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p. 50
디안은 질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없었다면 엄마가 아빠를 사랑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그 외의 것에 관해서는 어떻게든 엄마를 이해해 보려고 애썼다.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온갖 자질을 갖춘 여신이 어떻게 그리 천박하게 굴 수 있겠는가?

● p.62
디안이 할머니에게 자신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누나에게 <엄마가 셀리아를 코코넛 케이크처럼 먹어 치우는 것을 막기 위해> 집에 남겠다고 선언했다.

● p.70
그녀는 결국 아빠와 남동생조차도 그 부류에 속한다고 여겼다. 아빠는 엄마의 태도에서 병적인 것을 전혀 보지 못했고, 남동생은 거기에 적응했으니까.

✍ 작가는 나쁜 엄마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마리'라는 인물을 만든 것일까?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게 된 그녀는 세 번째 아이에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고 사랑을 퍼붓는다.  자신의 엄마인 마리를 여신이라 칭하며 그녀의 자신에 대한 삐뚤어진 행동을 합리화하며 이해하려 했던 디안은 세 번째 아이 셀리아를 대하는 엄마의 행동을 통해 사실을 직시하게 된다. 그냥 마리는 아무 이유없이 디안을 질투하고, 미워하고, 싫어했던 것이다.  

사실을 깨달은 디안은 마리 주변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거부하고 그런 디안의 선택을 너무도 쿨하게 받아들이는 엄마 마리와 아빠 올리비에. 당연히 마리는 디안의 존재가 거추장스럽게 느끼니 디안의 선택을 받아들였다치더라도 아빠 올리비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알 수가 없다.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 자신의 가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도 못하니 말이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광유년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p.16
비가 오는 것처럼 죽음은 1년 내내 주룩주룩 산싱촌에 내렸고 무덤은 비 온 뒤의 버섯처럼 왕성하게 자랐다. 묘지를 새로 덮은 흙의 냄새와 진하고 선명한 붉은 색깔이 봄부터 여름까지, 또 가을부터 겨울까지 1년 사계절 내내 산마루 위에서 톡톡 소리를 내며 흘러내렸다.

● p.30
이 마을에서 쓰마란이 황제라면 두바이는 재상이고, 쓰마란이 대장군이라면 두바이는 대장군 휘하의 참모였다. 두 사람은 묵계에 따라 함께 일을 도모했지만 모든 것이 천의무봉이었다. 게다가 쓰마란이 두바이의 누이동생 두주추이를 아내로 맞게 되자 마을 사람들은 두바이의 입만 보고도 곧 쓰마란의 의중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작품은 서른아홉 살의  마을 촌장인 쓰마란의 죽음으로 부터 시작한다.  그가 살고 있는 마을 산싱촌의 사람들은  목구멍이 아프기 시작하면 죽음으로 직행하는 희귀한 병으로 대부분 단명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죽음이 오기 전 죽음이 오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자신만의 비책으로 약초를 달여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음의 징조가 보이면 시내로 나가 수술을 받는 사람도 있다. 특히나 마을에서 중요한 사람이었던 촌장 쓰마란의 목구멍 병은 마을의 안위를 위해 모두에게  중대한 일이 된다. 그의 죽음의 시간을 늦추기 위해선 병원에 입원하기 위한 돈이 필요했으므로, 쓰마란의 형제는 시내로 피부를 팔러나가지만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아  빈 손으로 돌아온다. 중국의 또다른 소설 [허삼관매혈기]가 생각났다.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팔고, 피를 파는 중국인들의 모습에서 섬뜩함과 기괴함을 넘어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결국 목구멍 병을 수술하기 위한 돈은 쓰마란의 정부인 란쓰스가  시내에 나가 인육을 팔며 해결된다.   쓰마란과 남은 여생을 함께 사는 조건으로 이루어진 약속이지만 그것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일광유연 #옌롄커 #자음과모음 #리딩투데이 #서평도서 #중간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핏빛 자오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8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p. 73
이제는 늑대들이 뒤를 따랐다. 노란 눈의 거대한 늑대가 창백한 얼굴로 우아하게 종종걸음치거나 이글거리는 열기 속에 웅크리고 앉아, 그들이 정오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러다 다시 움직였다. 성큼성큼 뛰고, 가만가만 다가들고, 기다란 주둥이를 땅에 박은 채 옆걸음질하고, 저녁에 늑대는 모닥불 주위에서 달라진 눈을 깜박였다. 새벽에 서늘한 어스름 속에서 군인들이 말에 오르자 뒤에서 으르렁대며 우적우적 씹는 소리가 들렸다. 늑대들이 고기 조각을 찾아 야영지를 약탈한 것이다.

● p.101
이윽고 그가 살짝 상체를 숙였다. 새끼 양은 산에서 길을 잃고 울지. 때로는 어미가 오기도 하고 때로는 늑대가 오기도 하지. 그가 씩 미소 짓더니 칼을 들어 칼집에 되넣고는 민첩하게 말머리를 돌려 뒤쪽의 말들 사이로 나아갔다.

● p.154
그런데 왜 안 달아나고 가만히 있었대?
나도 같은 질문을 했지.
뭐라던?
나한테 되묻던걸. 어디로 달아나겠냐고.

● p.177
결국 이들 두 무리는 자정의 고원에서 헤어져 서로가 온 길을 되짚어 나아갔다. 여행자란 으레 다른이가 이미 걸어간 길을 끝도 없이 가야 하는 운명이기에.


✍ 죽음의 냄새를 맡는 늑대들이 쫓는다는 것은  소년의 무리에서 죽어나가는 사람이 매번 발생한다는 것이다. 주인없는 땅을 차지하기 위해 무리에 합류했던 소년은, 이젠 인디언 가죽을 벗기는 일을 하게 된다. 고향을 떠나 타인들의 땅을 헤매는 백인들, 스페인어를 하는 멕시코인들, 백인들의 머리가죽을 벗기는 인디언들...피가 낭자하고, 도망가고 쫓고, 쫓기며, 시체가 여기저기 페이지마다 널부러져 있어 잔인함에 대한 감흥이 무뎌진다. 다양한 폭력과 자극 속에 사는 이들이  느낄 무력감, 막막함이 느껴졌다.

성소, 독실한 신자, 초라한 하느님의 선민 등의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툭툭 튀어 나올 때마다 의도를 찾게 되지만 해석이 어려워 읽어나가기가 힘들다. 코맥 매카시의 작품은 읽기 어렵다는 사람들의 평을 접하고 읽기 시작해서 일까?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p. 37
디안이 <질투>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었을까? 어쨌거나 그녀는 그게 어떤 건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말을 희소식으로 받아들였다. 엄마가 그녀에게 사랑을 보여 주지 못하게 막는 것은 바로 질투였다. (...) 악의와 분노가 뒤섞인 표정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갉아먹었다. 그 상태가 얼마간 지속되었고, 그녀는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 p.43
마리는 행복한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보다 여건이 안 좋아 보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복을 가시하고 싶어 했다.

✍ 대부분의 것들은 겉과 속이 많이 다르다. 특히나 [너의 심장을 쳐라]속 마리는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르다.  마리는 아름다운 외모에 덜떨어진 자아를 가졌다. 작품에서 서술된 그녀는 혐오스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우린 그런 혐오스러운 사람들의 번지르르한 겉모습만 보고 그들에게 현혹된다.  실제로 마리 같은 사람들은 존재할 것이다. 세상이 자신을 위주로 돌아가지 않으면 참아내지 못하는 나르시스트들 말이다. 그런 그녀에게 아름다운 자신의 아이 디안은 돌보고, 사랑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경계해야할 '질투'의 대상이 된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마리가 싫어진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가 흐르는 곳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티븐 킹' 이 돌아왔다. 우리의 이야기꾼이 돌아왔다. 넘치는 상상력으로 섬뜩하면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티븐 킹. 우리가 그의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는 그가 구현해내는 작품 속 인물들의 삐뚤어진 욕망이 우리의 다양한 모습 중 한 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또한 모두가 한 번쯤 머리 속으로 상상했던 오싹했던 것들이 문장으로 재현되어 춤을 추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피가 흐르는 곳에』는 총 4편의 중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다른 매력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첫 번째 작품 [해리건 씨의 전화기]는 그의 초기작 [스탠바이미]를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다. 작은 마을에 재력가 해리건 씨가 말년을 보내기 위해 도시에서 오면서 꼬마 크레이그는 주급 25달러로 매일 일정한 시간에 책을 읽어주는 일거리를 해리건 씨로부터 얻게 된다. 해리건 씨는 주급 이외에도 크레이그에게 매년 기념일에 복권을 보냈는데, 어느 날 복권은 당첨이 되고, 크레이그는 해리건 씨에게 감사의 뜻으로 아이폰1세대를 선물한다. '물건을 소유하는 것은 자신을 족쇄로 채우는 것' 이라고 했던 해리건 씨는 우리도 잘 알다시피 스마트폰의 마력에 빠진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그 물건은 그를 놓아주지 않게 된다. '스탠 바이 유어 맨' 이 벨소리로 되어 있는 아이폰1세대는 크레이그보다 해리건 씨에게 더 소름끼치는 물건이었을 것 같다. 그의 마지막 문자 'STOP'이 나에겐 처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해리건 씨의 아이폰 1세대 처럼 '나를 잠식해 버리는 것'이 과연 무얼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은 전염병 코로나19가 나의 일상을 잠식하는 존재이다. 코로나 19는 예상치 못한 장소와 시간, 대상으로 인해 나의 생활 반경은 물론, 나의 의지와 노력까지도 의미없게 만들어 버렸다. 다가오는 것들을 마주하지 않고 거부하는 것도 시대착오적이다. 또한 그것들에 잠식되지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

두 번째 작품 <척의 일생>은 장르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잔잔한 감동으로 마무리된다. 전 세계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대규모 지진과 재앙으로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와중에, 마티는 뜬금없이 광고판에 뜬 '39년 동안의 근사했던 시간! 고마웠어요, 척!' 이라는 문구를 보게 되고, 이후 그의 눈에 닿는 곳곳에 이 문구가 등장하게 된다. 처음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읽어나갔다. 지구 종말의 날이 온 것 같은 상황 속에 이곳 저곳,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광고 '고마웠어요, 척!' 은 다양한 궁금증을 유발했다. 도대체 척이 누구야? 사이비 집단 교주인가? 세상을 정복하려는 목적으로 모든 것을 차단한 것이 저자일까?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왜 3막부터 시작인거야? 다양한 의문과 괴상함은 마지막 1장을 읽으며 따뜻한 먹먹함과 함께 역시 '스티븐 킹' 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척이 인생의 굴곡이 심하거나, 큰 전환점없이 살았다하더라도,인생의 끝은 그를 포함해 그의 주변 모두에게 '인류의 종말' 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종말이 다가오지는 않는다. 우리는 또 그렇게 살아간다.

세 번째 작품 <피가 흐르는 곳에>는 4개의 작품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며 작품의 제목이기하다. 이전 킹의 작품 [미스터 메르세데스]에 등장하는 인물인 홀리와 제롬이 재등장 한다. 탐정사무소인 파인더스 기퍼스의 소장 홀리 기브니는 중학교에 설치된 폭발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는 뉴스를 접한다. 현장 소식을 전하던 체트 온도스키라는 기자를 화면 속에서 바라보던 홀리는 그가 알 수없는 미지의 힘을 지닌 존재 '이방인'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방인'이라는 설정과 '이방인' 이라는 존재가 기괴하게 느껴졌다. '피가 흐르는 곳에' 는 공포와 상실감이 감돈다. 그곳에 존재하는 감정을 흡혈하며 살아가는 존재 '이방인'. 홀리는 우리도 그런 존재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사건의 현장 속 피가 낭자한 공간과 그 공간 속에서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의 얼굴을 흥분하며 마주하는 우리 모두가 '체트 온도스키'의 얼굴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타인의 고통을 통해 자신의 안정감을 확인하는 인간이 가진 원초적 잔인함을 마주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또한 스티븐 킹이 뉴스 속 사건 사고를 접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딜레마이기도 할 것 같다.

마지막 네 번째 작품 <쥐>는 창작을 해내는 킹 본인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겸업 작가 드류 라슨에게 단편 작업은 쉬우나 장편은 넘어야 할 산이었다. 드류가 장편 창작을 위해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아버지의 통나무 집으로 홀로 들어가 작품 속 상황을 구상하고, 단어를 나열하고, 가장 적절한 단어를 배치하여 문장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힘겨워 보였다. 힘겨움을 넘어 측은해 보이기 까지도 했다. 그런데도 장편을 포기하지 못하는 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듯한 그의 글쓰기는 결국 '쥐'의 음흉한 제안을 불러온다. 쥐의 제안은 그에게 장편완성의 기쁨을 안겨주지만 ,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마주하게 한다. 모두의 주목을 받는 작가로서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와 창작의 고통 속에서 괴로운 킹 본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역시 '스티븐 킹'임을 재확인했다. 피만 낭자하여 불쾌감을 유발하는 문장들이 아닌 우리의 삐뚤어진 모습과 잊고 있던 따뜻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글들이 좋다. 킹 스스로가 장편에 대한 갈증이 있겠지만 난 그의 중단편들이 좋다. 노년에 접어든 작가의 짧지만 여운이 긴 멋진 중단편들을 오래도록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로 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피가흐르는곳에 #스티븐킹 #황금가지

#리딩투데이 #리투미스터피맛골 #서평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