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는 처음이라 - 갑자기 낯설어진 나를 과학으로 이해하다 호기심 많은 10대 2
이광렬 지음 / 클랩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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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친환경청소법에 대해 관심이 많던 나는 알고리즘으로 뜬 ‘고려대 화학과 교수의 게으른 살림법’과 관련된 영상을 꽤 보았다. 게으르게 하루 5분만 투자해도 청결을 유지할 수 있다는, 누구라도 혹할법한, 그것도 고려대 화학자의 입장에서 본 화장실 청소와 빨래 꿀팁은 지금까지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 책 저자의 성함을 보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하며 책을 구경하다가 게으른 살림법의 그 교수님이시구나, 반가운 마음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이번에는 청소라는 화학의 범주를 넘어서 우리 몸의 호르몬과 사춘기라는 과학적 접근을 담은 <사춘기는 처음이라>를 쓰셨다. 저자소개란에는 수많은 화학 현상에 대해 아내와 아이에게 설명하다가 그들의 귀에 피가 나기 시작한 뒤로 다른 희생양을 찾기 시작했다는 문구를 읽으며 이 책을 집어들을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목차는 총 4장으로 ‘1장 마음속의 뇌과학 –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설계도’에서는 감정의 질풍노도에 휩쓸리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에 대한 챕터다. 작년, 아이가 6학년일 때, 남자아이 짝꿍이 담임선생님의 키보드에 물을 부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기함한 적이 있었다. 옆에서 “못하겠지?”하며 자극하는 남자애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사춘기의 뇌는 충동과 보상을 담당하는 변연계의 발달은 ᄈᆞ르지만, 충동을 제어하는 대뇌피질의 발달이 더딥니다. 이 판단 능력의 미숙함으로 인해, 사춘기 학생들은 자신에게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너무 얕잡아 보게 됩니다.”(pp.39-40) 라는 부분을 읽으면서야 아이의 짝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 한편, 주로 남자애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고 여자애들은 그래도 자제하는 편이지 않나, 남자애들이 더 미성숙한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역시 남자애들에게는, 테스토스테론이, 여자아이들은 에스트로겐이 주로 분출되어 충동적인 것에 약한 남자애들이라면, 여자애들은 친구 관계에서 멘탈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과학적 지식을 이 책에서 읽어볼 수 있을 수 있었다. ‘2장 거울 앞의 생물학 – 거울에 비친 낯선 내 모습’에서는 인간의 생애 주기 중 가장 역동적인 생물학적 재편성의 시기를 담았다. 여드름에 관한 과학적 지식과 치열 교정기로 인한 구취발생 이유, 설탕이 든 음료를 마시더라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지식 등을 담았다. 마냥 아이들에게 양치질해라, 단음료를 마시지 마라, 라는 듣지도 않을 잔소리를 하느니 아이들이 직접 읽어보고 수긍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챕터였다. ‘3장 본능 앞의 뇌과학 – 내 의지를 꺾는 유혹의 정체’에서는 담배, 단음식, 카페인, 소셜미디어중독 등, 청소년들, 특히 남학생들이 충동적으로 접근하면 위험해질 수 있는, 그런 고민들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했다. ‘4장 화장대 위의 화학 – 내 모습을 아름답게 꾸며 주는 분자들의 레시피’에서는 여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는 화장품 관련 화학지식과 그 외의 향기, 콘택트렌즈 등의 관심사를 다뤘다.

각 장마다 편지글이 있어 사춘기의 아이들이 읽는다면 멘토의 편지를 받아보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에게 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갑작스러운 말투 변화와 반항, 그리고 침묵에 상처받으며, 안그래야지 하면서도 대화를 시도하며 샤우팅으로 맺는 부모님께 추천한다. 이 책을 읽으면 뇌과학적 근거를 통해 사춘기 현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에 사춘기의 아이들의 정서를 조금이라도 응원해줄 수 있는 마음이 생기며 우리들의 갱년기에 나타나는 호르몬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사춘기는처음이라#이광렬#화학#10대#과학#과학책#청소년#청소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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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러운 돌봄 - 잘 키우려 할수록 나빠지는 불행에 대하여
신성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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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아 저자의 전작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은 갑작스럽게 백혈병 진단을 받은 딸아이를 간병하며 쓴 책이다. 그 연장선으로 이번 책 <탐욕스러운 돌봄>은 저자가 아이를 돌보며 마주하게 된 사회의 어두운 골목들을 직접 아이의 손을 잡고 목도하듯 읽혔다. 책표지 왼편에는 더 위로 뻗어나가려는 나무들을, 오른편에는 다행히(!) 미운 오리 새끼가 되지 않았겠지만 물밑으로 쉴새없이 물갈퀴를 움직이고 있을 백조 무리를 담은 사진이 보인다. 잘못된 돌봄의 결과물을 직관적으로 표현하였다. 무한 경쟁과 능력주의 사회, 공교육의 현실, 다문화, 경기 신도시의 현실, ‘키즈’ 프리미엄이 붙은 ‘체험’학습, AI문제, 젠더와 학교 폭력까지. 아마도 내 아이보다 한 살 적은 아이의 엄마로 추정되는 저자의 이야기는 같은 엄마로서, 같은 여성으로서, 같은 딸아이 부모로서 많은 부분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침범할 수 없는 사적인 영역이 육아라고 생각해왔던 나였기에, 나름 친한 엄마들과도 나눌 수 없는 성역같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불편한 주제들이지만 응원하면서 읽어내려갔다.

제목의 '탐욕스러운‘은 사회학자 루이스 코저가 '탐욕스러운 제도(Greedy Institutions)'라는 용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나오미 거스텔과 나탈리아 사키시안이 ’탐욕스러운 결혼(Greedy Marriage)'이라는 용어로 심화시킨다. 결혼으로 너무 많은 감정적, 시간적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외부인과의 연결이 더 적다고 하는 개념으로 저자는 한국 사회의 양육 방식이 바로 이 '탐욕스러운 결혼'의 심화 버전이라고 본다. 그 결과는 아이가 이루어낸 성과로 계산하게 되고 이런 상황은 7세고시를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배경이 된다. 즉, 우리 가족만 잘 살면 된다고 하는 생각이 오히려 우리를 더 고립시키고 돌봄을 숨 막히는 노동으로 변질시킨다고 보았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챕터는 2부의 ‘감각하는 민주주의’였다.
“요새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공부할 때 4.19 혁명부터 시작한다.(...) 민주주의는 늘 무언가를 중단시키거나 생겨나게 하는데 효력을 발휘한다.(...) 선생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 학생들이 나서 지적하고 철회를 요구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더 가깝다.”(p.84)라고 한다.

그외에 ‘실패’라는 키워드도 인상적이다.

“그러므로 학교와 사회에서, 적어도 가정에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꼭 알려줘야 하는 것은 실패의 가능성이다. 성공을 격려하는 응원도 좋지만 ”자꾸 도전했다. 자꾸 실패했다. 상관없다. 또 도전하라. 또 실패하라. 더 잘 실패하라“라는 메시지도 중요하다. 패배하더라도 기꺼이 부딪치는 것, 낙오하거나 패배한 이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기회를 주는 것, 누구나 때에 따라 패배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감각하는 훈련이다.”(p.93)

“AI 에게 실패는 일상이다. 그래서 증강한다. 이제는 자주 실패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영원한 초심자로 남을 것이다.“(p.149)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시종일관 자유로서의 발전을 꾀할 때, 이를 위해 기술 독점과 불균형, 편향되고 불충분한 데이터를 바로잡으려 애쓸 때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주저 없이 챗지피티의 창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p.150)

이 실패라는 키워드를 아이에게도, 독자에게도, 이 사회에게도 권하는 저자는, 제목의 ‘탐욕’이 실패를 통한 역동적인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그래서 이 ‘탐욕이 향하는 활끝의 방향은 안이 아닌 밖을 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나만의 예술이자 모두의 책임인 양육’이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그이의 의견에 찬성한다. 우리사회가 그런 안전한 시스템이 되어야 아이가 나선형 계단을 차례 차례 스스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그저 “너라는 계단을 좇아”(p.167), “오래도록 조용히 아이를 바라볼”(p.156)수 있게 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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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리포트 -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
대릴 샤프 지음, 정여울 옮김 / CRETA(크레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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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리포트>는 1988년, 대릴 샤프가 쓴 <The Survival Papers: Anatomy of a Midlife Crisis>가 원제이다. ‘북북서’에서 <생의 절반에서 융을 만나다>로 먼저 출간된적이 있다. ‘크레타’로 이름을 바꾼 출판사는 정여울 저자의 번역을 더해 원제 'Survival Papers'에 가까운 <서바이벌 리포트>로 새로 출간하였다.

저자 대릴 샤프는 1980년 '이너 시티 북스(Inner City Books)'를 설립한다. 이 출판사는 융 분석가들이 쓴 책만을 출판한다는 원칙으로 운영했다. 다소 어려운 융의 저술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설명하는 시리즈를 140권 이상 출간했다.

대릴 샤프가 수많은 내담자들을 만나며 겪은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노먼이 주인공이다. 그가 융 심리분석가를 찾아오며 시작되는 심리상담 소설 형식인 셈이다. 노먼이 실존하는 인물로 느껴지기에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중년인 그의 고통과 방황에 공감하게 된다. 겉보기에는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중년 남성 노먼을 상담하며 성실한 가장, 유능한 직장인이라는 가면(페르소나)를 벗고, 억눌린 욕망(그림자)을 마주(투사)하여 진짜 자기 자신(개성화)을 찾을 것을 강조하는 융의 분석심리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노먼은 마냥 해피엔딩의 주인공만은 아니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

“노먼은 여전히 자신의 그림자에 대해 거의 이해하지 못하며, 그림자와 하나 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에게 ‘타자’는 그의 아내이며, 그녀의 실재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파악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를 이 모든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은, 그의 심리적 비자아, 즉 무의식이다.”(p.197)

그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그림자, 타자, 무의식과 대면해나가야만 한다.

“노먼이 자신 안에서 얻은 성장을 공고히 하려면, ‘외로움’과 화해해야 했다.”(p.242),
“노먼은 차분히 자기 자신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p.243) 이런 부분을 읽으면서는 정말 보고 싶지 않고 별로인 내 모습과의 화해를, 그리고 생각보다 더 낯선 나 자신과 친해질 시간을 주는 책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한편으로는 여성독자로서 남성 중심적 서사의 한계가 보이기도 한다. 노먼은 아내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에 대한 공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보인다. 동시에 왜 하필 융 심리상담인가 하는 궁금증의 해답을 얻기도 했다. 이 남성 중심 서사의 붕괴지점이 바로 중년 남성이 직면해야 할 그림자이며 개성화의 단초가 된다. 주인공이 남성이라 해서 여성 독자가 얻어갈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성별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중년에 생기는 허무함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여성적 에너지인 아니마를 찾아야 하는 노먼과 반대로, 내 안의 남성적 에너지인 아니무스를 탐색해보아야 함을, 그리고 내가 싫어한 나의 모습을 대면하는 그림자를 발견할 것. 이런 부분이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먼처럼 개인적인 존재론적 허무함 보다 자가살고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처럼 사회적 생존과 체면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개인적인 가면이나 사회적인 가면뒤의 진정한 자신을 찾아야만 한다고 이 책에서 강조한다. 그래야 중년의 위기를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다. 그래야 타의에 의해 나의 페르소나가 깨지거나 벗겨지더라도 진짜 내 자신만큼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배운다.

융의 심리학에 대해 쉽게 읽어보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왕이면 중년의 나이이면 더 좋다. 갱년기로 힘든 사람이 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바이벌리포트#책리뷰 #컬쳐365 #융심리학#심리학 #심리학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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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도티의 마인드 매직 - 스탠퍼드대 뇌과학자가 전하는 잠재의식 사용법
제임스 도티 지음, 박세연 옮김 / 다산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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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에 이어 <닥터 도티의 마인드 매직>이 출간되었다. 전작에서 헌신적인 부모 복은 없을지언정 주변에 ‘성숙한 어른’이 단 한명이라도 존재하고 그의 연민이 한 인간에게 가닿을수만 있다면, 그 아이의 불행한 삶은 변화할 수 있다는 책이었다. 이 책은 BTS의 ‘Magic Shop’에 영향을 준 책으로 국내에서 알려져 인기를 끌었다. 이번 책은 어린시절 루스 할머니에게 받았던 그 ‘연민’을 ‘끌어당김의 법칙’에서 뇌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이 ‘끌어당김의 법칙’은 신경가소성의 관점에서 볼 때 뇌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현실화’라는 개념을 통해 마음훈련 6단계를 제안한다. 그 6단계에 대해서는 이 책의 2장에서 7장까지의 목차에 따라 전개된다.

2장 첫 번째 단계: 내면의 힘을 마주하기
3장 두 번째 단계: 진정한 소망을 확인하기
4장 세 번째 단계: 마음속 장애물을 제거하기
5장 네 번째 단계: 의도를 잠재의식에 새기기
6장 다섯 번째 단계: 목표를 세상과 연결 짓기
7장 여섯 번째 단계: 새로운 기회를 받아들이기

전문가의 상담이 부담스럽거나 명상, 동기부여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라면 저자의 이 책을 통해 ‘현실화’를 실제화하는 훈련이 가능해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즐거움 중 하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받아온 여러 책이 언급된다는 점이다. 그 중에는 ‘끌어당김 법칙’이 수많은 억까를 받아온 것에 대해 언급하며 론다 번이 쓴 <시크릿>에 대해 ‘악명 높은’이라는 수식어구를 붙여놓았다. 노란 색 표지에 ‘세계의 단 1%만이 공유하는 성공의 법칙’과 같은 맥락의 홍보 문구가 써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자는 이 1%만의 법칙이 아닌, “우리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평등하고 혁신적인 개념이다.”(p.28)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B=MAP’라는 공식을 제시한, <습관의 디테일>과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에 대해서도 ‘현실화’하는 과정 중에 도움을 주는 개념으로 등장한다. 그외에 짐 캐리가 2009년에 인터뷰했다는 에크하르트 톨레,라는 영성 분야의 작가도 작년에 그의 책을 읽었던 터라 내심 반가웠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의 6주간의 마음훈련에는 항상 ‘글쓰기’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신을 멀리 떨어져서 관찰할 때, ‘글쓰기’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미래의 자신에 대한 일기를 꾸준히 쓰는 것만으로도 저자가 강조하는 ‘현실화’에 꽤많이 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으며 늘 자신을 동기부여하려고 노력하는 분들중에 번아웃이 온 사람들이 읽었을 때 더 효과가 좋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보다

“나는 오랫동안 주변 환경이 내 삶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어떤 의미있는 변화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p.15)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슬픔의 늪에 가둔 사람들에게 더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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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홍콩배우 양조위 - 말보다 깊은 눈빛, 양조위의 삶·사랑·작품
주성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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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TV를 틀면 주윤발이 서툰 한국말로 “사랑해요, 밀키스”라는 광고가 흘러나왔고, 아저씨들은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트렌치코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 언니는 장국영 내한 콘서트에 다녀오며 화보집을 사왔다. 나는 친구들과 홍콩강시영화를 보곤했다. 강시영화가 지겨워질 때쯤, 아저씨들만 빌려보는 무협시리즈 책장에 다가가 똑같은 제목이 40개에 달려있던 , <의천도룡기1986> 1편을 빌려왔다. 아버지가 보던 ‘판관 포청천’과 비슷한 옷을 입은 배우들이 화면에 나왔고 그렇게 나는 양조위를 처음 보았다.

고등학교 때 방송반이었던 나는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마다 철 지난 디즈니나 고전영화의 OST를 틀었다. 그러다 극장에서 <중경삼림>을 봤다. ‘California Dreaming’과 ‘몽중인’이 흘러나오는 씬에서 OST의 역할을 이 영화로 처음 경험했다. 그렇게 나는, 그 당시 수많았던 왕가위감독의 팬 중 한 명이 되었다.

이 책, <마지막 홍콩배우 양조위>를 읽으며 왜 항상 그는 죽거나 남겨지거나 주변 인물들이 그를 떠날까,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1997년은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는 해였기에 그당시 홍콩영화에는 이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이 녹아있었다. 마치 내일은 없다는 듯이 식칼이나 권총을 들고 싸우는 느와르의 주인공들 역시 비슷한 의미로 다가온다. 왕가위의 페르소나라고 불리기도하고, 이 책에선 다른 여러 감독들에게 “양조위는 모네의 수련이기도 하고, 세잔의 사과이기도 하며, 고흐의 해바라기”(p.11)라는 양조위 배우는 홍콩, 그 자체였다. “영화는 다른 예술과 달리 침묵을 미학으로 만들고, 아무 행위도 하지 않는 것마저 이야기로 만든다.”(p.101) 라는 문장에서 ‘영화’를 ‘양조위’로 바꾸면 그의 연기양식을 설명하는 문장이 된다. 과장된 액션이나 폭발적인 감정 분출 대신, 절제된 몸짓과 수만 가지 감정을 담은 눈빛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전달하는 그의 연기는 홍콩이라는 도시가 처한 운명과 닮아있다. 그의 40년 연기 인생, 즉, <화양연화>의 1960년대부터 일국양제가 끝날 20년 후의 <2046>년까지, 왕가위 감독이 영화에서 다루었던 모든 시간대를 온몸으로 관통해낸, 홍콩을 한번도 떠나지 않은, 유일한 배우라는 리스펙트를 담은, 주성철 저자의 ‘양조위 평전’인 셈이다.

그리고 “확신의 주인공상”(p.75) 유덕화나, “한국광고 최초의 외국 연예인 TV CF 모델”(p.59) 이었던 주윤발, 장국영, 주성치와 같은 그 때의 홍콩배우들의 이야기는 덤으로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은 그가 나온 영화의 제목이 나올 때마다, 마치 어제의 일인 것처럼, 누구와 어디서 보았는지가 떠올랐다는 점이다. 오늘날의 넷플릭스가 줄 수 없는 추억이다. 나 역시 홍콩영화와 함께 나이를 먹었구나, 싶은 마음에 서걱거린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OST는 아직도 소장중인 <Happy Together>다. 가사 중, 후렴부분인 “I can't see me lovin' nobody but you for all my life. When you're with me, baby, the skies will be blue for all my life” 즉, “난 다른 누구도 필요없어 너만 있으면 돼. 네가 내 옆에 있다면, 하늘은 항상 파랄거야”

표지의 양조위는 이구아수 폭포가 쏟아지는 배경을 뒤로 하고 파랗게 서 있는 아휘의 모습이다. 아휘는 양조위가 가장 좋아하는 역할이었다고 한다. 은퇴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2046년까지 아직 홍콩에게는 남아있는 시간이 있다. 나는 양조위의 연기를 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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