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계몽 - 이성, 과학, 휴머니즘, 그리고 진보를 말하다 사이언스 클래식 37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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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핑거는 걱정한다. 우리가 계몽주의를 통해서 이룬 모든 것들이 이전으로 슬며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걸 , 우리가 인지조차 못하고 있음을 걱정하고 있다. 또한 지나친 비관적 시선으로 다시 우리가 회귀할까 걱정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전의 언어가 아닌, 시대를 이끌어갈 미래의 세대를 위해 21세기의 언어와 개념으로 계몽주의의 이념을 다시 기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p.23)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사회는 내버려두면 언제나 무질서로 향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우리가 나태하거나 소심하면 사회는 금방 모순과 권력, 부패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또한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단 묵살하고, 음해하려 하며 잘못 되어 가는 것에 대해 '속죄양'을 만들어 가책을 회피하려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이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에게 추상화 능력과 인식의 조합과 반복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어 조금은 질서로 나아갈 수 있다고도 말한다. 또한 질서로 나아가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나의 의견에 논리성을 가져야 하며, 타인과 나의 의견 결합에 수용적이고, 타인의 의견을 차단하려 하지 않는 규칙이 필요하다고 서술하며 [지금 다시 계몽]을 통해 세상이 진보했음을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뉴스는 극적인 것에 집중하고, 그것을 수용하는 우리는 왜곡된 세계관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세계를 객관적으로 수용하기 보다 실제하는 것보다 더 극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것은 우리가 행운보다는 불행을, 수익보다는 손실은 더 두려워하며 더 실행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상은 진보를 이루었으나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두려움만 키우고 있다. 그러니 뉴스의 모든 것을 맹목적으로 믿으면 위험하다.

살아남고자 하는 투쟁은 존재의 원초적 욕구이며, 인간은 죽음을 면하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다.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19세기부터 '위대한 탈출'을 이루며 평균기대수명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인공지능, 유전학, 나노 기술의 발전으로 '불멸'을 논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부작용의 우려와 부풀려진 효과라며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영원은 불확실하나 오래는 모두가 수긍한다. 의학과 과학의 발전으로 우린 이전보다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위키디피아에는 과거형으로 기술된 전염병들이 있다. 그 전염병들은 과학과 지식을 통해 연구된 백신과 손 씻기, 화장실에서 배변하기, 모기장 설치하기 등 공중보건과 생활 속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로 인해 과거의 전염병이 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지식이다" 라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앵거스 디턴 교수는 주장한다. (p.115)그러나 일부 잘못된 지식 때문에 진보가 역행할 수도 있다. 올바른 지식을 바탕으로 제도와 규범을 정비하여 인류가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백신에 대한 거짓 정보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전염병을 박멸하지는 못하더라도 전염병에 대비하거나,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식량 문제를 이야기할 때 인구문제는 언제나 함께 대두된다.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식량의 부족함을 해결하기 위해 기아와 기근이 자연 발생한다는 멜서스식 사고를 아직도 이야기하고 있는 일부도 있다. 세상은 질소추출로 인한 비료 생산, 품종개량과 유전자 조작으로 가능해진 녹색혁명을 통해 식량안보가 가능해졌다.그러자 기아에 습관적으로 무관심한 집단에서 유전자 변형 작물에 대해 광적인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식량과 관련된 기아 문제는 이제 식량 생산의 문제가 아니라 식량 분배의 문제임을 세계는 인식하고 있다. 식량과 기아, 인구문제는 이제 제도와 분배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인류 전체의 오래된 가난과 빈곤이 20세기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 해결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우선 산업혁명, 공중 보건 혁명 등으로 생산물과 인력이 풍부해지며 과학적 응용이 새로운 발견에 박차를 가한다. 또한 과학 응용에 힘을 실어줄 제도의 발달과 상업을 터부시하던 가치관이 변화한다. 이런 부의 물결은 다양한 도미노 효과를 불러 일으키며 부의 진보에 가속을 붙인다. 세계는 변화했다. 이념보다는 부를 통한 발전이 세계의 가치가 되어 가고 있다. 부유한 나라가 되기 위해선 전쟁과 내전으로 인한 분열을 최소화해야 하며 인권과 자유, 평등, 환경보호가 중요함을 인식해야 한다.(p.157) 물론 세계화가 불러 온 물질만능과 양극화의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빈곤은 해결되고 있다.

불평등은 빈곤과 다르고, 인류의 번영을 좌우하는 기본 요소도 아니다. 불평등의 증가는 보편적 빈곤에서의 탈출을 의미하기도 한다. 새로운 부의 원천이 발견될 때마다 불평등의 물결은 다시 인다. 불평등의 축소는 전쟁, 혁명, 전염병, 국가 붕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꼭 좋다고 볼 수 없다. 불평등은 상대적인 것일 수도 있다. 사회 전체의 부가 향상되었는데 상대적으로 부를 많이 가진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어 불평등하게 느끼는 것이다. 상대가 가진 것을 뺏어야만 평등하다고 느끼는 제로섬 사고는 이제 인류에게 의미가 없다.

다른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환경문제도 올바른 지식만 있다면 해결 가능한 문제이다.(P.195) 녹색주의 이데올로기의 출발은 지구를 인간의 탐욕으로 더럽혀진 순진한 소녀의 모습으로 표상하고 있다.(P.196) 이는 너무 염세적이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올바른 지식으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접근해야만 적절한 해결이 가능하다. 우리는 다양한 자원과 에너지의 고갈을 예상했지만 언제나 그것들이 고갈되기 전에 대안을 마련했다. 그럼으로 사회는 발전했고 인류는 더 부유해졌다. 이는 탄소배출을 강력하게 규제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앞으로도 환경을 위해서는 밀도에 프리미엄을 붙여(P.214) 탈물질화를 향해 나아가야 하며, 공유경제와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접근이 아닌 효과적인 방법으로 진행해야 한다. 현대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해결보다는 공포를 극대화 시킬 뿐이다. 환경문제는 존재하며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왔듯이 현대적 선의 힘을 유지하며 해결해야 한다.(p.245) 그리고 우리는 해결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간 전쟁은 점점 감소하며 긴 평화가 왔다. 충돌은 대규모 전쟁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음을 세계가 인지하고 있음으로 전쟁을 피하려는 기류가 형성되었다. 다만 식민지 반환 후 다양한 이해관계 부족으로 발생한 내전, 급진 이슬람 주의 집단에 의한 충돌이 발생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전쟁에 대한 가능성을 인간의 정복과 침략을 향한 충동은 본성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국가간 국제무역으로 인한 이해 관계, 민주주의 국가들 끼리의 평화 이론,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의 인준 없이 벌이는 전쟁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난들을 고려하면 전쟁은 쉽게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세상은 진보하며 점점 안전해지고 있다. '살인' 은 정해진 공간에서 집중되어 발생하고 있으므로 일반적인 시선에서 판단하면 안된다. 범죄 예방을 위해 사회는 강력한 법을 효과적인, 적법한, 신속한, 공정한, 적정한, 인도적인 방식으로 집행해야 한다. 또한 손쉬위 만족의 기회를 환경 속에서 제거하며 범죄를 예방하고 있다. 때론 지나친 규제는 역효과를 볼 수도 있으므로 합법화하여 관리하는 것도 안전을 위한 행동일 수 있다. 불과 물에 의한 사고는 소방서 설립과 관리로 줄어들 수 있었으며, 상해 사고는 노동조합과 정부의 규제로 안전장치 의무화가 시행되며 줄어들 수 있었다. 세상이 진보하며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대처가능한 안전장치가 마련 가능해진 것이다.

테러로 인한 사망자수는 살인, 사고에 의한 사망자 수 보다 현저히 낮은데도 우라에게 안전한 시대에 살고 있음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큰 불안과 공포를 유발한다. 테러에 의한 사망자를 극대화하는 언론의 방식은 다른 죽음을 평가절하 시킨다. 테러의 범주는 넓지만 우리는 주로 이슬람 테러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이다. 테러를 자행하는 사람들이나 집단은 빈약한 전력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테러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들을 부추기는 가장 위험한 효과는 '과잉반응'이며 자극적인 뉴스 방식이다.

민주주의는 발전, 확대되고 있다. 민주주의 정부는 사람들이 서로를 잡아먹지 않도록 막되, 권력자 자신도 사람들을 잡아 먹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p.310)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의 입헌민주주의를 시작으로 민주주의 국가의 수가 늘어난 것과 베를린 장벽과 러시아의 붕괴로 체제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증명할 수 있다. 

세상은 우리가 불공평하다고 인식하는 것보다 많이 평등해졌다. 하지만 흔적을 지우는 것이 진보의 본성이고, 불의에 시선을 고정하는 것이 우리의 행동이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상황이 더 나빠져서 화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예민하고 빈번하지 않아서 화제가 되며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대중을 선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으로 인해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며 편견을 합리화 시키고, 인종을 분리하고, 남성만을 옹호하며, 아동을 착취하고,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형태는 어떤 변호가 불가능하며, 논쟁에서 패배하는 세상으로 바뀌었음을 우리는 알고있다.(p.341)


인간은 주변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고 축적하며 공유한다. 교육받은 사람들은 다양한 차별과 혐오에 예민하고, 자유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며,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가능성과 시민적 협의체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문해력은 인간의 진보를 이끈 핵심이다. 교육을 통해 습득한 지식들은 분석적 사고 능력을 향상 시킨다. 지식을 기반으로 한 인간 번영의 진보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인류의 삶은 점점 더 질이 높아지고 있다. 노동의 시간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줄어들고 있으며, 노동의 시간이 줄어든 만큼 남는 시간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여가를 즐기게 되었다. 그들에게 여유의 시간을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것은 기술과 이동 수단의 발달이다. 예술과 문학의 용이한 접근성과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여가를 좀 더 깊이 있고,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졌는데 인류는 왜 불행하다고 느끼며 행복에 도달하지 못하는 걸까? 행복감을 조사했을 때 나이든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 이는 지혜가 생겨 관점이 넓어졌기 때문이며, 행복감은 기복이 심한 등락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삶에서 불안은 성인의 특권이다. 불안은 책임을 받아들이는 성년기에 급격하게 증가하고, 대처를 터득한 후 감소한다. 등락에 휘몰아치는 삶을 이해하게 되면서 우리는 행복하다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나노 머신, 로봇, 인공지능, 불가리아의 10대들이다. 실존적 위험을 직시하고 대비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종말론적 사고로만 세상을 본다면 모든 것이 위험하고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생각을 고착화하면 삶을 포기하게 된다.인공지능은 프로그래밍 대로 움직인다. 인공지능에게 인류를 위협할 명령어를 주입시키지 않으면 된다. 해커의 위협과 바이오 테러, 핵전쟁의 파급이 거대함을 인식하고 있으므로 그것에 대비한 안정망도 위리에겐 충분하다. 실존적 위협에 대해 파멸을 선언하며 관조하는 자세는 우리를 더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다.




세상을 낙관적으로만 보는 것도 문제이고,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도 문제이다. 스티븐 핑거는 한스 로슬링의 답을 자신의 견해로 인용한다. "나는 낙관주의자가 아닙니다. 나는 아주 진지한 가능주의자입니다." 저자의 책을 읽기 전 한스 로슬링의 [팩트 풀니스]를 읽었던 경험이 있어서 인지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사상과 저서, 그래프,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하며 자신의 확실한 관점과 견해를 가진 저명한 하버드대 교수인 스티븐 핑거가 괜찮다하니 지나친 우려로 사회를 바라보지 말아야겠다. 우리는 다소 뻐걱거리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며 진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진보를 의심하기 보단 더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진보하길 바래보아야겠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성실활동으로 선물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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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현대지성 클래식 39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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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의 의견과 신념이 형성되는데 영향을 주는 요인은 간접 요인과 직접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간접 요인인  민족과 전통, 시간, 제도, 교육은 군중의 의견과 신념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p.99) 의견과 신념은 민족에 따라 세대에 따라 다르다.  제도는 민족의 산물이므로 좋은 제도와 나쁜 제도를 구분할 수 없다. 제도는 필요성과 시간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균형성보다는 유용성을 고려하며, 변칙도 허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은 암기위주의 이론 교육과 경쟁을 부추기는 시험보다는 경험을 자아낼 수 있는 실습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자주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

직접요인인 단어, 환상, 경험, 이성도 군중의 의견과 신념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군중은 상상력 혹은 이미지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p.123) 시대에 따라 단어가 의미하는 이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필요하다.(p.127) 정치인은 단어의 이미지가 부정적이면 새로운 이미지를 위해 단어를 교체해야 군중을 사로잡을 수 있다. 군중은 환상에 영향을 받고, 환상을 만들어낸 존재를 숭배한다. 경험이 풍부해야 환상을 올바르게 직시할 수 있으나, 군중 안에서 동일하고 반복되는 경험을 만들어내기가 힘드므로 사실상 환상을 거두어 내기는 힘들다.  군중을 사로잡기 위한 연설가는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해야 그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군중은 본능적으로 예속된 상태를 갈망하여 지도자에게 복종하려 한다.  군중의 지도자는 사상가가 아니라 행동가이다. (p.141) 지도자는 사상가가 아니라 행동가이다.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형성되면 신념이 되며, 지도자는 독재적인 권위를 부여받게 된다. 지도자는 이미지로 확언하고 반복하여 군중을 전염시키며 군중을 사로잡는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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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바람
잉그리드 고돈 그림, 톤 텔레헨 글, 정철우 옮김 / 삐삐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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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인물화들이다. 모두 닮은 듯 서로 다른 모습이 기묘하다. 게다가 그림 속 인물들이 성별과 연령이 조금씩 다른데도 모두들 조금은 슬픔을 머금고 있는 것 같게도 느껴진다. 그림에 매몰되다 보면 글을 지나칠 수도 있다. 서정이고 따뜻하며 먹먹한 글들은 다시 한 번 그림 속 인물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잉그리드 고돈이 그린 인물은 모두 서른 세 명이다. 고돈의 인물들은 무언가 깊은 생각과 자신의 경험을 뱉어내는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서로 다른 눈의 색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와 마주친다. 독특한 경험이다. 그림과 나, 실제와 그림일뿐인데 우린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화가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잡아내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에 다양한 것들을 관찰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보이는 것 이면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그림 속에 담아내어 그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긴 장편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잉그리드 고돈의 그림은 다른 배경은 모두 배제하며 인물의 얼굴만 그려놓아서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한다. 우린 어떨 때 저런 표정을 얼굴에 담을까? 그림 속 인물은 어떤 일이 있었기에 저런 표정을 얼굴에 새긴걸까? 피곤해 보이는 사람, 힘겨운 사람, 슬픈 사람, 공손한 사람, 의뭉스러운 사람 ...그들의 표정을 보면 어떤 사연일지 궁금해서 자연스레 문장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모든 문장은 그들의 바람으로 채워져 있다. 인물들의 사연을 풀어낸 글들은 톤 텔레헨의 문장이다.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는 빨간 머리 소녀, 신을 원망하는 소년, 타인에게 비밀스럽게 보이길 바라는 아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라는 여인, 언제나 알리바이를 확보해서 무죄가 되길 바라는 섬찟한 소년, 얼굴이 빨개지지 않길 바라는 아이, 마음껏 달리고 싶은 사람, 용기있길 바라는 단정한 아이, 학교가 사라지길 바라는 아이, 거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남자, 다른 사람이 되길 바라는 아이, 슬프지 않길 바라는 벨보이, 모든 일이 자신 때문이 아니길 바라는 아이, 다른 외모를 꿈꾸는 사람, 행복을 가지고 싶은 아이, 자신에게 만족하길 바라는 꼬마, 모든 사람 곁에 머무는 음악이 되길 바라는 해병, 비밀에 대해 알지 못하길 바라는 아이, 무언가 취소되길 바라는 아이, 혼자이길 바라며 눈을 감아버린 아이,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소년, 누군가에게 흔쾌히 '좋아'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 모든 감정을 경험하고 싶은 아이, 특이한 나만의 반려동물을 갖길 바라는 꼬마, 막 싸우고 싶은 아이, 지금의 자신보다 더 완벽하길 바라는 아이, 선택할 일이 없길 바라는 소녀, 멈추길 바라는 소년, 모두가 자신을 알아보아 주지 않길 바라는 그, 인생을 알길 바라는 소녀, 멈출 수 있길 바라는 소년. 그들의 바람과 초상화를 보면 많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서른 세 명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바람이 왜 생겨났으며, 그 바람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하며 이야기를 꾸며보고 싶어졌다. 글쓰기 창작 활동에 좋은 재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하고, 독특해서 특별한 멋진 그림책을 만났다. 그림책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상상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이 나에게도 생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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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계몽 - 이성, 과학, 휴머니즘, 그리고 진보를 말하다 사이언스 클래식 37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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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장. 지식
▶교육, 문해력,진보, 장수, 건강, 지식
인간은 주변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고 축적하며 공유한다. 교육받은 사람들은 다양한 차별과 혐오에 예민하고, 자유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며,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가능성이 크고,  시민적 협의체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문해력은 인간의 진보를 이끈 핵심이다. 교육을 통해 습득한 지식들은 분석적 사고 능력을 향상 시킨다. 지식을 기반으로 한 인간 번영의 진보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 17장. 삶의 질
▶선택권, 진보의 궁극인 형태, 노동법, 여가, 기술의 발달, 이동 수단의 발달, 예술과 문학, 인터넷 기술
인류의 삶은 점점 더 질이 높아지고 있다. 노동의 시간은 법적으로 보장되어 줄어들고 있으며, 노동의 시간이 줄어든 만큼 남는 시간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여가를 즐기게 되었다. 그들에게 여유의 시간을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것은 기술과 이동 수단의 발달이다. 여가를 예술과 문학의 용이한 접근성과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좀 더 깊이 있고,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 18장. 행복
▶주관적인 행복감. 행복한 삶과 의미있는 삶, 외로움, 자살, 정신질환, 불안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졌는데 인류는 왜 불행하다고 느끼며 행복에 도달하지 못하는 걸까? 행복감을 조사했을 때 나이든 사람들이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 이는 지혜가 생겨 관점이 넓어졌기 때문이며, 행복감은 기복이 심한 등락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삶에서 불안은 성인의 특권이다. 불안은 책임을 받아들이는 성년기에 급격하게 증가하고, 대처를 터득한 후 감소한다. 등락에 휘몰아치는 삶을 이해하게 되면서 우리는 행복하다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 19장. 실존적 위협
▶인공지능, 해커의 위협, 바이오 테러, 핵전쟁
최근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나노 머신, 로봇, 인공지능, 불가리아의 10대들이다.  실존적 위험을 직시하고 대비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종말론적 사고로만 세상을 본다면 모든 것이 위험하고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생각을 고착화하면 삶을 포기하게 된다.인공지능은 프로그래밍 대로 움직인다. 인류를 위협할 명령어를 주입시키지 않으면 된다. 해커의 위협과 바이오 테러, 핵전쟁의 파급이 거대함을 인식하고 있으므로 그것에 대비한 안정망도 충분하다. 실존적 위협에 대해 파멸을 선언하며 관조하는 자세는 우리를 더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다.

¶ 20장. 진보의 미래
세상을 낙관적으로만 보는 것도 문제이고,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도 문제이다.  진보하며, 누더기 같은 타협안과 부단한 개선이라는 불변의 배경 속에서만 진보할 수 있다.(p.525) 스티븐 핑거는 한스 로슬링의 답을 자신의 견해로 인용한다. "나는 낙관주의자가 아닙니다. 나는 아주 진진한 가능주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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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현대지성 클래식 39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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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군중의 정신 구조

수많은 개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고 군중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군중은 외부의 자극으로 뭉쳐진다. 뭉쳐진 군중은 개인의 개성이 사라지고 집단 심리를 갖게 된다. 군중은 인원수에 의해 자신들을 무적이라 느끼며 최면에 걸린 듯 범죄집단이 되기도 하고,  영웅이 되기도 한다.

군중의 자극을 일으키는 관찰은 잘못될 가능성이 아주 크고 , 한 사람의 착각이 군중 전체에게 전염되어 암시된 결과일 수 있다.  사실의 정확성을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많은 사람의 일치 된 증언을 활용하는데 군중 심리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가장 많은 증인이 있는 사건일 수록 가장 의심스러운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군중은 대체적으로 충동적이고 과민하며, 무지해진다. '수'가 부여하는 힘과 감정의 과잉 상태가 극단적일 때 위험성을 가진다. 모순적이게도 군중은 힘에 의해 지배되는 노예 상태에서 안정을 느끼기도 한다.  군중은 전통을 존중해서 새로운 것에 대해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느낀다. 군중은 다면적이고 이중적이며, 방향성에 따라 이로울 수도, 해로울 수도 있다. 

군중의 사상은 무의식적으로 스며들어 감정이 되어야 하므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태로 단순화해야 한다. 사상은 군중의 정신에 뿌리내린 후에는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힘이 된다. 사상은 뿌리내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벗어나는 데도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군중이 추론은 열등하여 유사성만 가지고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군중을 사로잡으려면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제시하면 된다.

군중은 종교적 감정과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다. 숭배, 두려움, 맹목, 전파, 적대시하는 형태가 공통적이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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