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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유년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평점 :

● p.16
비가 오는 것처럼 죽음은 1년 내내 주룩주룩 산싱촌에 내렸고 무덤은 비 온 뒤의 버섯처럼 왕성하게 자랐다. 묘지를 새로 덮은 흙의 냄새와 진하고 선명한 붉은 색깔이 봄부터 여름까지, 또 가을부터 겨울까지 1년 사계절 내내 산마루 위에서 톡톡 소리를 내며 흘러내렸다.
● p.30
이 마을에서 쓰마란이 황제라면 두바이는 재상이고, 쓰마란이 대장군이라면 두바이는 대장군 휘하의 참모였다. 두 사람은 묵계에 따라 함께 일을 도모했지만 모든 것이 천의무봉이었다. 게다가 쓰마란이 두바이의 누이동생 두주추이를 아내로 맞게 되자 마을 사람들은 두바이의 입만 보고도 곧 쓰마란의 의중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 작품은 서른아홉 살의 마을 촌장인 쓰마란의 죽음으로 부터 시작한다. 그가 살고 있는 마을 산싱촌의 사람들은 목구멍이 아프기 시작하면 죽음으로 직행하는 희귀한 병으로 대부분 단명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죽음이 오기 전 죽음이 오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자신만의 비책으로 약초를 달여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음의 징조가 보이면 시내로 나가 수술을 받는 사람도 있다. 특히나 마을에서 중요한 사람이었던 촌장 쓰마란의 목구멍 병은 마을의 안위를 위해 모두에게 중대한 일이 된다. 그의 죽음의 시간을 늦추기 위해선 병원에 입원하기 위한 돈이 필요했으므로, 쓰마란의 형제는 시내로 피부를 팔러나가지만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아 빈 손으로 돌아온다. 중국의 또다른 소설 [허삼관매혈기]가 생각났다.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팔고, 피를 파는 중국인들의 모습에서 섬뜩함과 기괴함을 넘어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결국 목구멍 병을 수술하기 위한 돈은 쓰마란의 정부인 란쓰스가 시내에 나가 인육을 팔며 해결된다. 쓰마란과 남은 여생을 함께 사는 조건으로 이루어진 약속이지만 그것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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