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친구 1 스토리콜렉터 95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박아람 옮김 / 북로드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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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권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그 중 1권을 우선 읽었다. 1권만 559쪽에 64챕터로 구성된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분량에 압도되지만 몰입감이 높은 문장들로 가독성이 좋은 작품이었다. 자유롭고, 감각적이었던 영화 <월플라워>을 쓰고 만들었던 그가, 감동적이었던 영화 <원더>의 감독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두 편의 영화만으로도 작가가 추구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 듯하다. [보이지 않는 친구]는 방황하고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삶의 방향과 따뜻함을 선사하고픈 작가 스티븐 크보스키가 <월플라워>를 쓰고 20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라고 한다.

폭력을 일삼던 애인으로 부터 완전히 멀어지기 위해 케이트 리스는 아들 크리스토퍼와 함께 야반도주를 하고 '미션스트리트'라는 숲에 둘러싸인 소도시 '밀그로브'에 정착한다. 아이는 이전부터 앓던 난독증으로 새로운 학교에서도 힘겹다. 그러던 어느 날 하교 후 학교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크리스토퍼는 연기처럼 사라져 엿새 후 숲에서 발견된다. 외상 없이 멀쩡하게 발견된 크리스토퍼는 그동안 자신을 힘겹게 했던 난독증이 사라진 걸 알게 된다. 게다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겹던 모자에겐 복권 당첨이라는 행운까지 겹쳐 거처할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숲에서 살아 돌아온 후 아이는 자신을 구한 '착한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를 위해 숲에 나무집을 만들며 상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혼돈한다. 아이가 발견 된 숲에서 생매장된 뼈가 발견되며 숲은 점점 더 기괴하고 미스테리해진다.

우리가 두려움을 삼키지 않으면, 두려움이 우릴 삼킬 거야.

[보이지 않는 친구-1/ p.208}

두려움이란 무서워하거나, 불안해 하는 마음이다. 하얀 비닐봉지의 외형으로 아이에게 뱀같은 여자에 대해 경고하는 '착한 아저씨'는 두려움을 삼키기 않으면, 두려움이 우리를 삼켜버릴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에겐 '착한 아저씨'의 존재도 뱀같은 여자 만큼이나 믿을 수 없는 두려운 존재이다. 그래서 그 '보이지 않는 친구'를 맹신하는 크리스토퍼가 불안하다. 주변 사람들의 모든 불안과 두려움을 알아보며, 크리스토퍼에게도 그런 능력을 준 그의 존재가 과연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인도할 수 있을까? 타인이 숨기고 두려워하는 것에 대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알게 된 아이는 그들의 두려움을 흡수하며,꿀떡꿀떡 먹는 것처럼 보인다. 두려움은 삼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지하는 순간 압도되기 때문이다. 뱀같은 여자가 데려갈거라며 아이를 잠들지 못하게 하고, 아이를 열에 들뜨게 하고, 아이를 병에 걸린 것처럼 간지럽게 하며, 아이와 접촉한 사람들을 모두 광기에 휩싸이게 한 것은 크리스토퍼의 '보이지 않는 친구' 이다. 그 친구는 과연 좋은 친구일까? 숲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데이비드 올슨은 누가 생매장 시킨 걸까? 우유곽에 새겨진 실종된 아이 에밀리 버토비치는 어디 있는 것일까? 숲에는 어떤 잔인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스티븐 킹 스타일'의 호러라는 말에 매혹되었다. 자신의 작품에 누군가의 이름으로 수식어가 붙는 것은 영광일 수도 있고, 피하고 싶은 일일 수도 있다. 작가 스티븐 크보스키는 어땠을까? 스티븐 킹의 작품들처럼 따뜻한 사람들의 슬픈 처연함도 느껴지고, 스티븐 크보스키만의 독특한 결도 느껴진다. 그만의 독특한 결은 다양한 복선과 인물들 모두가 자신만의 서사를 갖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1권에서 여기저기 흩뿌려 놓은 다양한 사건과 복선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2권에서 작가가 마무리 지을지 궁금하다. 어떤 놀라운 반전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1권을 뛰어넘는 가독성과 몰입도를 예상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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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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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19세기 영국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꿈에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모든 인간 안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우리는 사회 안에서 도덕과 규범을 기준으로 악은 잠재우기 위해 절제하며, 선은 지향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때때로 내가 행하는 악한 행동으로 인해 지나친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거나, 타락하고픈 욕구를 한 구석의 선함 때문에 망설이며 즐기지 못하기도 한다. 또한 어제의 악한 행동을 하던 나와 오늘의 선함을 추구하는 나를 바라보며 스스로의 이중성에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인간의 당연한 이중성인 선과 악을 분리하여 같지만 다른 인물에게 부여한다면 더 편리하지 않을까라는 상상력으로 시작한 작품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이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자신의 상상력을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마술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통해 또 한번 경험했다.

감정을 쉽게 내비치거나 , 가벼운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는 변호사 어터슨은 학식이 풍부하고 평판이 좋은 과학자이자 의사인 지킬이 맡긴 수상쩍은 유서가 마음에 걸린다. 유서는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닥치면 자신의 모든 재산을 젊은 청년 하이드에게 남긴다는 내용이었다. 필시 하이드에게 약점이 잡힌 지킬이 어쩔 수 없이 작성한 유서라고 의심한 어터슨은 하이드를 숨바꼭질 하듯 감시하기 시작하고 지킬과 하이드에 관련된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하이드의 첫 번째 악행은 어린 소녀에게 행해진다. 집안의 환자를 위해 의사를 모시러 밤거리를 뛰어가던 소녀는 길모퉁이에서 하이드와 부딪친다. 넘어진 소녀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일반적인 도덕성을 가진 성인의 행동이지만 하이드는 자신의 앞길을 막은 소녀를 무지막지하게 짓밟고 지나간다. 이를 지켜본 거리의 시민들은 하이드를 잡아 세우고 그에게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소녀에게 '현금'을 지불하라고 요청한다. 물론 지킬의 수표로 하이드는 금액을 지불하고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 이 일은 그에게 자신의 악행을 덮을 새로운 수단으로 인식된다. 법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돈으로 자신의 모든 악한 행동에 대해 해결하려는 태도는 자기 반성없이 악을 살찌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시민들이 하이드에게 우선 요청해야 했던 것은 소녀에 대한 진정한 사과였다. 그리고 하이드가 행한 악한 행동에 대한 사회구성원 모두의 기준이 되는 법에 의거한 처벌의 진행과 동시에 소녀에 대한 보상이 함께 진행됐어야 한다. 처벌과 반성없는 보상은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물질만능'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첫 부분 하이드의 모습을 작고 왜소하게 설정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악을 대변하는 하이드의 모습은 건장해지고, 선을 대변하는 지킬의 모습은 점점 작고 초라해진다. 분리된 악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멈춤을 모르고 질주한다. 우리의 내면에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는 커나가려는 악을 제어시킬 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하이드의 모습이 시간이 지나며 커지듯 악은 자기 반성이나 도덕에 대한 기준이 없으면 점점 강하고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킬은 스스로가 필요에 따라 하이드를 제어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지킬의 힘으로는 하이드로 변신하는 것을 막을 수도 인지하지도 못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 몸의 주인은 지킬에서 하이드로 자리바꿈하게 된 것이다. 지킬의 제어불가능한 변신은 균형을 잃은 것도 문제였지만 완벽을 추구하려 했던 지킬의 오만함도 문제였다. '지킬'이라는 자신의 이름에 흠집을 낼 만한 행동에 대한 욕구를 절제하기보다는 또다른 얼굴로 온갖 비행적인 행동을 하려했던 비열한 생각이 자신을 지옥으로 내몬것이다. 이는 '익명' 뒤에 숨어 자극적인 단어를 써내려 가는 현시대 온라인상의 악플러들의 모습과도 중첩된다.

세상에는 완벽한 악인도, 완벽한 선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안에는 선과 악이 모두 존재한다. 선한 행동이 모든 상황에서 옳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은 복잡하다. 유혹과 욕구에 약하다고 모두 악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안에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균형을 맞추어 조절함으로 스스로 힘겹지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으며 세상을 살아가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열린책들 창립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로 다시 읽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시대가 변해도 진리를 일깨워주는 고전의 맛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다. 작고 가벼운 문고판 형식의 책이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쉽게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책장을 채우는 장식용 세트가 아니라 정말 실용적인 세트의 책들인 것 같다. 가격적인 면에서나 가볍게 다루기 부담없는 면에서 중고등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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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팠고, 어른들은 나빴다 - 최재훈의 다양성 영화 걷는사람 에세이 10
최재훈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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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04 [남매의 여름밤]
가족이라는 화두에는 어쩔 수 없이 오래 묵은 군내가 난다. 그래서 미간을 찡그리게 되지만 다시 찾게 되는 묘한 맛의 발효음식 같다.(....) 달아났던 것 같은데 어느새 다시 돌아와 있는 그 덩어리는 멀리 던져 버렸다 생각했는데 언젠가 내 손에 쥐어진 부메랑 같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기억에는 보들보들 정서적 위안이 되는 복숭아 껍질 같은 촉감이 담겨 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 영화06 [알이씨 REC]
학교, 가족, 정체성 등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법한 영화이다. 그렇게 물기 없는 삶 속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등급 때문에 이 영화를 볼 수가 없다.


✍ 
소소하지만 특별한  우리의 삶을 필름에 담은 것 같은 '다양성 영화' 에 대해 작가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은 모두 조용히 소곤거리며 들려주는 따뜻한 귓속말 같다. 

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다양성 영화'에 대해선 관심이 많이 없었나보다. 1장과 2장에 제시된 8편의 영화 중 2편만 접했던 영화였다. 그것도 입소문이 났던 '다양성 영화'였으므로 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본 2편의 영화는 <우리들>과 <벌새>였다. 우리가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못하는 세심한 감정을 잘 다룬 영화였던 것들로 기억한다. 단발머리 어린 아이들의 그 감정을 오롯이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성인이 된 지금도 종종 그 아이들이 표현했던 그런 불안한 감정과 부딪치기 때문일 것이다.

퀴어 영화도 거부감없이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보았던 퀴어 영화는 모두 외국영화였다. 우리의 언어로, 나와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펼치는 동성의 사랑을 담은 화면은 의도적으로  피했던 게 아닌가 싶다. 스스로가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존중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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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플래그 도감 - 5000편의 콘텐츠에서 뽑은 사망 플래그 91
찬타(chanta) 지음, 이소담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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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플래그 도감]은 기발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좋아하지만, '사망 플래그'를 읽을 수 있는 분야의 영화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책 속 플래그를 적용해 보기 위해 죽은 자가 나올법한 공포, 스릴러, 서스펜스, 전쟁 관련 영화를 앞으론 좀 찾아 보게 될 것 같다. '플래그'는 클리셰의 하위 개념으로 '복선'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어떤 조건을 만족했을 때 해당 결과값이 나오는 것을 뜻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용어로 쓰이다가 일부 시뮬레이션 게임에 사용되면서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로 쓰임이 확대되었다고 한다. 책 제목이 뜻하는 그대로 [사망 플래그 도감]은 인물이 이런 행동, 이런 대사를 하면 곧 그 인물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친절하게 풀어서 나열한 책이다.

총 7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다. 액션, 서스펜스, SF, 호러, 대결, 패닉, 괴수와 좀비로 구분되어 각 파트마다 다양한 죽음의 사인을 알려준다. 액션 파트 여섯 번째 사망 플래그 <싸우는 도중에 회상 에피소드가 들어가는 사람> 에서 영화 <부산행>이 생각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죽음 직전 공유의 회상 장면말이다. 불필요한 장면이었다. 극의 흐름도 깨고, 너무나 이질적인 장면이라 불편했는데 혹시 '사망 플래그'를 위한 장치였으려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서스펜스 파트 이십 번째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 이십이 번째 <돈으로 살아남으려는 사람>, 이십삼 번째 <미인의 유혹을 받는 사람>들의 사망 플래그는 다소 교훈적이다. 약물에 의존하는 폐인은 약물을 구하기 위해 도덕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다양한 범죄에 가담한다. 어떤 분쟁에 휘말리더라도, 어떤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돈'이면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사람은 악랄하고 파렴치하다. 범죄로 자신의 욕구를 쉽게 채운 방탕한 남자들은 여자를 도구로 생각하고, 욕구를 분출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하며 문란하다. 이런 인물들은 사회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이다. 영화는 이런 인물들을 처단하고 정의를 수호하는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을 처리한다. 현실에서도 실현 가능한 플래그이다. 한심한 인물들의 끝이 어떤 모습인지 영화 통해 스스로 그들이 자각하여 자신을 개선하길 바래본다.

동료를 놓고 도망치는 인물, 용감함을 넘어 무지한 인물, 사당을 파괴하는 오만불손한 인물, 상대를 속이고 뒤통수 치는 인물, 동물을 학대하는 인물, 자연의 힘을 무시하는 인물 등 사망 플래그에 적용되는 비열하고 비겁한 모습을 보이는 인물들의 끝은 다 그들의 나쁜 행동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악인의 죽음은 슬픔도, 동정도 발생하지 않는다.

CHAPTER 중간 중간 위트있는 만화와 진단 테스트도 유쾌하다. 만화 <사망 플래그 서바이벌 게임>은 사망 플래그를 너무 많이 알다보니 모든 상황에 플래그를 적용하여 오히려 조난 당하는 두 친구의 이야기가 웃프다. 또다른 만화 <데스 플래그 걸>은 꼭 함께 영화를 보면 스포를 일삼는 얄미운 친구를 연상하게 하는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사망 플래그 도감}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낄낄거리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유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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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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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스 요나손의 작품들은 대부분 500페이지가 넘는다. 요나손의 작품이 처음이라면 쪽수의 분량에 압도되어 읽기를 망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첫 장을 넘기면 술술 넘어가는 문장의 마법에 빠지게 되며 어느 순간 마지막 장을 쉽게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요나손의 작품들은 그만큼 재미가 있으며 동시에 쉽다. 그가 처음부터 이야기의 구성을 모두 완벽하게 짜놓고 글을 쓰는지, 아니면 글을 쓰는 중간중간에 다음 이야기를 구상하는지 궁금하다.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이리저리 흩어진 사건들이 종국에는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정리되는 마술은 읽을 때마다 재미있다.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 땅의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은 아들이 없어 안타깝고, 스웨덴의 인종주의자 빅토르는 어느 날 10대 소년 아들이 생겨 고민이다. 빅토르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미술 갤러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갤러리 소유주의 어린 딸 옌뉘와 결혼해야 한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아들' 케빈을 아프리카의 초원에 사자밥으로 버리고 온다. 시간이 흘러 운명처럼 만난 케빈과 옌뉘는 '함께' 빅토르에게 받은 만큼 돌려줄 복수를 꿈꾸고 ,그들 앞에는 또한 운명처럼 광고맨 후고가 세운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간판이 보인다.

그들의 복수는 책의 제목만큼 달달하게 진행되지 못한다. 빅토르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 위해 진행했던 계획들은 빅토르에게 그가 도덕성보다 더 값지게 여기는 물질적 풍요를 충족시켜 줄 기회를 제공해준다. 계획이 짜놓은 대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결과는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튀는 것이 인생에서는 다반사이다. 모작인줄 알았던 유명 화가 '이르마 스턴'의 그림은 진품이었음이 밝혀지며, 골탕 먹이기 위해 넘긴 그림들은 결국 악당을 웃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환경과 가치관에 따라 대상의 가치는 달라진다. 어떤 사람에게는 명화 2점의 가치가 링고베리 잼을 곁들인 샌드위치 2개와 바꾸는 것이 적절한 교환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말이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복수가 자꾸만 꼬여지는 이유는 어떤 대상을 대하는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대상을 대하는 가치관은 또한 시대에 따라서도 다르게 평가되기도 하여, 시대에 따라 다른 운명에 처해지기도 한다. 작품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이르마 스턴'의 작품들은 작가가 생존했던 시대에는 저평가 받았으며, 독재자의 개인적 취향에 의해 사라져 버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서는 새롭게 평가받으며 고가의 값이 매겨지고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치우쳐지고 고정된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생각해 보게 했다. 또한 오래살고 볼일 이라는 어른들의 말이 생각나는 부분이기도 했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세상은 어느 방향으로 어떤 식으로 바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예기치 못한 사건들 만큼, 예기치 못한 미래를 다양하게 맞이하는 인물 후고가 매번 상황을 유연하게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만으로 광고맨이 된 후고는 천재적인 수완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광고 일에 대해서 더 이상 흥이 나지 않음을 깨닫고, 영역을 바꾸기로 결심하며 '복수'라는 키워드가 가지는 무한한 경제적 이익을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기에 상대에게 당한 작은 손해나 무시에도 '이에는 이, 눈에는 눈'에 해당하는 응당의 처분을 바란다는 걸 그는 통찰한다. 그렇게 해서 세워진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이 부분에서 요나손의 영리함이 돋보인다. 누가봐도 응징받아 마땅한 빅토르에 대해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가 끝내주는 복수를 진행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그들이 행하는 모든 것은 악당을 웃음짓게 하는 것들이 되고 만다. 그래서 링고베리 잼이 그의 얼굴을 가격했을 때는 통쾌함과 동시에 또다시 어느 방향으로 어떤 식으로 일이 꼬일지 궁금해지게 된다. 모든 것이 더 이상 나갈 방향을 잃은 것처럼 느껴질 때도 분출구를 찾아내는 후고의 영특함이 보는 내내 재미를 더한다.

요나스 요나손의 작품들은 심각하고 방대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나게 풀어나간다. 또한 그의 작품은 신선한 색감의 표지와 일러스트, 캘리그라피로 소장 욕구를 불러온다. 가볍지만 쉽게 날아가지는 않고 주변을 맴돌며 유쾌함을 선사하는 요나손의 다음 작품은 과연 어떤것을 소재로 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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