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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못 읽은 책이 쌓여가고 있는데 정작 사놓은 책에는 손이 별로 안 간다. 동생이 어무니 모시고 효도관광을 떠나고 그 안에 새로운 책을 한권이라도 읽어야지 하는 결심으로 읽게 된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한참 전에 동생이 가져온 책이었는데 역시나 읽으려던 시점을 놓치고 나니 계속 그냥 지나치게 되었었다.
작가로 활동하며 혼자 살고있는 노라의 평온한 일상은 10년 전에 헤어진 친구 클레어의 싱글파티 초대 메일로 엉망이 된다. 기억하기 싫은 옛추억과 함께 묻어버린 클레어와의 껄끄러운 만남에 고민하던 노라는 초대 리스트에서 그나마 연락하고 지내는 니나의 이름을 보고 고심끝에 니나와 함께라는 조건으로 참석하게 된다. 통유리 건물로 된 으스스한 느낌의 싱글파티 장소에 도착하니, 참석자는 갓난아이를 떼어놓고 와서 안절부절하는 변호사 멜라니, 공연의 극본을 쓰는 톰, 클레어를 숭배하는 싱글파티 주최자 플로, 여전히 완벽한 모습으로 곧 결혼을 앞둔 클레어, 노라와 니나까지 달랑 6명이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외진 장소, 낯모르는 사람들,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던 노라는 클레어의 결혼 상대가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제임스라는 사실에 한번 더 충격을 받는다. 외부와의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유선전화가 먹통이 되어 아기 걱정으로 폭발한 멜라니가 먼저 떠나자 타이밍을 놓친 노라는 클레어의 남편이 될 사람이 제임스라는 사실을 니나에게 털어 놓고, 분개하는 니나를 설득해 일단 일정을 마치고 다음날 바로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다음날 노라는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병원에서 눈을 뜬다.
읽다보면 클레어가 정말 수상쩍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노라한테 계속 본의 아니게 욕을 하게 된다. 이런... 사실 노라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린 노라는 소심했고, 외로웠고, 덕분에 자존감도 약했는데 그걸 클레어가 너무 잘 파고든거다. 영악했던 클레어는 인생 자체가 연기였고... 자신의 외모를, 주변의 친구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법을 넘 일찍부터 깨우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산 게 아니라 거기서 파생된 잘못에 대해서도 자기 합리화가 너무 강렬하여 틀렸다는 거,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인정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그녀는 사이코패스의 선을 넘은 거고... 불쌍한 노라, 인생의 가장 막막한 순간에 기댔던 유일한 친구가 이런 사이코패스였다니... 노라는 마지막 순간까지 클레어에 대한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 (아 무섭다. 역시 진상감별기가 필요하다.)
노라의 주변에서도 이런 클레어를 감지한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역시 나이는 무시할 수가 없는 건지 노라의 어머니는 노라가 클레어랑 어울리는 걸 싫어했다. 노라의 친구 니나도 그다지 클레어를 좋아하지 않았으니...
아, 진짜 불쌍한 건 세상이 클레어 중심으로 돈다고 믿은 플로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클레어랑 똑같은 옷입고 등장했을 때, 말도 안되는 퀴즈 쇼랑 싱글파티 일정을 고집대로 강행할 때, 이런 밉상이 있나 싶었는데 노라보다 더 클레어에게 철저히 이용당해 먹은 인물이었다. ;.;
저자 루스 웨어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란다. 짜임새 좋고, 흡입력 있는(앉은 자리에서 다 읽는 데 2시간 좀 넘게 걸린 듯...), 데뷔작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노련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판 애거사 크리스티'라는 건 좀 오버지 싶다. ^^ 그다지 신선하게 와닿는 부분이 없다는 것도 아쉽고... 영화화가 결정된 작품이라는데 어떻게 만들어 질런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