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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 예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책은 뺄셈 철학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더 가지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은 더하는 삶이 아니라 비우고 나누는 삶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어렵지도 않고 장황하지도 않게 쓰여진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책 내용도 그렇지만 책의 구성 자체도 뺄셈 철학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일년전 사고가 생각났다. 항상 지나던 출근길 교차로에서 지나던 차와 "쾅"..몸이 어디 다쳤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정신없이 보험사에 전화해서 신고하고, 공업사에 차를 맡기고, 사무실 잠깐 들렸고, 병원가서 진단받고, 물리치료 받고, 다시 사무실에 와서 일하고, 퇴근했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안났다. 사고 당시를 기억해보면 눈을 뜨고 있었지만 앞이 하얗게 변했고, '아, 사고다'라고 생각한 기억...1년이 지났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아진다. 이제 갓 1년 된 새 차가 망가진 것, 내 몸이 다친 것은 아무래도 괜찮았다. 보여진 상처들은 꿰메면 되니까. 하지만 보여지지 않은 아픔이 계속 느껴졌다.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힘들었다.
차사고 당시 나는 사회생활 시작한지 2년이 조금 넘었었다. '크게 욕심내지 말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자'..사고 전 난 내가 항상 이렇게 생각하고 지난 2년을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고 후 마음속에 무언가가 무겁게 얻혀있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무겁게 남아있었던 아픔은 그동안 비우지 못하고 더하려고만 했던 내 욕심의 무게가 아니었을까 한다. 크게 욕심내지 말자고 했지만 난 욕심을 부리고 있었고, 무언가를 계속 더했던 것이다. 삶이 간단히 끝날 수도 있었던 순간을 통해 느꼈던 아픔은 내가 버리지 못했던, 그래서 행복할 수 없게 만들었던 욕심과 욕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올해 1월..가장 친한 친구가 암선고를 받았다. 30대 초반이라는 나이와 술담배를 하지 않았던 생활은 친구의 암세포를 막지 못했다. 암선고 후 친구는 회사를 휴직하고 시골에서 올라오신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또 한명의 친구와 그 친구 집을 찾아갔다. 예상과는 달리 친구는 매일매일 부모님과 웃고 얘기하며, 어머니가 차려주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산책도 하고 가끔씩 찾아오는 친구들과 놀며 지내고 있었다. 암이라는 아픔이 느껴지지 않은 행복한 모습이었다.
‘이젠 나에게 없는 걸 아쉬워하기보다 있는 것들을 안으리’<♬삶은 여행, 이상은>
암선고를 받은 친구가 행복해 보이는 아이러니..그 친구가 행복하게 보였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명문대를 가려고 공부하고 좋은 직장을 가려고 노력했던 것들이 결국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라 생각해 보았다.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더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우리 곁에 있었던, 우리가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지냈던 것이었다.
일년전 사고와 암선고를 받은 친구를 통해 내가 얻게된 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과 닮아있다. 버리면 행복해지고,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사소한 생각들. 뺄셈을 통한 행복찾기. 이제부터 조금씩 천천히 시작해 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