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람
잉그리드 고돈 그림, 톤 텔레헨 글, 정철우 옮김 / 삐삐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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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인물화들이다. 모두 닮은 듯 서로 다른 모습이 기묘하다. 게다가 그림 속 인물들이 성별과 연령이 조금씩 다른데도 모두들 조금은 슬픔을 머금고 있는 것 같게도 느껴진다. 그림에 매몰되다 보면 글을 지나칠 수도 있다. 서정이고 따뜻하며 먹먹한 글들은 다시 한 번 그림 속 인물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잉그리드 고돈이 그린 인물은 모두 서른 세 명이다. 고돈의 인물들은 무언가 깊은 생각과 자신의 경험을 뱉어내는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서로 다른 눈의 색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와 마주친다. 독특한 경험이다. 그림과 나, 실제와 그림일뿐인데 우린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화가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잡아내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에 다양한 것들을 관찰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보이는 것 이면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그림 속에 담아내어 그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긴 장편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잉그리드 고돈의 그림은 다른 배경은 모두 배제하며 인물의 얼굴만 그려놓아서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한다. 우린 어떨 때 저런 표정을 얼굴에 담을까? 그림 속 인물은 어떤 일이 있었기에 저런 표정을 얼굴에 새긴걸까? 피곤해 보이는 사람, 힘겨운 사람, 슬픈 사람, 공손한 사람, 의뭉스러운 사람 ...그들의 표정을 보면 어떤 사연일지 궁금해서 자연스레 문장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모든 문장은 그들의 바람으로 채워져 있다. 인물들의 사연을 풀어낸 글들은 톤 텔레헨의 문장이다.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는 빨간 머리 소녀, 신을 원망하는 소년, 타인에게 비밀스럽게 보이길 바라는 아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라는 여인, 언제나 알리바이를 확보해서 무죄가 되길 바라는 섬찟한 소년, 얼굴이 빨개지지 않길 바라는 아이, 마음껏 달리고 싶은 사람, 용기있길 바라는 단정한 아이, 학교가 사라지길 바라는 아이, 거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남자, 다른 사람이 되길 바라는 아이, 슬프지 않길 바라는 벨보이, 모든 일이 자신 때문이 아니길 바라는 아이, 다른 외모를 꿈꾸는 사람, 행복을 가지고 싶은 아이, 자신에게 만족하길 바라는 꼬마, 모든 사람 곁에 머무는 음악이 되길 바라는 해병, 비밀에 대해 알지 못하길 바라는 아이, 무언가 취소되길 바라는 아이, 혼자이길 바라며 눈을 감아버린 아이,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소년, 누군가에게 흔쾌히 '좋아'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 모든 감정을 경험하고 싶은 아이, 특이한 나만의 반려동물을 갖길 바라는 꼬마, 막 싸우고 싶은 아이, 지금의 자신보다 더 완벽하길 바라는 아이, 선택할 일이 없길 바라는 소녀, 멈추길 바라는 소년, 모두가 자신을 알아보아 주지 않길 바라는 그, 인생을 알길 바라는 소녀, 멈출 수 있길 바라는 소년. 그들의 바람과 초상화를 보면 많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된다.

서른 세 명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바람이 왜 생겨났으며, 그 바람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하며 이야기를 꾸며보고 싶어졌다. 글쓰기 창작 활동에 좋은 재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하고, 독특해서 특별한 멋진 그림책을 만났다. 그림책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상상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이 나에게도 생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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