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에드 맥베인.로런스 블록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12월

크리스마스 때 읽었어야 했다. 이런 책이 있었다니...

뉴욕에 있는 미스터리 서점(The Mysterious Bookshop)의 운영자 오토 펜즐러는 변함없는 고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매년 크리스마스를 즈음하여 미국에 거주하는 추리소설 작가들에게 독창적인 이야기를 써 달라고 주문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 조건이 붙는데 이야기가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할 것, 미스터리를 포함할 것, 적어도 몇 장면은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어날 것이 그것이다. 이런 주문으로 완성된 이야기는 소책자로 제작하여 고객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눠 주었단다. 바로 이 책은 그 이벤트로 탄생한 17편의 이야기 모음집이다. 그러니까 이 이벤트는 무려 17년간이나 지속되어 왔다는 거다. 인기도 많아서 평소에 별 관심 없던 독자들도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이 이야기 소책자를 가지고 싶어서 책을 주문하는 지경에 이르렀단다. 미스터리를 애정하는 팬이라면 아마 매년 이 소책자 때문에 가슴이 두근두근, 제 정신이 아니었겠지.

몇몇 작가들은 친숙하고 몇몇 작가들은 모르겠다. 아마 작품은 읽었을 확률이 높을 거 같은데 말이다. 전반적으로 작가에 관계없이 편안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특수한 배경 때문에 크게 잔인하거나 참혹하지 않다. 물론 마음 졸이는 서스펜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게 팽팽하게 긴장감을 고조시키다가도 익살과 재치로 마무리되는 이야기 때문에 웃음짓게 된다.

사실 제일 마음이 두근두근 거렸던 게 옮긴이 후기를 읽다가였다. '오! 이런 영화같은 일이'라고 생각하며 읽다가 서스펜스 작가 못지 않은 옮긴이의 센스에 뒷통수를 제대로 맞은 나는 정말 크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역시 이런 일은 영화에서 밖에는 없는 거구나'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했고... ㅋㅋㅋㅋㅋ 옮긴의 상상대로 그런 인연을 통해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면 더 화제가 되었을라나...

뉴욕에 미스터리 서점이라니... 정말 가보고 싶다~~~~~ 책에 묘사된 대로 그려본 미스터리 서점은 코넬대학교에서 봤던, 가장 인상에 남았던 도서관과 비슷한 느낌이라서 한층 더 가보고 싶다. 뉴욕과 관련된 책을 접하면 접할수록 다음에 가면 여기, 저기, 뭐 이런 식의 생각만 하게 되는 게 대체 전에 가서 뭘보고 왔던가라는 자괴감(?)도 든다. ^^;;; 크리스마스와 미스터리, 두 가지 모두를 좋아한다면 부디 이 책을 놓치지 마시길~~~ 서문에 이 책의 수익금이 미스터리 서점의 명운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했는데 전국의 미스터리 팬들이 한국의 저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