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우리가 피를 보는 것도 아니면서 예술가가 정치와 무관한 작품을 창조하기를, 독재에 항거하기를 바란다. 즉, 책의 표현대로 예술가에게 순교자를 강요한다. 하지만 순교자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겁쟁이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영웅이 되기가 오히려 쉬운 일이었다.


 이 책은 스탈린 치하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라는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예술이 예술가의 것인지, 정부의 것인지 질문한다. 답변은 이렇다. 예술은 예술만의 것이다. 인생 역시 인생만의 것이듯.

예술은 모두의 것이면서 누구의 것도 아니다. 예술은 모든 시대의 것이고 어느 시대의 것도 아니다. 예술은 그것을 창조하고 향유하는 이들의 것이다. 예술은 귀족과 후원자의 것이 아니듯, 이제는 인민과 당의 것도 아니다. 예술은 시대의 소음 위로 들려오는 역사의 속삭임이다. 예술은 예술 자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어느 인민이고, 누가 그들을 정의하는가? (……) 그는 모든 이들을 위해 작곡을 했고, 누구를 위해서도 작곡하지 않았다. 그는 사회적 출신과 무관하게 자신이 만든 음악을 가장 잘 즐겨주는 이들을 위해서 작곡을 했다. 들을 수 있는 귀들을 위해 작곡을 했다. 그래서 그는 예술의 참된 정의는 편재한 것이며, 예술의 거짓된 정의는 어느 한 특정 기능에 부여되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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