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개정신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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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를 숨기며,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 상처받은 자신의 삶을 견디고 있던 여주인공이 사형수와의 만남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용서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이야기이다.

 

"아는 것과 깨닫는 거에 차이가 있다면 깨닫기 위해서는 아픔이 필요하다는 거야.“...(p.160) 자신만의 아픔속에 갇혀 사람에 대해 단정하고, 제대로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그래서 하루하루 살아갈 희망도 의지도 없었던 유정과 윤수가 용기내어 꺼내어 놓는 '진짜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단순히 "내가 사는 '오늘'은 죽은 자에겐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었다."라는 잠언을 설교하고자 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통해 사람사이에서 받았던 아픔을 치유할 수 있고 나아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중얼거리듯 말했어요. 너무나 간단했는데, 신부님. 사랑했으면 되는데...... 저는 그걸 어떻게 하는지 너무 늦게서야 알았어요.”(p.268)

윤수가 남긴 마지막 말에서 사람 때문에 아프고 힘든 현실 앞에서도 우리가 결국 기댈 곳은 사람밖에 없으며, 서로 사랑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너무도 간단한 생의 진실이 가슴을 건드린다. 그리고 정의롭지 않은 세상 속에서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절망의 끝에서도 생의 의미를 깨닫는 주인공을 통해 행복은 우리 삶 속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샘솟게 만든다. 희미하게 알고는 있었지만 쉽게 공감하지 못했던 소중한 가치들을 되새기게 된다. "세상은 사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는 어느 시인의 말이 절실히 다가오는 현실의 우리들에게 이 소설은 견디기 위해 꿈꾸러 갈수 있는 용기를 주는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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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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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읽기 시작해서 저녁에 다 읽었다. 허삼관의 모습에서 피땀 흘려 일하고도 그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 땅의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03.12.14”

 

책 첫 장에 10년 전 책을 읽고, 끄적인 글이 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이책은 10년 전 읽었을 때도 재미있었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10년 전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가난한 농민과 노동자의 얼굴이란 말에서 느껴지듯이 그 당시 내가 ‘허삼관매혈기’를 읽고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시공간을 떠나서 가난한 약자들의 삶은 기득권자가 만들어낸 구조 속에서 변하지 않고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대학생이던 나는 정치를 비롯한 사회에 대한 관심이 많았었다. 맑스를 읽었고, 진보적 인사의 글을 탐독했다. 내 눈은 언제나 밖을 향해 있었다. 허삼관과 비슷한 삶을 살았던 가난한 농민이었던 아버지의 삶을 진심으로 이해하려하기 보다는 그렇게 살아야만 했던 사회를 비판하고, 부정하려고 했었다.

 

10년 후 세 번째로 읽은 ‘허삼관매혈기’ 안에서 발견한 것은 그전과는 사뭇 다르다. 허삼관의 가족을 위한 희생의 여정 속에서 ‘아버지’의 삶을 동정했고,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믿음과 웃음을 잃지 않는 허삼관 일가를 통해서 우리 ‘가족’을 떠올렸다. 처음 허삼관매혈기를 읽은 10년 전에서 지금까지의 시간동안 나는 아버지를 잃었고,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가슴으로 느꼈었다. “일락아, 오늘 내가 한 말을 꼭 기억해 두거라.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난 나중에 네가 나에게 뭘 해 줄 거란 기대 안 한다. 다만 나중에 나에게, 내가 내 넷째 삼촌에게 느꼈던 감정만큼만 가져 줬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내가 늙어서 죽을 때, 그저 내가 널 키운 걸 생각해서 가슴이 좀 북받치고, 눈물 몇 방울 흘려 주면 난 그걸로 만족한다....(p.199)" 친아들이 아닌 첫째 일락에게 허삼관이 한 말이다. 아버지의 사랑과 인간애가 담담하게 다가온다. 아버지가 되보지 않고 아버지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평범한 공장노동자인 허삼관이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매혈을 할 수 밖에 없는 사회의 비극이 이야기를 이루는 밑바탕이다. 하지만 그 비극적 현실에 절망만 하지 않고, 가족애와 인간의 양심으로 웃으면서 건강하게 현실을 버텨내는 허삼관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위대한 '힘'을 느낄 수 있다. 미학적 표현을 지양하고 투박한 허삼관의 말과 행동을 담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더 절박하게 허삼관의 삶이 느껴졌다. 있는 그대로의 삶 자체가 어쩌면 가장 재미있고 가장 슬픈 이야기이며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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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등산을 했다.

가을의 끝도 이제 멀어져 가고 있었다.

낙엽 떨어진 나무 사이로 길도 보이고 하늘도 보였다.

가지고 있던 것을 비우니 그 비운 자리에 새로운 풍경이 있었다.

비움의 철학.

가을산의 끝자락에서 또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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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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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가끔은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

문득 삶이란 놈이 무서워지고 나혼자 뿐이라고 느껴질때,

그런때, 이런 책은 어둡고 차가운 적막의 바다를 위로하는 달빛의 따스함을 닮아있다.

가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을 함부로 내버려 두고 싶어질때,

그런때, 이런 책은 불모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삶을 당당하게 대면할 수 있는 새로운 활력과 용기를 준다.

몇년전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몇년전 그때처럼 다시금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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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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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씩 잔병치레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거나 오로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다던가 식습관을 스스로 바꾸던가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보통 30대가 넘어서면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 시작한다. 다이어트는 일상이 되고,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소위 몸에 좋다는 보양식을 주기적으로 먹기도 한다.

 

그런데 건강을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어른들은 역설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 어째서 그럴까? 아이들의 경우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몸을 움직이는 방식에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싶다. 아이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운동을 하지 않는다. 그냥 활동적이다. 넘치는 열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대로 발산한다. 몸을 움직이는데 다른 무언가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하지만 어른들은 어떤가?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살을 빼야한다는 생각에,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운동을 그 자체로 즐기지 못한다. 일을 잘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돈을 잘 벌기 위해서, 그래서 건강해해야 한다는 생각의 역전. 그래서 어른들은 건강하려고 노력할 뿐, 건강해질 수 없다.

 

우리의 몸은 몸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복합체다. 진정한 몸은 몸을 구성하고 있는 뼈와 근육, 장기만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정신이 맑아야되고, 가족과 화목해야 하고, 일을 즐겁게 해야하고, 나아가 우리의 정치,사회, 경제가 건강해야 한다. 어쩌면 작가는 이러한 믿음에서 이 책을 쓴게 아닌가 생각된다. 몸이 건강하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

 

자본과 결부된 서양의학의 계몽적 파시즘, 외모가 경쟁력이요 돈이 된 성형․동안열풍, 속도경쟁으로 인한 조기교육, 돈의 맛에 길들여져 무너져버리는 공동체적 삶의 다양성. 작가는 이러한 우리사회의 문제적인 제반현상을 동의보감에 기반한 비판적 시각으로 보여준다. 부제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이지만 책 내용은 동의보감에만 포커스를 두지는 않는다. 동양적 철학과 인문학적 소양이 건강함을 잃어버린 우리사회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토대이며 잣대이다. 그리고 비판의 대상은 우리일상과 밀접한 것이라서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건강이란 화두는 새로울 게 없다. 다이어트, 웰빙, 친환경, 유기농 등 우리시대는 이미 건강에 대한 관심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건강은 친환경유기농 먹거리를 먹고, 다이어트와 운동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몸 그 자체의 건강만 좇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건강해야 진정으로 건강해지는 것이다. 몸과 건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직설적이고 위트있는 작가의 글솜씨와 만난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인문학적 사회비평서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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