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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1월
평점 :
어렸을 때는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씩 잔병치레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거나 오로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다던가 식습관을 스스로 바꾸던가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보통 30대가 넘어서면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 시작한다. 다이어트는 일상이 되고,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소위 몸에 좋다는 보양식을 주기적으로 먹기도 한다.
그런데 건강을 위해 돈과 시간을 쓰는 어른들은 역설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 어째서 그럴까? 아이들의 경우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몸을 움직이는 방식에 그 원인이 있지 않을까싶다. 아이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운동을 하지 않는다. 그냥 활동적이다. 넘치는 열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대로 발산한다. 몸을 움직이는데 다른 무언가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하지만 어른들은 어떤가?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살을 빼야한다는 생각에,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운동을 그 자체로 즐기지 못한다. 일을 잘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돈을 잘 벌기 위해서, 그래서 건강해해야 한다는 생각의 역전. 그래서 어른들은 건강하려고 노력할 뿐, 건강해질 수 없다.
우리의 몸은 몸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복합체다. 진정한 몸은 몸을 구성하고 있는 뼈와 근육, 장기만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정신이 맑아야되고, 가족과 화목해야 하고, 일을 즐겁게 해야하고, 나아가 우리의 정치,사회, 경제가 건강해야 한다. 어쩌면 작가는 이러한 믿음에서 이 책을 쓴게 아닌가 생각된다. 몸이 건강하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
자본과 결부된 서양의학의 계몽적 파시즘, 외모가 경쟁력이요 돈이 된 성형․동안열풍, 속도경쟁으로 인한 조기교육, 돈의 맛에 길들여져 무너져버리는 공동체적 삶의 다양성. 작가는 이러한 우리사회의 문제적인 제반현상을 동의보감에 기반한 비판적 시각으로 보여준다. 부제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이지만 책 내용은 동의보감에만 포커스를 두지는 않는다. 동양적 철학과 인문학적 소양이 건강함을 잃어버린 우리사회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토대이며 잣대이다. 그리고 비판의 대상은 우리일상과 밀접한 것이라서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건강이란 화두는 새로울 게 없다. 다이어트, 웰빙, 친환경, 유기농 등 우리시대는 이미 건강에 대한 관심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건강은 친환경유기농 먹거리를 먹고, 다이어트와 운동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몸 그 자체의 건강만 좇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건강해야 진정으로 건강해지는 것이다. 몸과 건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직설적이고 위트있는 작가의 글솜씨와 만난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인문학적 사회비평서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