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 | 5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인센디어리스
권오경 지음, 김지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은 ‘1장 윌’로 시작해서 ‘2장 피비’, ‘3장 존 릴’,이 세 명의 순서대로 이어져, 마지막 40장은 첫 장을 시작했던 윌의 이야기로 끝맺는다. 따라서 이 40장의 다이어리는 윌이 쓴 것으로 보인다. 신앙을 잃었던 윌, 피아노와 어머니를 잃은 피비, 그리고 북한 수용소 경험을 통해 신앙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주목하게 된 존 릴, 이 세 사람의 이야기는 이 소설에서 시한폭탄으로 제조된다.

‘incendiary’라는 단어는 ‘방화, 선동’ 이란 뜻으로 이 책의 원제 <The incendiaries> 라고 하면 ‘방화범들’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원제 단어 끝의 ‘diaries’라는 의미가 이 책의 40장 ‘일기’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이 이 챕터 40장을 읽는 동안 성경의 사순절이 갖는 상징처럼 고통 속에서 인물들의 부활(여기서는 갱생이란 단어가 더 적합하겠다)을 바라며 읽게 된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은 폭발이다. 아니 의도를 가진 폭발, 방화이다. 기독교에서 세례는 물로 행해진다. 윌이 신앙을 가지고 있었을 때 어머니의 세례식을 떠올리는 장면을 보면 물이 이 작품에서 신앙의 순수함을 나타낸다. 이에 반해 존 릴은 물 위에 떠 있는 기름과 같이 존재한다. 물과 붙어 있지만 섞이지 않으며 물을 밑에 두고 그 위에 분리되어 존재한다. 여기에 피비라는 도화선이 합쳐지자 완벽한 방화를 일으키고, 그래서 이 소설은 이 것을 목격한 윌의 간증처럼 읽힌다. 이렇게 서사면에서도 불을 지르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도 불을 질러버리는, 강렬한 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기 괴로웠다. 가독성은 좋지만 한 번에 읽어내기 힘들었다. 가뜩이나 개독교로 놀림받는 현 상황에서 이 작품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내가 화살에 잔뜩 맞은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 교회가 직면한 문제들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교회에서 주지 못하는 위로를 존 릴이 피비에게 주는 것을 보고 난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작가가 열 일곱에 신앙을 잃었다는 홍보 문구는 피비를 작가로 보이게도 했다. 하지만 나와 비슷했던 신앙경험은 대부분 윌에게 있었다. 읽고 나서는 피비보다 윌의 이야기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기까지는 기독교인으로서 읽은 감상문이다. 다시 객관적인 독자로 돌아가 글을 마무리하자면, 이 소설에서 컬트 종교(이단)의 테마도 크지만, 근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피비의 부모들과 현대에 태어난 피비와 줄리언 노의 세대의 고민들도 크게 다가왔다. 단순히 이단에 빠진 자에 대한 소설로만 치부하기에는, 빠지게 된 경위부터가 너무나도 한국적이었다.

맺으며..

인센디어리스라는 제목이 주는 상징, 세 명이 끌고 나가는 다성악 구성, 인물 내면의 이야기들이 주는 몰입감까지 이 소설은 굉장히 잘 쓰인 작품이다. 이 전에 접한 <파친코> 이민진 한국계 미국인작가와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권오경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굿모닝 해님
노석미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봤을 때는 <Goodnight, moon>, 마가렛 와이즈 브라운의 그림책이 떠올랐다. 이게 뭐야, 이야기도 없고 그냥 방 안의 모든 물건들에게 굿나잇 인사를 하는 이 그림책은? 잠을 청하기 위해 양을 세는 행위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으로 육아에 한창이던 미국. 그림책 산업은 발전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재우려는 부모들과 그림책 출판사의 합작품일테지. 이 그림책에 대해 이런 편견을 가지고 2023년 노석미 작가님의 <굿모닝 해님>을 펼쳐들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의 시대에 이 그림책은 무얼 담고 있을까 궁금해하며.

굿모닝, 겨울부터 가을까지 내 주변의 새싹과 나무의 꽃들이, 채소와 열매가 된다. 우리에게 달걀을 주는 닭, 우유를 주는 소(코를 핥고 있는 소의 혓바닥 디테일, 짱), 보리의 낟알들이 해님에게 굿모닝 인사하면서 눈코입이 생긴다. 사계절 내내 그 많은 초록이들과 동물들이 해님에게 인사를 했고 그래서 우리의 식탁은 풍성해졌다. 마지막 페이지의 해님은 모든 자연의 엄마로도 보인다(눈코입이 다 닮았다, 진짜다)

<굿모닝 해님>은 그 동안 마스크를 쓰고 서둘러 지나가느라 들여다보지못한 자연과 인사하는 책이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가족들과 나들이를 갈 것이다.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소풍도 갈것이다.  영문도 모른채 코로나를 겪어야했던 아이들, 특히 태어나자마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마주해야 했던, 작년에도 세 살이고 법이 바뀌어 올해도 세 살인 아이들에게, 이 책은 팬데믹으로 자유롭게 교감하지 못했던 자연들과의 새로운 인사이고,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과 대면의 시작을 알리는 선물이 될 것이다. 서로서로 유지해야했던 거리 따위는 집어치우고 자연에서 실컷 향기 맡고, 실컷 만져보고, 입안 가득 먹어볼 수 있는 자유를 누리기를.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키7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키의 역사가 곧 이 소설의 이야기. 테세우스의 배가 뭐가 중요하니? 완다와 비전에서 비전들은 이미 극복했다. 단 하나라는 진리는 이제 붕괴되었다. 삶과 죽음이 중첩된 슈뢰딩거의 고양이, 미키가 이제 미래의 우리 이야기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대가 가짜 과학에 빠지지 않는 20가지 방법 지식은 모험이다 25
마크 짐머 지음, 이경아 옮김 / 오유아이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은 가짜 뉴스, 즉 잘못된 정보나 오해할 만한 정보의 하위 범주에 속한다.(p.39)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에 이어 사이언스 리터러시까지 접근하게 해주는 책. 아이에게 권해볼까 잡았다가 내가 더 후루룩 빠져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주의 결투
마누엘 마르솔 지음, 박선영 옮김 / 로그프레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웃겼다.
인디언과 총잡이가 일부러 안싸우는 것 같았다.
싸울거면 딴소리안했을텐데

-초등2학년 딸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소감

실제역사가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같은 구름을 보고 살아가는 인간인데.
말들은 저렇게 적군과 아군을 나누지않고 사이가 좋은데.
인디언과 백인총잡이를 겁먹게 만든 물소들도 그저 그들이 서있는 물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을 뿐인데.
물소와 새는 저렇게 사이가 좋은데.
이 책에 그려진 인디언과 백인총잡이처럼 첨엔 낯설었지만..이들처럼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하룻밤이 주어진다면 밤에 서로 등은 돌리고 잘 지언정 그 전날 백주때처럼 서로 겨누고 있지는 않은, 그런 내일을 맞지 않을까?

라고 심각하게 읽은 엄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51 | 5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