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사람이네.

신부님 우리 신부님 ㅣ 에버그린북스 7
조반니 과레스키 지음, 김운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12월

전에 같은 작가의 <돈 까밀로와 빼뽀네>를 큰 기대를 갖고 읽었다가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탓에 이 책은 그냥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구매했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배송료를 물지 않기 위해서... -.-;;;

내가 달라진 건지, 번역의 문제인지, 작품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돈 까밀로와 빼뽀네>랑은 좀 다른 느낌을 주었다. 공산주의자 읍장 페포네, 그리고 교구 신부 돈 까밀로 간의 사건 사고가 큰 줄기인 이 책은 두 사람이 공산주의자와 신부이기에 겪는 대립 속에 무엇보다 서로가 사람임을 깨닫고 그에 맞는 도리와 인의로 대화를 통해서, 때로는 폭력(?)을 통해서 화합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읽다보면 돈 까밀로 신부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맞춤법이 엉망인 페포네의 성명서에 붉은 글씨로 '바보 페포네'라고 낙서를 하고, 피하면 될 못마땅한 현장에 꼭 당당하게(?) 나타나 커다란 나무 탁자를 뒤엎으며 자신을 표출(?)하고는 곧바로 예수님께 용서를 빌고 예수님이 용서하실 때까지 빵과 물만으로 연명하는 이 신부님은 종교적인 신념 속에서도 사람 냄새를 잃지 않아 곁에 두고 싶어진달까.... 모든 대립도 우리가 사람이기에 겪는 부분이고, 그에 따른 화해와 화합도 사람이기에 추구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쳐주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사건 사고 후나 중간에 예수님과 돈 까밀로 신부, 가끔은 성모 마리아까지 함께 나누는 대화가 이 책을 유머러스하게 만든다. 최악의 대립 상황에서 심하게 아픈 아들을 위해 초를 들고 성당으로 찾아온 페포네와 그런 페포네를 위해 가진 돈을 다 털어 초를 더 사다가 예수님 앞에 밝히며 페포네의 불경스러운 언행을 감싸는 돈 까밀로 신부의 모습은 어떤 상황에서도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줄 아는 지혜를 갖추어야 함을 깨우쳐 준다.

우리는 다같은 사람이다. 조금씩 부족한 부분이 있고, 잘못하는 일도 많고,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린 아이같은 구석이 존재한다.​ 하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람으로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고 싸우고 고민해 줄 누군가가 있기에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속았어~~~~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게시판에 누군가가 자주 읽을만한 책을 소개하고 있어서 가끔 눈여겨 본다. 이 책도 그렇게 알게 되었는데 제목이 저리뵈도 추리소설이라는 사실!

일본 소설은 지난 번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을 읽고 넘 실망스러워서 다시는 안 사보리라 다짐했었는데 이 책은 게시판에서 보고 호기심에 검색하다가 어떻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 두고, 공부한다는 핑계로 아껴 두었다가 어제 다 봤는데 유쾌한 추리 소설이었다. 마지막 챕터에 제대로 속았네 싶었다. 기분 나쁘게, 찜찜하게 속은 게 아니라 사회 통념에 얽매여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게 넘어가서 생긴 헛점을 제대로 딱 얻어 맞은 거다. 그래서 앞부분에 뭔가 있었을 거라면서 내가 이렇게 일반적인 재미없는 사회적 사고에 물든 사람이 아니라면서 자꾸 앞 챕터를 넘겨 보았던 것이다. ㅜㅜ 그렇지만, 결국은 그냥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마무리... ^^; 그리고, 읽다보니 늙으면 얼른 죽는 게 사회에 도움이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ㅋㅋㅋ

읽고 싶었던 스파이 소설은 아니었지만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 좋았다. 그냥 제목만 보고 사는 사람은 두번 속는 셈이 되겠다. 저 낭만적인, 마치 로맨스 소설 같은 제목에 한번, 결말에 이르러 한번~

안녕 나니아~~

나니아 연대기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1월

남아 있던 <은의자>와 <마지막 전투>를 읽었다.

<은의자>는 유스터스가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던 질과 함께 나니아로 가서 행방불명 되었던 캐스피언 왕의 외동 아들 릴리언(릴리언, 릴리언 계속 이름이 낯익다 했는데 인텔리전스에서 CSI 캐서린 이름이 릴리언이었다. ㅋㅋㅋㅋ) 왕자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에드먼드, 루시와 함께 먼저 나니아를 경험했던 유스터스는 철이 들어 한층 의젓하게 질을 이끌고 길을 떠난다. 반면에 모든 게 낯설기만 한 질은 마치 유스터스의 옛모습을 보는 듯한 불평과 불신으로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나니아 국민들(?)의 도움과 아슬란의 수호, 그리고 스스로의 믿음, 의지를 통해 미션을 완수한 아이들 덕분에 릴리언은 아버지 캐스피언의 임종을 지킬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전투>에서는 우연히 죽은 사자의 가죽을 손에 넣게된 사악한 원숭이 시프트가 순진무구한 호구(?) 당나귀 퍼즐을 이용하여 아슬란을 사칭하고 티리언 왕을 궁지에 몰아 넣어 나니아를 칼로르멘에 팔아 먹는다. 그 와중에 절망에 빠진 티리언 왕의 다급한 외침이 나니아에 온 적이 있는 디고리, 폴리, 피터, 에드먼드, 루시, 유스터스, 질의 모임 자리에까지 이르게 되고 유스터스와 질은 티리언 왕 곁에 나타나 돕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 되냐고? 그건 너무 엄청난 스포가 되기에 줄거리 얘기는 여기까지...

영국의 아이들이 나니아라는 세계에 와서 도움을 주고 사라지는 것이 중반까지의 이야기의 공통점이라면 위의 두 편에서는 나니아가 아이들의 세계에도 개입(?)을 한다는 것이 조금 다르다. 질에게 나쁜 짓을 일삼던 아이들을 혼내주기 위해 캐스피언과 함께 유스터스, 질의 학교에 아슬란이 나타나 결국은 학교의 비리까지 척결해 내었다는 부분은 의아하면서 신선했달까...

그런데 결국 이 얘기 끝에 수잔이 고아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멘붕이 왔다. 이 캐릭터는 작가한테 밉보였나?..... 수잔이 나니아에서의 모험을 어린시절의 장난처럼, 꿈처럼 인정하지 않으려한 것은 그럴 수도 있다. 물론 앞에서 나니아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여왕 중에 한 사람의 심성으로 보기에는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지만 이해가 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왜 혼자 떨어져 고아가 되어야 하는데???? 작가가 무슨 생각으로 4남매 중에 수잔을 이렇게 그렸는지 모르겠다. 나니아다운 아슬란다운 결말이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나는 아직도 약간 멘붕이다.

중반쯤 온 나니아 연대기(2)

나니아 연대기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1월

<말과 소년>, <캐스피언 왕자>, <새벽 출정호의 항해>까지 읽었다. 이런 장르의 특성탓인지 한번 속도가 붙으니 쭉쭉 읽어나갈 수가 있다. ^^;

<말과 소년>은 나니아의 왕위에 올랐던 4남매랑은 별개의 얘기로 칼로르멘에서 자신의 신분을 모르고 고생하며 살던 아첸랜드의 왕자가 자신의 신분도 회복하며 나라도 위기에서 구하게 되는 얘기다. 물론 에드먼드와 수잔, 루시가 나오기는 하는데 주변인물일 뿐이다. <캐스피언 왕자>에서는 나니아가 텔마르인들에게 정복당한 상황에 캐스피언을 나니아의 새로운 왕으로 세우기 위해 4남매가 다시 한번 다같이 나니아로 돌아가 활약하게 된다. <새벽 출정호의 항해>는 에드먼드와 루시가 사촌인 유스터스와 함께 나니아로 가서 동쪽바다로 내쫓긴 아버지의 친구들을 찾는 캐스피언의 모험에 동참하면서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새벽 출정호의 항해>는 영화로 분명히 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오히려 새로웠다. ㅋㅋ 그래도 리피치프만은 선명하게 생각나더라. 그런데 아무래도 확실한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 스토리여서인지 좀 지루하기는 했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다 어린 아이들이라서 그런 것인지 어쩜어쩜 케미가 이렇게 없는 것인지... 나니아가, 그리고 거기서 겪는 모험들이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분명하나 감정교류에는 너무너무 인색하여 그저 대의와 미션을 위해 곁눈질 한 번 안하는 캐릭터들이 아까웠다. 아니 아이들이야말로 자신의 감정에 정말 솔직할 수 있지 않은가......? 작가의 어떤 가치관이나 신념 탓인지로 모르겠다.

더불어 작가가 넘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나니아에 올 수 없는 피터와 수잔에게 아슬란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언급이 없고, 또한 유스터스와의 모험을 마지막으로 역시 같은 상황이 된 에드먼드와 루시에게도 그저 나이가 많다라니... 나이 먹은 것도 서러운데 소설 속에서까지 차별 당하다니... -.-;;;;;

이제 정말 어떤 사전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은 두 편이 남았다. 나니아의 중흥을 이끌고 활약했던 4남매는 이제 모두 나니아로 갈 수 없게 되었지만 새사람이 된 유스터스가 있으니까...

나니아 연대기 시작~(1)

나니아 연대기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1월

나니아 연대기를 읽고 싶었는데 마침 전 7권 합본이 출간되어서 정말 오래 전에 구입했었다.

근데 이게 그냥 개별 권으로 샀으면 한 권씩 보면서 치웠을 것을 양장 합본이라는 게 너무 두꺼우니까 정말 안 꺼내 보게 되더라. ㅠㅠ

그래서 초반부 읽다 만 것을 이제 꺼내 들고 찬찬히 읽기 시작했고, 어제 전체 프리퀄에 해당하는 <마법사의 조카>와 1편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다 봤다.

반지의 제왕, 어스시의 마법사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문학 중 하나인 나니아 연대기. 영화로는 '새벽 출정호의 항해'만 제대로 봤고,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케이블에서 해 주는 걸 띄엄띄엄 봤었다. 그래서 읽다 보니 중간중간 영화와 겹쳐지면서 고개가 끄덕이는 부분이 생기고 하더라.

<마법사의 조카>는 나니아의 건국과 마녀에 얽힌 사연, 그리고 4남매가 어떻게 나니아랑 연결이 되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확실한 프리퀄이었다. 나니아의 건국이라는 게 그냥 아슬란이 창조주 역할이라 다소 허무하기도 했지만, 삼촌의 농간으로 다른 세계로 간 아이들의 이야기와 마녀의 등장이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들었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은 놀랍게도 영화에서 본 그대로였다. 띄엄띄엄 보기는 했지만, 영화가 참 소설을 그대로 그리고 있네라는 생각이... 특히 나는 아슬란이 죽을 때 영화를 보면서 '뭔가 있을 거야 뭔가 있는데 영화라서 저렇게 압축된 거야' 했는데 아니었다. -.-;;; 딱 영화만큼 소설에서도 묘사하고 있었다. 원래 이런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방대한 소설의 내용을 영화로 표현해내기 어려워 구멍이 숭숭 뚫리며 원작을 읽고 봐야한다는 등의 평가를 받는데 이건 아닌 듯...

두 편 다 재미있게 묘사할 수 있는 사건, 상황을 등장인물의 대사 안에서 풀어내는 부분이 다소 아쉬웠다. 물론 그 덕에 속도감도 있고 읽기가 한결 수월하기도 했지만 좀 김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가 다 그리지 않고 독자들의 상상력으로 메우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럼 남은 5권 속에는 어떤 얘기가 있는지 다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