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자오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8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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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73
이제는 늑대들이 뒤를 따랐다. 노란 눈의 거대한 늑대가 창백한 얼굴로 우아하게 종종걸음치거나 이글거리는 열기 속에 웅크리고 앉아, 그들이 정오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지그시 응시했다. 그러다 다시 움직였다. 성큼성큼 뛰고, 가만가만 다가들고, 기다란 주둥이를 땅에 박은 채 옆걸음질하고, 저녁에 늑대는 모닥불 주위에서 달라진 눈을 깜박였다. 새벽에 서늘한 어스름 속에서 군인들이 말에 오르자 뒤에서 으르렁대며 우적우적 씹는 소리가 들렸다. 늑대들이 고기 조각을 찾아 야영지를 약탈한 것이다.

● p.101
이윽고 그가 살짝 상체를 숙였다. 새끼 양은 산에서 길을 잃고 울지. 때로는 어미가 오기도 하고 때로는 늑대가 오기도 하지. 그가 씩 미소 짓더니 칼을 들어 칼집에 되넣고는 민첩하게 말머리를 돌려 뒤쪽의 말들 사이로 나아갔다.

● p.154
그런데 왜 안 달아나고 가만히 있었대?
나도 같은 질문을 했지.
뭐라던?
나한테 되묻던걸. 어디로 달아나겠냐고.

● p.177
결국 이들 두 무리는 자정의 고원에서 헤어져 서로가 온 길을 되짚어 나아갔다. 여행자란 으레 다른이가 이미 걸어간 길을 끝도 없이 가야 하는 운명이기에.


✍ 죽음의 냄새를 맡는 늑대들이 쫓는다는 것은  소년의 무리에서 죽어나가는 사람이 매번 발생한다는 것이다. 주인없는 땅을 차지하기 위해 무리에 합류했던 소년은, 이젠 인디언 가죽을 벗기는 일을 하게 된다. 고향을 떠나 타인들의 땅을 헤매는 백인들, 스페인어를 하는 멕시코인들, 백인들의 머리가죽을 벗기는 인디언들...피가 낭자하고, 도망가고 쫓고, 쫓기며, 시체가 여기저기 페이지마다 널부러져 있어 잔인함에 대한 감흥이 무뎌진다. 다양한 폭력과 자극 속에 사는 이들이  느낄 무력감, 막막함이 느껴졌다.

성소, 독실한 신자, 초라한 하느님의 선민 등의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툭툭 튀어 나올 때마다 의도를 찾게 되지만 해석이 어려워 읽어나가기가 힘들다. 코맥 매카시의 작품은 읽기 어렵다는 사람들의 평을 접하고 읽기 시작해서 일까?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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