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 - 흔들릴 수는 있어도 쓰러지지 않는 인생을 위해
유선경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아주 오랜 말들의 위로]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온다면]


[2016. 12. 12 ~ 2016. 12. 13 완독]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무엇이 없는지 알지 못한다. 그게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그러다가 그게 나타나면 단 한순간에 확실해지지요.

P143

 우리는 살아 있기에 매 순간 상실을 겪는다. 아이는 자라고, 노인은 죽고, 순수했던 친구는 뻔뻔해지고, 연인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이미 가진 것도, 또한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것도, 모두 유한하다. 그 유한함과 그럼에도 불구한 용기가 생을 가치있게 만든다.

p17

 빈 데는 비워둔 채로 가는 거다. 그래서 인생은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안심하라. 그렇다고 불량인 것은 아니니까.

p40


 인간이 '무조건' 겪을 수 밖에 없는 '상실, 불안, 고독, 억압'과 같은 감정 조차 스스로를 구성하는 감정. 우리 머릿 속에 존재하는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 중에서 우리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결국 이길 것이라는 유명한 인디언 이야기 중 하나가 떠오른다. 어떠한 상황이 되었든, "나는 나 스스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p8)라는 스스로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책이 끝날때 까지 힘주어 설명하고 있지만... 글쎄. 


 무수한 감정들이 스스로의 몸에 한순간 커다란 구멍을 만들지라도,혹은 구멍을 천천히 메우더라도,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더불어 사는 삶을 선택하고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 노력하자며 건내는 친절한 손을 나는 잡을 수 있을까. 나는 정도(正道)에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인가. 


 새하얀 표지에 높다란 노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어느 공간에서 덜어낸 것은, 기꺼이 타인이 지닌 상실과 불안과 고독과 억압을 덜어내고 받아들여, 그 자리에 샛노란 위로를 남기고 돌아오는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사람처럼 느껴진다. 누구도 할 수 없을 것 같이 보이지만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닿을 수 있는 용기있는 행동이 까슬까슬하지만 좋은 느낌의 책 표지와 잘 어울린다.


 나는 당찬 목소리로 작가가 말하는 정도를 말하지 않는다. 거의 대척점에 서있다고 해야하나. 긍정보다는 부정을 낙천보다는 염세에 몸을 담고 있음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는 내가 정도를 말한다? 웃기는 말이다. 단지,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을 때, 더 이상 눈을 돌릴 수 없을 때, 비겁하게 중도라는 이름뒤에 숨어 있을 때, 언젠가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아니 반드시 다가올 그 때가 되면, 올바른 길을... 정도를... 어설프게라도 정도를 선택하고 싶다는 것이 내 희망이자 더 이상 물러서서는 안되는 마음의 마지노선이라 하겠다. 


 약하디 약한 머릿 속의 착한 늑대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서 준비하는 음식이 이러한 '정도를 말하는 책'을 꾸준히 읽어주는 이유다. 아직 오지는 않았지만 반드시 올 그날을 위해서 말이다.



<책속의 책>


1.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2. <붕대클럽>

3. <그 날들> - 윌리 로니스

4.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5. <흰 개> - 로맹 가리

6. <마담 보바리>

7. <모래 남자>

8. <맥베스>

9. <로봇> - 카렐 차페크

10. <모모>

11. <리스본행 야간열차>

12. <결혼의 변화> - 산도르 마라이

13.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폴러스

14. <심연으로 부터> - 오스카 와일드

15. <농담> - 밀란 쿤데라

16.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17.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 장 자크루소

 가끔은 단 권으로, 때로는 여러 권으로 말해주는 삶에서 우리가 끌어 올려야 하는 정도(正道)를 위한 마음의 양식을 덕분에 많이도 추천 받았다. 과연 적어 놓은 책을 얼마나 볼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떤 책이든 나를 한층 더 나아가게 하는 좋은 책임은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는 내가 어떤 것들을 책에서 건져 올렸나 살펴 보니 대부분 혼란인 상황에서 빛을 기다리는, 그것도 아니면 컴컴한 복도 끝에서 멀리 보이는 한줄기의 빛을 따라가고 싶은 소망? ... 그러고 보니 이래나 저래나 나는 어둠 속에서 있네? 뭐 좋아. 내가 그 빛을 쫓아 가든, 그 빛이 나를 쫓아오든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하나만으로도 충만함을 느끼니까. 


 당신은 <아주 오랜 말들의 위로>를 통해 어떤 것을 끌어 올릴 것인가? (생각해보니 '위로'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생각이 다른 곳으로 튀었다.)





<책 속 한마디> (부제 : 이건 어디다가 끼워넣지?)


 어른들은 아이가 철드는 걸 인생의 당연한 과정으로 여긴다. 그러나 세상의 어떤 아이도 안락하게 철들지 않는다. 그들은 감당하기 힘든 전재미문의 사건에 직면하고, 어른에게 말해봐야 소용없음을 직감하며 자기 안의 소중한 것을 내주는 대가를 치른다. 그렇게 억지로 철들어 간다.

p22


 인간은 그리 쉽게 희망에 속지 않는다. 그러나 희망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맛본 후엔 희망이 마치 자신의 중대한 채무자인양 쫓아 다니게 된다. 희망이 자신에게 빚진 적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과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못한다.

P89



 자신이 하는 일에 흥미와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직장인이 받는 월급이란 세상에 둘도 없는 자신의 시간을 팔고 받는 대가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터득했고, 나는 내 시간에 있어서만큼은 아주인색해지고 싶었다. 비싸게 팔거나, 그럴 수 없다면 내가 쓰고 말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다.

P126



 우리의 삶은, 기억하자!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나를 결정하는 매 순간으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여생이라는 말은 사전에서 없어져야할 단어이다.

P168




 애벌레들이 기를 쓰고 올라가는 커다란 기둥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 아무도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면서 올라간다. 저렇게들 서로 올라가려고 야단인 걸 보니 '틀림없이'  굉장히 좋은 것이 있을 거라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걸 보니 '틀림없이' 좋은 곳일 거라고 무턱대고 확신할 뿐이다. 오르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은,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이 있다는 것은 꿈이 있다는 것이다. 꿈이 있는 한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과연 안심해도 되는가?

p171



 지금까지 쓴 글이 진실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운명이 아닌 자기 자신이 행복과 불행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자각은 분명 많은 것을 달리 선택하게 하며 달리 살아가게 한다. 우리는 분명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다.

p197



 자신이 하고 싶은 일, 맞는 일을 찾아내기 위해 이리저리 해보는 시간은 낭비, 방황, 능력 부족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시간이다. 그러한 시간을 거치지 못한 채 세상에 나가면 연기를 해야한다. 그 모습을 자기라 착각하고 주장하면서, 자기가 녹을 까봐 두려워하면서.

p199



 삶은 이루면 이룬대로 이루지 못하면 이루지 못한 대로, 가지면 가진 대로 갖기 못하면 갖지 못한 대로 불행하다. 스스로 완벽하고 한계가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루어야만, 소유해야만 보다 완벽해질 수 있다고 믿는  한 그렇다. 그런 상태에서는 단 한번도 높이 날 수 없다.

p228



 "찰리 브라운, 인생이란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거랑 비슷해. 어떤 사람은 빠른 차선을 좋아하지. 어떤 사람은 추월 차신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또 느린 차선에 남아 있으면서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 찰리 브라운, 삶을 고속도로라고 한다면 너는 어디를 달리는 것 같니?"


 "15킬로미터 쯤 전에 출구를 놓쳐버린 것 같아."

p245 <피너츠> - 찰스 M 슐츠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들데도 읽는게 도움이 되나요?" 내 답은 "물론!"이었다. 이해 못하면 못한대로 저장된다. 책은 머리로만 읽는게 아니다. 몸도 함께 읽는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불현듯 '이런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하며 어렴풋이 떠오른다. 다시 찾아 읽게는다. 이해되 뿐 아니라 정확한 지점에서 도움 받을 수 있다. 이럴 대 그 책은 작가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다. 내가 새롭게 이 후의 이야기를 쓴 나의 책, 말이다.

p255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진정한 삶의 의미는 인간의 내면이나 그의 정신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p259 <죽음의 수용소에서>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 책미리보기 http://goo.gl/W2uZ3N 

* <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 함께하면 좋은 책 : 하루 명화 하루 명언(샘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부 중독 -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엄기호.하지현 지음 / 위고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부중독]


[★★★★]


['다음'이라는 꿈]


[2016. 11. 22 ~ 2016. 11. 24 완독]




 지금 국가의 중요한 역할이란 게 자리를 배분하는게 아니라 자리를 배분받지 못한 이들에게 네가 왜 자리를 배정받지 못햇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게예요. 그리고 그 설명이 '네가 준비가 덜 됐다'인 거죠.

p24

 초등학생의 올백신화가 있죠. 초등학교까지는 가능하죠. 국영수예체능 다 잘하는게. 하지만 올라가면 그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는데... (중략) 커리어에 흠집없이 그래도 가야하고..(중략) 모아니면 도에요 인생이(All or None.)

p58



 ...

두분 정면 샷이 너무 부담스러운데...(죄송.)


 대한민국에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몇몇 있다. 가격에 대해서 별다른 일언반구가 없다는 말이다. 아플 때 들어가는 병원비/ 약품비와 XX와 XX.. (이건 적으면 논란거리라..패스). 그리고 공부에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있다. 우리가 공부의 크고 진하게 드리워진 그림자에 살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청소년기를 수능에 올인하고,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잡기위해 스펙에 올인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을 해서 진급을 위해서/ 더 좋은 직장을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해야하는 삶. 오죽하면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 죽을때까지 공부하라는 자기 계발서가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다.


 항상 예외는 있었다. 한 시대의 아이콘이였던 서태지, 사후에도 이따금씩 미디어에 등장하여 살아있음을 뽐내는 앙드레 김, 10대 청소년의 우상인 연예인들도 전통적인 공부와는 한발자국 떨어져있는 이들이라 하겠다.



 아이들이 망가지고 있어요. 계속 벽에 부딪히면서 금이 가다가 부서져버리는 것 같아요.

p18


 '어느날 문득, 갑자기' 이런 표현을 쓰기가 무색하게 이 땅에 태어나고 자란 이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삶에서 공부가 흔히 말하는 성공과는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 이제는 공부가 안정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아니면 잠깐의 눈결로도 봐왔을 것이지만 우리는 외면해 왔다.


 예외는 예외 일뿐,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은 오로지 공부뿐이라는 것을 기정 사실화 했다. 누군가 이러한 명제에 도전을 한다면, 공부를 못한 사람에게는 인생의 낙오자/ 패배자/ 낙오자 등의 이름표를, 공부를 잘한 이에게는 배가 불렀다/ 니가 잘나서 그런 소리를 하지? 등의 이름표를 붙여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이러한 점에서 <공부 중독>이 시사하는 점은 상투적이지만 계속 언급해서 다수의 인식을 바꿔야 하는 작업의 일환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시대(時代)와 세대(世代)를 구분해서 쓴다. 아이가 성인이 되기까지의 기간을 세대, 역사적인 시간/ 지금있는 시기와 같은 뜻은 시대로 구분된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다른 세대를 살고 있다."라는 말이 나오고 앞선 세대에 '기성세대(旣成世代)'라는 말을 붙여 구분짓고 있는 지 모른다. '다른 세대를 살고 있다."는 자라온 모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세대를 아우르는 가치관이 차이가 있다는 말의 다른 이름이라 말할 수 있다.


 한국은 적어도 평균이 되어야 한다는 압력이 매우 높은 사회라는 뜻입니다. 평균이 되지 못하면 탈락이고 낙오이며 패배라는 인생이라는 말이 돼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균이라는 건 절대 평균이 아니라는 거예요. 너무 높다는 거죠.

p114



 좁디좁은 '좋은' 대학의/ 직장의/ 진급의/ 성공의 ... 문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은 물론 자식까지 공부에 공부를 외쳤다. 우리가 원하는 삶은? 전망이 탁 트인 전망에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 값비싼 와인 한잔과 함께 짱짱한 음향 시스템을 겸비한 커다란 TV로 영화를 보는...(엇. 내 꿈..) 그런 삶? 이런 삶이 '평범'하다고는 할 수가 없는 상위 몇 %의 삶일 것이다. 이러한 삶을 '평범'의 테두리 안에 넣고는 값비싼 평범을 이루기 위해 미친듯이 노력해 놨을 것이다.


 룰없는 무제한 싸움에서 살아남은 자는 소수의 승리자를 낳고 나머지는 도태되는 이러한 게임의 가장 공평하고 공정하며 강력한 공부라는 성공으로 가는 철옹성. 오로지 이 철옹성을 함락시켜야만 했는 공부라는 괴물에게 점차 사람들 묻는다. 이 철옹성을 돌아가거나 피해가면 되는 것 아니야고. 꼭, 이 뒤에만 성공이 있느냐고, 꼭 성공을 이뤄야되는 거냐고 말이다.



 공부가 문제가 되니까 노동을 시키면서도 노동이 아니라 '그게 곧 공부다'라는 식으로 손쉽게 착취할 수 있는 거죠.

 세상에 적응하는 법은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나를 환경에 맞추는 방법.

2. 환경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법.

이 두 방법이 적절하게 조화게 되어야 올바른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한 경쟁의 폐해는 모두가 잘 알고 있으나 견고한 시스템 아래에 '나만 잘살면 되지'라는 슬로건은 어느새 타인을 바라보지 않는 이기주의적(Not 개인주의) 세대를 길러냈다. 자신에게 득이 된다면 타인은 기꺼이 밟혀도 되는 존재이며, 남을 돕는 이는 이상한 사람/ 사회부적응자, 극도의 효율 중시는 어느새 하위 계층은 돌보지 않는 제도를 속속들이 만들어 냈고, 불의를 보면 돕는 것이 아닌 피하고 참아야 하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소개될 정도가 되었다. (요즘 추세를 보면 특정 사건을 말리거나 도우려고 하다가 가해자로 몰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소개된다.)


 우정, 사랑 등과 같은 인간 관계는 이해 타산이 맞지 않으면 성립 조차 되지 않는 단어로 전락해버렸고, 자신의 발견에서 타인의 발견으로 이뤄지는 사회성은 결여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 졌다. '통제' 자체가 불가능한 인생이 공부를 통해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게 만드는 현실은 획일적인 성공 가도의 길만을 강요해왔고, 그 길은 아랍의 석유 부자가 아닌 이상은 승리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매해 가늠할 수 없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사교육비 추세를 보아 하면, 우리는 아직도 공부 신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다양성을 인정해라.", "세상에 70억의 인구가 있으면 70억의 개성이 존재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보이지 않는 공부 성공 신화의 막차를 타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양이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공정하자고 만든 제도가 도리어 다양성을 죽이고 획일성만 키우며 오히려 특정한 자원을 가진 사람들이 유리해지는 불공적인 역설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p85

 


 이러한 신화를 빨리 벗어나서  앞에 언급한 '공부와는 별개로 성공한 예외'가 많아져야 한다는 내용에 공감한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는 그저 돈만 많으면/ 권력을 쥐고 있으면 성공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각자가 정한 성공이라는 틀을 새롭게 만들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각자의 성공을 기꺼이 축하해 줄 수 있는 분위기도 덤으로 가질 수 있고 말이다.


 이제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모든 것이 공부를 통해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전 세대가 맛보았던 공부 판타지는 시효가 다되었음을 말이다. 물론 아직도 '공부'가 어느정도는 먹히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공부를 통해 꿈을 이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만약 그 공부가 실패한다면 인생은 그냥 끝인 것이라는 말인가? 그래서 <공부 중독>은 기존의 '공부'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구조를 조정해서 내 삶을 보호하려는 생각을 버리게 돼요. 구조가 쉽게 안 바뀔 것 같으니까요. (중략) 라이프 스타일을 조정하죠. 자신의 경제적 수준과 사회적 자원에 맞는 형태로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요. 혼자 산다 던가,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를 한다든가, 섹스파트너만 둔다던가, 아이를 낳지 않다든가, 공동 가족을 만든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p129

 우리는 성장이 멈춘 시대에 살고 있다. 아니 살아가야 한다. 이 시대는 이전 세대도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이며 매순간 우리가 새로운 시대에 살아갈 능력이 있는지 평가한다. 그래서 누구도 어떤 방향이 옳다고 쉽사리 말할 수가 없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니 내가 바라는 것은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적어도 먹고 살수는 있게, '다음'이라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의 성적표가 자신의 성취에 의해 매겨지는 게 아니라 애가 대학 갈 때, 취업할 때, 결혼할 때, 이렇게 세번, 자신의 인생 성적표를 받는다고 생각해요. 자기 인생에서 내가 뭘 얻었고, 내가 뭘 재미있게 생각했고, 내가 그 동안 살면서 사회에 어떤 공헌을 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식이 어느 대학에 갔고, 어디에 취직했고, 어떤 직업을 가졌고, 어떤 집안과 결혼해서 어느 동네게 살고 있는가를 가지고 자기 인생의 성적표를 받고 있다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인거죠.

p144



<책 속의 책>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 - 가이 윈치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 엄기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둑비서들 -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
카밀 페리 지음,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도둑비서들]


[그놈의 학자금이 문제야!]


[2016. 11. 20 ~ 2016. 11. 21 완독]


[북로그컴퍼니 서평단 활동]




 스포일러 일부 포함.



 "흠, 그렇게 확신하지마. 나 그렇게 착한 놈 아니니까."

p358


 고층 빌딩으로 이루어진 숲이 내려다보이는 큰 창을 가진 사무실에서, 훤한 대낮에 한 손에는 값비싼 양주를 따라마시고 업무를 보며 비서에게 몇가지 지시를 한 후 푹신푹신한 의자에 가만히 기대는 미디어 재벌, 로버트. 그가 주인공이냐고? 아니! 그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소리지른다. 


 "티나!"


  자! 여기 주인공이 등장한다.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이라는 '쿨하고, 멋지고, 세련되고, 시크한 느낌의 쎈언니가 나오냐고? 아니, 전혀! 자가는 커녕 전세도 꿈도 못꾸는 괴랄한 가격의 집, 천장에 물이 뚝뚝 떨어져도 고칠 엄두도 못하는 살인적인 물가, 그리고 어깨를 짓누르는 학자금이라는 괴물과 싸우느라 매일매일 물먹은 솜처럼 침대에 쓰러지는 로버트의 비서, 티나 폰타나.


 내일 당장 비행기를 예약하라는 사장의 지시를 받고 미친듯이 전화를 돌리고 있는 그녀에게, 사장 로버트의 일정 변경으로 인해 자신의 학자금과 맞먹는 수표가 책상위에 고이 놓이게 된다.



저질러 버렸다.

이제 나는 자유의 몸이었다.

p23


 로버트의 모든 일을 일거수 일투족 알고있는 그녀는 불법인 것을 뻔히 알지만 저질러 버리고 새로운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를 것이라 믿었던 '그 일'이 들킨 이후, 그녀는 자유를 빼앗길 위기에 처해진다.


 

 "내 말은 이걸로 로버트의 부를 조금 줄여주자, 단, 그 인간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만 줄여주자, 하는 거야."

p169


  10년을 갚아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학자금, 오르지 않는 월급, 미친듯이 올라가는 각종 공과금과 살인적인 물가. 어른이 되면, 어른이 된다면 자유라는 날개를 얻어 드넓은 하늘을 날 줄알았던 우리는 그 자유라는 아름다운 날개가 현실이라는 괴물에 무참히 찢겨지는 모습을 무수히 보아왔을 것이다.


 아주 소수의 인원만이 허락받을 수 있는 완전무결한 새하얀 자유의 날개. 그 날개를 다시 꿈꾸며 찢겨진 날개를 하나씩 이어 붙이는 것이 어른임을 알게 된 순간, 아이는 성인으로, 성인은 그 책임을 다 할 수 있는 어른으로 탈바꿈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과정 속에서 넘어야할 거대한 벽 중 하나인 '망할 학자금'을 견디다 못하고 티나는 저질러 버린다. 불법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그리고 다른 팀의 에밀리, 진저, 웬디, 릴리에게 차례로 들키며 각자의 학자금을 회사 돈을 조금씩 빼돌리며 갚아나간다. (멋진 언니들이 한탕치는 것 치고는 소박하다)


 완벽한 줄 알았다. 아니, 완벽했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들도 모르는 사이에 생긴 구멍은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그녀들을 잡아삼키는 거대한 파도는 제법 흥미로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로버트의 돈을 효과적으로 훔치기 위해 개설했던 홈페이지는 '가난한 청년을 위한 학자금 대출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의 사회 운동이 되었고, 자신을 우습게 보던 로버트에게도 한 방 먹일 기회가 주어지게 된다.


 여기까지 가는 여정이 몰입감 있게 펼쳐진다. 후반부에는 너무 전개가 빠른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사건이 팍팍터지는데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어엿한 어른이 되어 있는 티나와 동료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부자에게 한방 먹인다!'라는 다소 식상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이러한 소재에 막 성인이 된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이라는 정글을 끌여들어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소설이 아닐까. 하지만, 역시 불법은 불법이니 함부러 횡령하지는 말자. (아니면 크게 한탕하고 해외로..... 앗, 죄송)





 "뭐, 그럼 우린 서로 비긴거로군. 안 그래?"

-로버트가 티나에게-

p3



 + 이 리뷰는 <북로그컴퍼니>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어 낚시 통신
박상현 지음 / 샘터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어 낚시 통신]


[낚시 마니아의 행복한 외침]


[2016. 11. 14 ~ 2016. 11. 17 완독]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 탈진 직전의 아내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p80


 킁.. 요즘 블로그를 너무 손을 놨는데... 책도 읽는데 말이죠. 다시 힘을 내봅시다.

개인적인 취미 활동에 '낚시'라는 들어있지 않아요. 낚시를 해보면 '손맛'이라는 재미가 엄청나다고 출조를 가는 베테랑 낚시 매니아들은 얘기를 하지만, 손맛이 재미있기는 해도 그러한 재미가 취미로 발전하지는 않더군요. 그래서 타인이 말하는 낚시는 어떤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연어 낚시 통신>에 조금은 관심이 갑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한 작은 관심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내려 갔습니다. '연어'라는 어종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알고 있는데요. 여러 하천공사로 인해 직선으로 된 물길이 연어가 거슬로 올라올 길이 쉬워지지 않았냐고 한다면, 직선으로 된 하천에 보를 만들어 물의 흐름이 끊기고 기껏 만들어 놓은 물고기 길은 제구실을 못한다고 해둡시다. (원래 하천 공사 자체가 인간의 이익 자체만을 위해서 하는 거니까)


 이런 조건의 한국에서 연어를 '어디서 어떻게 잡지?'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연어 낚시의 본격적인 무대는 한국이 아닌 저 멀리 캐나다의 빅토리아 주에서 열렸습니다. 어떻게 이민이라는 선택을 한지는 자세히 나와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남의 개인사가 궁금하지도 않고, 예의도 아니여서 '연어 낚시'에만 집중했습니다.


 초보 낚시꾼에서 전문가, 그리고 인생에 낚시가 없으면 사는 맛이 없을 매니아가 탄생하는 과정을 따라가 보면 나도 내가 가진 취미에서 저정도로 집중과 노력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돈을 내고 몇 번 낚싯배를 타는 것에서 출발한 연어 낚시는 낚시 면허증, 낚시 포인트를 넘어 '에게리아'라는 모터보트와 GPS 장비 구입, 연어의 생태 습성까지 꼼꼼하게 기록한 '마니아의 일기장'으로 귀결됩니다.



  "너는 배를 샀으니 중년을 잘 지낼 수 있을거야."

p49


 자유롭게 바다를 누비고 다니며 한캔의 맥주와 함께 하는 연어 낚시는 낚시를 취미로 가지고 있는 사람의 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같은 취미를 공유하지 못하는 가족의 눈총은 따가워 보이는 군요. 조심하세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본격적인 취미를 즐기려면 가족의 응원이 어느정도는 따라줘야 한다는 것을요.


 연어를 통해 인생을 건지고 있는 <연어 낚시 통신> 잘 읽었습니다. 이만, 안녕~



 연어로 태어났다고 모두 바다로 나가지는 않듯, 사람도 저마다 살아가는 모습이 있다. (중략) 그의 인생을 두고 함부토 위로하거나 훈수 둘 말이 없었다.

p221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03호 열차 - 제5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허혜란 지음, 오승민 그림 / 샘터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503호 열차]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2016. 10. 9 완독]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개인의 삶은 그것으로 역사가 된다.


 각자가 얼만큼의 삶을 살아가든 그것은 개인을 넘어 어떤 역사가 된다. 좋은 삶, 나쁜 삶을 떠나서 '삶의 발자국'은 티끌이라도 남기 마련이다. 나 뿐만 아니라 당신 또한 어떤 시대에 태어나 어떤 발자국을 남기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는 어떠한가. 역사의 진실성은 역사학자들에게 맡겨놓고 일반적으로 배워온 역사는 어떠한가.


 단 한줄로 정의되는 역사 뒤에 숨겨진 삶은 얼마나 거대할까. 예를 하나 들어볼까. "대한민국이 독립했다."라는 문장에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이 뿌려졌을까. 나는 절대로 모를 것이다. 전쟁을 겪은 세대였던 할머니가 옛날 옛적 얘기를 들려주더라도 '그랬겠구나...'에서 생각은 멈춘다. 먹을 것이 없어서 나무뿌리를 벗겨먹고 땅에 떨어진 음식을 먹었을지라도 상상은 가능하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지는 않는다.


 여기 그러한 문장 하나가 있다.


 "러시아는 1937년 고구려인을 연해주에서 중앙 아시아로 강제 이주 시켰다."


(클릭하면 출처로 이동합니다.)



 일제침략으로 인해 나라를 잃은 조선인은 그 어떤 목소리도 낼 수가 없었다. 망국의 슬픔은 어디에나 따라다녔다. 아무런 이유도 모른체 살던 곳에서 추방되어야 했던 그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울 수가 없었다. 살을 애는 추이와 의자도 없는 더러운 화물칸에서 발생하는 질병과 싸워야 했다.


 '503호 열차'로 상징되는 우리네의 슬픈 과거를 글로 그림으로 엿본 나는 슬펐으나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일은 과거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과거를 길잡이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다짐을 할뿐이지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어디에 도착하더라도 다음을 준비하는 할머니의 씨앗봉지. 아픈 동생을 살리기 위한 형의 뜨거운 형제애. 차디찬 열차에서 태어난 새생명. 가장 비참한 곳에서 써내려가는 새로운 이상향. 어두운 색감의 그림과 뜨거운 사람들의 밟음과 어우러진다.


 "고려인이 앉는 자리에선 바위에서도 싹이튼다."고 했던가. 얼마나 힘겹게 삶을 일구어왔는지 상상할 수도 없다. 감사하다. 지금 나를 이자리에 있게해준 모든 이전 세대 감사하다. 감사하다. 이 말 밖에 할 수 없다.



 "우리는 짐승이 아니야! 죄인도 아니야! 노예도 아니야!"

p53


 + 이 리뷰는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