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모파상의 단편은 인간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작품 속에서 거만하고, 속물적이며,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이었던 인물들의 모습과 행동이 동일한 상황에서 나에게도 발현될 것 같아 창피해진다. 읽는 모두를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기 드 모파상의 통찰력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세계문학중단편 세트에 포함된 기 드 모파상의 『비곗덩어리』 에는 모파상의 단편 세 개가 실려있다. 스승 플로베르에게 찬사를 받은 중편 『비곗덩어리』 , 처음 접하는 초단편인 『두 친구』 , 모파상의 가장 대중적인 단편 『목걸이』 가 그 세 편이다.

 

1870년 보불 전쟁이 한창인 때 열 명의 서로 다른 인물들이 전쟁을 피해 루앙에서 디에프로 가는 역마차에 오른다. 열 명의 사람들은 여행 도중 프로이센의 장교에게 붙들려 발이 묶이게 되고, 이 과정 중 비곗덩어리로 불리는 창녀가 희생된다.

 

전쟁은 서민들에게 비장한 애국심을 요구하기에는 너무 많은 걸 빼앗는다. 프랑스 군인들도, 프로이센 군인들도 서민들이 보기엔 모두 약탈자들이듯,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홉 명의 프랑스인들도, 프로이젠 장교도 모두 똑같이 비곗덩어리에겐 이기적인 위선자들이다. 애국자를 자처하는 정치인 코르뉘데는 자신의 신념대로 행동했다면 프로이센 장교의 요구를 수치로 알고, 적극적으로 무리를 설득했어야 하는데, 그는 개입하지 않고 방관한다. 조용히 이득을 보려는 것일 수도 있으며,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비곗덩어리를 곤란에 빠뜨리려는 수작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의 직업으로 그녀를 판단하며 장교의 요구를, 그녀가 했던 일들과 다르지 않다고 부추기는 사람들 속에서 느꼈을 비곗덩어리의 수치심이 공감된다. 가장 화가 나는 건 하느님을 들먹이며 동기가 순수하다면 어떤 행위도 용서될 거라며 비곗덩어리를 안심시키는 말들로 그녀를 부추긴 수녀들이다. 결국 모두가 자신들의 더러운 속내를 자신들의 지위, 직업으로 꼭꼭 숨기며 고상하고 특별한 척 했던 것이다. 작품의 마지막에 묘사된 비곗덩어리의 억누르지 못한 흐느낌이 마음 아프다. 또한 그녀와 같은 비참한 상황이 사는 동안 나에게 생기지 않길 바래본다.

 

애국심에 불타거나, 정의롭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나의 이기심으로 누군가를 짓밟지는 말아야겠다. 상대의 상황을 올바르게 헤아리기 위해 내가 상대의 입장이라면 어떨지도 생각하며, 공감할 수 있도록 조심해야겠다. 아이들과 다시 읽어 보아야겠다. 사회 속 이기적이고, 이중적이며, 비윤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기에 좋은 작품이다. 비정하고 잔인한 세상의 실체를 너무나 잘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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