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가 - 채식주의자가 된 미국 최대 축산업자의 양심 고백
하워드 F. 리먼 지음, 김이숙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어머니께서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유아교육과에 입학하신 뒤 공부를 매우 열심히 하셨다. 집안일에 매우 바빴지만 4년 동안 한 번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으셨다. 밥 먹고 공부하는데만 몰두해도 괜찮을 정도로 여유로운 형편인 나는 장학금을 못 타고 있으니, 어머니와 견주어 보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물론 나름대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변명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어머니께서 들으시는 수업 시간에 나오는 과제는 주로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집에 가면 내 방 책꽂이 한 켠에는 예전에 어머니께서 과제를 하려고 사셨던 책이 여러 권 꽂혀 있다.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책도 거기에 있었던 책이다. 어머니께서 이 책을 사셨을 때는 책 제목이 '성난 카우보이'였는데, 세월이 흐른 뒤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가'로 제목이 바뀌었다.

책 내용에 따라 제목에 아주 간단하게 답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성의 없는 대답인가? 그러면 또 물어보자.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 고기가 지구를 파멸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듣는 말인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헛소리 같다. 왜 고기 때문에 지구가 망하는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일단 이 책을 읽고 나서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아야 한다. 이 책을 쓴 하워드 F. 리먼은 원래 축산업자였기에 그 실태를 놀라울 정도로 자세하고 정확하게 까발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예전부터 내려온 유기 농법을 버리고 대학교에서 배운 화학 농법과 축산법으로 소를 키우다가, 자연과 자기가 모두 죽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뒤 유기 농법을 되살리려고 힘쓰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식품의약청, 은행 자본, 축산업자, 생명과학 회사, 사료업자 따위가 모두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한통속이 되어 보여주는 역겹기 짝이 없는 행태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염된 고기를 계속 먹으면서 위험에 빠지고 자연이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고기는 인구 부양 효과가 굉장히 낮은 식품인데도 사람들이 고기를 차츰 많이 먹는 현실을 우려하며, 이대로 가다가는 온 세상이 식량 문제로 비상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맨 마지막에는 갈수록 온 세상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비만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소식을 집어넣어, 사람들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설득하고 있다.

토목 공사, 자동차 문제 따위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가 쉽다. 하지만 흔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기 같은 먹을거리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이상할 정도로 부각하기가 어렵다. 그동안 이에 관해 진지한 논의가 거의 없었을뿐만 아니라, 축산업자와 생명과학 회사 따위가 이익을 지키려고 그런 논의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순히 경제 논리와 몇몇 이익 집단이 미친 듯이 좇는 이익 때문에 여러 정부가 보여주는 추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 대표 사례로 영국에서 예전에 해면상뇌증(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계속 먹은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경고했는가? 그런데도 영국 농무성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써 가며 애써 무시했고, 그 결과 원조 광우병이 발생할 확률로 따질 때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변종인 크로이츠펠트-야콥 병에 걸려 죽었다.

크로이츠펠트-야콥 병만 문제가 아니다. 자연이 파괴되면 우리에게 어떤 결과가 돌아올지는 뻔하다. 이는 더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환경 문제 때문에 떠들썩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연 파괴 문제는 둘째로 치고 당장 사람에게 즉각 연결되는 문제인 식량 문제를 생각해 보자.

식량 문제는 자원 문제(물론 식량도 자원이라고 볼 수 있지만 흔히 자원 문제라고 하면 석유 따위 동력 자원을 이야기하니 그냥 쓴다)와 함께 인류가 살아남는데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고기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구 부양 효과가 굉장히 낮은 음식이다.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에너지 피라미드를 조금만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에너지 피라미드에서는 위로 올라갈수록, 곧 고차 소비자로 에너지가 이동할수록 에너지가 많이 사라진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식물을 먹는 것보다 동물을 먹는 것이 훨씬 많은 에너지를 쓴다는 말 아닌가?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겠다.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처럼 사람들이 식물을 주로 먹고 사는 나라는, 그 나라에서 나는 곡물만으로도 온 나라 사람들이 충분히 먹고 산다. 그런데 고기를 주로 먹는 서양은 어떠한가? 곡물을 가축이 먹고 사람이 그 가축을 먹는다. 동물을 주로 먹는 서양인들은 식물을 주로 먹는 동양인들보다 에너지를 6~7배 정도 더 많이 쓰는 셈이다.

본문에서도 나온 것처럼 몇몇 사람들이 스테이크와 황새치 요리를 즐길 때 나머지 사람들은 배를 움켜쥐고 굶주려 죽어가는 시대가 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러다가 결국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사실 '몇몇 사람들'과 '나머지 사람들'은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선진국 사람들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고 와인을 홀짝거리는 동안, 매우 못 사는 아프리카나 동남 아시아에서는 굶주려 죽어가는 사람들이 구호품과 원조 물자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기가 막힌 현실인가?

지금까지 말한 바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고기 때문에 인류는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으며, 그 까닭은 자연을 파괴하고 식량을 부족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기를 먹지 말고 채소를 먹고 살아야 한다. 그래야 굉장히 많은 환경 문제와 식량 문제를 근본에서부터 해결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저절로 반감이 드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굉장히 많고 정확한 자료와 저자가 한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터라 반박하기도 힘들다. 앞에서도 계속 말했듯이 이 책을 쓴 하워드 F. 리먼은 원래는 이 책에서 비판하는 사람들과 전혀 다를 바 없었던 축산업자였다가 큰 깨달음을 얻고 그에 반하는 길을 지금까지 걸어온 사람이다. 이 사람만큼 이 심각한 문제에 관해서 깊이 있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내가 살고 있는 부산대학교 기숙사에서 주는 밥상에는 고기가 거의 빠지지 않는다. 국에 들어가 있든 구워놓든 볶아놓든 튀겨놓든 어떻든지 마찬가지이다. 이 책을 읽고 제대로 마음에 와 닿고 어떤 느낌을 줬다면 앞으로는 고기와 유제품을 거들떠보기도 싫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은 다음 날 아침에 나온 쇠고기장조림과 점심 때 나온 쇠고기국과 저녁 때 나온 돼지고기잡채를 맛있게 먹었다. 고기에 완전히 중독된 것 같으니 이것이 문제이다. 성경에서도 만나로 만족하지 못한 하느님의 자식들이 고기를 먹고 싶다고 모세에게 말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거의 본능으로 고기를 먹고 싶어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대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채소만 먹어야 하는 시기는 과연 내가 살아있을 때 올 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나는 고기를 좋아한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그런데 이 책이 말하는 바를 계속 되새기면서 자꾸 어머니가 생각났다. 집에 있을 때는 그래도 고기가 먹고 싶다는 '솟증'을 여러 번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김치, 된장찌개, 콩나물, 열무 따위로 밥상을 차리셨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고기를 한 번 먹을 정도였다. 집에 안 간 지도 오래 되었는데, 어머니께서 싱싱한 채소로 풍성하게 차려진 밥상이 갑자기 그립다. 잘 익은 배추김치, 콩 건더기와 무 조각과 두부가 떠 있는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싱싱하고 푸른 상추와 풋고추와 풋마늘이 날된장과 함께 차려진 밥상을 받고 싶다.
 

 

2008년 5월 9일. '책을 나누는 사람들' 원고

 

 

쇠고기 협상을 타결한 뒤 한미 FTA까지 총력을 다해 밀어붙이려고 하는 이들에게 국민이란 없다. 인류에서 극소수인 가진 자들이 나머지를 지배하는 사회를 당연한 것처럼 몰아가는 신자유주의자들에게 민중을 위한 철학, 역사, 민족 의식 따위는 필요없다. 무식한 것들은 그저 자기들이 주는 것이나 받아먹고 자기 말만 잘 들으면 그만이라는 오만한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리 국민들이 광우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제시한 자료를 들이밀어도, 그저 눈을 가리고 귀를 틀어막는다. 그저 광우병 괴담은 근거 없으니 혹세무민하는 세력을 잡아서 처벌할 것이며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강변하기만 할 뿐, 재협상 따위는 아예 해 볼 생각도 없어 보인다.

 

내가 그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는가'이다. 책 내용에 따라 제목에 아주 간단하게 답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성의 없는 대답인가? 그러면 또 물어보자.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 고기가 지구를 파멸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은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은 이 책에 따르면 분명히 사실이다.

 

이 책을 쓴 하워드 F. 리먼은 원래 축산업자였기에 단순히 경제 논리와 몇몇 이익 집단이 미친 듯이 좇는 이익 때문에 여러 정부가 보여주는 추태를 놀라울 정도로 자세하고 정확하게 까발릴 수 있었다. 그는 예전부터 내려온 유기 농법을 버리고 대학교에서 배운 화학 농법과 축산법으로 소를 키우다가, 자연과 자기가 모두 죽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뒤 유기 농법을 되살리려고 힘쓰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식품의약청, 은행 자본, 축산업자, 생명과학 회사, 사료업자 따위가 모두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한통속이 되어 보여주는 역겹기 짝이 없는 행태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염된 고기를 계속 먹으면서 신종 질병인 광우병에 걸릴 위험에 빠지고 자연이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는지 절대 과장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고기는 인구 부양 효과가 굉장히 낮은 식품인데도 사람들이 고기를 차츰 많이 먹는 현실을 우려하며, 이대로 가다가는 온 세상이 식량 문제로 비상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맨 마지막에는 갈수록 온 세상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비만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소식을 집어넣어, 사람들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설득하고 있다.

 

인간 광우병에 관한 다양하고 해박한 지식뿐만 아니라, 대규모 축산업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까지 다루며 신자유주의까지 거침없이 비판하는 이 책은 분명히 경고한다. 정말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값비싼 국산 명품 한우나 호주산 청정우로 만든 스테이크를 썰고 프랑스에서 공수한 최고급 와인을 홀짝거릴 능력을 지닌 극소수 기득권에게 국민 건강 따위는 고려할 가치가 전혀 없다고. 사람들이 일어서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무조건 돌아올 것이라고.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눈이 먼 저들에게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 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이 세상을 바꾸고자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돌이켜 보지만, 그럴수록 이 따위 짧은 글 한 편 쓰는 데도 알 수 없는 수많은 혼란에 시달려야 하는 데서 오는 끝없는 환멸만이 자기를 죄어와 어려움을 겪으니 그저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쓸데없는 잡념 따위는 집어치우고 내일은 반드시 거리로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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