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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러운 돌봄 - 잘 키우려 할수록 나빠지는 불행에 대하여
신성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3월
평점 :
신성아 저자의 전작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은 갑작스럽게 백혈병 진단을 받은 딸아이를 간병하며 쓴 책이다. 그 연장선으로 이번 책 <탐욕스러운 돌봄>은 저자가 아이를 돌보며 마주하게 된 사회의 어두운 골목들을 직접 아이의 손을 잡고 목도하듯 읽혔다. 책표지 왼편에는 더 위로 뻗어나가려는 나무들을, 오른편에는 다행히(!) 미운 오리 새끼가 되지 않았겠지만 물밑으로 쉴새없이 물갈퀴를 움직이고 있을 백조 무리를 담은 사진이 보인다. 잘못된 돌봄의 결과물을 직관적으로 표현하였다. 무한 경쟁과 능력주의 사회, 공교육의 현실, 다문화, 경기 신도시의 현실, ‘키즈’ 프리미엄이 붙은 ‘체험’학습, AI문제, 젠더와 학교 폭력까지. 아마도 내 아이보다 한 살 적은 아이의 엄마로 추정되는 저자의 이야기는 같은 엄마로서, 같은 여성으로서, 같은 딸아이 부모로서 많은 부분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침범할 수 없는 사적인 영역이 육아라고 생각해왔던 나였기에, 나름 친한 엄마들과도 나눌 수 없는 성역같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불편한 주제들이지만 응원하면서 읽어내려갔다.
제목의 '탐욕스러운‘은 사회학자 루이스 코저가 '탐욕스러운 제도(Greedy Institutions)'라는 용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나오미 거스텔과 나탈리아 사키시안이 ’탐욕스러운 결혼(Greedy Marriage)'이라는 용어로 심화시킨다. 결혼으로 너무 많은 감정적, 시간적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외부인과의 연결이 더 적다고 하는 개념으로 저자는 한국 사회의 양육 방식이 바로 이 '탐욕스러운 결혼'의 심화 버전이라고 본다. 그 결과는 아이가 이루어낸 성과로 계산하게 되고 이런 상황은 7세고시를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배경이 된다. 즉, 우리 가족만 잘 살면 된다고 하는 생각이 오히려 우리를 더 고립시키고 돌봄을 숨 막히는 노동으로 변질시킨다고 보았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챕터는 2부의 ‘감각하는 민주주의’였다.
“요새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공부할 때 4.19 혁명부터 시작한다.(...) 민주주의는 늘 무언가를 중단시키거나 생겨나게 하는데 효력을 발휘한다.(...) 선생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 학생들이 나서 지적하고 철회를 요구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더 가깝다.”(p.84)라고 한다.
그외에 ‘실패’라는 키워드도 인상적이다.
“그러므로 학교와 사회에서, 적어도 가정에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꼭 알려줘야 하는 것은 실패의 가능성이다. 성공을 격려하는 응원도 좋지만 ”자꾸 도전했다. 자꾸 실패했다. 상관없다. 또 도전하라. 또 실패하라. 더 잘 실패하라“라는 메시지도 중요하다. 패배하더라도 기꺼이 부딪치는 것, 낙오하거나 패배한 이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기회를 주는 것, 누구나 때에 따라 패배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감각하는 훈련이다.”(p.93)
“AI 에게 실패는 일상이다. 그래서 증강한다. 이제는 자주 실패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영원한 초심자로 남을 것이다.“(p.149)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시종일관 자유로서의 발전을 꾀할 때, 이를 위해 기술 독점과 불균형, 편향되고 불충분한 데이터를 바로잡으려 애쓸 때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주저 없이 챗지피티의 창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p.150)
이 실패라는 키워드를 아이에게도, 독자에게도, 이 사회에게도 권하는 저자는, 제목의 ‘탐욕’이 실패를 통한 역동적인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그래서 이 ‘탐욕이 향하는 활끝의 방향은 안이 아닌 밖을 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나만의 예술이자 모두의 책임인 양육’이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그이의 의견에 찬성한다. 우리사회가 그런 안전한 시스템이 되어야 아이가 나선형 계단을 차례 차례 스스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그저 “너라는 계단을 좇아”(p.167), “오래도록 조용히 아이를 바라볼”(p.156)수 있게 되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