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AI 시대를 산다면 - 2500년을 초월하는 논어 속 빛나는 가르침
김준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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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어쩌다 오공완 챌린지에 끼어 논어를 필사했다. 논어, 하면 엄청 고리타분하고 융통성없고 꼰대스러울 것만 같았는데 슬이를 향한 나의 잔소리보다 훨씬 간결해서 의외였다. 그리고 알쏭달쏭한 공자의 문장마다 따뜻한 인의예지가 듬뿍 담긴, 세상 다정한 책이었다. 이런 공자가 AI시대에 살고 있다면? 이분은 경쟁사회 속 우리나라의 속도와 AI 시대에 적응할 수 있을까? 왕 호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 책을 펼쳤다.

 

저자님의 다른 책<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 걸고 답하다>를 한 달 전에 읽은 터라 특히 더 반가웠다. 이 책에서는 조선시대의 책문을 짚으며 오늘날의 국가경영에 대해 논한 저자가 이번에는 공자를 AI 시대로 데려왔다. 공자는 철기가 등장하면서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던 때에 살던 인물이다. 철제 농기구를 사용하여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으나 문제는 정신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p.5)고 한다. 먹고 살기 편해졌으니 태평성대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고 나같은 백성 나부랭이는 생각했지만, 당시 권력자들은 더 많은 수확량을 갖기 위해 영토를 넓히는 전쟁을 해댔으니 백성들의 삶은 사지로 몰렸던 것이다.

공자의 고민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도덕적 가치관이 전복된 시대, 무한 경쟁이 강요되는 시대, 과정이나 동기가 아니라 오직 결과만이 평가받는 시대, 평화로운 일상이 위협받던 시대를 안타까워한 그는 평생을 바쳐 세상과 사람들을 구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구제라 해서 무슨 거창한 게 아닙니다. 공자가 지키고 회복하고자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사람됨이었습니다.

 

AI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는 오늘날 역시 공자의 시대와 다르지 않다. 인간이 아닌 AI가 인간같이 사고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성적으로는 더욱 완벽하다. 그럼 이제 자유에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지만 오히려 대체당할 것만 같은 불안감으로 기우는 우리 인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공지능이 따라오지 못할 인간다움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저자는 공자의 인의예지, ‘사람됨에 주목한다.

이 책은 총 5부로 1, ‘사람에서는 공자의 을 다룬다. 2부는 올바름’, ‘’, 3부는 관계’, 4부는 배움’, ‘그리고 5부는 인의예지를 제외한 에 대한 논어 문장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이 담겼다. 나는 2착한 거짓말은 없다에서 친절을 위한 거짓보다 솔직한 게 낫다는 부분을 읽으며 T?“를 떠올렸다. 호의가 당연한 것이 되어 서로 간의 신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공자가 우려했다고 뒤이어 쓰여있는 것을 보며 솔직한 성격에 대해 그저 MBTI와 같은 성향, 성격이라고 치부해온 못난 내 모습과 비교되었다. 3부의 사랑한다면 수고롭게에서 이라는 한자에 대해 새롭게 배우기도 했다. 가운데 중과 마음 심이 합쳐진 ’, 즉 진심이라고 여기서는 말하는데 듣기 좋은 말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잘못했으면 감싸지 말고 일깨워 주라는 거죠. (...) 진정으로 그 사람을 사랑하는 길이고, 진정으로 그 사람에게 충성하는 방법입니다.”(p.124).를 읽으며 요새 같으면 오지랖이 될 수도 있고 또 경청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사회에서 쉽지 않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외에도 AI에 대체되지 않는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는 유추가 중요하고 또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배우는 사람만이 공자가 말하는 사람됨을 갖춘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임을 강조한 저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로구나.

 

SNS에는 ChatGPT로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바꾼 프사가 도배중이다. 이 외에도 인스타에는 AI기술을 업무에, 공부에 이용하는 간단한 쇼트가 범람한다. 이 기능을 할 줄 모르면 마치 시대에 뒤처지는 것처럼 보이려는지 다들 열심이다. 하지만 그 전에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사람됨이란 어떤 것일지 이 책을 읽고 올바른 가치관을 갖는게 우선순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던져 주는 책, <공자가 AI시대를 산다면>이었다.

p.s 프롤로그에 저자가 종강 인사를 대신해 학생들에게 보낸다는 공자의 가상 편지는 꼭 읽어보시라.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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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의 역사문화수업 1 - 발효 이야기
이이화 원작, 박남정 글, 백명식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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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에 나오는 신기방기한 디저트에 꽂힌 슬이는 꾸덕한 그릭요거트쪽 쇼트가 나오면 나에게 와서 해달라고 조른다. 슈퍼푸드이자 슬로푸드로 각광받으며 디저트계의 인싸가 된 지중해식 요거트다. 반대로 외국에서는 된장, 고추장, 김치 같은 한국의 발효음식이 베이스가 된 한식이 핫하다. 6학년 슬이는 학교 국어시간에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논설문을 써보자는 수업을 듣고 왔다. 선생님께서 콩장이 우리나라 원조의 발효음식이라는 것을 알려주셨다고 이야기하길래 “내가 얘기했던 그 책에 그 이야기가 나온다규”라며 책을 권했다. 콩이 만주와 우리나라 지역이 원산지라고, 식초도 발효음식인거 아냐고, 석유에서도 식초를 뽑아낸다고 이 책에 있는 지식을 뽐내자 슬이는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펼친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 전통 발효음식 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풍속과 생활에 얽힌 이야기들이 함께 나온다. 콩장에 대해서는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왔다가 돌아가서 쓴 책들에 메주를 보고 성벽을 쌓는 돌처럼 만든다고 써놓은 부분도 재미있었고 술, 식초, 젓갈 등 세계의 인류문명 속에 스며들어있는 발효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나는 개인적으로 빨간 김치에 대해 궁금함이 있었다. 고추가 임진왜란 이후에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그래서 그 전에는 백김치를 먹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란 이후로 빨간 김치를 먹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본 사람들이 조선사람들을 독살하려고 고추를 유입했는데 독성을 이겨내고 빨간 김치를 주식으로 먹는 강한 민족이었다카더라는 이야기가 팩트인지 아닌지에 대해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나서야 아하! 하게 되었다. 이 책의 에피소드들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고서에서 증명된 이야기들라 고증에 신뢰성이 간다. 


“고추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는 만초, 남만초, 번초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어. ‘만’이나 ‘번’은 모두 ‘남쪽 오랑캐’를 뜻하는 말이야.(...) 고추에 대한 기록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책은 이수광이라는 실학자가 쓴 <지봉유설>(1614년)이야. (...) ”남만초는 강한 독이 있는데 처음 왜국(일본)에서 들어왔다. 그래서 속된 말로 ‘왜 개자’라고 하였다. 때로 술집에서 그 맹렬한 맛을 이용하여 간혹 소주에 타서 팔았는데 이를 마신 자들 대부분이 죽었다.“ 고추에 독이 있다고 하고 고추를 먹고 죽은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니”(pp.94~96)


죽긴 죽었구나. 하지만 매워서 죽은건지 술을 많이 마셔 죽은건지는 객관적으로 따져봐야겠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온 것은 1592년 임진왜란 때이고, 고추가 널리 재배되어 김치에도 고춧가루가 쓰인 것은 그보다 훨씬 뒤인 18세기부터거든요. 배추도 18세기가 되어서야 중국으로부터 씨앗을 들여와 심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먹는 것과 같은 배추김치는 20세기에 들어서야 담그기 시작했답니다.”(p.153) 


배추는 영어로 차이니즈 캐비지라고 하니 원산지가 중국일 것 같긴 했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고추의 맹렬한 맛 때문에 잘게 썰어 술안주로 먹거나 고추씨를 소주에 타서 먹는 정도였다고 이 책에 쓰여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불닭볶음면 챌린지처럼 주막에서 매운 걸 잘 먹는다고 허세 부리는 선비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덴마트에서는 불닭볶음면이 수입금지되기도 했으니 충분히 고추의 매운맛이 가진 위험성을 이해할 것만 같다. 


2013년 김장에 이어 2024년 12월, 콩으로 된장과 간장을 만드는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우리의 조상들이 만들어온 건강한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하기 좋은 책이다. 이렇게 밥상머리에서 아이와 함께 이야기할 거리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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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지 않는 공부법 - 모든 시험을 뚫는 합격 필승 공식
손의찬(메디소드)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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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지 않는 공부법
모든 시험을 뚫는 합격 필승 공식


공부법을 알려주는 유투버 메디소드의 공부법 노하우를 담았다. 저자는 공부법 덕후로 수많은 공부법 책을 보며 수능을 준비했고, 의대에 입학해서는 입에 붙지도 않는 의학단어를 암기해야 하는, 수능과는 또 다른 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공부법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공부법계의 <수학의 정석>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집필”(p.5)했다.

나는 외우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제목에 혹했다. “대치동 영어학원 내부고발자‘라는 유투브를 종종 보는데 주로 영어책을 읽히고 쓰는 커리큘럼으로 학원을 운영하시는 분이다. 이분들이 주구장창 이야기하는 내용이 ’단어암기 안해도 된다‘인데 이 영상을 보면서 과연 이게 수험생 영어로서 가능할까, 단어를 외우는 스트레스 없이 영어공부를 할 수 있으니 학부모로서 혹하는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이 분들이 하는 이야기의 포인트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책 1장에서는 넓은 의미에서의 공부와 좁은 의미에서의 공부를 먼저 이야기한다.

“공부를 잘하려면 ‘지식 습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지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책을 엉터리로 읽으면, 동기부여 영상을 보고 공부 시간을 늘려도 소용이 없다. 공부는 공부를 잘하는 방법 그 자체에 집중할 때 가장 큰 효율이 난다. 공부의 본질은 넓은 공부법이 아니라 ‘좁은 공부법’, 즉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에 있다.”(p.42)

넓은 공부법이 쓸데 없다는 것이 아니라 동기부여, 시간관리 멘탈 관리 측면에서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공부법이다. 좁은 의미는 지식습득을 위한 직접적인 공부법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초등학생은 고3수험생까지 시간이 있는 편이고 그렇다면 굳이 단어암기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외우다가 번아웃이 오기보다는 꾸준히 책과 예문을 통해 단어를 접하며 스며드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넓은 의미에서의 영어단어 공부법을 이야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좁은 의미의 공부법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룬다. 특히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시험 성격에 따라 어떤 공부법을 채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앞부분에서는 목차의 순서도까지도 상세하게 그려놓았다. 대부분의 공부법이 넓은 의미에서의 공부법을 다뤘다면 이 책은 좁은 의미에서의 공부법으로 승부하겠다는 저자의 자신감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모범생 특유의 처음부터 끝까지 정석대로 하려는 공부습관을 버리고 자신만의 효율적인 순서를 찾으라는 조언이었다. 이것은 저자가 제시하는 공부의 세가지 원리, 목적감각, 순서감각, 능동감각 중 두 번째에 해당한다. 순서감각이 있어야 시간도 줄일 수 있고 번만큼의 시간이 다른 수험자와의 격차를 만든다. 물론 세 번째 능동감각도 수험자에게 꼭 필요한 원리이다. 이 부분에서는 인강이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에 새삼 놀랐다. 3장부터 5장은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공부를 조각을 깎는것에 비유하는데 주어진 지문을 읽으며 추론하는 능력과 암기를 위해 범주화하는 과정에서의 꿀팁이 담겼다. 주변에 큰 시험을 준비하는 분에게 책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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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모든 공이 좋아! 도넛문고 12
이민항 지음 / 다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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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중학교 야구부의 여자선수 오희수와 이태진은 영혼의 배터리(포수와 투수)라 불린다. 우리나라 최초, 여자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은 희수는 속구에 자신있기에 130킬로미터의 강속구의 공 던지기를 꿈꾸는 투수다. 롤모델인 진종현 선수와 같은 운동 루틴을 저녁마다 반복하는 열정 투수다. 도지사배 전국 야구대회 전날, 포수 태진이 희수의 루틴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희수는 뼈있는 치킨을 먹어야 하는 징크스가 있지만 아빠가 순살을 시켰고 마법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야 하는데 엄마는 걸레로 만들어서인지 대회 당일, 첫 공을 던지는데 어깨에서 뚝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1년을 재활하는 사이 겨레중 야구부는 없어지고 태진은 야구를 그만둔다. 재활 후 돌아온 희수에게 이전 감독님은 중왕중을 추천한다. 이곳에서 강속구를 던지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영혼의 친구 태진과 관계도 끊어지고 자신있던 속구는커녕 제구력까지 다 잃은 희수와 그만두더라도 유종의 미를 거둬야 되지 않겠냐는 엄마의 말에 어쩔수없이 중3 2학기 대회에 참가하는 대윤이 보조 배터리로 함께 하는 내용이다.

이 둘은 정말 다르다. 희수는 대윤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대윤은 “어차피 희수가 원하는 건 자신만의 방법대로 열심히 하는 거니까.”(p.58)라며 강요하지 않는다. 희수는 열정이 있는 만큼 고집도 세다. 그 고집이 늘 좋게 작용하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 말도 안되는 루틴과 징크스는 철저히 지키려고 주변 사람을 닦달하면서도 희수를 가장 잘아는 포수였던 태진과 대윤의 조언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이 포수들은 잘하고 싶은 희수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꺾지 않으려 한 것일테지만만 이런 독불장군 같은 모습은 결국 어깨 부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한편 대윤은 학교에서 선수생활은 하면서 피아노로 전공을 바꾸기 위해 레슨을 받는 중이다. 엄마가 들려주는 쇼팽의 곡 중 연습곡 10-3번 <이별의 노래>를 들으며 건반사이에 채워지지 않는 곳에 조국, 폴란드를 향한 그리움과 애달픔, 외로움 등등이 스며있음을 느끼며 희수의 공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챈다. “꾸물대는 공기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채워 넣으면, 공은 다채로움 안에서 흔들릴 것이다. 공기를 주무르는 그런 공을 던진다면 어떨까?”(p.82) 그래서 늘 강속구만 던지려는 희수에게 너클볼을 연습하자고 제안한다. 너클볼은 나비처럼 나풀나풀, 한들한들 포수를 믿고 던지는 공이다. 이 공을 연습하는 둘에 대해 작가는 “글러브를 잠자리채처럼 쥐고 두 사람은 계속 나비를 쫓았다.”(p.93) 라고 묘사한다. 나는 이 부분이 참 좋았다. 이들이 즐기고 사랑하는 야구가 마치 나비를 쫓는 순수한 마음과 연결되어 보여서. 그렇게 메인 배터리는 아니지만 보조 배터리로서 이 둘은 합을 맞춰나간다.

“‘보조’라는 게 처음 들었을 땐 ‘메인’이 아닌 ‘서브’란 뜻만 있는 줄 알았는데, 서로 모자란 것을 보태어 돕는다는 뜻이 있대.”(pp.131-132) 야구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배터리, 그리고 야구팀 전원과 함께 하는 종목임을 희수는 이 말을 대윤이로부터 들으며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보조더라도 언젠가 메인에 설 희수가 보인다.

모두가 1등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는 항상 승자가 존재한다. 이 책에서 희수와 태진은 그런 완벽한 진종현 선수를 롤 모델로 야구를 해왔다. 하지만 승자의 자리에 왕처럼 앉아있던 진종현 선수마저 음주운전으로 선수자격을 박탈받는다. 1등 실력을 가졌더라도 선수의 기본 인성이 뒷받침 되어있지 않다면 작은 실수로도 모든 것을 잃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인물이다. 대윤의 엄마도 마찬가지다. 유명 피아니스트였으나 음주운전 차에 치여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를 겪고 지금은 동네 피아노 교습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야구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멋진 엄마다. 이런 엄마 밑에서 자랐기에 6년동안 전념해온 야구를 접고 피아노를 시작할 수 있는 대윤이다. 그리고 열심히 해온 모습 그대로 피아노 역시 몰입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두 중학생을 보며 항상 이기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고. 다치기도 하고 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가 올것이라고. 하지만 너무 늦게 발견한 것이 아니니 불안해하지 말라고. 너희는 아직 중학생이고 미래는 많이 남았다고, 그래서 <너의 모든 공이 좋아!>라고 외쳐도 되는 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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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고양이 소피 - 동화로 읽는 철학
차이즈친 지음, 마오실리우 그림,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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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인 필로. 최근 누군가가 자신을 쫓아노는 것만 같다. 그저 상상에 불과한 걸까, 고민하던 중, 수의사 아빠는 길고양이를 집에 데리고 온다. 아빠 말로는 이 고양이가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지 않았는데 필로의 품에는 쏙 안긴다.

그런데 이 고양이 범상치 않게 생겼다. “털 색깔은 대부분 하얀색인데 정수리 양쪽으로 검은 털이 한 뭉치씩 나 있어서 대머리처럼 보이는데다 입 주변에도 검은 털이 콧수염이 나 있어서 고양이라기보다는 고생을 많이 한 대머리 할아버지 같았다.”(pp.12-13) 철학 고양이 소피의 외양이다. 나이든 철학자를 상상하면 다들 이런 머리를 상상하려나, 나는 사실 소크라테스보다 빽투더퓨처의 박사님을 떠올리긴 했다.

4월 22일 일요일 친구인 태오의 생일날, 태오가 퍼즐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물로 퍼즐을 준비하고 함께 맞춘다. 빨간색과 초록색 퍼즐을 구별하지 못하는 태오의 비밀을 듣고 “나와 세상이 다르게 보이다니!” 라는 질문을 갖게 된다. 이후 4월 22일은 계속 반복된다. 똑같은 날이 8번 지나서야 철학 고양이 소피는 “네가 철학적 사고를 끝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이 그날에 머물러 있는 거야.”(p.27)라고 이야기해주며 그렇게 소피의 눈을 통해 철학 세계로 로그인하는 필로. 그 곳에는 원형 탁자 위, 9개의 꺼진 등이 있다. 벽을 따라 셀 수 없이 많은 문이 있다. 그렇게 소피는 필로가 궁금해하는 질문의 대답을 해 줄, 플라톤의 동굴이 있는 문으로 인도한다. 이런식으로 질문이 생길 때마다 필로는 소피와 이 철학의 세계로 향한다. 그리고 궁금증을 해결할 때마다 탁자위에 놓인 지혜의 등이 켜진다. 필로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방출하는 정신 에너지를 먹는 소피는 오동통 살찌기 시작한다.

플라톤, 브루노, 데카르트, 퍼트넘,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토머스 네이글, 칸트, 사르트르, 롤스, 데오게네스, 에피쿠로스, 카뮈, 소로, 러셀 등 고대부터 현대의 철학자들까지 다양하게 등장한다.

아빠는 술 왜 마셔요? 담배를 왜 피워요? 라고 묻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집에 데려왔던 검은 고양이의 죽음, 그리고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은 필로를 철학의 방으로 이끈다. 소피는 죽음에 관한 철학을 했던 소크라테스와 토머스 네이글을 소개한다.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유인 줄로 아는 아이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이 책을 쥐어줘야 한다. 수두를 앓아 격리기간을 겪게 되는 필로는 자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렇게 칸트를 만난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던질법한 질문들과 그에 맞는 철학가들의 이야기를 쉽게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롤스의 무지의 장막을 이렇게 쉽게 설명가능한 것이었구나에 대해 새삼 놀랐다. 센델 선생님... (또, 공산권의 중국인 저자라 그런가 더 자신있게 설명하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또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이 책도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읽다보면 필로+소피가 보여주는 이 케미에 퐁당 빠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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