것도 두렵지 않은 자신감과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들이 그토록 처절하게 꺾이고 절망하며 그렇게 꿈을 접어야 했을까? 그들은 진정으로 연구에 자기가 지닌 모든 것을 바치며 한 나라, 나아가 인류 문명 발전에 이바지하는 훌륭한 인물이 되고 싶은 꿈을 접으면서, 우리나라에 얼마나 크게 실망했을까? 오죽하면 외국에 나가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으며 인재로 인정받아 자리를 잡은 이들 대부분이 고국으로 돌아올 의사가 거의 없을까?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실망했던 것들을 외국에서 분명히 보상받을 수 있었기에, 외국에서 자리잡아 일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들을 다시 불러들일 능력조차 없을 정도로 희망이 없는 나라인가? 하긴 오로지 경쟁자를 물리치고 살아남겠다는 일념 아래 편협한 실무와 맞춤형 공부에만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는 이들만 양산하는 사회에서 그들이 돌아오고 싶겠는가? 노벨과학상을 받아서 누릴 수 있는 영예를 갈망하는 건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일인만큼, 일단 먹고 살 일을 걱정하는데 당연한 것처럼 되어 버린 현실 속에서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나라에 그들이 돌아오려고 하겠는가?

 

이런 형편이니 우리나라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동북 아시아에서 강대국 노릇을 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노벨과학상을 탄 유카와 히데키부터 2002년에 단백질 질량 분석법을 연구한 다나카 고이치까지 무려 일곱 명이나 된다. 우수한 기초 과학 기술력을 세계에 마음껏 뽐내는 분명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를 바탕으로 일본은 첨단 전자 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휩쓸고, 세계 최강 군사 대국인 미국마저 최신 무기를 개발할 때 공동 개발 제의를 해야 할 정도로 막강한 국방 군사력을 자랑하여 대한민국 국군을 기가 꺾이게 하고 있다. 영화 '한반도'에서도 독도로 돌진해 오는 일본 해상자위대 함대와 맞닥뜨린 작전사령관 해군중장 이동재가, 참담한 심정으로 우리나라 해군이 지닌 전투력은 일본 해상자위대와 견주었을 때 3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대통령에게 털어놓지 않았는가?

 

일본이 이토록 우수한 기술력을 축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일의 즐거움'을 쓴 다나카 고이치를 생각해 보자. 그 책에서 자기는 노벨과학상을 타고자 실용주의에 따라 맞춤형 공부만 죽어라고 했다고 그가 밝혔는가? 연구소에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취직했고, 거기에서 연구직을 맡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는 책 제목대로 '일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렸다. 그것이 앞에서 그토록 강조한 순수하게 학문을 파고들면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금 우리나라는 민족이 지닌 저력을 일으키는 데도 실패했고, 곧 학문과 인격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여기는 정신과 풍토를 이어가는 데도 실패했다. 실용주의와 신자유주의만을 강변하는 이들은, 과학 강국을 외치면서도 진정한 과학 선진 강국으로 거듭나는 방법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 잘못된 사회 구조와 의식 구조를 근본에서부터 개혁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은 한 가지뿐이다. 과학도들이 순수한 열정에 따라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면서 행복해 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 무작정 돈만 지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돈이 지원되는 과정도 투명하고 복잡하지 않은 구조로 구축되어야 하며, 나아가 사회 구조와 풍토 자체를 바꿔나가고자 몇 십 년 뒤를 생각하며 꾸준히 힘써야 한다. 그래야만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풍요로운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 책을 쓴 작가도 꿈을 꾸는 젊은이들이 그 꿈을 어쩔 수 없이 접어야 하는 사회가 아닌, 그 꿈을 이루고자 자기가 지닌 모든 열정과 영혼을 기꺼이 바치려는 의지를 뒷받침할 기반이 마련된 사회를 꿈꾸면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들어 나갈 주역이 될 예비 과학도들뿐만 아니라 모든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사회에서 살면서 무엇보다도 뛰어난 경쟁력이 될 창의력과 비판력을 기르는데 보탬이 될 방법을 절반이 넘는 쪽수에 담았을 것이다. 아무쪼록 저자가 원하는 대로 한국이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노벨과학상 - 영광의 꿈, 도전의 지혜'라는 제목 그대로 지혜를 바탕으로 도전을 거듭하여 영광스러운 꿈을 이루는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우리나라에서도 탄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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