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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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이야기

 

01 내 기억 속이 작가 이사카 코타로상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재밌게 리뷰를 써내려갔던 <갱 시리즈>, 묘한 전율감을 전달하던 그 유명한 도서 <마왕>을 집필한 재밌는 인물과 허술한 듯, 그러나 치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작가로 기억되어있다.


 물론 그 외 수 많은 작품이 있지만, 아직 읽지 않았으니 적진 않겠지만, 말 그래도 많은 베스트셀러를 가진 유명작가라는 말도.


 그 이사카 코타로상의 작품과 다시 만나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을 지나 꼭 5년 만이었다.


 원래는 독특한 표지가 마음에 들었던 <모던 타임스>를 빌리려고 했었는데, 분명 <모던 타임스>를 집었는데 대출을 하고 나니, <모덤 타임스> 대신 <마리아비틀>이 나를 보고 안녕! 하고 반기고 있었다.


 보려고 했던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책들을 다 읽고 반납일이 가까워서야 <마리아비틀>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나는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했다.


 왜 이 작가를 잊고 있었지!


02 <마리아비틀>의 주 배경은 시속 200킬로미터를 달리는 신칸센 안이다. 역에 정차하기 전까지 철저히 밀폐 된 공간에서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은 누군가는 쫓고, 누군가는 도망가며, 누군가는 방관하고, 누군가는 끼어든다. 밀폐되었지만, 역에 정차할 때마다 내리는 쫓는 이를 찾기 위해 그들은 종종 밀폐 된 그 공간에서 내리기도 하고, 새로운 인물이 탑승하기도 하며, 누군가는 내리기 직전 재수 없음으로 밀폐 된 신칸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밀폐되었지만, 완전히 밀폐되지 않은 신칸센의 특징을 독특하게 살린 이사카 코타로상의 재능은 정말 감탄이 터지고, 심지어 부럽기까지 했다.


 게다가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이사카 코타로상 작품의 치밀성은 정말 내가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다.


 처음 가볍게 지하철에서 <마리아비틀>을 읽었을 땐, 단순히 기가 막힌 우연의 연속이구나, 했지만 집에 와서 다시 한 번 <마리아비틀>을 읽었을 땐, 정말 사소한 만남, 사소한 사건, 사소한, 사소한 것들이 나무줄기처럼 일정한 연결성을 가지고 엉켜있는 것을 발견했을 땐, 인물과 인물을 이어가는 고리를 찾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다.


 게다가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뚜렷한 개인의 스토리와 개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뚜렷이 작가가 흑과 백을 나누지 않는 점이 읽는 이의 상상력을 가중시켰다. 누군가가 옳다는 것도, 누군가가 옳지 않다는 것도 없이 그저 인물들은 이야기를 이어간다.


 한 때 위험한 일에 종사했지만 또 한 때는 지독하고 찌질한 알콜 중독자, 하지만 지금은 아들의 복수를 위해 왕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신칸센에 오르지만, 결국 왕자에게 당하고 마는 기무라.


 겉모습은 순진한 중학생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악의의 냄새를 풀풀 풍기고 다니는, 그러나 까보면 다들 하는 고민에 사로잡힌 왕자.


 청부업자 콤비로,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그들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문학을 즐기는 밀감과 꼬마자동차 토마스를 좋아하는 레몬.


 불운의 청부업자에, 다른 사람에게 읽히기 쉬운 타입이지만, 위기에 몰리면 비상하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나나오.


 마리아라든가, 스즈키라든가, 말벌이라든가, 나팔꽃이라든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지만, 일단 이 다섯의 주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들의 직업적 특성상 미묘하게 닮았으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뚜렷하게 주장하고 있는 하나, 하나 살아있는 인물이었다. 가치관도 다르고, 처리하는 방법도 틀리다. 하지만 미묘한 부분이 닮았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을 읽어내려고 하고, 읽어 내리기도 하지만, 사소한 무언가로 뒤틀리고, 사소한 무언가로 스쳐지나간다. 마치 보통 사람들과 다름없이.


 덤으로 <마리아비틀>은 신선한 반전이 있다. 염두에 두고 있긴 했지만, 이 사람들이? 하는 놀라움이 좋았다. 그들과 왕자, 그리고 학원강사 스즈키가 주고받는 대화도 재밌었고.


 * 나나오의 슈퍼 3등 당첨 선물 밀감과 레몬. 나나오가 느꼈던 감정처럼 부활했으면 좋겠다. 과일 콤비의 이야기가 궁금한데.

 * <마리아비틀>은 <그래스호퍼>의 속편이라고 한다. 짬이 나면 읽어봐야겠다.

 * 애니 듀라라라라든가, 바카노 비슷한 인물 구성을 가지고 있어 그런지 다시 꺼내 돌렸다. 원작인 라이트 소설은 다시 한 번 읽어야 하는데 시간도 없고, 빈 게 많아서 계속 미루고 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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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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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줄거리

 

 어느 날, 3년 사귄 인도인 애인 알리바바가 살림도구를 모두 들고 날랐다.

 

 나는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어젯밤 창구에서 심야 고속 버스표를 사려고 할 때, 아니 주인에게 열쇠를 돌려주러 갔을 때, 아니 실은, 허물로 남은 방의 문을 연 순간부터.

 내 목소리가 투명해져 있다는 것을.

 간단히 말하면 정신적 충격에서 오는 일종의 히스테리 증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런 게 아니라 목소리만 내 몸의 조직 속에서 쏙 빠져나간 것이다. 라디오 음량을 0으로 한 것처럼. 음악과 소리는 나오고 있는데 밖으로 들리지 않는다.

 나는 목소리를 잃었다.

 조금 놀랐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아프지도 가렵지도 힘들지도 않다. 그저 그만큼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제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게만 들리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려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꼭.


 p17 - p18

 

 린코는 이제 집도 잃고, 모아둔 가게 자금도 잃고, 사랑도 잃고, 목소리마저 잃어버린 채, 겨우 할머니의 유품인 겨된장야채절임이 든 항아리 하나만 소중하게 품에 안고 10년 전 고향을 떠났을 때 탔던 심야버스를 타고 다시 고향으로 향한다.

 

 10년 만에 만난 엄마와 린코와의 재회는 아무런 감동도 없이 흘러간다.

 엄마의 비상금을 훔치려 밭으로 향한 딸과, 그런 딸을 도둑으로 오인해 번쩍 낫을 들고 뛰어나온 엄마.

 목소리를 잃어버린 딸을 엄마는 나무라지도, 그녀를 대신해 화를 내지도 않는다. 대신 높은 이자를 받고 가게 자금을 빌려주고.

 린코는 아버지같던 구마씨의 도움을 받아 <달팽이 식당>을 개업한다.

 

 <달팽이 식당>은 조금 독특하다.

 정해진 메뉴도 없고, 받는 손님도 하루에 단 한 팀 뿐. 게다가 손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손님에게 맞는 요리를 내놓는 작고 작은 식당.

 

 하지만, 그 곳에서 마치 기적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도망간 아르헨티나 부인을 그리워하는 구마씨도, 사별 후 상복만 입고 살던 할머니도, 서로 좋아하지만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해 끙끙대던 모모양과 사토루군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린코가 내오는 따뜻한 음식들에 위로받고, 조금 더 따뜻해진 삶을 살게 된다.

 

 소설은 약간의 헤프닝을 안고 차분하게 흘러간다.

 린코는 여전히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엄마와도, 엄마의 애인 네오콘과도 여전히 서먹하다.

 

 약간의 크리스털 로제의 힘을 빌어 엄마가 아직도 고등학교 첫사랑을 잊지못한 순정파라는 것도, 아직 처녀라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된다.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엄마는 암에 걸렸고, 암을 진단받은 병원에서 고등학교 첫사랑인 슈이치 선배와 만나 뒤늦은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엄마의 죽음을 앞에 둔 린코는 엘메스(엄마의 애완용 돼지)로 요리를 해달라는 엄마의 부탁을 받고, 엘메스를 도축하여 정성스럽게 결혼식 파티상에 올린다.

 

 린코는 여전히 그랬다.

 

 엄마와의 앙금같은 감정이 사라져도, 엄마의 결혼식이 진행되도, 엄마가 죽는 그 극적인 순간에도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엄마의 죽음 이후, 우연히 냉장고에서 엄마의 진심이 담긴 편지를 읽어내려간 린코는 살아있는 생명을 먹지 않는다. 마치 린코의 시간이 멈춘 듯 서서히 쳐져간다.

 

 그런 린코를 향해 들비둘기 한 마리가 창문에 떨어져 죽는다.

 린코는 그 들비둘기로 정성스럽게 요리를 하고, 잃었던 목소리를 찾는다.

 

다시 쓰는 이야기

 

 <달팽이 식당>은 제목처럼 느릿느릿하게 흘러간다.

 단조로운 일상같은 시간들이 활자를 통해 느릿느릿.

 가슴 따뜻한 음식과 가슴 따뜻한 이들의 사연들이 모여, 마치 한 줄기 빛과 같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린코는, 달팽이 식당은 사람들에게, 매개체였다.

 따뜻해질 수 있는 무언가가 따듯하게 빛을 낼 수 있게 하는 매개체.

 

 다른 사람에게 따뜻함을 전해주던 린코는 그 따뜻함을 이어받아 서먹하던 주변 사람들과도 관계를 풀어나간다.

 엄마의 애인인 네오콘과, 그리고 10년 동안 얼굴 한 번 맞대지 않고 연하장으로만 인사하던 엄마와.

 

* * *

 

 요리에 관련 된 만화가, 드라마가, 소설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남기고, 무언가 꽉 찬 느낌을 주는 것은.

 우리 안에 정의 된 요리가 따뜻함과 이어져 있기 떄문이 아닐까요.

 

 엄마와 잔뜩 다투고, 심한 말로 서로의 가슴에 날카로운 바늘을 꽂아도.

 같은 자리에 앉아, 하아-얀 김이 나오는 식사를 하다보면 어느새 꽁꽁 얼었던 마음이 녹아.

 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지도 마는 그런 기억들처럼.

 

 색다른 음식과, 뭔가 도키도키한 이야기들이 나열되어 있어서 읽는 동안 아, 그런 곳을 찾고 싶다, 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집 근처에는 아, 맛이 괜찮다, 하는 음식점 하면 급하게 먹고 나와야 할 것처럼 사람들이 복작복작하고.

 좀 여유있게 앉아있을만 하다하면 생각보다 인공적인 맛이 많이나서 슬프고.

 그래도 자주가던 북카페가 있었는데 오랜만에 찾으니 다른 음식점으로 바뀌어서 더 우울하고.

 

 그래도, 왠지 읽고 있다보면 마치 내가 린코가 되서, 음식을 만들고, 내가 손님이 되서, 먹으면서 행복해지는 듯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오가와 이토씨 소설은 처음인데, 참 글을 예쁘게 쓰는 작가인 것 같아요.

 일본어 원문으로도 읽고 싶네요.

 

 * 아아, 석류 카레가 먹고싶습니다. 

 * 영화가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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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할 때가 왔다 - 소심한 10대에게 던지는 달콤한 복수의 유혹 살림 YA 시리즈
아사노 아츠코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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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이야기

 

 애니로 먼저 접한 NO.6에 반해서, 작년 쯤 소책자들을 줄줄 읽어내려갔을 때도 느꼈지만 작가 아사노 아츠코상의 정말 청소년 문학의 한 줄기가 아닐까 싶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로 아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서열은 늘 따라다니는 법이고, 그러다보면 놀림거리가 되는 애들이 하나, 둘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이는 이 문제를 현실적으로 그려보겠다면서 줄줄이 긴 장문의 문장을 쓰고, 그들이 얼마나 힘든지 쓰고, 왕따를 당했던 피해자가 복수를 한다느니 하는 건 종종 접하는 범죄 소설의 흔한 패턴 중 하나가 됐다.

 

 그러다보니 왕따 관련 소설을 읽다보면 마음 꽉 막히는 기분이다.

이렇게 힘들어요, 저렇게도 힘들어요, 하지만 정작 피해자의 마음을 힐링힐링하는 소설은 찾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복수할 때가 왔다.>는 햇볕이 쨍쨍 쏟아지는 모래사장에서 찾은 가느다란 바늘같은 소설이 아닐까.

 

 짧은 길이에, 예쁘장한 그림, 복수 노트와 하얀 노트, 소위 말하는 타겟이 된 유우야와 쇼지의 변화.

 

 적당히 유쾌하고, 어느 소설처럼 우울하거나, 처참한 끝맺음이 아닌

유우야 하나에서, 쇼지까지 둘, 유우야와 쇼지 둘에서 야마다 선배 셋으로 늘어가는.

 

 물론, 너무 짧아서 유우야와 쇼지를 괴롭혔던 쿠리타니 패거리한테 진짜 복수까지 가지 않은 건 약간 허무했지만.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복수란, 활자 속의 충족감을 채우는 복수라기 보다는 진정한 의미의 복수가 아닐까.

나를 소모하면서 똑같이 해주는 게 아니라.

나의 불행을 바랬던 그 것(들)한테 나는 행복하다, 환하게 웃어주는 거라고.

왕따를 당하면서 억눌렸던 내 마음의 악한 마음을 복수 노트와 하얀 노트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근데 솔직히 야마다와 유우야, 쇼지 셋이서 하는 복수플래너 스토리가 궁금하다.

작가님 계획에 없으시려나.

 

* 이게 어떻게 도움이 돼!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경험자로써 나를 괴롭히는 애들에서 리벤지할 방법을 노트에 적는 건 정말 정신건강에 좋다.

유우야는 자신이 이렇게 끔찍한 인간이었나, 라고 생각든다 했지만

나는 못된 사람이여서 그런지 상상을 하는 동안 조금 마음도 편해지고 통쾌해진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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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잔의 칵테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이덴슬리벨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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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책을 고르다


 모 사이트에 있던 북이벤트를 통해 <여섯잔의 칵테일>이라는 책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낙방했지만) 그리고 그 후에 모리사와 아키오의 <무지개 곶의 찻집>이라는 소설을 통해 기억 속에 한 겹의 얇은 서리를 걷어낸 것처럼 이 책의 존재가 찬찬히 다시 떠올랐다. 봐야지 봐야지 미루다가 오랜만에 칵테일 한 잔 생각나는데 돈은 없고, 책도 안 읽히고 소설도 안 써지고, 왠지 이 책이라면 다 읽을 수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그 예감은 예상적중!






다시 쓰는 이야기

01 지치고 힘들 때 찾아갈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여섯잔의 칵테일>에서는 스낵바 히바리가, <심야식당>에서는 심야식당이, <카모메 식당>에서는 카모메. 일본은 유독 음식, 그리고 음식을 통한 힐링에 대한 만화나 소설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느낌적으로 왜 그런지는 알 것 같기도 하다. 심야식당이나 카모메 주인들은 조용한 강물과도 같았다면, 스낵바 히바리의 마마 곤마마는 좀 더 요란스럽다. 무게감이 있으면서 동시에 가볍다. 그래서 참 좋다.

02 여섯개의 에피소드 모두 너무나도 가까운 소재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하지만 그 중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며 읽었던 건 치과의사 사카이 료이치와 그의 가족 이야기. 소아암을 앓고 있던 어린 딸의 죽음 앞에 제대로 서지 못했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죽음 앞에서까지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나서 기쁘다는 메시지를 남겨놓고 떠난 사카이의 어린 딸 아이의 이야기. 외롭지 말라고, 자신이 이승을 떠나도 외로워하지 말라고 집 안 구석구석 삐뚤삐뚤한 글씨로 자신의 흔적을 남겼을 아이의 자취가 그려진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고, 그럼에도 아이이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던 순수함.

03 이노우에 미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이 분야에서 일해나가야 할 지 또 다른 교훈을 얻은 기분이다. 자긍심을 가지고 눈 앞에 이익에 급급해하지 말아야겠다. 물론 생계는 위태로우니 진짜 급급한 게 맞지만.

04 참 신기한 건, 음식과 관련된 소설들 대부분 누가 맞았다, 누가 틀렸다를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함꼐 살아가야하는가를 말하고 있다.

05 소중한 인연들에게 인생의 멋진 실마리를 던져주는 곤마마에게도 멋진 애인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듬직한.

06 "괜찮아요. 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야 하거든. 그래야 상대의 마음 깊숙이, 정확하게 전달되니까. 간판도 마찬가지죠."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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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마녀들의 채팅방 - 시카고에서 온 초보 마녀 로렌의 이야기 모던 위치 1
데보라 기어리 지음, 유수아 옮김 / 초록물고기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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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책을 고르다


 동생 책장에 꽂혀있던 소설 중 하나. 동생이 여자친구가 생긴 이후로 시답지 않은 로맨스 소설을 사보기 시작했는데, 저 책 역시 그 중 하나였다. 물론 딱 봐도 읽은 티가 안나는데다, 다음 권은 사지도 않았으니 말 다했지. 하지만 독특한 제목이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우당탕 마녀들의 채팅방이라는 제목은 여자들의 비밀스러운 수다를 다루는 책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청소년을 겨냥한 청소년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책은 28년 동안 자신이 마녀라는 생각을 눈꼽만큼도 해본 적 없는 로렌이 마녀들의 채팅방 소환주술에 걸려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있던 재능을 수련하고 천재 꼬마 마법사의 파트너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마법이라면 어린 청소년기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거나, 판타지 소설의 잘 먹고 놀다가 혹은 잘 일하다가 갑자기 무림의 세계로 건너가는 남자 주인공들과는 사뭇 다른 주인공이다.


 처음엔 부동산 중개업자 로렌과 로렌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잘생긴 마법사 제이미라는 설정에서 움찔했지만, 결과적으론 제이미는 로렌이 아닌 그녀의 절친한 친구 나트와 미묘한 썸씽을 갖는단 설정이 좋았다. 무엇보다 큰 방해없이 진행되는 로맨스도 재밌을 수 있구나라는 즐거움을 발견했단 점, 다이나믹하게 큰 사건이나 장해물 없이 성장하는 성장물이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렌의 파트너로 지목된 게 꼬마 천재 마법사 네 살짜리 에이빈이라는 점 등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기준과는 다른 전개에 이래서 시리즈가 쭉쭉 나왔구나 싶었다.


 특히 좋아하는 케릭터를 꼽으라면 역시 에이빈!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에이빈이라 생각하는 거나 말하는 부분에선 네 살보단 좀 더 커보였지만, 지구를 토닥거려서 트림 시켜줬다는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빵 터졌다. 시카고의 센스있는 부동산 중개업자지만, 반대로 창의적인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눈높이 교육의 탁월한 재능을 가진 로렌이 앞으로 에이빈과 어떻게 팀을 이뤄 다가올 일들을 해결할지 두근두근 기대되기도 하고, 시리즈가 발매 되면서 에이빈이 성장하는 모습도 너무너무 기대된다.

* 간간히 발견하는 소소하게 넓은 배경지식들에, 뭐 하나 쉽게 써지는 게 없구나, 고개를 끄덕. 

* 이미 다음 편을 장바구니에 담았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원서도 생각보다 읽기 쉬울 것 같아서 영어 공부도 할 겸 원서 주문도 생각하고 있다. 번역본 기다리기도 지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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