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19세기 영국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꿈에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모든 인간 안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우리는 사회 안에서 도덕과 규범을 기준으로 악은 잠재우기 위해 절제하며, 선은 지향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때때로 내가 행하는 악한 행동으로 인해 지나친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거나, 타락하고픈 욕구를 한 구석의 선함 때문에 망설이며 즐기지 못하기도 한다. 또한 어제의 악한 행동을 하던 나와 오늘의 선함을 추구하는 나를 바라보며 스스로의 이중성에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인간의 당연한 이중성인 선과 악을 분리하여 같지만 다른 인물에게 부여한다면 더 편리하지 않을까라는 상상력으로 시작한 작품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이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자신의 상상력을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마술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통해 또 한번 경험했다.

감정을 쉽게 내비치거나 , 가벼운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는 변호사 어터슨은 학식이 풍부하고 평판이 좋은 과학자이자 의사인 지킬이 맡긴 수상쩍은 유서가 마음에 걸린다. 유서는 자신에게 불행한 일이 닥치면 자신의 모든 재산을 젊은 청년 하이드에게 남긴다는 내용이었다. 필시 하이드에게 약점이 잡힌 지킬이 어쩔 수 없이 작성한 유서라고 의심한 어터슨은 하이드를 숨바꼭질 하듯 감시하기 시작하고 지킬과 하이드에 관련된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하이드의 첫 번째 악행은 어린 소녀에게 행해진다. 집안의 환자를 위해 의사를 모시러 밤거리를 뛰어가던 소녀는 길모퉁이에서 하이드와 부딪친다. 넘어진 소녀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 일반적인 도덕성을 가진 성인의 행동이지만 하이드는 자신의 앞길을 막은 소녀를 무지막지하게 짓밟고 지나간다. 이를 지켜본 거리의 시민들은 하이드를 잡아 세우고 그에게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소녀에게 '현금'을 지불하라고 요청한다. 물론 지킬의 수표로 하이드는 금액을 지불하고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 이 일은 그에게 자신의 악행을 덮을 새로운 수단으로 인식된다. 법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돈으로 자신의 모든 악한 행동에 대해 해결하려는 태도는 자기 반성없이 악을 살찌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시민들이 하이드에게 우선 요청해야 했던 것은 소녀에 대한 진정한 사과였다. 그리고 하이드가 행한 악한 행동에 대한 사회구성원 모두의 기준이 되는 법에 의거한 처벌의 진행과 동시에 소녀에 대한 보상이 함께 진행됐어야 한다. 처벌과 반성없는 보상은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물질만능'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첫 부분 하이드의 모습을 작고 왜소하게 설정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악을 대변하는 하이드의 모습은 건장해지고, 선을 대변하는 지킬의 모습은 점점 작고 초라해진다. 분리된 악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멈춤을 모르고 질주한다. 우리의 내면에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는 커나가려는 악을 제어시킬 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하이드의 모습이 시간이 지나며 커지듯 악은 자기 반성이나 도덕에 대한 기준이 없으면 점점 강하고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킬은 스스로가 필요에 따라 하이드를 제어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지킬의 힘으로는 하이드로 변신하는 것을 막을 수도 인지하지도 못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 몸의 주인은 지킬에서 하이드로 자리바꿈하게 된 것이다. 지킬의 제어불가능한 변신은 균형을 잃은 것도 문제였지만 완벽을 추구하려 했던 지킬의 오만함도 문제였다. '지킬'이라는 자신의 이름에 흠집을 낼 만한 행동에 대한 욕구를 절제하기보다는 또다른 얼굴로 온갖 비행적인 행동을 하려했던 비열한 생각이 자신을 지옥으로 내몬것이다. 이는 '익명' 뒤에 숨어 자극적인 단어를 써내려 가는 현시대 온라인상의 악플러들의 모습과도 중첩된다.

세상에는 완벽한 악인도, 완벽한 선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안에는 선과 악이 모두 존재한다. 선한 행동이 모든 상황에서 옳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은 복잡하다. 유혹과 욕구에 약하다고 모두 악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안에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균형을 맞추어 조절함으로 스스로 힘겹지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으며 세상을 살아가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열린책들 창립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로 다시 읽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시대가 변해도 진리를 일깨워주는 고전의 맛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다. 작고 가벼운 문고판 형식의 책이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쉽게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책장을 채우는 장식용 세트가 아니라 정말 실용적인 세트의 책들인 것 같다. 가격적인 면에서나 가볍게 다루기 부담없는 면에서 중고등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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