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여 오라 - 제9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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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193
"아직은 좀 혼란스럽지만, 어쩐지 좀 부끄러워졌어. 나는 마음속으로 나의 냉소를 나쟈의 연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이런 감정을 저울로 재고 있었다는 게 한심하더라. 어쨌든, 나의 냉소는 단절이겠지만, 나쟈의 연민은 다른 시작일 수도 있잖아."

▶ 세르비아-크로아티아 갈등은 제주4.3사건과 연결하여  '학살'이라는 키워드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세르비아 정교 신자 집안의 나쟈와 크로아티아의 부코바르가 고향인 마르코는 연인이다. 부코바르는 세르비아 독립전쟁 도중 세르비아군에 의해 학살이 자행된 곳이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가장 큰 학살이자 전쟁범죄가 발생한 도시이다. 나쟈는 자신의 조상들이 행한 학살에 대해 마르코에게 사과하려 하고, 마르코는 나쟈의 언급이 둘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여 회피하려고만 하다가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두 연인의 지나간 역사를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내가 행한 행동은 아니지만 자신의 앞 세대의 과오를 사과하고 상대의 아픔을 공감하려는 나쟈의 태도와 그런 상대를 삐뚤어지게 받아들이지 않고 진심을 바라보는 마르코의 태도로 두 연인의 사랑이 오래도록 지속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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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여 오라 - 제9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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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112
바다에서 건진 엄마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무거운 납 띠를 매고 있었다. 이장은 차마 자살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나를 화장해서 고향 바다에 뿌려주겠니?


▶ 메리 노튼이라는 20세기 영국 작가의 작품 중 [마루 밑 바로우어즈]라는 책에서는 인간들의 물건을 '빌려쓰는' 쥐처럼 작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무언가에 잔뜩 겁을 먹고 숨어지내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점점 더 작아지고, 깊은 데에 숨어 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작은 사람들이 '바로우어즈'들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재미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숨어지내는 유대인들을 생각하며 썼다는 비하인드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냉전시대에 '빨갱이'로 낙인 찍힌 사람들과 그들 가족이 겪었을 두려움과 무력감을 『밤이여 오라』의 한나 어머니의 자살에서 느낀다. 그녀의 죽음은 공포에 질려 작아졌을지도 모르는 '바로우어즈'들을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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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사회 - 말해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여자들의 관계에 대하여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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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자매를 미워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아/ 작은 아씨들
여러 시대 , 다양한 감독, 다양한 배우들에 의해 재해석되며 재생산되는 문학 작품 <작은 아씨들> 의 저자 루이자 메이 올컷은 여성의 참정권, 여성의 자립, 여성 공동체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작가이다. 하지만 여태 우리가 보아왔던 영화 속 <작은 아씨들>은 형제애, 가족애에 치중된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작은 아씨들>을 온전히 작가의 관점과 시선으로 해석한 감독은 '그레타 거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레타 거윅은 헐리우드에서 배우로 출발해 이젠 자기만의 목소리와 행동을 보이며 많은 젊은 배우들의 지지를 받는 감독이 되었다.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 <프란시스 하>는 물론 그녀가 연출한 영화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 은 나에게도 기억되는 멋진 영화들이다. 그녀는 계속 자신의 작품에서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자들의 사회』 저자는 그레타 거윅이 영화 속에서 원작자의 의도를 살려 복원한 부분을 높이 사고 있다. 공감되는 지점이었다. 루이자 메이 올컷은 작품을 출간할 당시 출판사와 타협하여 진취적인 여성 조의 결혼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이를 그레타 거윅은 자신의 영화에서 조가 자신의 작품을 출판사에 넘기며 출판사가 마음대로 이야기를 바꿀 수 없도록 판권을 포기하지 않는 걸로 각색한다. 멋진 변주이다.


¶ 6. 이름을 기억할 것, 사랑할 것, 그리고 낙관할 것/ 소녀 연예인 이보나
저자가 찬사를 아끼지 않은 이 단편을 당장 읽고 싶어졌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며, 지배자의 기록이다. 그 역사 안에서 여성은 기록의 주체도, 기록의 대상자인 적도 드물었다. 그건 여성이 부족하고 존재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경기장의 룰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장을 주도하고, 경기장의 룰을 만드는 사람들이 주로 남성이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소녀 연예인 이보나』를 소개하며 각 대상이 포함된 무리에게 부정적 이름을 붙여서 그 대상들의 이미지를 고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빨리 읽어보고 싶다.


¶ 7. 이토록 다른 우리가 친구가 되기까지/청춘시대
드라마 <청춘시대>에는 서로 너무도 다른 두 청춘이 등장한다. 진명은 자신을 갉아먹을 정도로 시간을 쪼개며 다양한 알바를 하는 여성이며, 이나는 자신을 상품화하여 여러 남성들의 원조를 받는 여성이다. 둘은 서로가 가장 신경 쓰인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지만 서로의 욕망과 약점이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의 아픔을 가장 잘 아는 것도 서로이다. 둘이 아프게 자신들의 방식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권력과 돈이 있는 남자에 의해 여성의 가치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하며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 8. 외롭지 않냐고? 고양이와 살면 되지!/ 고양이를 부탁해
모든 여성들이 그러하지만 특히나 '일하는 여성'들은 인간관계가 반드시 필요하다.(p.115) 왜냐하면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언제나 약자인 상태로만 살아갈 수 없으니 이 모든 것을 '용기'있게 훌훌 털어버릴 작당 모의를 함께할 친구가 절실한 것이다.(p.118)


¶ 9. 잊지 않기를 , 버텨내기를, 끝내 자유롭기를 /미쓰백
그냥 여타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줄만 알았다. 출연자들은 한물간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었다. 식상한데다 흥미를 유발시키지 않아 채널을 돌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와 다르게 저자는 다른 걸 보았다. 감정을 감시받고, 통제 받으며 철저히 상품화 되었던 그녀들의 아픔을 본 것이다. '노출'이라는 키워드의 대상이냐와 주체이냐에 따라 그들의 무대는 그들에게 다르게 다가왔던 것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그녀들이 버티고,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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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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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의 단편은 인간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작품 속에서 거만하고, 속물적이며,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이었던 인물들의 모습과 행동이 동일한 상황에서 나에게도 발현될 것 같아 창피해진다. 읽는 모두를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기 드 모파상의 통찰력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세계문학중단편 세트에 포함된 기 드 모파상의 『비곗덩어리』 에는 모파상의 단편 세 개가 실려있다. 스승 플로베르에게 찬사를 받은 중편 『비곗덩어리』 , 처음 접하는 초단편인 『두 친구』 , 모파상의 가장 대중적인 단편 『목걸이』 가 그 세 편이다.

 

1870년 보불 전쟁이 한창인 때 열 명의 서로 다른 인물들이 전쟁을 피해 루앙에서 디에프로 가는 역마차에 오른다. 열 명의 사람들은 여행 도중 프로이센의 장교에게 붙들려 발이 묶이게 되고, 이 과정 중 비곗덩어리로 불리는 창녀가 희생된다.

 

전쟁은 서민들에게 비장한 애국심을 요구하기에는 너무 많은 걸 빼앗는다. 프랑스 군인들도, 프로이센 군인들도 서민들이 보기엔 모두 약탈자들이듯,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홉 명의 프랑스인들도, 프로이젠 장교도 모두 똑같이 비곗덩어리에겐 이기적인 위선자들이다. 애국자를 자처하는 정치인 코르뉘데는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했다면 프로이센 장교의 요구를 수치로 알고, 적극적으로 무리를 설득했어야 하는데, 그는 개입하지 않고 방관한다. 조용히 이득을 보려는 것일 수도 있으며,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비곗덩어리를 곤란에 빠뜨리려는 수작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의 직업으로 그녀를 판단하며 장교의 요구를, 그녀가 했던 일들과 다르지 않다고 부추기는 사람들 속에서 느꼈을 비곗덩어리의 수치심이 공감된다. 가장 화가 나는 건 하느님을 들먹이며 동기가 순수하다면 어떤 행위도 용서될 거라며 비곗덩어리를 안심시키는 말들로 그녀를 부추긴 수녀들이다. 결국 모두가 자신들의 더러운 속내를 자신들의 지위, 직업으로 꼭꼭 숨기며 고상하고 특별한 척 했던 것이다. 작품의 마지막에 묘사된 비곗덩어리의 억누르지 못한 흐느낌이 마음 아프다. 또한 그녀와 같은 비참한 상황이 사는 동안 나에게 생기지 않길 바래본다.

 

애국심에 불타거나, 정의롭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나의 이기심으로 누군가를 짓밟지는 말아야겠다. 상대의 상황을 올바르게 헤아리기 위해 내가 상대의 입장이라면 어떨지도 생각하며, 공감할 수 있도록 조심해야겠다. 아이들과 다시 읽어 보아야겠다. 사회 속 이기적이고, 이중적이며, 비윤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기에 좋은 작품이다. 비정하고 잔인한 세상의 실체를 너무나 잘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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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사회 - 말해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여자들의 관계에 대하여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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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너에게 내가 누구인지 말하고 싶어 /17세의 나레이션
.저자는 여성들의 우정에 대해 말하면서 상대방과 교류하기 위해선 온전히 자신이 자리잡아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휩쓸리지 않고 고유하며 자의적인 자신이 확보되어야 상대방도 인권으로 존중해줄 수 있다. 서로 존중하는 두 고유한 개인은 애정은 물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신뢰도 쌓이며 믿고 의지하는 사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2. 서로를 길러내는 우정에 대하여/ 빨간 머리 앤
빨간 머리 앤과 검은 머리 다이애나가 특별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게 향하지만 속해있지 않고, 존중하지만 욕망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p.33) 모든 관계 안에서 이상적인 자세일 것 같다.  과하면 구속이 되고, 모자라면 서운함이 된다. 인정하며, 거리를 유지하고, 사랑하기. 모든 우정에 필요한 자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인간 사이의 상호성이 인상 깊었다. 유용성, 쾌락, 탁월함..관계는 지극히 비지니스적일 때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너무 많이 소모하거나 퍼주지 말도록 해야 나도 상대도 즐겁다.


¶ 3. 거부당한 정체성의 여정/ 윤희에게
김희애의 마지막 나래이션이 정말 좋았던 영화 [윤희에게]. 아슬아슬한 퀴어 이야기가 아니라 더 현실감있고 와닿았다.  영화 [캐롤]과 함께 그들이 세상에 인정받고 싶었던 것은 '사랑'과 함께 '존재'였던 것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리고 그녀들 '캐롤'과 '윤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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